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검은색 요수
이때였다.
혈색 심장이 깨지면서 사방 몇십 리에 이변이 휩쓸었다.
적지 않은 무종 경지의 요수들이 놀라더니 눈을 반짝이며 달려왔다.
요수들도 예전부터 혈교 동굴의 많은 보물에 대해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혈교 요황의 위엄과 강한 금제가 그들의 마음속에 깊이 박혀있었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으니 그것들도 가서 확인하려고 했다.
그때 별안간 작은 짐승 한 마리가 수림에서 뛰쳐나왔다.
그것이 나타나자 난리를 치던 무종 경지의 요수들이 무서운 존재를 만난 듯이 표정이 변하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작은 짐승은 외형이 고양이 같았는데, 이마에 금색 무늬가 다섯 개 있었다.
그 기운은 요왕이 되기에 조금 부족했다.
그것은 몇십 마리 무종 경지의 요수들의 주목을 받으며 나른한 걸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작은 짐승은 가끔씩 이를 드러내고 포효했다.
이에 무종 경지의 요수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서 도망갔다.
그것의 새까만 눈동자는 그 모습이 무척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작은 짐승은 계속 걸어서 혈색 작은 산에 도착하자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떴다.
* * *
동굴 내부.
"진남, 네 동술이 이런 경지에 이르렀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주립청이 먼저 감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불복하려고 해도 안 될 상황이었다.
엄자함은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
그러나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말하지 못하고 한참을 참았다.
"잔재주일 뿐이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모든 원석을 나에게 줄 수 있소? 나에게는 원석이 엄청 중요하오!"
"그래!"
주립청과 엄자함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원래 보물을 바라고 혈교 동굴에 온 것이었다.
게다가 진남이 거의 혼자서 힘을 썼기 때문에 이의가 없었다.
"고맙소!"
진남은 정중히 고마움을 표하고 사양하지 않았다.
그는 육백여 개의 원석을 가지고 한쪽에 앉았다.
"보물을 나눕시다!"
사마공은 흥분해서 보물을 나누기 시작했다.
한참 후 셋은 모두 만족스럽게 웃었다.
엄자함도 이번에는 예외가 아니었다.
혈교 동굴에 와서 수확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서둘러 떠나지 않았다.
동굴 밖에서 울리는 짐승 울음소리로 보아 적지 않은 요수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은 영약 등을 연화하고 경지를 높이는 게 나았다.
"육백 개의 원석으로 전신의 혼을 승급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진남은 세 사람을 힐끗 보더니 혼잣말을 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두 손을 번개처럼 내밀어 원석들을 끊임없이 삼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머지 셋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원석을 삼키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열 개!
스무 개!
칠십 개!
진남이 무려 삼백 개의 원석을 삼켰을 때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전신의 혼이 가볍게 떨리더니 묘한 느낌이 진남의 머리에 떠올랐다.
솨!
진남은 다시 광활한 어둠 속의 태고의 세계에 들어가 조용히 떠다녔다.
슉!
태고의 세계에서 혼돈지기 하나가 날아와 진남의 몸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나타났다!'
진남은 기뻤다.
혼돈지기는 작용이 무궁무진했다.
칠룡금문원영에 녹아들면 경지를 높일 수 있었다.
'전신의 혼은 현급 십품이 된 후 삼백 개의 원석이라야 한 개의 혼돈지기를 탄생시킬 수 있어. 지금 나에게 삼백 개의 원석이 남았으니 혼돈지기를 하나 더 탄생시켜야겠어. 혼돈지기로 원영을 꽤나 강대하게 만들 수 있을 거야.'
진남의 눈에 불이 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다시 손을 내밀어 원석을 삼키려했다.
이때, 검은 그림자가 번개처럼 동굴로 날아 들어왔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진남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앞에 있던 원석 삼백 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검은 그림자가 쌩하고 지나가자 사마공, 엄자함, 주립청 앞에 있던 영약이 모두 사라졌다.
"누구야!"
진남 일행은 깜짝 놀라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검은색 고양이가 보였다.
