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화 다시 만난 묘묘 공주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소?"
진남은 살짝 놀랐다.
"우리 셋이 돌아가면서 기다렸어. 지금 당장 사마공과 주립청에게 알릴게."
엄자함은 손바닥을 들어 전음을 내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마공과 주립청이 부랴부랴 나타났다.
둘은 숨을 헐떡거리며 흥분했다.
"하하! 난 자네가 안 죽을 걸 알았소."
사마공은 숨을 돌리고 크게 웃었다.
주립청은 할 말이 아주 많았는데, 정작 진남의 얼굴을 보니 한마디도 못 하고 실없이 웃기만 했다.
진남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번 일을 통해 진남과 셋은 많이 가까워졌다.
"진남, 네 기운이……."
엄자함이 먼저 이상함을 느꼈다.
진남은 여전히 무왕 경지 정상급의 기운이었지만, 몸속에 다른 힘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그녀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마공과 주립청도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살펴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남은 웃으면서 이번 일을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혼돈지기를 감추고, 모두 어떤 선배를 만나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선배가 두 종족과 깊은 친분이 있었다고 했다.
"정말로 두 종족이 우리를 지켜준다고 했소?"
사마공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마공, 엄자함, 주립청이 동시에 헛숨을 들이켜더니 이내 흥분했다.
'두 종족이 뒤를 봐준다니! 이제 청룡 비경 안에서 누굴 무서워할 필요가 있을까?'
"아! 이걸 잊어먹고 있었네."
사마공이 외쳤다.
"아까 묘묘 공주가 나에게 전음했소. 자네더러 얼른 청룡 성주 전승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했소."
"성주의 전승이 있는 곳?"
진남은 깜짝 놀랐다.
기우 순위에 나오기로, 성주의 전승이 있는 지도를 얻으려면 어마어마한 점수가 필요했다.
"기우 순위를 먼저 확인해보시오. 그럼 묘묘 공주가 한 달 동안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 수 있을 거요!"
사마공은 부러운지 말투에 질투가 섞였다.
엄자함과 주립청은 존경심이 살짝 드러났다.
진남은 청룡 옥간을 열어보고 경악했다.
기우 순위에는 소식이 엄청 많았다.
검존삼식 기우 묘묘 공주 획득.
고구요혈 기우 묘묘 공주 획득.
장 봉주 전승 묘묘 공주 획득.
…….
이런 소식이 예순세 개나 있었다.
십육 봉 대비의 기우가 모두 백여 개밖에 안 되는데 묘묘 공주 혼자 그 절반을 획득한 것이었다.
불과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양태천도 겨우 두 개의 기우를 얻었다.
그것도 하위권 기우라서 혈교 동굴보다도 못했다.
양태천이 이러한데 기타 인재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제자 순위를 봅시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빨리 훑어봤다.
그는 또다시 아연실색했다.
일 위, 묘묘 공주 구천구백구십만 점
이 위, 양태천 삼백칠십사만 점
삼 위, 설무극 백육십만 점
사 위, …….
'구천구백구십만 점이라니!'
묘묘 공주의 점수는 양태천의 스무 배를 훌쩍 넘었고, 설무극의 칠십여 배나 되였다.
'그녀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요괴들을 죽인 걸까?'
"허, 묘묘 공주는 이제 재산이 어마어마하겠구나……."
진남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이번의 십육 봉 대비는 그녀가 일 위를 차지할 것이 틀림없다. 게다가 이토록 좋은 것들을 모두 긁어모았으니, 십육 봉 대비가 끝난 후 경지가 몰라보게 발전할 것이다.'
웅웅.
이때 사마공의 허리춤의 전음영패가 진동했다.
"묘묘 공주요."
사마공은 빨리 전음 영패를 진남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묘묘 공주를 만났을 때 그녀는 자네와 연락하기 위해 특별한 전음 영패를 남겨줬소."
진남은 즉시 신념을 보냈다.
묘묘 공주의 목소리가 즉시 울려 퍼졌다.
