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화 청룡 성주의 정체
"이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성주가 진짜 곧 죽나 봐!"
사자, 호법, 제자들은 안색이 모두 창백해졌다.
"청룡 성주가 죽으면 청룡 성지는 비양 성지가 노릴 뿐만 아니라 심지어 상역의 여러 세력이 염탐할 것이다."
"무성이 지키지 않는 성지는 유명무실하잖아!"
진남의 머릿속에도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줄곧 나를 감싸주던 성주가 곧 죽는다고?
진남은 드디어 왜 양 봉주 등이 노골적으로 청룡 성주에게 대들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청룡 성주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러분, 이 지경이 되었는데 아직도 청룡 성지에 남아있고 싶소?"
양 봉주가 큰소리로 외쳤다.
양 봉주 뒤에 있던 여러 봉주, 부 봉주, 예비 성자, 그리고 성자 주현의 눈에 모두 복잡한 빛이 드러났다.
그들은 처음에 청룡 성지에 들어올 때 언젠가 청룡 성주와 갈라서게 될 거라고는 종래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청룡 성주가 그들을 잘 대해주었지만, 그들은 아직도 살날이 많이 남았고, 좋은 곳에서 많은 보조가 있어야 상역 동주로 가서 도전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계속 청룡 성지에 남아있고 싶지 않았다.
청룡 성지는 조만간 다른 강대한 세력에게 먹혀버릴 것이었다.
많은 사자, 호법, 제자들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평? 정? 결국은 모두 자신의 이익과 관계되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거잖아! 근데 청룡 성지에 남아있으면 손해뿐일 거야!"
이때 주현이 나서서 맑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우린 이미 비양 성지와 합의를 보았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저희들과 함께 청룡 성지를 떠난다면 그들은 비양 성지에서 특별히 우리에게 청룡봉(青龍峰)을 개척해줄 것입니다. 대우와 조건은 모두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십대 봉주도 잇달아 사람들에게 권고하기 시작했다.
"난 가겠소!"
"청룡 성지에 남는 것은 확실히 의미가 없소."
"나도 가겠습니다!"
"……."
여러 사자, 호법, 제자들이 모두 동시에 입을 열었다.
잠깐 사이에 커다란 청룡 성지에서 이미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떠나겠다고 했다.
열여섯 번째 봉우리에 청룡 성주가 서 있었다.
기운이 쇠약해 보이는 게 언제든 사라질 것 같았다.
그의 맞은편에는 양 봉주를 우두머리로 하여 뒤에 다른 봉주, 부 봉주, 예비 성자, 사자, 호법 등등이 있었다.
세력이 거대했다.
남아있기로 결정한 제자들의 눈에 분노가 드러났다.
"저자들은 설마 청룡 성지가 그들을 키워준 은혜를 잊었단 말인가?"
청룡 성주는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사람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그와 눈빛이 마주친 자들은 모두 미안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한참 후 청룡 성주가 천천히 말했다.
"지난날의 정을 봐서 너희들을 죽이지 않겠다. 가거라."
말투는 평온했지만, 조금의 실망감도 담겨있었다.
"갑시다!"
양 봉주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의 인솔하에 방대한 세력이 순식간에 떠나갔다.
청룡 성지는 한 시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내에 활기를 잃었다.
지난날 성지의 패기가 사라져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남은 제자들 그리고 사마공 등은 눈빛이 불타올랐다.
"청룡 성주가 키워준 은혜가 있다. 그런데 청룡 성지가 위험에 처하자마자 모두 종문을 떠나다니? 인정도 없고 의리도 없는 짐승이다!"
양 봉주는 오랫동안 음모를 꾸미고 이번 반란을 일으킨 것이 분명했다.
양 봉주는 수백 년 전의 죽음의 바다의 음모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었을 테고, 이는 진남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지만, 진남도 그 일에 휘말렸다.
진남은 마음이 무거웠다.
이때, 청룡 성주가 크게 소리쳤다.
