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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55화 (255/1,498)

255화 오한이 드는 도움

"죽어라!"

양태천의 목소리는 흥분이 가득했다. 육목은 수많은 빛을 끊임없이 뿜어냈다.

"큰일이다! 나를 못 나가게 하고 있어!"

진남은 안색이 변해서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평지라서 몸을 숨길만 한 곳이 없었다.

"오? 앞에 수림이 있는 것 같군."

진남은 오 리 밖에 수림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잠깐 양태천에게서 벗어나는 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수림에 들어가서 지세를 이용하면 역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뇌화살!"

진남은 길게 소리를 질렀다.

뇌화가 이글거리며 모든 것을 삼키자 그는 빨리 수림을 향해 뛰었다.

"수림에 들어가려고?

양태천도 육목을 통해 이미 커다란 수림을 발견했다.

그 수림은 무척 이상했다.

그 속에 어떤 강대한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안 돼, 진남이 수림 깊은 곳에 들어가게 하면 안 돼. 혹시 요수 순위에 있는 놈들을 불러오면 큰일이야!"

양태천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부적을 꺼내더니 부쉈다.

그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수림 입구에서 진남을 죽이는 거야!'

부적이 이글거리는 빛을 내더니 폭풍우로 변해 양태천을 감쌌다.

양태천의 속도가 순식간에 빨라졌다.

이 부적은 일회용 왕도지기였다.

이름은 폭천부(暴天符)인데 속도를 다섯 배로 늘려줬다.

육목이 내뿜는 빛과 싸우면서 앞으로 나아가던 진남은 뒤쪽에서 윙윙대는 소리를 들었다.

진남은 한눈에 폭풍처럼 달려오는 양태천을 알아보았다.

두 사람의 거리는 불과 십오 리밖에 안 되었다.

"안 돼!"

진남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가 큰 소리로 울부짖자 일곱 개의 고도가 하늘로 솟아올라 도의를 발산하며 육목을 감쌌다. 그 사이에 진남은 수림으로 뛰어들었다.

쿵! 쿵! 쿵!

폭발음이 평지에서 울려 퍼졌다.

"혈살통영둔(血煞通靈遁)"

양태천은 잔인한 표정을 짓더니 스스로 정혈(精血)을 불태워 금기된 술법을 사용하여 속도를 배로 늘렸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이제 십 리밖에 남지 않았다.

"양태천, 역시나 대단하구나!"

진남은 눈에 빛을 번뜩이며 속도를 올렸다. 그는 수림과 이 리 정도 거리가 남았다.

그는 온 힘을 다하여 순식간에 이 리를 넘었다.

"육목, 허공을 옮겨라!"

하늘에 있던 여섯 개의 눈동자는 빛을 뿜더니 커다란 손으로 변하여 양태천을 꽉 잡고 잡아당겼다.

그의 몸은 단숨에 오 리를 날아 지났다.

진남과 양태천은 이제 오 리도 안 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진남, 죽어!"

양태천은 길게 외치며 하늘을 찌를 듯한 기운을 풍겼다.

그는 오 리밖에서 진남을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진남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면서 강렬한 위기감이 들었다.

그는 수십 리 떨어진 곳에 놀랍게도 세 개의 그림자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던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 개의 그림자 중의 한 사람은 조방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는 두 사람은 외모가 진남과 똑같았다.

그러나 그들의 기운을 보니 교십일과 소비봉이었다.

조방은 지금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는 방금 변안단(變顏丹)을 얻어 둘을 진남으로 변신시켰다.

외모만 바뀌었지만, 그래도 조방은 마음속으로 꽤 위안이 되었다.

그가 수림에 온 것은 더 무서운 금지된 단약을 얻기 위해서였다.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해선 갈 길이 멀었다.

"어?"

조방은 멀지 않은 곳에 엄청난 파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가 진남을 발견하고 표정이 환해졌다.

"진남 사제, 어떻게 왔느냐? 나를 찾으러 온 거냐?"

말을 마친 조방은 살초를 사용하는 양태천을 발견했다.

그는 좋던 기분이 싹 사라졌다.

"양태천, 대담하구나! 감히 진남 사제를 죽이려고 하다니!"

조방은 눈에 불이 일더니 몸을 휙 날려 기운을 뿜었다.

그는 평소의 비열한 모습이 전혀 없었다.

초식마다 일월지위(日月之威)를 띄고 진압했다.

"조방, 너……!"

양태천은 안색이 변했다.

양태천은 호법 순위 일 위였지만 조방은 단목봉의 큰 사형이었다.

조방이 동성애에 심취한 것만 빼면, 그의 무예 재능은 양태천 못지 않았다.

"진남 사제, 먼저 가!"

조방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은 얼떨떨했다.

그는 조방이 자신을 도와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내 걱정은 마라. 저놈은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

조방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내가 너를 돕는 건 우리의 사랑과 무관하다. 나는 단목봉의 사형으로써 결코 후배들이 억압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조방의 말의 앞부분은 오한이 들었고, 뒷부분은 살짝 감동스러웠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을 사용하여 조방의 경지를 살펴보더니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조방 사형,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영단 묘약을 찾으면 반드시 사형에게 보답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진남은 빨리 자리를 떴다.

조방의 경지는 양태천을 격파할 수 없을 것이었지만, 진남이 떠난다고 해도 별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진남, 어디로 도망가도 모두 소용없다. 너는 육목에게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양태천이 포효했다.

그의 말에 진남은 멈칫했다.

육목의 힘은 대단했다. 진남이 도망간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육목은 또 뭐냐? 그게 뭐라고 이리 난리야? 진남, 여기!"

이때, 경멸하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타난 사람은 뜻밖에도 사마공이었다.