진남, 나 엄청 대단하지? 아, 이럴 때가 아니야. 너 얼른 사마공을 따라 청룡 성주의 전승이 있는 곳으로 오너라. 내가 어마어마한 것을 발견했다. 너와 인연이 깊은 것이다."
'뭐라고?'
진남은 의구심이 들었다.
'청룡 성주의 전승은 청룡 성주가 남긴 것일 텐데, 또 뭘 남겼기에 나와 인연이 깊다는 거지?'
묘묘 공주 잠깐 침묵하더니 말투가 엄숙해졌다.
성주 전승은 너를 위해 남긴 것이다. 이 안에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데, 용호산맥에서 만난 신물과 똑같이 강렬한 기운이 느껴진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용호산맥의 신물? 전신의 왼쪽 눈을 말하는 거야?'
진남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기운이 똑같다면 청룡 전승에 전신의 몸 일부가 들어 있다는 말인가?'
"사마공, 저를 성주 전승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십시오."
진남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소."
사마공 일행은 서로 마주 봤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지만, 진남의 표정을 보니 성주 전승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것 같았다.
사마공이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진남이 뒤에서 따랐다.
그의 표정은 평온했지만, 마음속에는 파도가 일렁거렸다.
'성주의 전승에 전신의 일부가 들어있다니……. 청룡 성주는 어떻게 얻은 걸까? 그리고 청룡 성주는 대체 누구일까?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걸까?'
많은 의문이 들어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청룡 성주의 전승이 있는 곳은 그들이 있던 곳에서 불과 오백여 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반 시진이 지난 후 그들은 절반까지 왔다.
이때 진남의 왼쪽 눈에서 뜨거운 열기가 타올랐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전신의 왼쪽 눈이 뛰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 느낀 것 같았다. 용호 산맥에서와 같은 증상을 보였다.
진남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계속 앞으로 향했다.
그가 오십여 리를 더 가자 왼쪽 눈은 더 격렬하게 뛰었다.
마치 왼쪽 눈에서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에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청룡 성주의 전승이 있는 곳에 전신의 신체 부위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전신의 신체 부위부터 가져오자!'
진남은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하나도 해결할 수 없었다.
깊이 생각하는 것보다 전신의 신체 일부를 얻고 무종 경지 정상급으로 빨리 진급하고 청룡 성주를 찾아가는 편이 나았다.
그들은 걸음을 재촉해 전승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 *
같은 시각 청룡 비경, 어느 산.
산 위에 두 그림자가 서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양태천이었다.
양태천의 옆에 있는 청년은 소박한 차림에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의 모습에선 뼛속까지 도도함이 느껴졌다.
만약 다른 제자가 여기에 있다면 이 자가 소씨 가문의 세 아들 중 둘째이자 도성의 후계자인 소홍(蕭鴻)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었다.
"방금 소식이 왔는데 묘묘 공주가 청룡 성주 전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고 하오."
양태천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양태천은 아버지의 지시로 진남을 상대하러 청룡 비경에 왔다.
그리고 청룡 성주가 자신의 전승이 청룡 비경에 있다고 하자 그는 어떻게든 얻으려고 했다.
다만 묘묘 공주가 이 정도로 강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직까지 그는 진남을 제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청룡 성주의 전승도 얻지 못했다.
"걱정 마시오. 내 예상대로라면 묘묘 공주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진남을 청룡 성주 전승이 있는 곳으로 불러들일 거요."
소홍이 느릿느릿 말했다.
"우리는 그들이 만날 때 일망타진하면 되오."
양태천은 의아했다.
"우리가 어떻게 그들의 위치를 찾소?"
"강벽난 성녀는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내게 이보를 줬소. 이보를 통해 우리는 청룡 성주의 전승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소."
소홍이 담담하게 오른손을 뒤집자 그의 손에서 고경(古鏡)이 하나 나왔다.
고경엔 여섯 마리의 큰 금룡이 휘감겨 있었는데, 각각의 큰 용은 모두 다섯 개의 발톱을 지니고 있었다.
