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253화 (253/1,498)

253화 청룡 비경

진남은 마음을 다잡고 정세를 분석했다.

'양 봉주는 십육 봉 봉주로서 봉주들 중 서열이 가장 낮다. 그러나 상역과 얽혀있어 단목 봉주나 장 봉주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해. 양 봉주는 능력이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 양 봉주가 직접 명령을 내려 양태천 등을 지시했으니 그들이 준비한 수단 또한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저들과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죽음의 바다 비밀을 위해서 나를 미리 죽이려고 했어. 그러니 나도 봐주지 않을 거다."

진남은 단호했다.

그는 늘 이런 성격이었다. 당한 건 열 배로 갚아줬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세히 생각해보았다.

청룡 성주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은 깊은 뜻이 있는 것 같았다.

청룡 성주가 그를 해치려는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사마공, 이번 십육 봉 대비의 상황이 어떤지 압니까? 청룡 비경은 어떤 곳이고요?"

진남이 차분하게 물었다.

그는 상품을 얻으려고 이번 대비에 참가한 거라 규칙은 전혀 몰랐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 잘 알아야 일 위를 할 수 있었다.

"나와 협력하기로 한 거요?"

사마공은 기쁜 표정으로 얼른 물었다.

"청룡 비경은 역대 청룡 성주들이 수련하던 곳이요. 수많은 전승과 기우가 있는 곳이지. 지금의 청룡 성주는 비경을 물려받은 후 청룡 비경을 제자들이 수련하는 곳으로 만들었소. 그 안에는 요수들이 많은데 우리는 요수들을 죽여서 점수를 얻소. 점수가 많으면 전승을 열 수 있소."

진남은 두 눈이 밝게 빛이 났다.

규칙은 간단했다. 요수를 죽이고 점수를 받아 전승을 열면 되었다.

사마공은 한 박자 쉬더니 허허 웃었다.

"물론, 강탈하는 방법으로 점수를 벌 수도 있소."

진남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강탈을 해서 점수를 얻는다고?'

진남은 절대 먼저 나서서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

"청룡 비경을 열겠다!"

단목 봉주가 하늘에서 큰소리로 외치며 봉주 영패를 꺼내 들었다.

열여섯 개의 봉주 영패들이 하늘에 뜨더니 빛을 뿜었다.

빛은 서로 얽히고설키더니 도장에 커다란 대진을 만들었다.

태고 대진은 전송 대진과 달랐다.

마치 허공을 여는 거대한 열쇠 같았다.

쿵!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원 십 리의 허공이 갈라지더니 수많은 빛을 뿜었다.

마치 다른 세상의 대문을 연 것만 같았다.

무인들은 진남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청룡 비경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진남!"

별안간 커다란 외침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양태천이었다.

갑작스러운 외침에 조용하던 도장에 천둥이 내리친 것만 같았다.

무인들은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두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사형, 무슨 일로 불렀어?"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다."

양태천은 고개를 쳐들고 뒷짐을 쥐고 서 있었다.

그는 도도하게 말했다.

"너에게 해줄 말이 있다. 청룡 비경에 들어가면 몸조심해. 나는 손을 쓰기만 하면 상대를 불구로 만드는 습관이 있거든. 그리고……."

양태천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기세를 뿜으며 말했다.

"청룡 비경에서 나는 진남 사제를 공격할 것이요. 누구든 그 일에 관심있거든 말하시오, 나의 맹우가 될 수 있으니."

그의 말에 적지 않은 사람들의 표정이 흔들렸다.

양태천은 진남에게 선전포고한 거나 다름없었다.

진남은 표정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수단은 막려, 임자소 등이 이미 사용했던 것들이라서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진남. 우리 어떻게 하면 되오?"

사마공은 머리가 아팠다.

이대로라면 진남은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 필요 없습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나도 두렵지 않소?"

사마공이 눈을 부릅떴다.

"네, 무섭지 않습니다."

진남이 고개를 흔들며 또박또박 말했다.

