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251화 (251/1,498)

251화 단목봉에 모이는 천재들

모용상은 방검이 화를 내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

"왜? 얼마 전에 진남이 삼중문에서 사백 보를 걷고 작지 않은 상품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설마 아직도 무종 경지 육 단계의 무인들을 이길 수 없는 거야? 그렇다면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할 필요가 없지. 단목봉 사람들의 체면을……."

방검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무인들도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진남이 절세 인재이고 또 삼중문에서 작지 않은 상품을 받았다고 하지만, 진남은 경지가 무왕 정상급밖에 안 되었다.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무종 경지 육 단계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아이고, 진남이 어떻게 할까?"

"모용상은 진짜 너무하는구나. 진남이 아니라 무종 경지 칠 단계라도 상대가 안 될 텐데 말이야."

"……."

많은 무인들이 한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모용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좋소. 그럼 모용 사자의 말대로 하겠소. 다만 시합 전에 한 가지 요구가 있소."

그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진남, 너……."

방검이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안 돼. 진남이 만약 지면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크게 창피를 당하게 된다.'

모용상은 순간 얼떨떨해하더니 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의 눈에 희색이 번뜩였다.

"말하거라, 무슨 요구가 있느냐? 무슨 요구든 다 말하거라, 내 최대한 다 만족시켜주겠다!"

"그렇소?"

진남이 미소를 짓더니 손으로 그 세 무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요구는 아주 간단하오. 이번 시합에 나는 일 대 일로 싸우고 싶지 않소."

"일 대 일로 싸우고 싶지 않다고?"

모용상은 어리둥절했다.

진남이 계속 말했다.

"싸우려면 저 자들 세 명이 한꺼번에 덤비라고 하오."

'셋이 한꺼번에 덤빈라고?'

모용상뿐 아니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무종 경지 육 단계, 호법 순위에서 서열 삼십 위에 드는 존재들이었다.

그들에게 도전하려면 적어도 무종 경지 팔 단계는 되어야 했다.

무왕 경지 정상급의 진남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무종 경지 팔 단계의 실력일 수 없었다.

사람들은 이 상황이 황당하고 우스웠다.

개미가 거인에게 선전포고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진남! 안……."

방검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하하하!"

모용상의 웃음소리가 방검의 말을 끊었다.

"진남, 이건 네가 스스로 한 말이다. 네 요구대로 저 셋과 한 번에 싸우게 해주겠다."

"알겠소."

진남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세 무인들을 향해 전의를 드러냈다.

"내 공격을 받거라."

세 무인은 이미 모용상과 작당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진남이 이렇게 건방을 떨 줄 몰랐다.

셋은 고함을 지르더니 삼각의 진을 치고 진남을 포위했다.

셋은 다년간 청룡 성지에서 호흡을 맞춰 싸워온 이들이었다. 그들이 힘을 합치자 강한 진이 만들어졌다.

주변의 무인들은 강대한 진을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설마 삼선진(三璿陣)인가?"

"저 진법 안에 있는 사람은 방향을 잃는다고 해."

"엄청난 살초를 준비했군."

"……."

삼선진이란 세 사람의 기운과 경지가 각자의 위치 섰을 때, 동시에 공감하며 같은 심법을 움직이면 새로운 환상의 경지를 만들어 사람을 미혹시킬 수 있는 진법이었다.

무종 경지 팔 단계의 강자라 해도 엄청난 동술과 진법 조예가 없다면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방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슉!

삼선진이 모여 진남을 순식간에 뒤덮어버렸다.

"허(虛)."

"언(言)."

"살(殺)."

세 무인은 세 모퉁이를 차지하고 서로 마주 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손마다 빛을 내뿜으며 서로 연결되어, 대진 위에서 '언'자를 그려냈다.

글자의 획마다 옛 문명의 역사가 깃들어 무겁게 느껴졌다.

주변의 무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이런 살초는 무종 경지 팔 단계의 무인만이 당해낼 수 있어."

