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252화 (252/1,498)

252화 저 영감탱이가!

진남의 왼쪽 눈에 뇌광이 번쩍였다.

관찰해본 결과 그는 양태천의 경지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록 무종 경지 정상급이지만 체내의 기운은 설무극의 두 배나 되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열여섯 명의 암홍 기사는 무종 경지 정상급의 존재들이었다.

게다가 어떤 공법을 수련하여 양태천의 기운과 서로 어우러져 언제라도 하나로 합칠 수 있었다.

"진남, 양태천은 만만치 않소. 그가 십육 봉 봉주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있소."

사마공이 말했다.

"십육 봉 봉주는 우리 청룡 성지에서 제일 신비한 봉주요. 그는 상역의 어떤 세력과 얽혀있소. 그래서 그 지위가 단목 봉주보다 낮지 않소.

그리고 양태천은 열여섯 명의 암홍 기사와 연합하여 최선을 다해 싸운다면 무황 경지 일 단계의 강자라도 죽일 수 있소. 이번 십육 봉 대비에서 저자가 가장 강한 적이요."

사마공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

'십육 봉 봉주의 아들? 무황 경지를 죽일 수도 있다고?'

진남의 눈이 반짝였다.

양태천은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저와 연합하고 싶습니까?"

진남은 사마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물론이지. 지금 우리 실력으로 일 대 일로 싸우면 양태천을 이길 수 없소. 하지만 우리가 연합한다면 양태천을 상대할 수도 있을 것 같소."

사마공은 엄숙하게 대답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의 시선이 허공을 가르고 진남에게로 향했다.

보이지 않는 살기가 풍겼다.

진남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살짝 굳은 표정의 사마공이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사람들 앞에 선 양태천이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살기를 숨기지 않았다.

사마공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양태천이 왜 우릴 노려보는 거야?'

진남은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양태천의 살기를 느낀 동시에 다른 곳에서도 약간의 살기를 발산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진남이 고개를 돌려 보니 사람들 틈에서 허약한 청년 사내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남의 왼쪽 눈이 반짝거리자 그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 청년 사내는 뜻밖에도 양태천보다 무예 경지가 낮지 않았다.

'저 녀석은 누구지? 호법 순위에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랬으면 벌써 알아봤을 거다. 게다가 호법 순위에는 양태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사람이 없는데…….'

진남은 머리를 재빠르게 굴렸다.

생각하는 동안 진남은 또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대체 누가 이렇게 큰 능력이 있어서 두 인재가 나를 공격하게 하는 걸까?'

바로 그때, 쿵쿵쿵 하는 폭발음이 단목봉의 허공에서 들려왔다.

봉주들이 하나둘 입장하기 시작했다.

허공에 나타난 형상들은 흐릿했지만, 분위기가 무척이나 비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여섯 명의 형상이 전부 나타났다.

이번 십육 봉 대비에 봉주들이 전부 나타난 것이다.

"저 사람이 십육 봉 봉주인가?"

진남은 왼쪽 눈으로 한 형상을 살폈다.

아쉽게도 그 사람의 기운은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십육 봉 봉주는 그의 시선을 느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은 온몸이 긴장해서 뻣뻣하게 굳어지고 마음을 들킨 기분이 들었다.

사마공도 무언가 느끼고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진남, 이놈은 말썽이야 정말! 이 녀석과 손을 잡으려고 했더니 양태천과 척을 지고 다른 인재들과도 원한이 있는 것 같더니, 이제는 십육 봉 봉주에게도 미움을 받다니! 왜 세상 사람들이 다 네 적인 게야!'

다행히 양 봉주(楊峰主)의 시선은 진남에게 오래 머물지 않았다.

슬쩍 훑어보는 듯하더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남과 사마공은 동시에 시름을 놓았다.

존자가 뚫어지게 쳐다보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진남!

이때 단목 봉주의 목소리가 진남의 머리에서 울려 퍼졌다.

조사 결과가 나왔어. 청룡 성지에서 양 봉주가 너를 공격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맞서려는 것이기도 하다.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 저 사람입니까?

그는 조금 전까지 양 봉주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추측이 진짜일 줄은 몰랐다.

선배님, 양 봉주는 왜 저를 공격하려는 걸까요?

이때 장 봉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몇백 년 전 당청산이 죽음의 바다에 들어가면서 어떤 비밀을 건드렸다. 그래서 하역의 강대한 세력들에게 쫓기게 되고, 그로 인해 우리 사매도 목숨을 잃었다. 양 봉주는 그 세력들 중 한 사람이다.

십육 봉 대비에는 군웅들이 모여있었다.

진남은 사람들 틈에 서서 몇백 년 전의 비밀을 전해 듣는 중이었다.

당청산이 다시 세상에 나타났으니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너도 따라 주목받은 거다. 현령종에 있을 때 당청산이 네 무예 재능을 시험했던 게 기억나느냐?

죽음의 바다가 열릴 때 그 비밀은 무예 재능과 커다란 연관이 있다. 양대 성지 제자 선발대회에서 네 실력은 그 세력들을 놀라게 했다. 네가 죽음의 바다에서 그들의 계획을 방해하기 전에 아예 싹을 없애려는 거다.

장 봉주의 말을 듣자 진남은 깨달았다.

즉, 죽음의 바다에 어떤 보물이나 기우가 있는데 하역의 강대한 세력이 몇백 년 동안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당청산이 그 비밀을 건드려서 강대한 세력이 그를 쫓고 또 사매도 죽게 했다.

하지만 몇백 년이 지나도 그 세력들은 여전히 보물이나 기우를 가지지 못했다.

그런 그들이 진남을 찍은 것이다.

