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화 요수의 바다
"흥!"
소홍은 콧방귀를 뀌더니 부적을 한 개 꺼내 꽉 쥐었다.
부적이 폭발하여 수많은 빛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방원 삼 리의 허공 전체가 모두 어두워지더니, 광풍이 불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압이 감돌아 다들 마음이 답답해졌다.
"삼부귀일(三符歸一), 봉주 강림!"
양태천이 온몸의 힘을 써 세 개의 부적을 불태웠다.
그가 두 손을 천천히 움직이자 세 개의 부적이 하나로 융합되어 빛으로 변화더니 허공 속으로 들어갔다.
쿵!
방원 십 리의 허공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틈이 허공을 찢기 시작했다.
틈이 커질수록 위압이 더 세졌다.
"이건……."
사마공 등은 모두 당황했다.
그들은 양태천과 소홍이 진남을 상대하기 위해 이렇게 미친 짓을 할 줄은 몰랐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쿵! 쿵!
두 개의 폭발음과 함께 허공이 무너지더니 두 개의 우람찬 형상이 걸어 나왔다.
이 두 형상이 오자 천지의 모든 것이 생기를 잃었다.
이 두 형상은 바로 양 봉주와 시혈성 성주였다.
어흥! 어흥! 어흥!
이때, 설무극이 불던 얼음 피리가 터졌다.
얼음 피리가 터진 지 잠깐도 안 돼 세 개의 천지를 흔드는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 개의 커다란 형상이 먼 곳에서 허공을 가르며 강림했다.
세 개의 커다란 형상은 빙산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추위에 얼어붙게 했다.
세 형상은 바로 세 마리의 최고 수준의 요황이자 요수 순위에서 서열 삼 위의 빙봉호(氷鋒虎)였다.
묘묘 공주는 이 광경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이자들이 미쳤구나! 진남을 상대하기 위해 이렇게 큰 세력을 움직이다니! 진남이 도대체 어떤 미움을 샀길래……."
"진남!"
양 봉주와 시혈성 성주의 형상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진남을 바라보았다.
세 마리 빙봉호도 차가운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죽어라!"
* * *
청룡 비경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을 때 창람대륙의 하역.
하역의 제일 북쪽에 끝없는 바다가 있었다.
바다는 검은색인데 짙은 죽음의 기운을 뿜었다.
검은색 바다에는 수많은 비밀이 묻혀 있었다.
이곳이 바로 죽음의 바다였다.
이날, 죽음의 바다에서 어떤 존재가 무언가 느꼈는지 깨어나 도천이변(滔天異變)을 일으켰다.
이변은 천둥처럼 청룡 성지, 비양 성지에 떨어져 수많은 강자를 놀라게 했다.
"죽음의 바다가 어떻게 된 거지?"
"이상하다, 이상해. 몇천 년이 지나도록 이런 이변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야!"
"어서 빨리 가보자!"
"……."
수많은 강자, 봉주들이 죽음의 바다로 향했다.
* * *
그 시각, 청룡 성지 안.
"죽음의 바다의 이변은 사매의 목숨과 연관이 있소. 우리가 반드시 직접 가봐야 하오!"
단목 봉주와 장 봉주는 일제히 날아올라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생각이 일치하는 걸 확인하고 빨리 허공을 넘어 죽음의 바다로 향했다.
청룡 성지 안의 수많은 강자들은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
"진남은 곧 죽게 될 것이다. 진남이 죽고 나서 너희들이 어떻게 사매를 구하는지 보마."
양 봉주는 십육 봉에 서서 이 광경을 보며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한참 후 그는 의심스런 눈길로 청룡 성지의 제일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죽음의 바다의 이변이 청룡 성주와 연관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이 늙은이가 죽을 때가 된 것일 수도 있었다.
"이번 일은 중대하다. 상역에 연락해서 그들더러 직접 공법을 써 조사하라고 해야겠어. 만약 청룡 성주가 진짜 죽을 때가 되었다면 모든 계획을 앞당겨야 해."
양 봉주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뿜어 나왔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신념을 보냈다.
* * *
같은 시각, 청룡 성지의 제일 깊은 곳.
청룡 성주가 저택 안에 서서 고개를 들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는 짙은 죽음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더는 감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나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피를 너에게 주마……."
청룡 성주가 중얼거렸다.
"모든 것이 앞당겨졌다……. 진남아, 내 생명이 끝날 때 한번 날뛰어 보거라."
* * *
같은 시각, 청룡 비경 안.
도천이변은 청룡 비경 안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양태천, 소홍, 설무극 셋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비장의 무기였다.
양대 무존의 의념에 세 마리의 빙봉호까지 합세했다.
이 정도라면 설령 진남이 어떠한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해도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절세 인재는 개뿔! 너를 죽이는 데에는 몇백 가지 방법이 있다."
묘묘 공주가 다급한 표정으로 비장의 무기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진남의 표정이 평온하고 사마공 등도 표정이 평온한 걸 발견했다.
그녀는 어리둥절했지만, 행동을 멈추었다.
양대 봉주와 세 마리 빙봉호가 최강의 일격을 펼쳤다.
사방이 모두 무너지고 거대한 힘이 거친 바다처럼 사방에서 넘실거렸다.
그 힘 앞에서 진남은 순식간에 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매우 침착했다.
양 봉주와 시혈성 성주는 그런 진남의 모습에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청룡 비경 안에 있으니 단목 봉주 등이 구하러 올 수 없었다.
설사 진남이 단목 봉주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그들 양인삼요(兩人三妖, 사람 둘 요괴 셋)가 연합하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어흥!
하늘 땅을 진동하는 울부짖는 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엄청난 번개를 휘감은 짐승의 발톱이 허공을 넘어 천지를 뒤덮었다.