"설마 진남을 죽이려는 건가?"

"……."

사람들은 세 무인이 진남을 호되게 혼내려고 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살초를 사용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무슨 짓이냐!"

방검은 대뜸 표정이 변하더니 무황 경지의 위압을 가했다.

하늘을 찌를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방검, 뭐 하는 거냐? 이들은 결투 중이다.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모용상이 두 손을 잡더니 허공에서 두 개의 금빛 채찍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마치 용 같았는데 수많은 환영을 만들어내며 방검을 완전히 뒤덮었다.

"비켜라!"

방검은 버럭 화를 냈다.

모용상은 음산한 시선으로 말했다.

"방검, 걱정하지 말거라. 저들은 절대 살초를 사용하지 않을 거다. 기껏해야 진남에게 중상을 입힐 뿐이다. 무예를 겨루다 보면 중상을 입히는 것도 피할 수 없……."

진남이 세 무인에게 도전하겠다고 할 때 모용상은 악독한 계략이 떠올랐다.

그는 세 무인에게 진남을 반쯤 죽여 놓으라고 했다.

그때 가서 누군가 화내면 모용상은 진남이 건방지게 도전을 한 것이니 자신은 상관이 없다고 발뺌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모용상이 말을 마무리 하기 전에 엄청난 기운이 삼선진 가운데를 뚫고 하늘로 솟구쳤다.

무인들은 감각이 예민했다.

그들은 모두 경악했다.

특히 삼선진을 펼친 세 무인은 엄청난 힘을 가장 선명하게 느꼈다.

마치 태고의 맹수가 살아난 것 같았다.

"살!"

세 무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살초를 펼치며 대응했다.

쿵!

바로 그 순간, 삼선진 가운데서 엄청난 뇌정지화(雷霆之火)가 솟구쳤다.

삼선진은 허무하게 흔들렸다.

모용상은 물론 현장에 있던 무인들도 경악했다.

그들은 강력한 삼선진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 진법 중앙에서 진남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은 바람을 따라 춤추듯 흩날렸다.

뇌화가 모여 만들어진 십여 장이나 되는 피풍은 공중에서 흩날리며 웅웅 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마치 화를 내는 것만 같았다.

진남은 마치 천둥의 신이 된 것만 같았다.

"부숴버려!"

진남이 큰소리로 외쳤다.

뇌화는 포효하며 진남의 주먹 끝에 모이더니 '언'자를 내리쳤다.

쾅!

'언'이 삽시간에 부서졌다.

수많은 뇌화가 화난 파도처럼 세 무인에게 덮치더니 그들을 날려 보냈다.

마치 썩은 나무를 꺾듯이 손쉽게 해치웠다.

호법 순위에서 삼십 위에 드는 세 무인은 무왕 경지 정상급의 진남에게 패배당했다.

단목봉의 도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모용상, 방검 그리고 현장에 있던 무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진남이 한 번에 저자들을 패배시킨 건가……?'

"휴."

진남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뇌화는 이제 조용해졌다.

기운은 여전히 무왕 경지 정상급이었다.

"죄송합니다. 이번 시합에 힘 조절을 못 해서 여러분께 웃음을 안겼습니다."

진남은 포권하고 현장을 둘러봤다. 그는 마지막에 진지한 표정으로 모용상을 봤다.

모용상은 숨이 턱 멎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모용상을 바라보았다.

'진남이 시합에 못 나가게 했지? 그런데 지금은?'

모용상은 표정이 굳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예리한 검처럼 얼굴에 꽂혀 얼굴이 화끈거렸다.

"에헴. 진남 사제가 이렇게 힘이 대단할 줄 몰랐다. 난…… 난 네가 십육 봉 대비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길……."

모용상은 상당히 난처했다.

그는 겨우 한마디를 내뱉더니 허겁지겁 도망쳤다.

더 있을 면목이 없었다.

"속이 시원하구나!"

