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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61화 (261/1,498)

261화 전승을 얻자

시간은 빨리도 흘러 어느덧 일곱 시진이 지났다.

기혈호 수면 위의 짙은 핏빛이 점점 흩어지고 옅어졌다.

잠시 후 호수가 투명해졌다.

이때 커다란 웃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하하하, 진남 오랜만이야!"

그들은 모두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나타난 사람은 설무극과 설무흔이었다.

그들은 몸에서 빙설지력을 뿜고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위의 풀밭에 얇게 서리가 내렸다.

청룡 비경에 온 후 둘 다 기우를 만난 게 분명했다.

엄자함과 주립청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들은 설무흔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 하지만 설무극은 두려웠다.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는 설무극과 설무흔이 예전에 실력만 믿고 파렴치하게 돈을 떼먹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움직이기 전에 묘묘 공주가 입을 열었다.

"빚을 지고도 발뺌을 한 뻔뻔스러운 두 놈이 왔구나."

설무극과 설무흔은 안색이 굳어졌다.

만약 진남이나 엄자함이 이렇게 말하였다면 그들은 벌써 달려들었을 것이다.

다만 묘묘 공주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녀의 실력은 그들을 능가했다.

"흥! 한 시진 후 청룡 성주 전승을 개방한다. 우리가 전승을 받으면 너희들은 그때는 용서해달라고 빌겠지."

설무극이 한쪽에 서서 차갑게 웃었다.

이번 계략은 매우 철저했다.

"진남이 살 수 있을까?"

진남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기다리겠다."

설무극은 진남의 적이었다.

하지만 진남의 이번 목적은 전신의 다른 부위이기에 적들도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슉! 슉! 슉!

별안간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대머리 사내 한 명이 금빛 도포를 입고 기세를 흩날렸다.

그의 뒤에 청년들이 서 있었는데 모두들 기세가 강하고 얼굴에 도도한 빛을 띠었다.

엄자함과 주립청은 그 모습에 살짝 흔들렸다.

"아홉 번째 봉우리 봉주의 아들, 서열 팔 위인 한비(韓飛) 아니야?"

"이운룡(李雲龍)은 왜 왔지?"

"……."

엄자함과 주립청은 방금 도착한 다섯 사람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호법 순위 십 위에 들거나 배경이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엄자함과 주립청은 이들이 어떻게 청룡 성주의 전승이 있는 곳을 모두 알고 있었는지도 의문이었다.

한비 일행은 진남 일행을 보더니 눈에 빛을 반짝였다.

한비는 고개를 돌려 설무극, 설무흔 형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태천이 뒤에서 손을 쓴 것 같구나. 이 사람들 모두 그에게 포섭되어 연합해서 나를 해치려고 하는 것 같아."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엄자함과 주립청! 너희 둘은 정말 대담하구나, 감히 진남의 편에 서다니!"

이때 호된 호통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양태천과 소홍이 나타났다.

"양 형, 소 형!"

"양 형, 오랜만이요!"

"……."

설무극과 한비 등은 모두 서둘러 인사했다.

태도가 무척이나 공손했다.

양태천은 머리를 끄덕이고 뒷짐을 지고 엄자함과 주립청을 바라보면서 싸늘하게 말하였다.

"나는 진남을 공격할 생각이다. 만약 너희 두 사람이 그의 편에 선다면 그것은 나와 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와 적이 된다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

엄자함과 주립청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이미 양태천을 위수로 한 이 아홉 명이 진남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속으로 갈등했다.

그러나 혈교 동굴에서 벌어진 일이 떠올라 즉시 결정을 내렸다.

"그래?"

두 사람 모두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진남을 배신할 수 있겠는가? 절대 그럴 수 없다!"

양태천은 눈에 빛이 스쳤다.

진남과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이 없다고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게 분명했다.

"진남 도우, 처음 뵙겠소. 내 소개를 먼저 하겠소. 나는 소홍이라 하오. 소비봉의 형님이요."

