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화 추격전
"세 가지 순위를 잘 살펴보자."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요수 순위를 살폈다.
일 위, 성공뇌수(星空雷獸). 반보 무존 경지. 성뇌를 장악함. 매우 위험. 청룡 비경에 열세 마리의 성공뇌수가 있음.
이 위, 화익조(火翼鳥). 반보 무존 경지. 소문에 봉황의 혈통이라고 함. 화염지력이 대단함. 매우 위험. 청룡 비경에 아홉 마리가 있음.
삼 위, 빙봉호(冰鋒虎). 반보 무존 경지. 화익조의 천적. 빙설지력을 장악함. 떼를 지어 사는 요수. 매우 위험. 청룡 비경에 서른일곱 마리가 있음.
사 위, …….
요수 순위에는 백여 종의 요수가 있었다.
순위에 오른 요수들은 전부 무황 경지 이상의 실력이었다.
게다가 대다수가 무리를 짓는 요수들이라 매우 위험하다고 표기되어 있었다.
"청룡 비경은 정말 위험하구나!"
진남은 탄식하며 무인 순위에 시선을 돌렸다.
일 위, 양태천. 백삼 점.
이 위, 설무극. 삼십칠 점.
삼 위, 설무흔, 구 점.
사 위, …….
"무인 순위는 점수를 나타내는 거구나."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합이 금방 시작되었기에 다들 점수가 높지 않았다.
"기우 순위도 한번 보자."
진남은 시선을 다시 돌렸다.
첫 번째 기우, 현 청룡 성주의 전승. 구십구만 구천구백구십구 점으로 지도를 살 수 있음. 팔만 팔천팔백팔십팔 점을 납부해야 참가 자격이 있음.
두 번째 기우, 장 봉주의 전승. 구만 구천구백구십구 점으로 지도를 살 수 있고 삼천삼백삼십삼 점을 납부해야 참가 자격이 있음.
세 번째 기우, 검존자 삼식. 위력이 엄청남. 칠만 칠천칠백칠십칠 점으로 지도를 사야 함.
네 번째 기우, …….
크고 작은 기우들이 몇백 개였다.
기우들 중에는 법보, 영약, 전승, 초식, 공법 등 있을 건 다 있어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이런 기우들은 비범해서 얻기만 해도 실력이 엄청 제고될 수 있었다.
"청룡 비경은 보물 창고구나!"
진남은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진남은 청룡 성주, 장 봉주, 검존자 등의 전승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아 효율적이지 않았다.
진남은 오히려 강자의 묘지, 요수의 동굴 등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
그런 곳에 거대한 보물이나 수많은 원석이 있을지도 몰랐다.
"묘묘 공주가 여기에 없어서 아쉽네. 그녀의 실력이면 요수들을 죽일 필요도 없이 보물 지도를 찾아낼 텐데."
진남은 탄식했다.
진남이 시험해보니 전음 영패는 모두 무형의 힘에 봉인되어 있었다.
"됐어, 일단 요수 사냥을 시작하자."
진남은 고개를 흔들며 수림 속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왼쪽 눈에 번개가 번쩍이며 사방 삼 리를 꿰뚫어 보았다.
삼 리 내에는 무왕 경지 정상급의 요수 몇 마리밖에 없었다.
무왕 경지 수준의 요수는 죽인다고 해도 점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진남은 발을 내딛더니 마치 번개처럼 반짝이며 수림 속으로 사라졌다.
진남은 왼쪽 눈의 통찰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주변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았다.
"응? 무종 경지 오 단계의 요수다!"
진남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 리 떨어진 곳에 큰 강이 하나 있었는데, 강물은 몽환적인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강에서 긴 코와 혈모를 가진 요상(妖象)이 끊임없이 작고 약한 요수들을 잡아먹는 중이었다.
진남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무종 경지 오 단계의 요수는 가치가 대단해서 몇백 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한걸음 크게 내디뎠다.
혈모 요상은 얼굴빛이 돌변하며 공포에 질렸다.