"계속 청룡 성지에 남아줘서 고맙다. 하지만 나는 너희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 하여 사대 봉주가 너희들을 데리고 청룡 성지를 떠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이번에 떠나는 것은 잠시 떠나는 것일 뿐이다!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우리를 배반한 자들을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선포하겠다. 오늘부터 진남이 우리 청룡 성지의 성자다! 만약 내가 죽으면 진남이 청룡 성지를 계승할 것이다!"
청룡 성주가 연이어 말했다.
제자들은 모두 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반발했다.
"안 됩니다. 우린 청룡 성지를 떠나지 않겠습니다!"
"맞습니다. 절대 떠나지 않을 겁니다!"
"전 살아서는 청룡 사람이고 죽어서는 청룡 귀신입니다. 청룡 성지가 저를 키워줬는데 어떻게 지금 재난이 눈앞에 닥쳤다고 떠날 수 있겠습니까!"
제자들은 모두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조용하거라!"
이때, 네 개의 모습이 나타났다. 다른 네 명의 봉주였다.
그중 한 봉주가 말했다.
"성주께서 말씀하셨다. 잠시 떠나는 거라고. 그러니 따르거라. 지금 하역에서 음모가 폭풍우처럼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가 계속 청룡 성지에 있으면 성주에게 누가 될 것이다. 알겠느냐?"
사람들은 깨달았다.
그들은 한 가지 문제를 놓쳤다.
이제 비양 성지는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이었다.
그러니 만약 그들이 계속 청룡 성지에 남아있으면 청룡 성주는 그들을 보호해야 했다.
그들이 계속 남아있는 건 짐이 될 수 있었다.
제자들은 모두 침묵했다.
"모두 나를 따르거라!"
사대 봉주가 이 광경을 보고 입을 열었다.
방대한 세력이 떠나기 전에 사대 봉주가 일제히 진남을 보았다.
그들은 진남을 향해 고개를 끄덕일 뿐 더 말하지 않고 바로 떠났다.
한참 후 커다란 청룡 성지가 조용해졌다.
인적이 없고 황량한 것이 마치 황폐한 땅 같았다.
사마공 등은 믿을 수 없었다.
방대하던 청룡 성지가 불과 짧디짧은 몇 시진 사이에 그들 몇 사람밖에 남지 않은 것이었다.
"너희들도 저들과 같이 떠나거라."
청룡 성주가 말하며 손을 저었다.
사마공 등이 대답하기도 전에 몸이 감겨 날아올랐다.
커다란 청룡 성지에 청룡 성주, 묘묘 공주, 진남 세 명만 남았다.
조용하고 황량한 기운이 감돌았다.
"진남아, 이번에 너를 위해 희생이 매우 크구나."
청룡 성주가 웃으며 말했다.
"모든 희망은 너에게 있다."
말을 마친 청룡 성주는 앞으로 성큼 내디뎠다.
생기가 없던 몸이 바로 사라졌다.
진남과 묘묘 공주는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인적이 없이 황량한 열여섯 봉우리를 보고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우리 둘만 남겨두고 그냥 간 거야?"
"양 봉주 등이 무엇 때문에 그를 죽이려 하고 무엇 때문에 감히 배반했고 예전의 음모계획은 어떻게 된 건지 등 이런 것들에 대해선 한 마디도 말하지 않고?"
"진남!"
이때, 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로 당청산이었다.
당청산은 죽은 듯이 고요한 청룡 성지를 둘러보더니 눈에 싸늘한 살기가 스쳤다.
진남은 그를 보자 바로 물었다.
"선배님, 죽음의 바다에 도대체 어떤 음모가 있는 겁니까? 왜 양 봉주가 저를 죽이려는 겁니까?"
예전이라면 진남은 묻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당천산이 답했다.
"죽음의 바다에는 사신대(死神臺)가 있다. 이 사신대에는 오직 무예 천부가 높은 사람만이 올라갈 수 있다. 게다가 무예 천부가 높으면 높을수록 사신대에서 보물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당청산이 길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몇백 년 전, 나는 경지가 무황 경지 정상밖에 안 되었다. 그때 부주의하게 사매와 함께 죽음의 바다에 들어갔었지. 그래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사신대의 요구를 충족해 보물을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난 비양 성지, 상도맹, 그리고 상역 동주의 추격을 당했다. 그리고 그 일로 사매가 죽어 사령(死靈, 죽은 영혼)이 되었지."