방검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남은 정말 놀라웠다. 그의 실력이 이렇게 강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현장에 있던 무인들도 진남을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모용상은 이미 정체를 드러냈어. 이제 곧 뒤에 있던 적들도 모습을 드러내겠지."

진남은 혼자 중얼거렸다. 그의 마음은 고요한 저녁 호수처럼 차분했다.

그 뒤로 무인들은 단목봉 도장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진남은 사람들 틈에 홀로 서서 눈에 띄지 않게 주위를 살폈다.

쿵!

바로 그때, 큰소리와 함께 초목봉의 두 사자와 많은 무인들이 도착했다.

무인들 중에는 열대여섯 살 되는 여자아이가 한 명 있었다.

단목봉의 무인들이 모두 힐끔거렸다.

"저분은 초목봉에 새로 나타난 인재야. 자칭 공주라고 하는데 연단에 엄청난 재능을 가졌어. 진비와는 비교도 안 돼."

"……."

진남은 사람들 틈에 서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아이는 묘묘공주였다.

초목봉의 무인들은 전체적으로 무예 실력이 강하지 않았다.

다만 독단을 제조할 수 있어 무예로만 평가해서 무시할 수 없었다.

진남의 왼쪽 눈에서 전광이 살짝 번쩍였다.

이번 초목봉의 무종 경지 무인은 백 명이고, 모두 성급 사 품 이상의 연단사들이었다.

이어 두 번째 봉우리, 네 번째 봉우리, 다섯 번째 봉우리, 여섯 번째 봉우리, 일곱 번째 봉우리의 무인들이 왔다.

단목봉의 도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무인마다 기운이 강하고 싸움 경험이 많았다.

청룡 성지 전대미문의 모임이 서서히 막을 올렸다.

"설무극, 설무흔 형제, 그리고……."

진남은 사람들 틈에서 눈에 띄지 않게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는 눈으로 모든 무인들을 쭉 살펴보고 강자들을 기억해뒀다.

앞의 일곱 봉우리 중에 그보다 경지가 강한 사람은 무려 마흔일곱 명이나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덟 번째 봉우리와 열다섯 번째 봉우리의 무인들이 입장했다.

그들이 오니 단목봉 무종 경지 무인들이 무려 천여 명이 되었다.

예전에 낙하왕국에는 무종 경지의 강자가 세 명도 안 됐다.

하역의 무종 무인 사 분의 일이 모두 이곳에 모인 셈이었다.

진남은 온몸이 긴장했다.

열다섯 번째 봉우리의 무인은 여든세 명이나 되었는데 경지는 모두 그보다 더 강했다.

"진남."

그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사마공이었다.

사마공은 한 달 동안 청룡 성지를 마구 휘저었다.

덕분에 그는 많은 이득을 챙겼다.

그의 표정은 의기양양했고, 얼굴에선 윤기가 났다.

"이번 십육 봉 대비는 쉽지 않소. 절세 천재가 참여할 것이오. 그러니 자네와 내가 손을 잡아야 하오."

사마공의 표정은 진지했다.

"절세 천재요?"

진남은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그때, 정연하고 일치한 발소리가 났다.

북을 두드리는 듯한 큰소리가 도장에 쿵쿵 울려 퍼졌다.

온 도장이 조용해졌다.

차가운 표정의 한 청년이 왔다.

그는 마치 제국의 왕처럼 도도하고 기운이 강했다.

그가 우두머리로 앞장서고 그의 뒤에는 검붉은 갑옷을 입은 열여섯 명의 기사들이 뒤따랐다.

도장은 여기저기에서 헛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저자가 어떻게!"

"세상에, 양태천(楊太天)이 왔어."

"양태천이 이번엔 암홍(暗紅) 기사 열여섯 명을 데리고 왔어. 설마 무황을 죽이려는 걸까?"

"빌어먹을, 이대로라면 이번 시합에서 일 위는 틀림없이 양태천이야."

"……."

무인들의 표정이 흔들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