"오발 금룡! 하늘을 탐험하며 전승을 찾아라!"
소홍이 크게 외치더니 고경 속으로 힘을 가했다.
고경에서 포효하는 소리가 나더니, 여섯 마리의 오발 금룡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 먼 곳으로 사라졌다.
얼마 안 돼 고경에서 빛이 나타났다.
그들의 위치에서 겨우 백여 리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대단하오."
양태천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는 그저 잔재주를 부릴 뿐이니 진남을 상대할 때는 역시 양형이 나서야 하오."
소홍이 티 나지 않게 아부했다.
"그거야 문제없지."
양태천은 싸늘하게 웃었다.
이번 십육 봉 대비에서 그의 아버지는 진남이 죽음의 바다에 대한 계획에 영향을 줄까 봐 여러 가지 수단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뜻밖에 소씨 가문 첫째와 상도맹의 성녀 강벽난이 진남을 상대하려고 소홍을 보낸 것이었다.
지금 그는 소홍과 손을 잡았다.
'게다가 설무극까지 우리 편이니 진남이 죽지 않고 배기겠는가?'
"설무극에게 전음하겠소!"
소홍이 전음을 한 후 양태천과 눈길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 * *
"다 왔소."
사마공은 걸음을 멈추었다.
진남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앞에 호수가 나타났는데, 호수 전체가 기이한 혈색을 띠고 이상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호수 한가운데 평범하게 보이는 돌기둥이 서 있었다.
"청룡 성주의 전승이 바로 저 돌기둥 안에 있다."
진남의 왼쪽 눈은 더욱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호수에 아주 기괴하고 어떤 위험이 숨어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진남!"
이때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키가 큰 소녀가 걸어왔다.
검은 머리를 높이 올린 소녀은 흰 얼굴에 검은 눈을 반짝였다.
마치 선녀가 인간세상에 온 것처럼 기질이 고상했다.
사마공과 주립청은 그녀의 미모에 감탄했다.
진남도 깜짝 놀랐다.
묘묘 공주는 키가 더 큰 것 같았다.
전에는 열대여섯 살 정도 돼 보였으나, 지금은 열여덟 살 같아 보였다.
"이 호수는 기혈호이다. 어떠한 생명도 그 안에 들어가면 힘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호수에 모든 걸 부식시키니 유골조차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공주는 엄자함을 힐끗 보더니, 계속하여 말했다.
"청룡 성지의 전승을 찾았다. 규칙대로라면 여덟 시진이 지나면 기혈호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여덟 시진?"
진남은 넋이 나갔다.
그는 심신을 다스리고 조급하지 않도록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그래, 그리고 방금 어떤 사람이 법보를 써서 여기를 정탐했다. 아마 청룡 성주의 전승이 있는 곳은 이미 폭로되었을 거다."
묘묘 공주가 말했다.
사마공과 진남은 서로 마주 보며 같은 이름을 떠올렸다.
'양태천!'
그는 진남이 청룡 성주의 전승이 있는 곳에 올 거라는 확신을 갖고 이곳을 지켜봤을 것이다.
그는 최후의 결전을 하려고 할 게 분명했다.
진남의 눈이 싸늘해졌다.
"오도록 놔둬."
"그래, 나도 마침 가난해서 강탈 좀 해야겠어."
묘묘 공주는 웃으니 눈이 달처럼 가늘어졌다.
사마공은 입가가 떨렸다.
'예순세 개의 기우를 싹쓸이한 사람이 가난하다고?'
"일단 기다립시다."
진남이 말없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전신의 다른 신체 부위가 나타나서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전처럼 침착해져야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을 테고, 그래야만 전신의 다른 부위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었다.
사마공, 엄자함, 주립청은 상황 파악을 하고 역시나 말없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묘묘 공주는 커다란 돌 위에 앉아 작고 하얀 손으로 턱을 괴고 기혈호의 돌기둥을 살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 번씩 진남을 힐끗 보며 대견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