진남과 묘묘 공주는 당청산이 예전에 무릎을 꿇던 일이 생각나 저도 모르게 한참 침묵했다.
사령으로 된 사람은 당청산의 사매일 뿐만 아니라 그가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진남은 한참이 지나서야 물었다.
"저자들은 왜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겁니까?"
"죽음의 바다는 백 년에 한 번씩 열린다. 그들도 무예 천부가 아주 강한 사람을 찾아야만 사신대에 올라 보물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그 사람을 찾았다. 바로 소씨 가문 세 아들 중 맏이 소중황(蕭仲煌)이다."
당청산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양대 성지 제자 선발대회에 네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네가 현급 십품 무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그들은 위험을 느꼈다. 거기다 너는 단목 봉주가 뽑은 사람이라 끌어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너를 죽이려고 한 것이다."
당청산의 설명을 듣자 진남은 바로 깨달았다.
"나의 존재가 그들의 계획에 영향을 주었구나. 백 년이란 시간을 들여 음모를 계획하였을 건데 만약 내가 사신대에 오른다면 그들의 계획은 수포가 되는 것이잖아. 그래서 양 봉주가 미친개처럼 나를 죽이려 했던 것이었어."
"소중황은 무예 천부가 얼마나 높습니까?"
진남이 서늘한 눈빛으로 물었다.
지금껏 그는 이 소씨 가문의 맏이와 아무런 원한이나 갈등이 없었다.
하지만 소중황은 강벽란 때문에 암암리에 소비봉, 소홍을 파견하여 그와 싸우게 했다.
"무예 천부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무혼은 반보 지급 무혼에 도달했다."
당청산의 눈에 신중함이 드러났다.
"반보 지급 무혼이요?"
진남과 묘묘 공주는 서로 쳐다보았다.
"그러길래 소중황이 사신대로 가는 천교로 뽑혔구나!"
무혼 등급이 높을수록 무예 천부 등도 더욱 강했다.
반보 지급 무혼은 전체 하역에 능가할 사람이 없을 것이었다.
"나에게는 전신의 피가 한 방울 있어. 만약 이걸 먹으면 나의 무혼 등급은……."
진남의 눈이 반짝거렸다.
전신의 혼이 있기에 그의 무예 천부는 가늠할 수 없었다.
더구나 소중황은 반보 지급 무혼 밖에 안 되기에 진남이 전신의 피를 먹으면 반드시 그를 능가할 것이었다.
"당청산, 그 보물은 무엇이냐?"
묘묘 공주가 물었다.
"……보물에 대해선 나도 잘 모르오."
당청산의 눈빛이 복잡해지더니 놀라운 말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이 지보를 얻으려고 하는 최종 목적은 스승을 상대하기 위해서요."
"청룡 성주를 상대한다고?"
진남과 묘묘 공주는 깜짝 놀랐다.
"그럼 몇백 년간 계획한 것이 모두 청룡 성주를 상대하기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당청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 삼백 년 전, 스승은 하역의 죽음의 바다에서 나타났다. 아무도 그의 내력을 몰랐지. 그리고 그는 나오자 바로 무성 경지였다. 후에 그는 청룡 성지를 물려받아 지금의 청룡 성주가 되었지."
당청산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엄청난 말을 쏟아냈다.
"난 조사를 통해 비양 성주, 양 봉주, 상도맹 등이 상역의 어떤 강자의 지시를 받고 암암리에 결탁하여 청룡 성주에게 손을 쓰려고 하는 걸 발견했다. 그때 나는 그들이 왜 스승을 상대하려는 건지 매우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조사한 결과, 스승은 죽음의 바다의 어떤 신물이 변한 것이라는 알아냈다. 다만, 스승은 경지가 매우 뛰어나 반드시 죽음의 바다의 그 보물을 얻어야만 스승을 연화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만약 스승을 연화하게 되면 스승이 평생 이룩한 모든 것을 얻게 되어 운명을 바꾸고 무성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