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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50화 (250/1,498)

250화 참가할 수 없다

"감히 나를 공격해?"

설무극이 눈을 찌푸렸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나는 호법 순위 서열 이 위인데, 감히 무슨 배짱으로 나에게 손을 쓰는 거지?'

"반딧불이 주제에 감히 해와 빛을 겨루려 하다니!"

설무극은 화난 표정으로 손바닥을 쳐들었다.

그의 손바닥 중앙에서 엄청난 눈보라가 일었다.

손을 흔들자 주위가 하얗게 변했다.

큰 싸움이 당장 일어날 것 같았다!

"대단한 빙설의 힘이구나!"

진남은 살짝 놀랐다.

설무극이 드러낸 빙설의 힘은 천지의 힘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설무극은 전혀 비교되지 않았다.

"뇌화살(雷火殺)!"

진남의 눈에 전의가 스쳤다.

열양금갑체결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뇌화가 순식간에 나타났다.

야수가 시뻘겋게 아가리를 쩍 벌리고 눈보라를 전부 빨아들이려는 것 같았다.

뇌화의 위력은 만만하게 볼 게 아니었다.

"어?"

설무극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무왕 경지 정상급의 진남에게 이런 전력이 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진남의 진짜 경지가 무종 경지 육 단계 정도라는 걸 재빨리 알아차렸다.

설무극은 눈길이 또 싸늘해지더니 다시 손바닥을 쳐들었다.

손바닥 중앙에서 얼음이 솟아올랐다.

주위의 공기가 싸늘해졌다.

마치 엄청난 폭설이 밀려올 것 같았다.

응심룡 등 무인들은 모두 안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뇌겁의 눈(雷劫之瞳)"

진남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왼쪽 눈에서 큰 붉은색 번개가 솟아올랐다.

그러나 그 찰나 어디에선가 외침이 울려 퍼졌다.

"멈춰라!"

휙휙!

열몇 개의 그림자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여덟 번째 봉우리의 여러 호법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무종 경지 정상이었다.

호법 중에서 한 중년 남자가 눈앞의 형세를 살펴보더니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진남이나 설무극이나 모두 명성이 자자한 자들이라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을 계속 싸우게 하면 안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는 걸 그는 더 잘 알고 있었다.

"두 분 제 체면을 봐서 여기서 싸우지 않는 게 어떻소?"

중년 남자가 표정을 가다듬고 천천히 물었다.

"당신이 뭔데?"

설무극이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고 말했다.

"썩 꺼지시오. 아니면 자네들도 다 손 봐주겠소!"

중년 남자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다른 사자들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때 호통 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설무극, 화를 낼 필요 있느냐? 오늘 일은 그만 마무리하거라."

'무황 강자?'

설무극이 호흡을 멈추었다.

그는 여덟 번째 봉우리의 강자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걸 눈치챘다.

계속 싸우면 자신에게 좋은 점이 없을 것이었다.

"좋소. 체면을 봐주겠소."

설무극은 손에 쥐고 있던 얼음을 부서뜨리고 오만하게 진남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지금은 너를 봐주마. 그러나 명심하거라. 네가 만약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한다면 나는 반드시 네 사지를 부러뜨릴 거다. 무혼 등급이 아무리 높아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될 때가 있다는 걸 똑똑히 보여주겠다!"

말을 마친 그는 더 머무르지 않고 설무흔을 잡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진남도 눈에 스쳤던 뇌겁의 힘을 거두어들였다.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삼 개월 동안 그는 실력이나 경지가 무척 제고됐다.

그러나 설무극에 비하면 꽤 차이가 있었다.

"실력을 더 높여야 해."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그의 실력이 뛰어났다면 설무극이 어찌 이토록 건방질 수 있겠는가?

"다들 고맙소!"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응심룡 등 무인들과 여덟 번째 봉우리의 호법들을 향해 공수하며 말했다.

방금 그들은 모두 진남 편에 섰었다.

"고마워할 거 없소. 설무극이……."

응심룡 등은 고개를 저었다.

그뿐만 아니라 속으로 진남에게 탄복했다.

만약 그들이 이런 상황에 부딪혔다면 그들은 화가 난다고 해도 손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었다.

진남은 사람들과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응심룡과 십육 봉 대비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단목봉으로 떠났다.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하겠다고 등록한 제자들은 각자의 주봉에서 집합해야 했다.

집합한 후 주봉의 사자들이 거느리고 단목봉으로 합류했다.

다 합류하고 나면 대비가 시작됐다.

* * *

진남이 단목봉에 도착했을 때 단목봉 도장에는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진남!"

맨 앞에 있던 방검이 대번에 진남을 알아보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진남이 진짜 십육 봉 대비에 참가했어. 단목봉은 이번에 일 위를 할 가능성이 무척 크겠어.'

만약 일 위를 하게 되면 엄청난 영예였다. 얻을 수 있는 것이 엄청 많았다.

"뭐? 진남이 왔다고?"

"진남이 삼중문에서 삼 개월이나 고행했다는데?"

"근데 진남은 왜 여전히 무왕 경지 정상이지?"

"……."

도장 전체가 순식간에 시끌벅적했다.

모든 제자들이 복잡한 눈길로 진남을 훑어봤다.

"진남 사제, 내가 너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아느냐?"

이때 우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큰 사형 조방이었다.

조방은 손에 총채를 들고 도포를 걸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잘생겼었다.

그의 옆에는 교십일과 소비봉이 서 있었다.

그들의 인재의 풍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얼굴에 다정함만이 가득했다.

진남은 조방을 보자 소름이 돋고 안색도 어두워졌다.

그는 매우 중요한 일을 잊고 있었다.

조방은 경지가 무종 정상급이라 이번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할 수 있었다.

