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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56화 (256/1,498)

256화 혈교 동굴

길에서 이들은 적지 않은 무종 경지 정상급의 요수들을 만났다.

그러나 요수들은 엄자함의 한 초식에 나가떨어져서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진남은 이 수림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예민하게 느꼈다.

깊이 들어갈수록 수림의 기운에 소름이 돋았다.

"수림의 깊은 곳에 청룡 비경의 금지 중 하나인 영야림(永夜林)이 있소. 요수 순위 십 위안에 든 놈들이 전부 이 안에 있소."

사마공이 해석했다.

그제야 진남은 깨달았다.

청룡 비경에는 금지가 많았다.

역대 성주들이 수련하던 곳과 강자와 요수들이 수련하던 곳은 모두 금지였다.

무종 경지들은 함부로 금지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 * *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사마공이 낮게 외쳤다.

"도착했소!"

진남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수림 가운데 작은 산이 있었다. 산은 온통 핏빛이었고 기운이 서늘했다.

산의 중앙에는 몇십 장에 달하는 입구가 있었다.

입구는 마치 장인이 정성 들여 조각한 것처럼, 시간이 많이 흘러 보였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사마공, 저를 부른 이유가 이겁니까?"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을 통해 혈색 동굴 안에 많은 금제가 있는 걸 발견했다.

금제마다 무황 경지 정상급의 힘이 가득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금제가 반격해서 죽일 수 있었다.

동굴은 크지 않았지만, 온갖 위험이 가득 도사리고 있었다.

사마공이 진남을 데려온 것은 진남의 동술로 금제를 풀고 위험을 피하려는 생각이었다.

진남의 시선을 느낀 사마공이 멋쩍게 웃었다.

그때 엄자함이 입을 열었다.

"나에게 지도 조각이 있다. 이건 예전에 강력한 동술을 사용하던 사형이 남긴 거다. 지도를 따라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그녀의 손에는 낡은 종이가 있었다.

그녀는 그 지도를 두어 번 훑어보더니 들어갈 준비를 했다.

"자함, 잠시만."

이때 주립청이 입을 열었다.

그가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 사제가 사마공에게 선택된 것은 재간이 좀 있기 때문일 거다. 진남, 말해 보거라. 우리 첫걸음은 어디로 가면 좋겠느냐?"

엄자함은 발걸음을 멈추고 진남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첫걸음은 여기로 가면 되오."

진남은 평소 같은 표정으로 혈색 동굴의 중앙을 가리켰다.

주립청은 의견을 묻듯이 엄자함을 쳐다봤다.

엄자함의 얼굴에 놀란 빛이 스쳤다.

"맞다."

주립청도 살짝 놀랐다.

"그리고 어디로 가면 되느냐?"

엄자함이 또 물었다.

"왼쪽 앞으로 한 걸음 가면 되오."

진남은 한결같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다음은?"

"오른쪽 앞으로 세 걸음."

"그리고?"

"오른쪽 앞으로 두 걸음 나가야 하오."

"……."

눈 깜짝할 사이에 엄자함은 진남에게 연속 열 번을 질문했다.

진남의 답을 들을 때마다 그녀의 쌀쌀한 표정이 점점 흔들렸다.

진남이 대답한 열 번은 그녀가 들고 있는 지도와 몇 가지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 전부 맞아떨어졌다.

주립청도 살짝 놀랐다.

지도는 무황 경지 정상급이 혈교 동굴에 만들어 놓은 금제들이었다.

보통의 동술로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진남이 그걸 해냈어? 허!'

주립청은 깊게 헛숨을 들이쉬었다.

'진남을 우습게 봤는데, 진짜 우습게 볼 게 아니군.'

엄자함은 표정이 점점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차갑고 오만하게 말했다.

"재능이 좀 있구나. 그러나 몇 군데가 틀렸다. 그런 작은 실수가 이런 곳에서는 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위험이 될 수 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돌아보지도 않고 혈교 동굴로 들어갔다.

그녀가 보기에 진남은 재능이 있지만 대단하다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주립청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체면 때문에 더 말하지 않고 엄자함을 쫓아갔다.

"허허, 진남, 저들이 자네를 우습게 보는구먼."

사마공은 난처했다.

진남의 동술을 그는 잘 알았다.

진남의 동술이라면 혈교 동굴의 금제를 다 확인하고 해결하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진남이 웃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동굴에 들어섰다.

엄자함과 주립청이 앞에서 걸었다.

그들은 지도를 따라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

모든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진남은 그 뒤에서 따라갔는데 여유로운 얼굴로 위험을 전혀 모르는 듯 한가하게 산책하는 것 같았다.

"칠살보(七殺步), 방원 삼 장을 덮고 있고 총 서른네 걸음이다. 한 걸음이라도 잘못 걸으면 죽을 수 있다. 혈용고수진(血龍叩首陣)도 있어. 방원 일 장을 덮고 있는데 진 안에 들어가야만 통과한 거다. 한 걸음이라도 잘못 걸으면 대진을 건드린다."

진남은 걸으면서 대진들과 금제들을 살폈다.

그는 구자진언에서 많은 진법을 보고 또 경험을 쌓았다.

그래서 더 쉽게 알아보았다.

혈교 동굴은 길지 않았다.

겨우 오십 장이었다.

짧은 거리를 네 사람은 거북이처럼 천천히 조심스럽게 걸었다.

가는 도중에 지도 조각의 안내대로 하다가 하마터면 금제를 건드릴 뻔했다.

살짝 새어 나온 기운에 엄자함과 주립청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들은 아직 지도가 틀리고 진남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반 시진이 지나자 네 사람은 드디어 이십 장이나 들어왔다.

동굴의 벽에 오색찬란하게 반짝거리는 돌이 있었다.

