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267화 (267/1,498)

267화 소중황

진남과 묘묘 공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청룡 성주가 죽음의 바다의 신물이 변하여 된 것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비양 성지와 상도맹이 모두 상역의 세력의 지시를 받고 연합했다는 것도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살황과 진남은 불행하게 음모에 말려들었을 뿐이었다.

"진남."

당청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주는 나의 스승이고 은혜가 태산 같다. 난 스승이 죽더라도 절대 다른 사람의 먹이가 되게 할 수 없다. 그래서 네가 나를 도와 사매를 구하고 스승을 도와주기를 바란다. 소중황을 격파할 수 있겠느냐?"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당청산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청룡 성지에 들어와서부터 청룡 성주는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전신의 혼이 원석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또한, 나를 위해 청룡 비경에 전신의 피를 한 방울 남겨두었다.

양 봉주 등의 위협 앞에서 청룡 성주는 나를 보호하는 것을 선택했다. 정으로 따지나 도리로 따지나 나는 청룡 성주의 편에 서야 한다."

진남은 문득 한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잠깐……. 청룡 성주는 죽음의 바다의 신물이 변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전신의 혼에 대해 이렇게 많이 알고 있고 어떻게 전신의 피도 한 방울 갖고 있던 거지? 혹시…… 청룡 성주의 본체도 전신의 혼과 같은 존재인 건가? 전신과 연관이 있는?"

"이상한데……."

진남이 한참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청룡 성주가 말하지 않으니 그는 내막을 알 수 없었다.

"죽음의 바다에 이변이 발생하여 이제 반년이 지나면 열리게 된다."

당청산이 말했다.

"반년 사이에 너는 최대한 빨리 경지를 높여야 한다. 죽음의 바다는 존자 이하면 모두 들어갈 수 있다. 내가 알기로 소중황은 이미 무황 경지를 돌파하였다. 이제 곧 소식이 전해 올 것이다."

"반년밖에 남지 않았습니까?"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반년 후, 죽음의 바다에서 승부가 날 것이다.

지금의 모든 궁금증도 밝혀질 것이다.

"난 지금 죽음의 바다로 가 큰 형님과 셋째에게 협조하여 이변의 원인을 조사하겠다."

당청산이 진남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제 진남은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 되었다.

그는 진남이 반년 후 죽음의 바다에서 자신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말을 마치자 그는 더는 지체하지 않고 몸을 날려 사라졌다.

"난 곧 폐관할 거다."

진남이 말했다.

그는 전신의 피를 연화하고 싶었다.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급해 말거라."

묘묘 공주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진남, 왜 이렇게 미련하냐. 그 배은망덕한 놈들이 모두 청룡 성지를 배반했다. 그러나 그들은 물건들을 아직 가져가지 못했다."

"네 말은……."

진남이 문득 든 생각에 상기되었다.

"맞다, 열여섯 봉우리를 털자!"

묘묘 공주의 예쁜 표정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가자, 꾸물대지 말고!"

묘묘 공주가 손을 내밀어 진남을 잡고 부리나케 산봉우리로 달려갔다.

지금 청룡 성지의 제일 깊은 곳에는 청룡 성주가 있고 열여섯 봉우리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묘묘 공주는 돌개바람처럼 열여섯 봉우리에서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은 모조리 휘감았다.

"삼천 개의 원석……."

진남의 호흡이 빨라졌다.

많은 물건들을 가질 수 없었지만, 그래도 삼천 개의 원석을 얻었다.

묘묘 공주가 얻은 각종 영약, 단보(丹譜), 법보 등도 엄청 많았다.

"뭘 그 정도로 놀라는 거냐."

묘묘 공주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나에게도 사천 개의 원석이 있다."

"뭐라고?"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때 청룡 비경에 있을 때 묘묘 공주가 육십여 개의 비경을 강탈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원석이 많이 필요하냐?"

묘묘 공주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

"난 원석이 필요해."

진남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원석들은 나에게 매우 중요해."