그때, 돌발 상황이 일어났다.
강의 상류에서 보이지 않는 광풍이 불면서 수많은 큰 나무들을 휘감아서 낙엽들이 흩날렸다.
고요한 허공에 여섯 개의 작은 무늬가 생겼다.
이 무늬들은 점점 커지더니 주먹만 한 크기로 번졌다.
어둠 속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여섯 개의 무늬에서 파란색 눈동자가 나왔다.
여섯 개의 눈동자는 허공과 결합하여 진화되었는데, 동시에 시선이 진남의 몸에 떨어졌다.
눈동자들은 강대한 동력(瞳力)을 풍겼다.
"이게 뭐지?"
진남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입을 크게 벌려 뇌화를 뿜어 무형의 살기를 태워버렸다.
상황이 변하자 혈모 요상은 꽥 소리를 지르더니 발에 불이 붙은 것처럼 수림 속으로 뛰어들었다.
요상은 끊임없이 몸의 형태를 바꾸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누가 훼방을 놓는 거야."
진남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종 경지 오 단계의 요수인데 놓쳤으니 기분이 언짢았다.
"진남!"
여섯 개의 눈동자가 높은 곳에서 진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허공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의외지? 내 무혼은 육목요원(六目妖猿)이다. 내가 무혼을 드러내면 네가 세상 끝까지 가더라도 너를 죽일 수 있다.
양태천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려 퍼졌다.
그의 눈에 진남은 보잘것없는 개미에 불과했다.
"육목요원 무혼?"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진남은 빠르게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청룡 비경은 끝없이 넓어서 방원 몇만 리나 된다. 한데, 육목요원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이토록 커다란 비경에서 어떻게 날 찾은 걸까?'
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육목요원의 동력은 전신의 왼쪽 눈보다 더 대단했다.
진남이 생각을 채 정리하기 전에 양태천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육목 묘법, 천뇌지화, 저놈을 죽여라!"
허공 속의 여섯 개의 눈동자에 눈부신 빛이 피어나면서 천둥이 휘몰아치고 땅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진남의 주변 몇십 장 이내는 그야말로 생지옥으로 변해버렸다.
숲속의 수많은 요괴들은 무언가를 감지한 듯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육목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
"육목? 겨우 이 정도 동술로 설쳐? 부숴라!"
진남은 크게 호통쳤다.
그의 왼쪽 눈에서 번개가 번쩍하더니 붉은색 벼락이 여섯 개의 눈동자를 공격했다.
펑! 펑! 펑!
연이어 터지는 폭발음과 함께 여섯 개의 눈동자가 전부 깨졌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동술이 있을 수가……."
양태천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양태천은 현급 팔품 무혼을 가지고 있다.
허공을 넘느라고 대부분의 동력을 사용하였지만, 절반의 동력 또한 위력이 대단하여 무종 경지 팔 단계의 강자도 이길 수 있었다.
진남은 눈을 흘겼다.
아직 양태천과 대결할 때가 아니기에 말도 없이 자리를 뜨려고 했다.
이때 양태천의 냉랭한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네가 이렇게 강력한 동술을 사용하고 있다니 뜻밖이다. 그러나 괜찮다. 내 육목은 불멸의 존재다!"
진남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허공 속에서 여섯 개의 눈동자가 걸려있었다.
진남은 간담이 서늘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진남의 안색이 변했다.
전신의 왼쪽 눈은 존자 뇌겁의 힘을 받아 천지 심판을 하는 뇌정지위(雷霆之威)가 있기에 사악한 힘들을 전부 소멸할 수 있었다.
'진짜 불사불멸의 존재인 건가?'
"전신의 왼쪽 눈, 뇌겁천벌!"
진남은 번개처럼 결정을 내렸다.
그의 왼쪽 눈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힘이 증폭되더니 여섯 개의 눈동자를 순식간에 부숴버렸다.
"대단한 동력이구나!"
양태천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서운 파괴력은 그의 육목요원보다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는 육목을 부술 수 없다!"
양태천의 말투는 오만했다.