"앞에 생사교 대진이 있다. 건드리면 순식간에 다 죽을 수 있다. 살아남을 수 없으니 나를 잘 따라오고 조심하거라."

엄자함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천천히 발을 들어 앞에 있는 땅에 내려놓으려고 했다.

"잠시만!"

진남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날카롭게 말했다.

"지도에 문제가 있소. 그쪽으로 가면 안 되오."

진남이 나설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엄자함은 발걸음을 멈추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냐. 지도대로라면 이쪽으로 가는 건 문제 없다."

"지도에 문제가 있소."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손가락으로 엄자함의 발 앞쪽 세 촌을 가리켰다.

"이곳이 정확한 곳이요."

엄자함과 주립청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도는 동술이 뛰어난 인재가 남긴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냐.'

"절세 인재라고 무슨 일이나 다 참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주립청 안색이 굳어지고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 소란을 피우지 마라. 그렇지 않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다."

엄자함 눈에서 살기를 풍겼다.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발을 내려놓았다.

"멈춰!"

진남의 안색이 변하더니 그녀의 몸을 잡아 움직일 수 없게 했다.

그들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진남은 삼 촌 앞에 있는 땅을 힘껏 밟았다.

"너 미쳤어? 그만해!"

이 광경을 본 엄자함은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의 발은 안정적으로 바닥을 밟고 있었다.

"안 돼! 도망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엄자함과 주립청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생겨 뒤로 빠르게 후퇴했다.

하나

둘…….

한참이 지나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설마 진남의 선택이 맞은 건가?'

그들은 당황했다.

진남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평지를 걷는 것처럼 연속 네댓 걸음 걸었다.

진남은 그 진법을 지나서야 고개를 돌려 담담하게 말했다.

"사저, 그 지도엔 문제가 있소. 이 대진은 천해쇄월진(天海鎖月陣)이라는 대진인데 조금 전에 사저가 그곳을 밟았으면 사방 오 리가 바닷물에 잠기었을 것이오."

"두 분, 내가 진작 말씀드렸잖소. 진남을 우습게 보면 안 되오."

사마공이 웃으며 말했다.

엄자함과 주립청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남이 이렇게 강한 동술을 가지고 있다니!'

엄자함은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방금 전에 그들은 여러 번 진남을 무시했다.

"콜록콜록, 진남 사제, 방금 전 일을 마음에 두지 말거라……."

주립청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태도에 문제가 있었어. 미안하다. 잘 부탁한다. 안에서 얻은 모든 것들은 우리 넷이 똑같이 나누자."

엄자함은 다시 냉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별거 아니오."

진남이 웃었다.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어서 진남이 길을 안내했다.

그들이 움직이는 속도는 배로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가는 길에서 어떠한 금제도 촉발되지 않았다.

그 과정을 본 엄자함과 주립청은 속으로 철저하게 굴복했다.

"다 왔소!"

진남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사마공, 엄자함, 주립청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석굴 깊숙한 곳이 넓어지더니 무려 방원 이십 장으로 커졌다.

주위의 벽은 모두 눈부시게 휘황찬란하고 수많은 빛을 뿜고 있었다.

이외에도 석굴 깊숙한 곳에는 거대한 핏빛 얼음이 있었다.

얼음은 많은 보물, 병기, 영약, 원석을 가두고 있었다.

진남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방금 대충 훑어보았는데, 얼음 속에 적어도 육백 개 이상의 원석이 있었다.

이는 청룡 성지에서 육백만 점의 공헌점이 있어야 바꿀 수 있는 양이었다.

사마공, 엄자함, 주립청도 호흡이 가빠졌다.

이렇게 많은 보물을 얻는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건 얼음이 아니오. 이건 혈교의 심장이요. 혈교가 죽기 전에 자신의 심장으로 진법을 만든 것이오!"

뭔가를 발견한 사마공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그의 말에 엄자함과 주립청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혈교는 용의 혈통을 가진 요수였다.

그것의 심장은 본래 천지의 기물인데 심장으로 진법을 만들었다면 무황 경지의 강자가 온대고 해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눈앞에 보물산을 두고 어떻게 열어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때 커다란 외침이 들렸다.

"부서져라!"

진남은 몸을 움직이더니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의 손끝에 불꽃이 번득이며 핏빛 심장의 중심을 찔렀다.

쾅!

강인한 핏빛 심장이 세차게 떨렸다.

마치 태고의 맹수가 깨어난 것처럼 천지를 뒤흔드는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원 십 리가 모두 흔들리더니 핏빛 심장이 생명력을 잃은 듯 빠르게 어두워졌다.

그리고 녹아내리면서 핏물이 한 방울씩 떨어져 땅바닥에 흘렀다.

얼음 속에 싸인 많은 보물들이 모두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강한 기운을 풍겼다.

동굴은 보석들이 풍기는 빛으로 가득했다.

"이게……."

사마공과 엄자함, 주립청은 모두 아연실색했다.

'혈교의 심장으로 만든 대진을 어떻게…….'

'존자도 깨뜨릴 수 없는 거라면서?'

'진남이 손가락 하나로 깨뜨리다니…….'

진남은 느릿느릿 말했다.

"이 핏빛 얼음은 혈교의 심장이 맞소. 그러나 시간이 흘러서 생기는 이미 사라졌소. 때문에 대진의 힘은 예전의 십 분의 일도 안 되었소."

전신의 왼쪽 눈은 예전 같지 않았다.

사물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무척이나 뛰어나서 이런 괴이한 진법을 깨뜨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흡!

세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동시에 헛숨을 들이켰다. 진남을 바라보는 눈빛이 괴물을 보는 듯했다.

'대진의 힘이 예전의 십 분의 일만이라고 해도, 깨뜨리는 건 대단한 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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