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화 염치없는 형제
진남은 깨어나자마자 자신의 식해 속에 백발의 노인이 우뚝 서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놀라서 소리쳤다.
"선배님은……."
"세상 사람들은 나를 삼중 무황(三重武皇)이라고 부른다."
백발의 노인이 엄숙하게 말했다.
"전에 나는 죽기 전에 존자의 뇌겁 힘을 얻었다. 오늘 너에게 그 힘을 선물로 주겠다."
"선배님, 이건……."
진남은 조금 놀랐다.
그는 전진한 발걸음 수가 많을수록 얻는 이익이 많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삼중 무황이 직접 나타나 그에게 뇌겁의 힘을 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명심하거라. 오만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야만 한다,"
백발의 노인이 손가락을 굽혔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붉은색의 번개가 뿜어져 나와 진남의 식해 속에 파고들자 백발의 노인은 사라져 버렸다.
쿵 하는 커다란 소리가 그의 식해에서 울려 퍼졌다.
붉은색 번개가 엄청난 힘을 폭발시키며 끊임없이 번지기 시작했다.
파괴력이 엄청났다.
존자 뇌겁의 번개의 힘이 번지기 시작하자 진남의 식해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부서질 것만 같았다.
"이 힘은 매우 깨끗해서 바로 흡수할 수 있겠어. 마침 지난번에 전신의 왼쪽 눈에 변화가 일어날 때도 번개의 힘의 도움을 받았었잖아. 이번에도 전신의 눈에 새로운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네."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심신을 거두고 육룡금문원영을 움직여 흡인력을 통해 번개의 힘을 억지로 식해에서 단전으로 끌고 갔다.
원영은 작은 입을 벌리고 번개의 힘을 빨아들였다.
번개의 힘은 반항할 수 없었다.
후!
진남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두 번째 문 아래에서 수행을 시작했다.
* * *
그 시각 삼중문 청색 돌길 위.
응심룡이 삼백 보를 돌파하고 다른 무인들도 잇달아 이백육십 보를 돌파하여 이전의 기록을 넘었다.
이번에 삼중문 훈련에 참가한 무인들은 전부 끝까지 버텼다고 말할 수 있었다.
물론 호법 순위 서열 구 위의 설무흔은 오히려 꼴찌를 했다.
그는 몇 번이나 뛰어가려고 했지만, 너무 고통스러워 버티지 못했다.
* * *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사이에 호수 맞은편의 무인들은 삼중문에 오를 기회가 없다는 걸 알고는 조용히 떠나갔다.
진남이 사백 보를 내디뎠다는 소문이 청룡 성지에 전해졌다.
진남 때문인지 청룡 성지의 모든 제자들이 수행을 시작했다.
* * *
삼중문.
번쩍!
진남이 눈을 벌떡 떴다.
그의 왼쪽 눈에서 수많은 붉은색 번개가 번쩍거렸다. 기운이 휘몰아쳤다.
한 달 동안의 연화를 통해 그는 뇌겁의 힘을 완전히 흡수했다.
그의 전신의 왼쪽 눈은 큰 변화를 일으켰다.
진남은 이제 자신이 신념을 일으키기만 하면 전신의 왼쪽 눈이 붉은색 번개를 뿜어 살초로 변화시킨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전신의 왼쪽 눈은 이제는 관찰할 수 있기만 한 것만이 아니었다.
"위력이 범상치 않은 것 같은데. 지금은 사람이 너무 많으니 나중에 확인해 보자."
진남은 흥분을 억누르며 모든 정신을 육룡금문원영에 기울였다.
"존자 뇌겁, 원영을 세례하거라!
한 달 사이에 뇌겁의 힘은 그의 전신의 왼쪽 눈의 능력을 제고시켰을 뿐만 아니라 육룡금문원영을 세례했다.
무왕이든 무종이든 진급하려면 내단과 원영이 모두 뇌겁의 세례를 받아야만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었다.
진남의 원영은 존자 뇌겁의 세례를 받고 변화가 작지 않았다.