"삼천 개의 원석! 거기에 사천 개의 원석이 더 있다! 또 전신의 피도 한 방울 있어! 과연 전신의 혼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흥분됐다.

"반년 후면 소중황이든, 주현이든, 예비 성자든 모조리 밟아주겠어!"

"너에게 주마. 단, 삼 일 후에 날 한 번만 도와줘."

묘묘 공주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 이 일은 나의 미래와 관련 있어. 난 너의 도움이 필요해."

진남은 그녀의 눈에 보기 드문 간절함을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

"싫어?"

묘묘 공주는 대뜸 화를 냈다.

"어? 아, 아니……."

진남은 고개를 흔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묘묘 공주의 요구가 이렇게 가벼울 줄 생각지 못했다.

"한 번만 도와달라고? 한 번이 아니라 세 번, 다섯 번, 말만 하면 다 도와줄 수 있어!"

* * *

청룡 성지의 소식이 하역에 전해지자 하역 전체가 시끄러워졌다.

하역의 수많은 무인들이 탄식했다.

어떤 사람은 고개를 젓고, 어떤 사람은 고소하게 생각했다.

천태만상(千態萬象)의 인간상을 볼 수 있었다.

이때 엄청난 소식이 하역에 전해졌다.

시혈성, 도성, 상도맹이 비양 성지와 연합하여 비양 연맹(飛揚聯盟)을 결성한다고 선포했다.

비양 성지의 예비 성자, 청룡 성지에서 가입해 온 예비 성자, 두 성자, 그리고 상도맹의 성녀가 인재 연맹(人才聯盟)을 결성했다.

비양 연맹이든 인재 연맹이든 모두 소중황을 도왔다.

소중황은 한창 무황 경지를 돌파하여 비양 연맹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혼을 드러냈다.

그의 무혼은 반보 지급이 아니라 지급 일품이었다.

하역이 떠들썩해졌다.

지급 일품 무혼!

하역에서는 최고의 존재이고 아무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비양 성지에서 사실을 숨기고 이제 와서 사실대로 선포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너무 세잖아. 진남은 비교가 안 돼."

"진남? 진남은 현급 팔품 무혼인데 어찌 소중황과 비교할 수 있어?"

"지급 일품이면 아마 상역 동주에서도 최고의 존재일 것이다."

감탄하는 소리가 하역에서 약속이나 한 듯 울려 퍼졌다.

창람대륙은 무예를 숭상하기에 뛰어난 인재들은 무혼의 등급으로 평가했다.

사람들은 앞으로 소중황의 미래의 성과는 아무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역 전체가 소중황 때문에 떠들썩할 때 또 다른 소식이 수많은 무인들을 흥분시켰다.

소중황이 무황 진급에 성공하여 비양 성지에서 연회를 연다. 천하의 호걸들은 모두 그 모습을 보러 오길 바란다.

수많은 강자와 무인들이 모두 비양 성지로 향했다.

이번에 하역에 이변이 일어났으니 앞으로 비양 성지가 하역에서 제일 강해질 것이고 청룡 성지는 역사에 파묻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 * *

그 시각, 비양 성지.

비양 성지는 청룡 성지와 달리 모든 제자들이 하나의 커다란 성 안에 살고 있었다.

성은 방원 구천 리에 이르러 매우 크고 넓었다.

성벽은 주황색이었는데 보이지 않는 스산함이 성 전체를 휩쓸고 있었다.

이 성이 바로 비양성(飛揚城)이었다.

소문에 비양성은 성도지기인데 그 위력이 엄청나 존자도 죽일 수 있다고 했다.

비양성 중앙에 커다란 도장이 있었다.

도장의 주위에 비양 성주, 시혈성 성주, 양 봉주 그리고 여러 봉주들이 서 있었다.

뒤에는 여러 부 봉주, 성자, 예비 성자, 호법 등이 서 있었다.

이렇게 많은 강자들의 시선이 동시에 도장을 향했다.

도장의 가운데는 길이가 팔백아흔아홉 장 되는 먹구름에 덮여있었다.