짐승의 발톱은 양인삼요의 공격을 순식간에 부숴버렸다.
"이건……!"
양 봉주와 시혈성 성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
세 마리 빙봉호는 무언가 느낀 듯 눈을 찡그리더니 이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쿵! 쿵!
허공이 찢어지더니 무서운 요수 둘이 나타났다.
뇌폭과 화패였다.
쿵! 쿵! 쿵!
두 족장이 강림하자 그들의 뒤에 커다란 성공뇌수, 화익조들이 일제히 강림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천지를 가득 채웠다.
방원 이십 리가 뇌광과 화염 속에 뒤덮였다.
열세 마리의 성공뇌수!
아홉 마리의 화익조!
양대 요족이 전부 강림했다!
어흥!
연이은 울부짖는 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지자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화만우(地火蠻牛), 패원요황(霸猿妖皇), 신조요황(神鳥妖皇), 비충고족(飛蟲古族) 등 요종 경지, 요황 경지의 요수들이 사나운 밀물처럼 밀려와 사방팔방을 꽉 틀어막았다.
순식간에 방원 사십 리 이내가 요수 바다로 변했다.
양대 종족을 제외하고도 무려 백일곱 마리의 경지가 높은 요수들이 두 족장의 명령을 듣고 모여들었다.
무존 강자라도 이렇게 빼곡한 요수들로 이루어진 바다를 보면 소름이 끼치고 깜짝 놀라 도망갔을 것이었다.
양 봉주와 시혈성 성주는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 마리 빙봉호는 눈을 바늘처럼 가늘게 뜨고 부들부들 떨었다.
양태천, 소홍, 설무극 등은 의기양양하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은 두려움에 영혼마저 벌벌 떨었다.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요수들이 이렇게 많이 몰려온 거지? 설마 청룡 비경의 요수들이 전부 달려온 것인가?"
"뇌폭, 화패, 난 너희를 안다. 너희들은 모두 청룡 성지의 요수다. 그리고 지금 이자는 우리 청룡 성지의 죄인이다. 그러니 방해하지 말거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청룡 성지는 너희들을 모두 소멸시켜 버릴 것이다."
양 봉주는 침착하고 사납게 외쳤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뇌폭과 화패 두 요수가 동시에 소리쳤다.
"꺼지거라!"
"죽고 싶은 게구나!"
그들은 혼돈지기를 복용하여 무존까지 조금의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의 종족 천부인 끝없는 성공지뇌와 봉황지화가 더해지니 거대한 파도와 노한 바다가 썩은 나무를 꺾는 것처럼 양 봉주의 의념을 공격했다.
양 봉주의 의념이 두 요수의 공격에 산산이 흩어졌다.
"죽여라!"
뇌폭이 사납게 외쳤다.
하늘 위의 열세 마리의 성공뇌수, 아홉 마리의 화익조, 백여 마리의 요수들이 모두 천지를 향해 포효했다.
포효소리는 마치 창공을 산산조각 낼 것만 같았다.
천지를 뒤엎는 공격이 세 마리의 빙봉호와 시혈성 성주의 몸에 떨어지자 그들은 순식간에 소멸되어 사라졌다.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요수들이 하늘 위에 떠서 엄청난 위압을 뿜으며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양태천, 소홍, 설무극 등은 안색이 창백해지고 머리가 하얘져 아무 생각도 없었다.
진남이 천천히 사람들 앞으로 걸어가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들, 아직도 나를 죽이고 싶으냐?"
양태천, 소홍, 설무극 등은 몸이 굳어졌다.
하늘에 가득한 요수들 때문에 그들은 큰 손이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처럼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마음속에 두려움이 끊임없이 솟아났다.
"진남을 죽인다고? 불가능하다! 아무리 배짱이 있다 해도 지금은 손을 쓸 수 없다……."
풉!
묘묘 공주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진남은 진짜 나쁘다. 일부러 저렇게 묻다니. 이건 저자들의 뺨을 때리는 것이잖아."
"여러분, 전에 제가 여러분을 말렸잖아요. 그런데 여러분은 제 말을 듣지 않고……."
엄자함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표정은 싸늘했다.
그녀는 양태천 등을 전혀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녀가 전에 좋은 마음으로 그들을 말렸지만, 그들은 오히려 더 화를 냈다.
이 모든 사태는 그들이 자처한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양태천, 소홍, 설무극 등은 그녀의 말에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너의 말을 들으라고? 진남의 배후에 이렇게 무서운 요수 무리가 있을 줄 누가 알았어! 진작 알았더라면 우리가 어찌 감히 손을 썼겠냐고!"
"말하거라!"
진남이 사납게 호통쳤다.
"몇 번이고 거듭해서 나에게 손을 쓰다니, 나를 그렇게도 만만하게 본 거야?"
양태천 등은 진남의 호통 소리에 놀라 벌벌 떨었다.
"진, 진남……."
양태천이 구리 방울만 한 요수들의 눈동자를 보며 염치 불고하고 말했다.
"이, 이 일은…… 우, 우리가 잘못했다……. 너에게…… 너에게 사과할게……."
"나에게 사과한다고?"
진남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진짜 염치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오늘 제대로 보았다.
"이자들은 나에게 손을 써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사과한다는 말 한마디로 마무리하려는 건가? 진짜 염치없구나!"
"그냥 죽어라!"
진남은 차가운 눈빛을 하며, 손의 뇌화를 긴 칼로 한데 뭉쳐 그들을 치려 했다.
양태천 등은 놀라서 혼이 나갈 뻔했다.
양태천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진남! 우리를 죽여서는 안 된다! 네가 만약 우리를 죽인다면 나의 아버지가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청룡 성지에는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 네가 사람을 죽인다면 모두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