웅!
용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원영에서 별 같은 금빛이 뿜어 나오더니 천천히 모여 용형 금문(龍形金紋)을 이루어 원영을 휘감았다.
원영에서 희미하게 번개가 번쩍였다.
"진급했어!"
진남은 엄청 기뻤다.
칠룡금문원영(七龍金紋元嬰), 지금의 그의 실력은 무종 경지 칠 단계에 맞먹었다.
쿵!
진남의 열염금갑체결, 청심당마결, 자아의지, 자아도기가 원영이 진급하자 변하더니 위력이 크게 제고되었다.
그것들엔 모두 번개의 기운이 배어 있었다.
그가 열염금갑체결을 움직이면 그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건 단순한 화염이 아니라 뇌화(雷火)였다.
뇌화의 위력은 당연히 더 엄청났다.
"지금의 실력이라면 무종 경지 팔 단계의 강자와 싸워도 문제없겠어! 그러나 아직 멀었어, 십육 봉 대비에는 틀림없이 무종 경지 정상급의 강자들이 많을 거야. 아직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 이 두 달 동안 열심히 노력하여 부단히 실력을 높여야겠어!"
진남의 눈이 반짝거렸다.
두 번째 문은 천지의 영기나, 여러 가지 무도의지가 엄청났다.
수련하기 최적의 장소였다.
진남은 일심을 이용하여 궤단류를 느끼는 한편 끊임없이 수행했다.
* * *
"벽난, 난 너에게 진심이다. 그런데 왜 나를 거절하느냐?"
하늘의 큰 섬에서 한 마신(魔神) 같은 청년이 궁전 안에 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벼락이 치는 것만 같았다.
"진남이 죽지 않는 한 저는 누굴 만날 마음이 없어요."
강벽난이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그날의 치욕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또 진남이군!"
청년은 화를 내며 사납게 말했다.
"이미 둘째 동생을 보내 진남과 겨뤄보라고 했어. 셋째 동생을 위해 복수도 하고,"
"소 오라버니 고마워요."
강벽난은 사람을 녹이는 달콤한 목소리로 애처롭고 가련하게 말했다.
"둘째 공자와 팽 공자가 있으니 진남이 삼두육비(三頭六臂)라고 해도 살아남지 못할 거에요."
청년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벽난, 네가 내 손을 빌어 진남을 죽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진남이 죽으면 너는 반드시 나와 만나야 한다. 알겠느냐?"
말을 마친 청년은 두루마기를 휘날리며 떠나갔다.
강벽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왠지 기분이 잡쳤다.
* * *
시간이 조용히 흘렀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 십육 봉 대비가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청룡 성지는 떠들썩했다.
초롱을 달고 오색 끈으로 장식하여 꿈같기도 하고 환상 같기도 했다.
적지 않은 무종 경지의 무인들은 이 시간에도 수행 성지에서 고행하고 있었다.
십육 봉 대비는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모임이었다.
십육 봉 대비는 수많은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었다.
만약 봉주의 눈에 들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같은 시각, 삼중문 안에서 고행을 한 진남이 천천히 눈을 떴다.
"궤단류는 역시 달라. 핵심 비밀은 아무런 수단도 쓰지 않고 마음으로 연단하는 것이구나."
진남이 중얼거렸다.
한 달 동안의 수행을 통해 그는 궤단류를 어느 정도 장악했다.
무질서하고 혼잡한 생각에 따라 단약을 제조하는 것, 즉 마음으로 단약을 제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경지는 매우 현묘했다.
진남이 궤단류를 어느 정도 장악했지만 아직은 그러한 방법으로 만들 수 없었다.
"십육 봉 대비가 이제 곧 시작된다. 먼저 일을 끝내자!"
진남의 두 눈이 멀지 않은 곳의 설무흔을 바라보았다.
폐관하고 수행하던 설무흔은 뭔가 느낀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눈을 뜨더니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누가 정탐하는 거지……."
그의 목소리가 뚝 멈췄다.
