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화 구룡금문원영
진남은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결심을 내리고 말했다.
"혼돈지기를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
노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단단히 뜯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놈은 반드시 삼백 개의 원석을 토해내야 합니다."
진남의 기세가 돌변하더니 살벌한 표정으로 검은색 요수를 가리켰다.
검은색 요수는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표시했다.
'이 인간 너무 속이 좁은 거 아니야? 고작 원석 삼백 개로 이럴 게까지 집착하다니?'
노인과 요수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진남이 엄청나게 많은 걸 요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이렇게 쉬운 요구를 제시할 줄이야!
"소흑(小黑)!"
기운이 쇠한 노인은 얼굴이 굳어졌다.
소흑이라 불린 요수가 몸을 흠칫 떨었다.
소흑은 천하에 무서운 게 없었지만, 노인은 살짝 두려웠다.
요수는 억울해서 입을 삐죽거리더니 삼백 개의 원석을 전부 토해냈다.
그리고 진남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짐짓 포효하는 척했다.
진남은 본 척도 하지 않고 요수를 걷어찼다.
이를 본 다른 요수들은 입꼬리가 떨렸다.
"여기 있습니다."
진남은 혼돈지기를 날려 보냈다.
"역시 본원지기군……."
혼돈지기를 흡수한 후, 노인은 바로 얼굴에 혈기가 돌고 안색이 환해졌으며 생기가 가득했다.
그는 기쁘기 그지없었다.
"진 공자, 고맙소. 이건 뇌수요."
그는 손가락을 튕겨 파란색 액체 한 방울을 날려 보냈다.
방원 삼 리가 어두워졌다.
은은한 어둠 속에서 수많은 뇌정이 끊임없이 포효했다.
진남은 왼쪽 눈으로 액체에 엄청난 뇌정지력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뇌정지력은 태고의 하늘에서 온 것으로 성공지뇌라고 했다.
성공지뇌는 뇌겁지력보다 더 강했다.
'엄청난 보물이구나!'
진남은 기쁜 표정을 살짝 드러내더니 뇌수를 저장 주머니에 넣고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이때 화염 노인이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
"진 공자, 본원지기는 어떻게 얻었소?"
"노화(老火), 본원지기를 얻기는 무척 힘들 것이오."
기운이 쇠한 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나를 얻는 것도 커다란 기연이 있어야만 가능할 거요."
화염 노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도 알고 있었다. 굳이 물어본 것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혼돈지기 말씀입니까? 만약 원석만 충분하다면 얻을 수 있습니다."
진남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의 말이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파문을 일으켰다.
기운이 쇠한 노인, 화염 노인 그리고 검은색 요수까지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본원지기를 원석으로 얻을 수 있다니?'
"그게 진짜요?"
화염 노인은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코 구멍에서 불이라도 뿜을 것 같았다.
"당연히 진짜지요."
진남이 담담하게 말했다.
혼돈지기를 더 얻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요수들이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진남은 그들과 거래를 해서 더 많은 원석이나 뇌수처럼 수련에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진 공자, 나에게 백여 개의 원석이 있소. 혹시 보여줄 수 있소?"
화염 노인은 가지고 있던 원석을 전부 꺼냈다.
그 외에 기운이 쇠한 노인과 다른 요수들도 가지고 있는 원석을 전부 꺼냈다.
모두 오백여 개의 원석이 있었다.
진남은 요수들이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기쁨을 겨우 감추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두 손은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오백 개의 원석을 삼키기 시작했다.
요수들은 눈을 크게 뜨고 겨우 무왕 경지의 진남이 원석을 삼키는 모습을 집중해서 지켜봤다.
두 시진이 지나자 진남은 오백여 개의 원석과 가지고 있던 삼백여 개의 원석을 전부 삼켰다.
구백 개의 원석으로 세 개의 혼돈지기를 만들어냈다.
"아직도 진급은 못 하는군……."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의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본 기운이 쇠한 노인과 다른 요수들은 마음이 철렁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혼돈지기를 못 만든 것인가?'