먹구름에서 수많은 벼락이 뻗어 나와 끊임없이 내리쳤다.

이 엄청난 벼락 아래에 한 청년이 검은색 옷을 입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서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금색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금색 빛 가운데에 온몸이 시커먼 태곳적 짐승이 도사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기세가 신비하고 위압이 엄청나 얼핏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바로 소씨 가문 삼 형제 중 맏이 소중황이었다.

그의 등 뒤의 무혼이 바로 지급 일품 무혼인 저주 무혼(詛呪武魂)이었다.

"먹구름! 흩어져라!"

소중황이 엄청난 벼락 속에서 외쳤다.

하늘 위의 먹구름이 마치 어떤 무서운 존재를 만난 것처럼 흩어져 도장 주위가 맑아졌다.

그의 몸에서 강한 무황 경지의 기운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주위의 예비 성자, 양대 성자 모두 안색이 변했다.

"축하한다, 소 사제!"

"하하하, 축하한다 축하해!"

"……."

수많은 축하의 말이 쏟아졌다.

비양 성주와 양 봉주, 시혈성 성주의 입가에도 담담한 미소가 나타났다.

그들이 이번에 이렇게 연회를 연 것은 바로 새로 들어온 상도맹, 청룡 성지의 사람들에게 소중황이 얼마나 뛰어난 인재인지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때 기운이 연거푸 비양성에서 날아왔다.

비양 성주 등은 눈빛이 반짝거렸다.

보아하니 그들의 소식이 이미 전해져 다른 무인들이 모두 모이고 있었다.

"소중황이다!"

"진짜 무섭구나. 저자는 방금 무황에 승진하지 않았느냐? 한데, 왜 무황 삼 단계의 존재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 들지?"

"……."

새로 온 무인들과 강자들은 모두 경악했다.

소중황은 뒷짐을 쥐고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와줘서 고맙다. 오늘 난 무황에 진급했다. 그리고 오늘날 비양 연맹, 인재 연맹이 성립되었다. 연맹들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하역의 형세에 영향 줄 거다. 그러니 강자든 뛰어난 인재든 모두 육 개월 후에 내가 큰 계획을 완성할 수 있도록 오늘부터 나를 도와라!"

그의 기세는 엄청났다.

"그리고 말해줄 게 있다."

소중황은 눈에 멸시와 살기가 드러났다.

"육 개월 후에 죽음의 바다가 열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죽음의 바다의 사신대에서 나와 진남이 대결을 펼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온 하역의 사람들이 내가 어떻게 하역의 제일 인재 자리에 오르는지 보고 증명하게 될 것이다!"

비양 성주 등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소중황이 이런 말을 할 줄 예상치 못한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빨리 표정을 되찾았다.

"진남과 대결하더라도 소중황이 반드시 이길 것이다!"

하역의 무인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소중황이 죽음의 바다에서 진남과 대결한다고? 이건 정말 큰 소식이다!"

"소중황이든 진남이든 모두 하역의 절세 인재이고 백 년에 한 명 나오기 힘들다. 그런데 지금은 두 명이 동시에 나타나더니, 대결하여 우열을 가린다고 하다니. 이런 일은 이백 년에 한 번 나타나기도 힘들 것이다."

비양성은 연회가 열려 시끌벅적하고 분위기가 성대했다.

소중황과 진남이 대결한다는 소문은 사람들이 소문을 내 하역의 여러 곳에 전해졌다.

"뭐라고? 죽음의 바다가 육 개월 후에 열린다고? 그리고 두 절세 인재가 대결까지 한다고?"

"진남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소중황과 대결한다니.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그러게 말이야. 소중황은 지급 무혼을 갖고 있으니 그와 진남의 수준은 천지 차이일 것이야."

"……."

하역의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다.

* * *

그 시각, 낙하왕국.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술집 안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사람들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는 소리를 듣더니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눈에는 살기가 드러났다.

"고작 소중황이 감히 진남을 괴롭히겠다고?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