진남, 이 일은 우리 옛 앙금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러니 너는 이 일에 엮이지 않아도 돼. 지금 빠지겠다고 해도 우리는 너를 탓하지 않는다.

단목 봉주와 장 봉주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죽음의 바다는 너무 많은 비밀과 연관되어 있었는데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선배님들,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상대가 누구던지 저는 반드시 죽음의 바다에 갈 겁니다.

진남의 표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세력? 적? 얼마든지 덤비라고 해! 두렵지 않아!'

좋다!

단목 봉주가 말을 이었다.

몇백 년 전 우리가 아직 무황의 경지일 때 그 세력에게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몇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러니 너도 걱정 말거라. 그 세력의 강자들은 우리가 다 막아주마. 그러나 그들이 움직이는 인재들은 너에게 맡기겠다.

말이 끝나자 진남의 두 눈은 반짝거렸다.

'내가 상대할 건 인재들뿐이야? 그건 마음에 드네.'

진남이 양대 성지로 온 것도 인재들과 제대로 겨뤄보고 싶어서였다.

진남은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사마공을 돌아보며 말했다.

"연합할 겁니까?"

"연합은 무슨!"

사마공은 피를 토할 뻔했다.

그는 지금 진남과 거리를 둬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러나 양태천이 자신까지 적으로 인식했기에 진남을 떠난다면 양태천에게 쫓길 것 같았다.

"괜찮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사마공은 상도맹 오 흑인의 사내라 진짜로 겁을 먹은 건 아닐 거라고 진남은 믿었다.

봉주들이 다 나타나자 제일 높은 지위의 단목 봉주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단목봉에 울려 퍼졌다.

"청룡 성지에서는 해마다 십육 봉 대비를 연다. 이 대비는 각 봉우리의 제자들이 서로 우열을 가리려는 목적이다. 대비에서는 사람을 죽일 수 없다. 규칙을 어기면 누구든 청룡 성지의 규칙대로 처벌할 것이다!"

무인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곧 청룡 비경을 열겠다. 비경에 들어가면 모든 제자들은 움직일 수 없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자격을 박탈당한다."

단목 봉주가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열다섯 명의 봉주들이 손을 들었다.

그들의 손바닥에 영패가 떠올랐다.

봉주들에게 있는 봉주 영패였다.

열여섯 개의 봉주 영패를 동시에 사용하면 청룡 성지의 비경을 열 수 있었다.

이때,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단목봉의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허공이 갈라지며 사람 형상이 서서히 나타났다.

그 사람은 청룡 성주였다.

"성……주?"

열여섯 봉주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몇백 번의 십육 봉 대비를 진행했지만 성주는 단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

'무슨 일로 온 걸까?'

무인들도 충격을 받았다.

'청룡 성주라니!'

무인들은 몇십 년 동안 청룡 성주의 얼굴 한번 본 적 없었다.

그는 진남 같은 인재가 나타날 때거나 청룡 성지에 큰일이 벌어져야 나타났다.

"이번 십육 봉 대비는 청룡 비경에서 열릴 것이다."

청룡 성주는 시선이 그윽하고 목소리가 사람들의 심금에 울려 퍼졌다.

"청룡 비경에 내 전승을 남겼다. 그걸 찾는 사람이 나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것이다!"

'모든 것을 이어받는다고?'

열여섯 봉주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청룡 성주와 비양 성주는 하역에서 제일 강한 존재이며 무성 경지에 도달했다.

그들은 상역에 가도 거물급이었다.

청룡 성주의 전승을 받으면 무혼 등급이 낮아도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단목봉에는 잠깐 침묵이 흐르더니 이내 들끓었다.

"성주의 전승이라니! 성주의 전승은 반드시 내가 가질 거야!"

"나는 목숨을 걸었어!"

"반드시 성주의 전승을 받을 거야!"

"……."

사람들의 시선이 뜨거워졌다.

"무슨 생각이시지?"

진남은 의문이 생겼다.

'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전승을 꺼낸 걸까?'

청룡 성주는 진남을 쳐다봤다.

그리고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열심히 노력하거라. 넌 다른 사람보다 전승을 얻을 기회가 더 많다."

그의 말에 모든 시선이 진남에게 향했다.

분위기가 삽시간에 달라졌다.

처음에 진남은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청룡 성주의 한마디에 모든 이들이 진남을 기억했다.

'다른 사람보다 기회가 더 많다는 게 무슨 뜻일까? 진남이 청룡 성주의 전승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걸까?'

진남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몇천 명의 무인들 중 절반이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이번 십육 봉 대비에서도 진남은 현령종 때 참가했던 만상 대회처럼 사람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청룡 성주, 일부러 위험에 빠뜨리는 겁니까?'

진남은 저도 몰래 청룡 성주에게 시선을 향했다.

청룡 성주는 의외로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본인이 저지른 잘못은 모른 채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표정이었다.

그는 진남이 성질을 부리기 전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런!"

진남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영감탱이! 전에 그럴듯한 말을 하더니 오늘은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진남, 우리 둘은 반드시 협력해야 하오! 다른 요구 사항은 없소. 소득을 반으로 나누기만 하면 되오!"

옆에 있던 사마공은 눈을 반짝이며 진남에게 들러붙었다.

조금 전 진남과 엮였다고 후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협력은 무슨……."

진남은 하마터면 욕을 뱉을 뻔했다.

그는 청룡 성주의 전승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양태천과 신비한 청년의 눈에 살기가 더 짙어진 것을 느꼈다.

'청룡 성주의 말 때문에 십육 봉 대비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리는 상대가 됐구나. 그래도 웬만하면 나를 공격하는 사람은 없겠어. 중요한 건 강태천과 신비한 청년은 양 봉주의 지시를 받은 사람들인데……. 이번 일까지 더해지니 나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더 강렬하겠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