허공 속에 여섯 개의 눈동자가 다시 생겨나 진남을 노려봤다.
진남은 발끝으로 땅을 찍더니 온몸에서 뇌화를 분출하고 육체의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서 달렸다.
진남의 속도는 무척 빨랐다.
그에게 부딪힌 나무들이 부서져 나갔다.
그러나 하늘 위의 여섯 개 눈동자는 마치 진남의 몸에 박혀있는 듯했다.
진남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육목은 시종일관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하하하!
양태천의 의기양양한 웃음소리가 세상에 가득 찼다.
진남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는 당황하지 않고 여전히 온 힘을 다해 속도를 내며 먼 곳을 향해 돌진했다.
* * *
같은 시각, 진남과 백 리 떨어진 작은 산봉우리.
"진남, 도망가려고? 그럴 수 없어!"
양태천은 입술을 핥았다.
단목봉에서 진남은 세 명의 무종 경지 육 단계의 무인들을 상대로 이겼다.
그러나 양태천은 그들의 몸에서 진남의 기운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의 육목요원은 무인의 기운으로 행적을 찾기에 아무리 도망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
"죽기를 기다리거라."
양태천의 눈가에 흉악함이 번뜩 스쳤다.
그가 발걸음을 옮겼다.
* * *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진남은 좌우로 이동하기도 하고 숨었다 나타났다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늘의 여섯 개 눈동자도 역시 그를 따라가고 있었다.
백 리 밖에 있는 양태천도 눈동자의 위치를 확인하며 재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좁아졌다.
양태천은 호법 순위 일 위의 천재이고 무도 경지도 비범했다.
진남은 아직 상대되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진남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여섯 개의 눈동자가 나를 따라다닌다. 그러니 양태천은 틀림없이 쫓아올 것이며 얼마 걸리지 않아 곧 나를 따라잡을 것이다.'
진남은 하늘도 땅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양태천과 만나게 되면 틀림없이 자신이 질 게 뻔했다.
두 사람은 실력 차이가 컸기 때문이었다.
'칠룡금문원영을 드러내고 전신의 왼쪽 눈과 합쳐 최강의 초식을 만들 수 있어. 그러나 육목을 아예 없애버릴 희망은 작아.
또 전신의 혼을 드러낼 수 있다. 전신의 혼은 상대방의 무혼을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육목도 무혼의 능력이긴 하지만 제압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홍진변신술로 모습을 바꿔볼까?'
진남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능한 것은 홍진변신술이다. 그러나 이 술법은 펼치기 위험해. 하늘에서 여섯 개의 눈동자가 나를 주시하고 있어. 그 어떤 변화든지 모두 먼 곳에 있는 양태천의 눈에 발각될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진남은 호흡을 살짝 멈추었다. 두 눈에는 불꽃이 타올랐다.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싸워야지!'
"냉정해지자. 지금은 돌격할 때가 아니야. 일단 날 따라오더라도 시간이 좀 필요할 거야. 그 시간 동안 무슨 변화가 생길지 아무도 몰라."
진남이 심호흡을 했다.
팔십 리
칠십 리
육십 리
오십 리
삼십 리가 됐을 때 하늘에 있던 여섯 개의 눈동자가 빛을 뿜더니 신기한 부문(符文)이 가득 나타났다.
여섯 눈동자의 깊은 곳에서부터 나온 것이었다.
게다가 허공 중에 요원의 형상이 흐릿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육목의 힘이 점점 강해졌다.
"육목, 죽이거라!"
양태천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그는 삼십 리 밖에서 육목을 움직였다.
모든 눈동자가 빛을 뿜었다.
빛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비처럼 진남을 향해 내리꽂혔다.
진남의 방원 열다섯 장이 전부 빛에 덮였다.
"청심당마결!"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외쳤다.
커다란 종이 나타났다. 진남이 종을 힘껏 치니 빛들이 전부 부서졌다.
그러나 진남의 속도도 줄어들었다.
짧은 시간에 양태천과 진남의 거리는 이십오 리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