"생각해 보십시오. 적이 하나든, 둘이든, 셋이든 심지어 한 무리가 적이라고 해도 두려울 게 뭐 있습니까? 한 명이 오면 한 명과 싸우고, 한 쌍이 오면 한 쌍과 싸우면 되고, 한 무리가 오면 전부 매장하면 되지요."

진남은 예리한 검처럼 몸을 곧게 폈다.

사마공은 아연실색했다.

'이놈은 정말 싸움을 좋아하는구나. 그런데 멍청한 말인데도 피가 끓는 것 같아. '

"제자들은 안으로 들어가거라!"

단목 봉주가 크게 소리쳤다.

청룡 비경에 참여했던 많은 무인들이 몸을 날려 광막 속으로 들어가자 나머지 제자들도 따라갔다.

진남은 묘묘 공주 등을 한번 쳐다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광막 전체가 사라졌다.

"이번 대회에서 누가 일 위를 할지 모르겠소. 내가 보기에 양태천이 일 위를 할 가능성이 큰 거 같소."

한 봉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양 봉주, 축하하오."

또 다른 봉주가 말했다.

"고맙소."

양 봉주는 중년 사내였는데 온통 백발이었다.

그는 머리카락마다 엄청난 살기를 풍겨서 보는 사람마다 움츠러들게 했다.

그의 시선이 단목 봉주에게 향했다.

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단목 봉주, 진남에게 가능성을 건 거 같은데 맞소? 이거 미안하게 되었소. 우리 아들이 진남을 아니꼽게 본 것 같소."

다른 봉주들은 모두 눈빛이 흔들렸다.

청룡 성지에서 단목 봉주에게 감히 저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양 봉주뿐이었다.

장 봉주가 먼저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자들끼리 다투는 건 정상이오. 절세 인재 진남에게 양태천이 불복해서 도전하려는 것도 이해가 되오. 다만, 양태천이 너무 충격을 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요."

"충격? 허허, 진남의 경지 정도면 양태천에게 단단히 혼날 거요."

양 봉주는 대뜸 표정이 굳어서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소?"

단목 봉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두 눈에 번개가 번쩍이는 듯했다.

"궁금한 게 있소. 양 봉주, 이 년 후 동주에서 제자를 얼마나 모집할 것 같소?"

초목봉 봉주는 화제를 딴 데로 돌렸다.

다른 봉주들의 시선이 쏠렸다.

상역은 다섯 개 주(洲)가 있는데 그 중 하역은 동주와 접해있었다.

동주에는 하역의 양대 성지를 능가하는 사대 세력이 있었다.

사대 세력은 오 년에 한 번씩 두 성지에 와서 제자를 골랐는데, 정원에 제한이 있었다.

상역에 들어간다면 제자들도 더 발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봉주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제자를 뽑을 때마다 양대 성지와 봉주들은 서로 경쟁했다.

양 봉주는 상역 동주의 사대 세력 중 하나인 문도산(問道山)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청룡 성지에서는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양 봉주는 문도산의 어느 장로 아들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정원은 많소. 다만 양대 성지에서 어떻게 하는 가에 달려있소."

양 봉주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싱겁게 웃으며 말했다.

기타 봉주들이 모두 눈빛을 반짝거렸다.

양 봉주와 단목 봉주는 이제 사이가 틀어졌다.

양 봉주의 말은 기타 봉주들에게 누구를 따를지 선택하라고 하는 거였다.

'상역으로 가는 정원을 가지고 싶으면 이쪽으로 와라!'

"허허! 문도산에서는 제자를 연줄로 뽑나 보오. 자네가 문도산 산주(山主)요?"

장 봉주가 웃었다. 그는 말투가 온화하였다.

"맞는 말이오!"

양 봉주가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말했다.

"나는 확실히 모두를 들여보낼 수는 없소.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진남이라는 녀석, 절세 인재라고 했나? 그 녀석은 절세 인재라고 해도 절대 문도산에 들어갈 수 없소."