고양이는 모든 걸 다 털고 난 뒤 입꼬리를 올리고 비아냥거렸다.
그리고 엉덩이를 흔들며 뒷걸음질을 하더니 번개처럼 날아갔다.
'무왕 경지의 요수? 어떻게 들어왔지?'
수많은 의혹이 진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도망가려고?"
진남은 의혹들은 제쳐두었다. 그의 왼쪽 눈에 번개가 번쩍이고 얼굴에 분노가 일었다.
그가 발을 구르자 온몸에 화염이 일었다. 진남은 얼른 쫓아나갔다.
사마공, 엄자함, 주립청도 발끈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요수 주제에 우리 물건을 빼앗아가고 비웃기까지 하다니?'
그들은 동시에 동굴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무왕 경지 정상급인 요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그들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검은색 요수는 순식간에 그들을 일 리나 떨구었다.
"뇌겁좌동!"
진남은 검은색 요수의 몸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왼쪽 눈에서 번갯불이 번쩍이더니 일 리를 넘어서 그것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검은색 요수는 불현듯 날아오는 공격에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그러더니 온몸에서 빛이 번쩍번쩍 나더니 속도가 빨라져서 겨우 위험에서 벗어났다.
사마공, 엄자함, 주립청도 살초를 날리고 법보를 사용하며 같이 공격했다.
검은색 요수는 당황했다.
그는 이번에 위험한 상대를 만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무, 무무, 무무."
검은색 요수는 끊임없이 공격을 피하면서 입을 쩍 벌리고 소리를 질렀다.
쿵!
진남의 머리 위쪽 하늘이 어두워졌다.
요종 경지의 정상급인 큰 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큰바람을 일으켰다.
큰 새는 검은색 요수를 발견하고 울부짖더니 급하강했다.
그리고 발로 요수를 잡고 날아가려고 했다.
사마공과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에 흠칫했다.
무왕 경지 정상급에 이렇게 빠른 속도, 그리고 요종 경지 정상급의 요수까지 구원에 동원하다니 검은색 요수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검은색 요수는 위험에서 벗어나자 얼굴에 조소가 다시 떠올랐다.
무척이나 의기양양한 것 같았다.
"저놈이!"
진남의 몸에서 엄청난 화가 터져 나왔다.
'삼백 개나 되는 원석은 또 얼마나 공들여야 얻을 수 있을까. 감히 내게서 원석을 빼앗아가? 나는 네가 누구든지 상관없다!'
"내려와라!"
진남이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사마공 등이 넋을 놓고 바라보는 가운데 진남은 입을 벌려 원영을 토했다.
화염이 이글거리는 원영은 마치 화구처럼 발사되어 큰 새의 날개를 맞혔다.
큰 새는 아파서 울음소리를 냈다.
두 발에서 힘이 빠지자 검은색 요수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검은색 요수의 의기양양하던 표정이 그대로 굳어 검은 눈동자는 넋이 나갔다.
검은색 요수는 무왕 경지 정상급인 사람들이 무종 경지 정상급인 요수를 때려잡을 수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위기감이 검은색 요수의 마음에서 솟구쳤다.
검은색 요수는 당황해서 온몸의 빛을 활짝 펼쳐 완전하지 않은 날개를 만들더니 펄럭거리며 날아가려고 했다.
무종 경지 정상급의 큰 새도 정신을 차리고 큰소리로 부르짖더니 깃털을 털어 폭풍우를 만들어 진남을 덮었다.
"내려와!"
진남의 온몸의 뇌화가 순식간에 터졌다.
뇌화를 하늘을 향해 휘감자 깃털이 모두 말려서 산산조각이 났다.
달아나려고 하던 검은색 요수도 이에 말려 들어갔다.
진남은 힘을 자신의 앞으로 확 끌어당겼다.
"전부 뱉어내!"
진남은 큰 손을 뻗어 검은색 요수의 목을 졸랐다.
그는 두 눈에 불이 일고 살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이 마치 뇌신 같았다.