"진 공자……."
화염 노인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오백여 개의 원석으로 혼돈지기 하나를 만드는 건 어려운 게 분명하오. 그러니 마음에 두지 마시오. 그래도 혹시 진 공자가 혼돈지기를 얻게 되면 나를 잊지 마시오. 내 반드시 귀한 보물로……."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진남이 옅은 미소를 짓더니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바닥 위에 하나의 혼돈지기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화염 노인은 말문이 턱 막혔다.
요수들은 다들 경악했다.
'이, 이게 가능하다니!'
허!
화염 노인과 기운이 쇠한 노인은 다시 헛숨을 들이켰다.
'원석으로 혼돈지기를 만들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진 공자, 이건 우리 종족의 보물 화심이오. 우리 종족은 세 번 탈바꿈해야 하나의 화심을 얻을 수 있소. 화심은 봉황 화염의 신비를 담고 있다오."
화염 노인은 손바닥을 뒤집더니 화염으로 만들어진 심장을 꺼냈다.
화심이 나타나자 사방팔방의 온도가 급속도로 높아졌다. 마치 허공도 녹일 것만 같았다.
"좋습니다."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더니 혼돈지기를 날려 보냈다.
"진 공자, 혹시 나에게 혼돈지기를 더 준비해줄 수 있겠소? 뇌수를 더 줄 수 있소."
기운이 쇠한 노인은 그 광경을 보자 얼른 입을 열었다.
다섯 개의 혼돈지기를 얻으면 바로 요존 경지로 진급할 수 있었다.
"원석만 있으면 됩니다."
진남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뇌수와 화심은 그의 수련에 커다란 도움을 가져다 줄 것이었다.
거기다 요수들에게 원석을 얻어오라고 하면 전신의 혼을 진급하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었다.
"그게……."
기운이 쇠한 노인은 난감했다.
그들은 혈교 요황과 달리 반짝거리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원석은 그들의 수련에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두 종족은 원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방금 오백여 개의 원석도 평소에 아무렇게나 거둔 것들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진남은 조금 실망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의 균형을 잡았다.
원석이 더 없다고 해도 이번에 양대 요족을 만나 얻은 수확은 이미 매우 컸다.
"진 공자, 우리 영지로 가서 폐관 수련하는 게 어떻소?"
기운이 쇠한 노인이 요청했다.
진남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거절하지 않고 따라나섰다.
성공뇌수의 부락은 낡은 수림의 깊은 곳에 있었다.
부락은 뇌정목으로 덮여있었는데 번개의 기운이 짙어 수련하기 적합했다.
진남은 기운이 쇠한 노인과 화염 노인 그리고 요수들과 간단한 교류를 한 후 가부좌를 틀고 앉아 폐관 수련을 시작했다.
'시작해보자!'
진남은 뇌수 한 방울과 화심을 끄집어내서 단숨에 삼켰다.
쾅!
강한 뇌정지력과 화염지력이 그의 몸에서 터지더니 칠룡금문원영 속으로 스며들었다.
진남은 심신을 전부 성공뇌정과 봉황화염의 신비를 깨닫는 데 집중했다.
진남이 폐관 수련을 할 때 청룡 비경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수많은 전투가 끊임없이 벌어졌다.
진남은 이런 것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 * *
한 달 후, 뇌정 목 아래.
진남이 두 눈을 번쩍 떴다.
쿵!
그의 왼쪽 눈에 수많은 번개가 서로 뒤엉킨 것이 마치 별이 가득한 밤하늘 같았다.
태고지뇌가 번쩍이자 강한 위압감과 엄청난 힘을 풍겼다.
진남의 눈은 마치 성공뇌동 같았다.
화르륵.
곧이어 진남이 온몸에 화염이 활활 타올랐다.
화염은 뜨겁기 그지없었는데 만물을 불태울 것 같았고 위력도 크게 늘어났다.
그는 뇌수와 화심의 모든 정수를 칠룡금문원영에 융합시켰다.