사마공은 도포로 갈아입고 손에 나침반을 든 채 선풍도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진남, 육목은 자네 기운을 알아보고 쫓아가는 거요."

사마공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내가 바로 해결해주지!"

사마공은 왼손에 총채가 생겨났다.

총채를 흔드니 수많은 붉은색 물방울이 진남의 몸에 떨어졌다.

"어?"

진남은 생각할 새도 없이 한 걸음 내디뎠다.

육목은 마치 실명한 것마냥 바로 아래에 있는 진남을 발견하지 못했다.

"너는 누구냐?"

양태천의 표정이 변했다.

육목의 비밀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 자는 어떻게 비밀을 아는 거지?'

"진남, 나를 따라오시오! 논의할 게 있소! 중요한 일이오!"

사마공은 양태천을 무시하고 수림으로 들어갔다.

진남도 망설이지 않고 따라 들어갔다.

그들이 양태천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양태천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했다.

진남이 도망갔으니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잡을 수 있을까.

그때 수림에서 사마공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허허, 네 놈에게 알려주지 못한 게 있구나. 나는 사마공 어르신이다."

양태천의 표정이 굳었다.

* * *

진남과 사마공은 수림에서 빠르게 달렸다.

"저를 어떻게 찾았습니까?"

진남은 얼른 물었다.

청룡 비경은 끝없이 넓어서 누군가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걸로 찾았소."

사마공은 들고 있던 나침반을 가리키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이 보물은 방원 삼천 리의 생명을 전부 꿰뚫어 볼 수 있소. 자네 기운은 특별하니 당연히 찾아낼 수 있지!"

"그렇군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이 환해졌다.

'사마공의 보물로 묘묘 공주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묘묘 공주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녀는 먼 곳으로 갔소. 찾을 수 없을 거요."

사마공은 진남의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묘묘 공주는 여간 대단한 게 아니오. 청룡 비경에 들어오자마자 기우지기(奇遇之基)를 세 곳이나 싹쓸이하는 바람에 나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소……."

묘묘 공주를 언급하자 사마공의 표정이 우울해졌다.

청룡 성지에 오면 사마공은 마음껏 실력 발휘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묘묘 공주도 기우지기의 위치 대부분을 알고 있었다.

"아!"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역시 묘묘 공주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

양태천에게 쫓기면서 진남은 깨달은 게 있었다.

'나는 무예 실력이 너무 약해. 실력부터 제고해야 해. 만일 이번에 사마공이 때마침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양태천을 피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야.'

"진남, 내가 자네를 찾아온 건 협력하기 위해서요."

사마공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이곳에 기우가 있는데 혈교 동굴이라고 하오. 혈교는 청룡 비경에서 무황 경지의 정상급 존재요. 이제 혈교는 죽었고 동굴엔 보물들만 남아있을 거요."

"혈교 동굴?"

진남은 전에 그가 확인한 기우 순위에서 혈교 동굴을 본 적이 있었다.

혈교 동굴은 서열 이십육 위였다.

기우 소개에 따르면 혈교는 용의 혈통이고 천성적으로 보물을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보석을 좋아해서 죽기 전까지 수많은 원석을 수집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기우를 만나려면 삼만 점으로 지도를 사야 했기에 진남에겐 그림에 떡이었다.

'사마공이 혈교 동굴의 위치를 알고 있을 줄이야! 한데, 청룡 비경은 역대 청룡 성주들이 수련하던 곳이어서 사마공도 이곳에 온 건 처음일 텐데 어떻게 아는 게 이렇게 많지?'

진남은 머릿속에 의문이 생겼다.

그러나 다들 비밀이 있기에 진남은 더 깊게 물어보지 않았다.

"좋습니다."

진남은 단호한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혈교 동굴에서 원석을 얻은 후 전신의 혼을 지급으로 진급하고 실력을 제고해야지!'

"혈교 동굴로 가는 길은 위험천만하오. 그래서 두 인재와 연합하여 함께 가자고 했소!"

사마공은 진남이 응하자 기쁜 표정을 지었다.

진남이 함께 한다면 위험이 훨씬 줄어들 수 있었다.

* * *

잠시 후, 그들은 평지에 도착했다.

진남이 주변을 살피기 전에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마공, 네가 찾아온 조력자가 진남이냐?"

말을 한 여인은 얼굴이 희고 검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왔다.

여인의 얼굴은 만년 얼음처럼 냉담하고 무정했다.

여인의 옆에는 한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얼굴에 여드름이 가득했는데, 무척이나 비열해 보였다.

"이 사람은 엄자함(嚴紫菡)이고 호법 서열 사 위요. 옆에 있는 사내는 주립청(周立青)이고 호법 서열 오 위요."

사마공은 진남에게 말했다.

엄자함의 말이 끝나자 주립청이 비꼬며 말했다.

"사마공, 내가 너를 나무라는 게 아니다. 진남의 재능은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갈 곳은 혈교 동굴이다. 거긴 금제가 많고 위험도 많아. 그런데 진남의 수준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겠어?"

"두 분, 걱정 마시오. 진남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면 됐지,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거요."

사마공은 고개를 흔들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내 몫을 내주겠소."

"그럼 마음대로 하거라."

엄자함은 진남을 한번 쳐다보더니 냉담하게 말했다.

주립청도 입을 다물었다.

이익을 배분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무왕 경지의 제자를 데려와도 문제없었다.

진남은 그런 모습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들은 무종 경지의 정상급의 인재였다.

진남은 실제 힘이 무종 경지 팔 단계였지만, 그는 단지 무왕 경지의 존재였다.

그래서 그는 실력으로 증명하려 했다.

"갑시다!"

사마공은 지도를 꺼내서 한참 연구하더니 앞장서서 출발했다.

나머지 셋도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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