268화 지급 오품 무혼
청룡 성지는 하역의 움직임에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세상과 단절한 듯한 성지에는 진남과 묘묘 공주 둘만이 남았다.
"폐관하고 수행을 시작하자."
그들은 서로 쳐다보더니 동시에 단목봉 깊은 곳에 들어갔다.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칠천 개의 원석을 모두 꺼냈다.
"먼저 원석을 연화하고 전신의 피를 연화하자."
진남이 중얼거리더니 손에 속도를 가하여 원석을 연거푸 입 안에 넣었다.
백 개!
삼백 개!
구백 개!
삼천 개를 삼키자 진남의 체내에는 열 개의 혼돈지기가 생겼다.
그러나 전신의 혼은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계속 삼키자."
진남은 이를 악물었다.
전신의 혼이 지급 무혼으로 진급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그는 원석을 계속 삼켰다.
사천 개!
오천 개!
육천 개!
칠천 개를 전부 삼키자 진남의 체내에 스물세 개의 혼돈지기가 생겼다.
하지만 전신의 혼은 여전히 진급하지 못했다.
진남은 이마에 식은땀이 났다.
전신의 혼이 진급하는 것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는 총 팔천 개의 원석을 삼켰다.
예전의 청룡 성지에서였다면 팔천만의 공헌점에 맞먹었다.
이때, 진남의 머릿속의 구리거울이 흔들리더니 여덟 개의 혼돈지기를 한꺼번에 휘감아가더니 다시 조용해졌다.
"……."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쉬어 마음을 점차 가라앉혔다.
그러더니 저장 주머니에서 옥함을 꺼냈다.
옥함에서 피가 한 방울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신비한 기운을 내뿜었다.
"전신의 피, 네가 나에게 기쁨을 주기 바란다."
진남이 중얼거리며 옥함을 열었다.
온몸의 피가 꿈틀거리는 걸 가까스로 참으며 피를 삼켰다.
쿵!
진남의 머릿속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하마터면 그의 정신이 무너질 뻔했다.
진남의 눈앞에 전혀 다른 장면이 나타났다.
장면 속의 옛 복식을 한 남자가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를 외치더니 손에 긴 칼을 들고 천지를 뒤덮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가 엄청난 살육을 벌였다.
모든 적들은 그의 공격을 한방도 막지 못했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웠다.
하늘에서 어두울 때까지 싸우고 은하수까지 가서 싸우고 하늘 저쪽 끝까지 가서 싸웠다.
그 남자는 지치지 않고 영원히 칼을 들고 싸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끝내 남자는 힘들었는지 한쪽 무릎을 꿇고 엉엉 우는 소리를 냈다.
마치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휙!
장면이 사라지고 진남의 정신이 다시 몸으로 돌아왔다.
"방금 그 장면은……."
진남은 살짝 정신을 잃었다.
그는 무의식중에 손을 내밀어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언제부터인지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쿵!
이때,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정신이 들었다.
전신의 피가 진남의 혈액 안에 들어가 모든 혈액을 사납게 들끓게 했다. 피는 순식간에 금색으로 변했다.
강한 기운이 끊임없이 혈액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
만약 누군가 진남의 곁에 있었다면 진남의 온몸이 금빛으로 물들어 부처처럼 위엄 있는 걸 보았을 것이다.
"이건……."
진남은 들끓는 혈액이 체내에서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며 백여덟 개의 선을 만든 걸 발견했다.
이 선들은 매우 심오했다. 선들은 다시 서로 엉켜 현묘하기 그지없는 무늬를 이루었다.
바로 혈맥이었다.
쿵! 쿵! 쿵!
바로 이때, 성대하고 수없이 많은 순수한 힘이 혈맥 속에서 터졌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구룡금문원영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작은 사람 형상의 몸에서 수많은 금빛이 뿜어 나왔다.
금빛은 금룡으로 변해 금문을 끊임없이 휘감았다.
십룡!
십일룡!
십이룡!
십구룡까지 되여서야 멈췄다.