다음 순간 칠룡금문원영이 일곱 번 하늘 땅을 뒤흔드는 울음소리를 냈다.
원영은 안에서부터 수많은 금광을 뿜더니, 두 개의 금색 용 무늬로 변해서 원영을 감쌌다.
펑!
진남의 온몸의 기운이 폭발했는데, 무종 경지 구 단계와 비슷했다.
"드디어 구룡금문원영이 되었구나. 이제 혼돈지기를 불어넣으면 십룡금문원영이 될 수 있을 테야. 그러면 무종 경지 십 단계와 비슷해질 수 있을 거고. 게다가 천지뇌겁까지 불러오면 무황 경지를 돌파할 수 있어."
진남은 눈이 빛났다.
그는 남은 두 개의 혼돈지기를 움직였다.
이때, 그의 뇌리가 흔들리더니 구리거울에서 하얗고 가느다란 손이 나와서 혼돈지기를 잡아 삼켰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아직 나한테 여덟 개 빚졌어."
"……."
진남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이번에 구리거울이 큰 도움을 주었으니 혼돈지기를 그녀에게 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됐다. 한 달도 더 지난 것 같으니 이제 출관하자!"
진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의 두 눈에 살기가 이글거렸다.
지난번에 양태천에게 쫓겼으나, 이제는 실력이 강해져서 그를 누를 수 있었다.
"진 공자, 경지가 진보한 것을 축하하오."
이때 기운이 쇠한 노인이 허공에서 내려와 웃으며 말했다.
한 달 동안 그는 생기가 가득해졌고, 경지도 대단해서 끝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진 공자, 자네에게 아직 내 이름을 안 알려줬소. 나는 뇌폭(雷暴)이라 하오."
기운이 쇠한 노인이 계속 말했다.
"진 공자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하러 온 거지? 이 영패를 받으시오. 다음에 뇌수를 더 얻고 싶으면 영패를 통해 나를 찾으면 되오. 물론 위험한 상황에서도 영패로 나를 부를 수 있소. 성공뇌수 종족은 반드시 최선을 다해서 자네를 도울 거요."
"진 공자, 내 이름은 화패(火霸)라고 하오. 이건 화익조 영패요. 이 영패를 통해서 우리를 찾아와도 반드시 최선을 다해 돕겠소."
화염 노인도 허공을 넘어서 나타났다.
그들의 태도는 진남의 혼돈지기 때문이었다.
이후에도 진남과 사이좋게 지내면 계속 혼돈지기를 얻을 수 있었다.
충분한 혼돈지기가 있다면 두 종족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할 것이었다.
요존, 요성 심지어 더 높은 경지를 돌파하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
"그게……."
진남은 두 영패를 받고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양대 종족의 영패라니!'
성공뇌수와 화익조 두 종족을 합치면 서른여 마리의 요수가 있었다.
요수들은 다들 요황 경지 정상급의 실력이었다.
뇌폭과 화패는 심지어 반보 무존 경지였다.
그들은 설령 무존 경지와 맞닥뜨려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이제 진남은 두 종족을 등에 업었으니 십육 봉 대비에서 두려워할 것이 전혀 없었다.
양태천이나 다른 인재들이 서로 연합한다고 해도, 심지어 양 봉주가 직접 나타난다고 해도 진남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족장 어르신들 고맙습니다."
진남은 가슴 속의 열기를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공수하며 말했다.
"진 공자, 예를 차리지 마시오."
뇌폭과 화패에겐 이 정도의 도움은 말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사소한 것이었다.
뇌폭과 화패와 잠깐 대화를 나눈 진남은 지체하지 않고 혈교 동굴로 돌아갔다.
진남이 혈교 동굴에 막 도착했을 때 놀라고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진남, 진짜 살아있었구나!"
목소리의 주인공은 엄자함이었다.
엄자함은 감격해서 얼굴이 새빨개졌다.
저번에 도망간 뒤 사마공은 진남이 꼭 살아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들은 돌아가면서 이곳에서 진남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그녀의 차례였는데 정말로 진남이 죽지 않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