다른 봉주들은 모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들도 양 봉주가 모두를 문도산에 들여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를 문도산에 못 들어가게 할 정도의 능력은 충분했다.

양 봉주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눈에 조롱이 스쳤다.

"물론, 청룡 비경도 위험하니 진남이 그 안에서 죽을지 누가 알겠소? 시간이 늦었으니 나는 먼저 가보겠소."

말을 마친 그는 이내 사라졌다.

다른 봉주들은 어리둥절했다.

'설마 양 봉주가 진남을 죽이려는 걸까?'

'양 봉주와 단목 봉주 사이의 갈등이 이 정도로 커진 거야?'

"스승님을 뵈러 갑시다."

단목 봉주와 장 봉주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 * *

둘은 심호흡을 하고 청룡 성지 깊은 곳에 있는 저택에 들어섰다.

청룡 성주는 두 사람이 올 것을 예상한 듯 안뜰에 서 있었다.

그는 키가 크지 않았지만 온 천지를 떠받들고 있는 듯했다.

"스승님."

장 봉주가 막 입을 열었다.

청룡 성주는 손을 내저으며 그의 말을 막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희들이 뭘 물으려는지 다 안다. 전승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이 있다. 그리고 양 봉주의 살초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진남은 문제없을 거다."

단목 봉주와 장 봉주는 살짝 당황했다.

'청룡 성주가 언제부터 진남을 이토록 믿었나?'

진남은 절세의 인재지만 성장하지 못한 인재는 별거 아니었다.

두 사람은 지난번에 진남이 위험에 처했을 때 청룡 성주가 직접 찾아왔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은 죽음의 바다에 대해 오랫동안 계획을 했다. 나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계략을 짰다. 그런데 아직도 마음을 접지 않았더구나. 그러니 이번에 죽음의 바다가 열리면 진남을 중심으로 해서 모든 것을 끝낼 것이다!"

청룡 성주의 눈에 한기가 스쳤다.

"예."

단목 봉주와 장 봉주는 모두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백 년 동안 수많은 고통이 그들을 괴롭혔다.

진남이 나타나자 그들은 반격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단목 봉주와 장 봉주는 청룡 성주가 말한 '나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계략을 짰다.'라는 말을 흘려들었다.

"물러가거라."

청룡 성주가 축객령을 내렸다.

단목 봉주와 장 봉주는 더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났다.

청룡 성주는 저택의 석판으로 된 계단에 서 있었다.

백발로 뒤덮인 그의 머리는 바람에 흩날렸다.

살기등등하고 조각 같은 얼굴에는 피곤함이 감돌았다.

죽음의 기운이 그의 몸에서 퍼져 나왔다.

탄식하는 소리가 마당에 울려 퍼졌다.

"시간이 얼마없다……. 진남, 빨리 성장하거라."

* * *

휙!

진남은 하늘에서 내려와 땅을 딛자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폈다.

비경의 하늘은 청색이고 구름은 분홍색이어서 매우 기묘했다.

주변은 무성한 수림이었는데 그 안에서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기복을 이루며 위험이 가득했다.

'아뿔싸! 무작위로 전송됐구나!'

진남의 안색이 변했다.

진남은 청룡 비경의 크기, 금기, 지도 등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사마공에게 도움을 얻으려고 했는데 방원 구백아흔아홉 장 안에 그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웅!

이때 쟁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룡 옥간에 어떤 보이지 않는 진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

진남의 신식이 그 속에 깊숙이 들어갔다.

옥간의 내용은 완전히 바뀌었다.

요수 순위!

무인 순위!

기우 순위!

진남은 세 순위를 보며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

청룡 성지는 아마 적지 않은 제자들이 청룡 비경의 상황을 잘 모를 것을 예측한 것 같았다.

그래서 지도, 정보 등을 청룡 옥간에 넣어뒀다가 제자가 비경에 들어서면 진법이 스스로 운행되어 정보들을 방출하게 만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