십구룡금문원영이 이루어지자 전신의 왼쪽 눈, 열염금갑체결, 자아도의, 청심당마결에서 모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돌파하고 진화하여 새로운 단계로 상승했다.
이전의 열염금갑체결, 청심당마결은 모두 잔편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양대 공법은 모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진남의 몸은 봉황화체(鳳凰火體)로 변했다.
신념을 움직이자 봉황지화가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의 식해는 모이고 작아져 큰 종을 이루었다.
큰 종에 수많은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복잡하고 현묘했다.
전신의 왼쪽 눈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왼쪽 눈은 흰자위가 없어지고 칠흑처럼 시커멓게 변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뭇별이 반짝거리는 모습이 마치 어두운 하늘의 별 같았다.
그의 눈에는 눈동자가 사라지고 용 형상의 뇌화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진남이 힘을 쓰기만 하면 엄청난 성공지뇌가 폭발할 것 같았다.
"실력이 이 정도까지 폭등할 줄이야!"
진남은 흥분되었다.
십구룡금문원영 때문에 아직은 무왕 경지 정상이었지만, 그의 전력은 무황 경지 삼 단계의 존재와 어깨를 겨룰 만했다.
이건 그의 한 가지 큰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종 경지 뇌겁, 무황 경지 뇌겁을 겪지 않았는데도 엄청났다.
윙 윙 윙!
그의 체내에 전신의 혼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남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열 개의 청색 빛이 그의 등 뒤에서 반짝거리더니 길이가 몇십 장이 되는 전신의 혼이 우뚝 솟아올랐다!
쿵!
전신의 혼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의 우람한 형상이 열 장으로부터 족히 서른 장까지 커져 멀리서 보면 큰 산이 하늘을 가리는 것 같았다.
"돌파할 것 같구나!"
진남은 바짝 긴장되었다.
쿵!
전신의 혼 등 뒤의 열 개의 청색 빛이 망치에 맞은 것처럼 전부 부서지고, 작은 금광(金光)이 청색 빛을 뚫고 나왔다.
엄청나게 눈부신 금광이었다.
지급 무혼의 위압이 홍수처럼 천지를 휩쓸었다.
"지급 일품이다!
진남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쿵! 쿵! 쿵!
연이은 폭발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지급 일품!
지급 이품!
지급 삼품!
무려 지급 오품이 되어서야 폭등하던 금빛이 멈췄다.
전신의 혼은 몸이 이미 백 장 정도로 커졌다.
전신의 혼 눈에는 천하를 멸시하는 패기가 가득했다.
"지급 오품……!"
진남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이때, 영혼에서 튀어나온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전신의 혼의 능력이 깨어나면 전신의 혼과 동급인 어떤 무혼이든 모두 전신의 혼에 눌리고 굴복되고 능력을 잃어 반항하지 못한다.
"엄청난 능력이구나!"
진남은 눈빛이 흔들렸다.
전신의 혼은 지금까지 진급하고 수행하는 외에 다른 능력이 없었다.
한데, 지금 각성한 이 능력은 동급의 무혼을 누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났다.
"그런데 이상하구나. 어떻게 이 피가 지급 오품을 돌파하게 했을까?"
진남의 눈에 의문이 드러났다.
지난번 전신의 왼쪽 눈과 결합했을 때 그의 무혼은 현급 일품에서 현급 칠품으로 여섯 등급 진급했다.
이번에 이 피도 그를 여섯 등급 진급하게 했다.
하지만 지급 무혼과 현급 무혼은 천지 차이였다.
진급하는데 필요한 자원도 엄청나게 차이 났다.
이렇게 보면 이 전신의 피가 보통 전신의 피가 아닐 수도 있었다.
"전신의 피는 청룡 성주가 남긴 것이다. 의문점은 아무래도 청룡 성주를 찾아 해결해야겠어."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계속 원영을 진급시켜야겠어!"
진남의 혼돈지기에 의지를 모았다.