그는 진남을 발견했다.
설무흔은 진남이 뭘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그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짐짓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 십육 봉 대비가 곧 시작된다. 끝나면 우리 한번 제대로 겨뤄보자. 그러니 계속 폐관 수행하거라."
"헛소리 치지 말고 이백 개 원석을 내놔!"
진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이지 않는 힘이 그의 몸에서 폭발했다.
'설마 시치미를 떼려는 건가?'
"무슨 이백 개 원석?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설무흔은 안색이 변하더니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이백 개의 원석을 줄 수 없으니 그는 시치미를 뗄 수밖에 없었다.
"내 원석을 떼어먹으려고?"
진남은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몸에서 한기가 뿜어 나왔다.
설무흔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두 달 사이에 진남의 경지가 또 제고될 줄 몰랐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너에게 빚진 거 없다. 때문에 떼어먹은 적도 없다. 그러니 손 쓸 생각 하지 말거라!"
설무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경지가 무종 정상급이라 전혀 진남이 두렵지 않았다.
"설무흔 진짜 염치없구나!"
이때 콧방귀를 뀌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응심룡이었다.
"진짜 염치없다!"
"진남과 내기를 걸며 진남을 괴롭히더니 졌다고 떼어먹으려는 거야?"
"……."
무종 경지의 무인들이 깨어났다.
모두들 안색이 싸늘했다.
설무흔은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진남 혼자라면 그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응심룡 외에 다른 사람들도 전부 진남 편을 들 줄 생각지 못했다.
"무슨 얘기하는지 모르겠어."
설무흔은 이를 깨물었다.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남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에 너는 나를 공격하고 내기를 걸고 나를 괴롭혔어. 근데 지니까 이제 와서 시치미를 떼는 거야? 당장 이백 개 원석을 내놓지 않고 무정하다고 탓하지 마라!"
설무흔은 진남보다 더 강하지만 왠지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겼다.
그런데 이때 비웃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정하다고 탓하지 말라고? 네가 얼마나 무정한지 한 번 보자!"
말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다가왔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그의 표정은 칼날처럼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한기는 설무흔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만물을 얼려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설무극!"
응심룡과 모든 무인들은 일제히 안색이 변했다.
설무극은 설무흔의 형이었다. 호법 순위 서열 이 위의 천재로 경지가 엄청났다.
"당신이 이 자의 형님이요?"
진남은 표정이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의 동생이 나에게 이백 개 원석을 빚졌소. 갚으라고 하시오. 그럼 이 일은 없었던 거로 치겠소."
설무극은 당연히 설무흔과 진남의 내기에 대해 알고 있었다.
사실 그도 설무흔이 이렇게 시치미를 떼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백 개의 원석은 적은 양이 아니었다.
게다가 내기를 한 사람이 진남이니 떼어먹을 수 있으면 떼어먹자고 생각했다.
진남의 말을 들은 설무흔이 싸늘하게 말했다.
"너에게 이백 개 원석을 빚졌다고? 증거가 있느냐? 증거도 없으면서 사람을 모함하지 말거라!"
응심룡 등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설무극은 설무흔을 도와 이백 개 원석을 떼어먹기 위해 온 것이었다.
이 형제는 진짜 역겨웠다.
"증거?"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이들 형제는 진짜 염치없구나. 인재라는 자들이 이렇게 당당하게 떼어먹으려 하다니.'
"됐다. 오늘 일은 이렇게 끝내자. 네가 예비 성자인 걸 봐서 오늘은 네가 무례를 범한 죄를 따지지 않겠다!"
설무극이 콧대를 쳐들고 한마디했다.
그의 말에 응심룡 등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설무극 진짜 너무 파렴치하구나! 떼어먹으려고 하면서 되려 넓은 도량으로 소인의 잘못을 따지지 않는 척하다니!'
"무례를 범했다고?"
진남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폭발해서 성큼 한발 내디뎌 주먹을 날렸다.
'네가 설무극이든 누구든 상관없어. 염치없게 굴면 맞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