소홍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에 나는 큰형의 부탁을 받고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하러 왔소. 강벽난은 큰형의 애인인데, 진남이 그녀를 여러 번 때려서 큰형이 화가 잔뜩 났소. 그래서 나는 진남을 죽일 거요."

소홍의 말투는 아주 냉담했으나 조금의 살기도 없었다.

그러나 더욱 마음이 서늘해지게 했다.

엄자함과 주립청은 모두 헛숨을 들이켰다.

소홍!

소씨 가문 세 아들 중 한 명으로 현재 삼대 고성 중 하나인 도성의 후계자였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천부가 비범하고 경지가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도 대단하다고 했다.

진남은 소홍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를 악물었다.

"강벽난! 또 강벽난이냐!"

지난번 이후로도 그녀는 여전히 뒤에서 수작을 부려 진남에게 적을 보냈다.

그리고 소씨 가문 첫째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본 적도 없는데 강벽난 때문에 저번에는 셋째 동생을 보내더니, 이제 둘째 동생까지 보냈다.

"강벽난, 그리고 소씨 가문 큰형님라고 했지? 이번 십육 봉 대비가 끝나면 꼭 직접 찾아가겠다!"

진남은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양태천 등을 무시하고 기혈호를 바라보았다.

양태천과 소홍은 진남이 자신들을 무시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들은 화가 잔뜩 났다.

그러나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었다.

먼저 청룡 성주의 전승을 빼앗고 그다음에 진남을 혼내줄 생각이었다.

그때, 여덟 시진이 되었다.

기혈호는 맑아져 핏빛이 조금도 없었으며, 기묘한 파동도 완전히 사라졌다.

이어 기혈호 중앙의 돌기둥에서 빛이 솟아올랐다.

빛은 한 사람의 그림자로 변했는데 청룡 성주였다.

"좋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전승이 있는 곳에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청룡 성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전승을 잇기는 매우 쉽다. 돌기둥에 손자국이 있는데 손바닥을 눌러 돌기둥을 열 수 있으면 된다. 돌기둥이 열리면 또 보물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그것만 얻으면 나중에 무존으로 진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묘묘 공주마저 그 말에 숨결이 가빠졌다.

"무존으로 진급이라니!"

"보물 하나로 무존으로 진급한다는 게 말이 되나?"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보물이 하나 있다고? 그럼 전신의 부위가 한 부분 있다는 걸까?"

청룡 성주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자, 이제 쟁탈전을 벌이거라."

말을 마친 그는 사라졌다.

돌기둥 위의 손바닥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 나왔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굳어지고, 사람들은 거의 동시에 몸이 경직되었다.

"가자!"

양태천이 크게 외쳤다.

양태천, 소홍 등은 강한 초식과 법보를 드러냈다.

빛이 사방팔방으로 뿜어져 나가 호수 중앙으로 날아갔다.

기혈호는 크지 않았다.

그들은 호수 중앙과 불과 몇십 장 떨어져 있었다.

몇십 장의 거리는 무인들에게 순식간이었다.

쿵!

별안간 폭발 소리가 들렸다.

진남이 태고의 맹수처럼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는 순식간에 양태천 등을 전부 따라잡았는데, 그 속도가 엄청났다.

"빠르구나!"

양태천 일행은 깜짝 놀랐다.

"내가 막겠소!"

설무극이 길게 울부짖더니 온몸에서 빙설을 끝없이 뿜어냈다.

빙설은 커다란 입으로 변해 진남을 물었다.

그는 이번에 청룡 비경에서 수확이 많았으며 실력도 많이 제고되었다.

그래서 설무극은 단 한 초식만으로 진남을 진압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만만했다.

"꺼져라!"

진남은 검은 머리카락을 미친 듯이 날리며 주먹을 날렸다.

수많은 봉황지화(鳳凰之火)가 하늘로 날아올라 얼음과 눈을 전부 녹였다.

나머지 화염의 힘은 무자비하게 설무극의 몸에 떨어져 타격을 입혔다.