'구리거울이 여덟 개를 삼키고 이제 열다섯 개의 혼돈지기가 남았다. 이 열다섯 개의 혼돈지기로 십구룡금문원영을 다른 단계로 진급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진남은 이 혼돈지기들로 뇌폭, 화패 등을 키울까 고민했었다.
그러나 그는 바로 고개를 저으며 포기했다.
설사 뇌폭과 화패가 존자로 진급한다고 하도 육 개월 후의 형세에는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었다.
"삼키자!"
진남은 열다섯 개의 혼돈지기를 삼켜 십구룡금문원영과 섞었다.
원영이 빛을 뿜더니 기운이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원영의 끊임없이 상승하던 기운이 딱 멈추더니, 수많은 금무(金霧)를 뿜어 세 개의 금색 용문을 만들어 원영의 위쪽에 칭칭 감겼다.
진남의 모든 경지가 다시 제고되었다.
그의 전력은 무황 경지 오 단계에 맞먹었다.
"이상하다, 이상해. 나는 기운이 여전히 무왕 경지 정상이고 여전히 천지뇌겁을 느낄 수 없다."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틀림없이 뭔가 있어!"
원영은 경지가 너무 빨리 상승했다.
아무런 막힘도 없이 한계를 훨씬 초과했다.
"분명히 원영에 뭔가가 있는 거다."
"진남!"
묘묘 공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그러나 진남을 보자 그녀는 표정이 굳어졌다.
눈에 경악이 드러나 말했다.
"너의 경지가……."
묘묘 공주는 진남이 검은 동굴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경악했다. 그녀가 진남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고작 선천 경지였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보다 경지가 더 강했다.
"사흘이 됐다. 내가 뭘 도와주기를 바라느냐?"
진남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기운을 거둬들였다.
"하인인 주제에 빨리 진급했구나!"
묘묘 공주는 입을 삐죽거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
"나는 무황으로 진급하련다. 그러니 네가 나의 호법이 되어주거라."
"무황으로 진급하니 너의 호법이 되어달라고?"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래. 나는 너희들 같은 미련한 인류와 다르다. 나는 무황으로 진급할 때 첫 번째 본명뇌겁(本命雷劫)을 맞닥뜨리게 된다."
여기까지 말한 묘묘 공주는 또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에 성공적으로 두겁하면 나는 많이 회복하게 되고 무황 최고가 된다. 그러면 존자의 추격을 당해도 아무 문제 없다."
"뭐라고?"
진남의 눈에 경악이 드러났다.
그는 묘묘 공주의 신분이 구전령선삼(九轉靈仙參)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부상을 당하기 전에는 매우 강한 존재였기에 본명뇌겁을 넘으면 경지가 급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이번이 너에게도 기연이다. 너는 뇌법을 수행하지 않았느냐? 나의 본명뇌겁을 흡수하면 너에게도 좋은 점이 엄청나다! 다른 사람이라면 나는 절대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
묘묘 공주는 자랑스런 표정을 지었다.
진남이 말했다.
"좋다. 내가 너의 호법이 되어줄게."
"좋아!"
묘묘 공주는 손을 내밀어 진남을 끌고 청룡 성지 밖으로 나는 듯이 달려갔다.
"어디로 가는 거야?"
진남이 궁금해져서 물었다.
"마왕곡으로 간다."
묘묘 공주가 말했다.
"마왕곡은 하역의 십대 금지 중 하나다. 금지 서열 십 위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는 않다. 마왕곡의 깊은 곳에 봉령도장이 있는데 마침 내가 무황을 돌파하기 적합하다."
"그렇구나……."
진남은 마왕곡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 있었다.
소문에 마왕곡은 상고시대의 마왕이 죽어 변한 것인데, 그곳에는 수없이 많은 악마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무척 위험하다고 했다. 보통 무인들이라면 안에 들어가기만 해도 악마로 변해 이성을 잃고 평생을 악마로 살게 된다고 했다.
진남과 묘묘 공주가 청룡 성지를 떠날 때 주위에 두 개의 옅은 형상이 하늘에서 스쳤다 사라졌다.
이 두 형상은 바로 상도맹에서 소문이 자자한 그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