"십육 봉 대비 때 저자를 주의해야겠어!"

진남은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조방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방검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이때 조롱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가 바로 건방지기 그지없다는 진남이냐? 드디어 오늘 너를 만났구나. 진짜 영광이다!"

금색 두루마기를 입고 기세가 드높은 중년이 걸어왔다.

그가 오자 많은 제자들의 안색이 변했다.

조방도 안색이 싸늘해졌다.

방검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모용상(慕容祥), 네가 무슨 일로 왔느냐? 이번에는 십육 봉 대비라 너와 전혀 상관없어!"

'모용상?'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이 사람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때 방검이 진남에게 전음 했다.

진남, 우리 단목봉 내에는 부 봉주가 몇 명 있다. 미래 단목봉의 후계자이다. 모용상은 부 봉주 중에서 서열 일 위인 모용 봉주의 아들인데, 천성이 나쁘고 건방지기 그지없다. 이자는 나쁜 마음을 품고 온 것일 거다.

이 말을 들은 진남은 머릿속에 생각이 떠올랐다.

'지난번에 단목 봉주께서 말씀하신 적 있어. 내가 만약 이번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하면 누군가 나에게 손을 쓸 거라고 하셨지. 설마 그자들이 벌써 움직이기 시작한 건가?'

진남의 추측을 증명해주려는 듯 모용상이 음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검, 나는 명령을 받았다. 나도 이번에 세력을 거느리는 사자다! 세력을 거느리는 사자이니 당연히 올 자격이 있다. 그리고 나는 진남이 이번 시합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세력을 거느리는 사자란 여러 봉주들이 한 명 혹은 두 명의 사자를 칙명으로 지정하여 봉의 무인들을 거느리고 설명하고 격려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보통 세력을 거느리는 사자는 종래로 십육 봉 대비에 참견하지 않았다.

다른 세력의 인마가 숨어들거나 할 때라야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용상의 말투는 분명 일부러 진남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었다.

진남이 말하기도 전에 방검이 화를 냈다.

"모용상, 세력을 거느리는 사자면서 무슨 자격으로 진남더러 이번 시합에 참가하지 말라고 하는 거냐!"

"방검, 너 왜 소리 지르냐? 두 눈을 크게 뜨고 똑똑히 보거라. 이게 뭔지."

모용상이 경멸하듯 웃더니 손을 쳐들었다.

그의 손바닥에 영패가 나타났다.

영패의 중앙에는 커다랗게 '모(慕)'자가 새겨져 있었다.

영패를 본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변했다.

이 영패는 단목봉 모용 부 봉주의 영패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모용 부 봉주가 온 거나 다름없었다.

방검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용상이나 모용 부 봉주가 왜 진남에게 손을 쓰려는 거지? 근데 진남을 너무 만만하게 봤어. 진남의 배후에는 단목 봉주와 여러 봉주들이 있는데 말이야. 고작 부 봉주의 영패로 진남의 자격을 박탈시키려고 하다니, 웃기지도 않는 망상이군.'

방검이 속으로 비웃었다.

모용상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이번 십육 봉 대비는 무황 경지 아래의 무인들이 겨루는 것이다. 그러나 열여섯 개 주봉 사이에 겨루는 것이기도 하다! 진남은 우리 단목봉의 절세 천재지만 경지가 무왕 경지 정상밖에 안 된다. 그러니 만약 십육 봉 대비에서 격파되면 우리 단목봉에겐 얼마나 큰 수치겠느냐. 때문에 이번 십육 봉 대비에 진남을 참가하게 할 수 없다!"

그의 말에 많은 무인들은 눈빛이 흔들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용상의 말은 일리 있어 반박할 수 없었다.

"허허."

방검의 냉소가 점점 짙어졌다.

"모용상, 헛소리하지 마라. 진남은 규정에 따라 이번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하는 거야. 설사 모용 부 봉주께서 직접 오신다 해도 그를 이번 십육 봉 대비에 참가 못 하게 할 자격이 없어."

모용상은 눈길이 사나워졌다.

그가 영패를 보여준 후에도 방검이 계속 진남을 두둔했다.

이 때문에 그는 더욱더 화가 났다.

'진남은 절세 인재가 맞다. 그러나 나는 단목봉 제 일 부 봉주의 아들이다. 신분이나 지위나 모두 진남 못지않다. 또 이번에 진남을 탄압하는 건 아버지께서 직접 명령을 내리신 거기도 하다. 근데도 진남 같은 놈을 탄압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가?'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해도 돼. 하지만 반드시 내 심사를 통과해야 해!"

모용상은 화를 가까스로 참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검이 반격하려는데 진남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용상 사자 무슨 심사를 하려는 거요?"

"진남, 이 일은 네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진남이 말하는 걸 보고 방검이 서둘러 말했다.

"괜찮다. 누군가가 나를 상대하려고 하니 우선 그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들어보자."

진남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모용상은 진남이 말하는 걸 보고 기뻐하며 말했다.

"진남, 오해하지 말거라. 이건 단목봉을 위한 것이다. 내가 뛰어난 인재를 세 명 뽑았다. 네가 만약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이길 수 있으면 네 실력이 충분하다고 인정하마. 그러면 너는 이번 대비에 참가할 수 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 속에서 세 청년이 날아 나왔다.

세 청년이 나오자 모든 무인들은 안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세 청년은 모두 무종 경지 육 단계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단목봉 내에서도 명성이 자자하고 서열 삼십 위 안에 드는 인재들이었다.

그들은 모용상이 이미 판을 짜고 진남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눈치챘다.

"모용상, 너……"

방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진남이 이 세 사람을 싸워 이겨야 한다고? 절대 불가능하잖아! 진남이 무왕 경지로 진급한 지 이제 겨우 며칠이나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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