설무극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진남의 힘이 이렇게 무서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다급해진 그는 빙설으로 한 층의 얼음 방패를 만들어 저항하였다.

탕!

빙설 방패가 폭격에 의해 모두 터졌다.

설무극도 봉황지화에 맞아 날아갔다.

"이럴 수가!"

양태천과 소홍도 깜짝 놀란 눈치였다.

"설무극은 호법 순위 이 위다. 그런데 그가 진남의 초식을 막지 못하다니?"

그들은 진남이 뇌수, 화심을 융합하고 성공뇌의와 봉황화의를 장악하였다는 것을 몰랐다.

설무극 같은 실력은 진남의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청심당마! 모든 사악한 것들을 진압하고 죽여라!"

진남은 큰 종으로 변했다. 큰 종은 성공뇌정을 감고 있어서 위력이 더욱 강대해졌다.

종이 양태천과 소홍 등을 속에 가두고 힘껏 두드렸다.

거대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뎅! 뎅! 뎅! 뎅!

양태천, 소홍 등은 예상치 못한 빠른 공격에 미처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거대한 종의 공격을 받아 튕겨 나갔다.

이와 동시에 묘묘 공주 등이 호수 중앙에 있는 돌기둥으로 달려갔다.

"진남!"

양태천은 분노하여 포효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 녀석 실력이 어떻게 이렇게나 늘었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남은 그에게 쫓겨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 방으로 그들을 격퇴했다.

"연합합시다!"

설무극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급히 날아와 악을 쓰며 소리쳤다.

두 인재는 모두 비범했다.

그들은 즉시 손을 잡고 하나는 왼쪽에서, 하나는 오른쪽에서 진남을 향해 돌진했다.

"잠시 후에 혼내주마!"

진남은 싸늘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한번 힐끗 보더니 발끝으로 땅을 치고 번개처럼 날아올랐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호수 면을 자르면서 돌기둥으로 향했다.

"안 돼!"

양태천과 설무극은 얼굴빛이 변했다.

진남의 속도를 막기에는 둘 다 역부족이었다.

"진남! 전승을 얻을 생각하지 마라!"

이때 호통 소리가 들렸다.

소홍이었다.

호수 위로 날아오른 소홍의 등 뒤로 여섯 개의 푸른 빛이 반짝였다.

푸른 빛 속에는 흑백이 교차된 검은 바둑판이 떠 있었다.

소홍이 기염을 토하며 크게 손을 휘두르자 바둑판 무혼이 확대되어 호수를 뒤덮었다.

바둑판으로부터 여러 개의 빛이 내려와 진남과 묘묘 공주의 몸에 들어갔다.

"이건……."

진남 등의 몸이 굳었다.

"움직이거라!"

소홍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진남 일행은 스스로 몸을 통제할 수 없어 거꾸로 날아가 눈 깜짝할 사이에 호숫가로 끌려 나왔다.

바둑판 무혼은 사람들의 몸에 빙의되어 사람을 바둑돌로 만들고 무혼의 주인에게 조종당하게 했다.

"돌격하라!"

양태천 등은 기쁜 표정으로 빨리 달려들었다.

"안 돼!"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멈춰라!"

묘묘 공주, 사마공, 주립청, 엄자함 등은 모두 강한 공격을 하거나 무혼을 방출하여 능력을 폭발시켰다.

"빙설 세계!"

설무극과 설무흔이 몸을 날려 두 손을 한데 움켜쥐고 등 뒤에 무혼을 드러냈다.

수많은 얼음과 눈이 흩날리더니 순식간에 하나의 거대한 얼음벽으로 응집되어 사람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모든 공격이 얼음벽에 부딪혔지만, 폭발만 일으켰을 뿐 얼음벽을 파괴하지는 못했다.

"움직이거라!"

소홍은 재차 손가락을 움직여 진남의 몸을 조종하려 하였다.

이때 묘묘 공주가 손을 들어 올리자 손바닥에 커다란 깃발이 나타났다.

하늘을 향해 깃발을 흔들자 수많은 회색 불꽃이 순식간에 바둑판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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