무종 경지 정상급인 큰 새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바로 아래로 달려들려고 했으나 진남의 기세에 눌리고 검은색 요수가 다칠까 봐 함부로 공격하지 못했다.
사마공 등은 넋이 나갔다.
그들은 이렇게 화난 진남을 처음 보았다.
"무무, 무무, 무무."
침착함을 되찾은 검은색 요수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들먹거리며 작은 발을 계속 푸드득거렸다.
진남에게 '나더러 토해내라고? 어림도 없어. 나대지 마, 나는 믿는 구석이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믿는 구석이 있다고? 토하는지 토하지 않는지 두고 보자!"
진남은 속에서 화가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믿는 구석이 있어? 내 단약을 빼앗아? 네가 누군지 알 게 뭐야!'
진남은 주먹을 휘둘렀다.
화염이 터지며 검은색 요수를 힘껏 아래로 내리쳤다.
펑! 펑! 펑! 펑! 펑!
큰소리가 수림에서 울려 퍼졌다.
공중에서 맴돌던 큰 새도 당황하고 검은색 요수도 당황했다.
'이 인간이……. 정말 감히 손찌검을 하다니?'
"무무!"
검은색 요수는 아파서 울부짖었다.
검은색 요수는 엄청난 분노를 터뜨리며 귀가 아플 정도의 비명을 질렀다.
웅!
수림에 있는 모든 기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사방팔방의 땅이 모두 끊임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사마공 등은 얼굴빛이 확 변했다.
그들의 추측이 맞는다면 검은색 요수는 신분이 대단했다.
쿵!
이내 커다란 소리가 들리더니 그들 머리 위의 하늘이 어두워졌다.
길이가 무려 사십 장이나 되는 큰 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새의 두 날개에는 마치 불이 달린 것만 같았다.
새는 빙빙 돌며 날아왔는데 황자의 위엄이 사방을 휩쓸었다.
요황이었다.
그것도 요황 경지의 정상급이었다.
"화익조! 화익조다!"
사마공, 엄자함, 주립청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화익조, 청룡 비경 요수 순위 이 위.
봉황의 핏줄을 가진 종족의 최강자로, 이미 반보 무존 경지에 이르렀다.
쾅! 쾅! 쾅! 쾅!
연이은 폭발음이 허공에 울려 퍼지고 여러 마리의 화익조가 마치 먼 곳에서 건너온 것처럼 동시에 나타나 방원 팔 리의 하늘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마치 세계 종말이 온 것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화익조 여덟 마리가 나타났다.
여덟 마리의 화익조는 모두 아래로 내려다보다가 검은색 요수를 잡고 있는 진남을 발견했다.
그것들은 화를 내며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하늘은 소리에 흔들려 언제든 부서질 것 같았다.
수림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종 경지의 요수들은 부름을 받은 듯 천지를 뒤흔들 듯 포효하며 휙휙 허공을 뚫고 들어와 수림을 가득 채웠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방 십 리 안에 여덟 마리의 화익조와 사십여 마리의 거대한 요종들이 가득했다.
"어떤 놈이 이렇게 배짱이 큰 게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차가운 목소리가 허공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여덟 마리의 화익조와 수많은 요수들 위에 거대한 먹구름이 세차게 밀려오더니 방원 십삼 리를 덮었다.
사지가 굵고 소처럼 생겼으며, 파란색 털을 가진 거대한 짐승이 나타났다.
그것은 번개가 번쩍이는 두 눈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사마공 등은 넋이 나갔다.
"성공뇌수?"
성공뇌수가 나타났다.
성공뇌수는 청룡 비경에서 순위가 일 위인 요수였다.
성공지뢰를 장악해서 힘이 엄청났다.
성공뇌수가 앞장서고 여덟 마리의 화익조 그리고 사십여 마리의 요종 경지 정상급이 뒤따랐다.
일반 무존 경지 강자라면 건드릴 엄두조차도 못 낼 정도의 무리였다.
그들은 오직 검은색 요수를 위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