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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48화 (248/1,498)

248화 진남의 노력

"하하하!"

설무흔이 이 광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진남. 너는 절세 천재다. 절대 무혼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무혼을 드러내면 너는 뛰어난 인재가 아니다! 그러니 절대 무혼을 드러내지 말 거라!"

설무흔은 진남을 자부하고 오만하고 건방진 나쁜 자식이라고 생각했다.

'이백아흔아홉 보를 내딛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무혼을 드러내지 않고 삼백 보를 내디디려 하다니? 진짜 헛된 망상을 하는구나! 그럼 계속 버티거라. 그대로 거탑에 산 채로 짓눌려 죽어라!'

진남은 끝없는 의지로 엄청난 고통을 억지로 버텨냈다.

그는 손바닥을 내밀어 땅을 누르며 힘차게 몸을 들어 올렸다.

쿵!

거탑이 화가 난 듯 빛이 반짝이더니 더 엄청난 힘을 뿜어 진남의 몸을 짓눌렀다.

진남의 일그러진 얼굴이 순식간에 눈빛이 굳어버리더니 눈코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심하게 상처를 입은 몸은 눌려 땅에 꾹 박혀버렸다.

땅이 빨갛게 물들었고, 진남의 미약한 기운이 죽은 사람처럼 사라졌다.

"큰일 났다!"

호수 맞은편에 있던 금 당주는 안색이 확 변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안색이 변했다.

진남이 삼중문 때문에 여기서 죽는다면 청룡 성지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손실이었다.

"진남!"

응심룡은 표정이 확 변했다.

설무흔은 한참을 멍해 있다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진남 주제 파악 못 하더니. 의지로 삼백 보를 넘을 수 있을 줄 알았느냐?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기분이 어떻든 그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진남이 죽으면 그의 형님이 예비 성자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의 지위도 따라서 올라가게 될 것이었다.

만약 진남이 이번에 죽지 않고 버텼다면 그에게는 재난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백 개의 원석을 배상할 수 없었다.

이때 진남의 기운 없던 몸과 피범벅이 된 손바닥이 살짝 움직였다.

그는 시뻘게진 눈을 매우 힘겹게 떴다.

설무흔의 웃던 얼굴이 굳어지고 모든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지 않았으면 뭐 해? 설사 네가 지금 무혼을 드러낸다 해도 삼백 보는 건널 수 없을……."

설무흔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다만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남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영혼에서 목소리를 짜내는 것 같았다.

"계속…… 전진해야 해……"

삼중문은 제자들의 의지를 단련하기 위해 존재했다.

그렇기에 버티기만 하면 틀림없이 계속 걸을 수 있었다.

삼중문은 무혼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삼중문은 무혼을 드러낼 필요가 없이 의지로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곳이야. 내가 버티지 못할 이유는 없어. 해내지 못하면 나는 설무흔, 진영이 말하는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어. 그러니 아무리 아프고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야 한다! 설사 살이 찢기고 힘줄이 끊어지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진남은 손바닥을 내밀어 땅에 거꾸로 놨다.

그는 더는 몸을 받들어 일어설 수 없었다.

일어서지 못하면 두 손으로 땅을 짚고서 기어가기라도 하겠다고 결심했다.

'기어서라도 삼백 보를 넘고 종점까지 가겠다!'

쿵!

형상이 없는 거탑이 무정하게 떨어져 진남의 몸을 공격했다.

진남의 눈은 완전히 빛을 잃었다. 마지막 생명의 기운이 있지만 의식이 전혀 없었다.

호수 맞은편의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남이 손을 이용하여 앞으로 기어가는 모습이 그들의 심금을 울렸다.

'어떤 의지라야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저런 의지로도 삼백 보를 내디딜 수 없구나!'

"휴……"

금 당주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진남을 구할 준비를 하거라."

진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움직일 준비를 했다.

진영은 몰래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성적과 의지는 탄복할 만했지만, 그녀는 진남이 싫었다.

그녀는 진남이 실패하는 걸 보고 비웃고 조롱하고 싶었다.

"하하, 이번 시합은 내가 이겼다!"

이때 설무흔이 큰 웃음소리를 냈다.

진남이 죽지 않아 그는 아쉬웠지만, 나중에 진남의 뺨을 때릴 걸 생각하니 위로되었다.

절세 천재의 뺨을 때리다니,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휙!

하늘에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 당주가 내려오더니 손을 내밀어 진남을 잡으려 했다.

진남이 궤단류를 장악하고 있었기에 그들은 반드시 진남에게 부탁을 해야 했다.

또한, 금 당주는 진남의 의지에 깊이 탄복해서 직접 손을 써 그를 구하려 했다.

그런데 그의 손이 굳어버렸다.

눈앞의 광경에 그가 짙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금 당주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돌려 일제히 바라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정신없는 진남이 계속 앞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분명 이미 정신을 잃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확고한 의지가 그의 영혼에 새겨지고 그의 뼈에 새겨진 것 같구나! 몸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고 정신을 잃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다니!'

쿵!

쿵!

쿵!

하늘에 떠 있던 거탑이 노한 것처럼 연거푸 짓눌렀다.

진남의 몸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끊임없이 떨면서도 그의 몸은 아주 조금씩 앞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탁.

마침내 진남의 피투성이가 된 손바닥이 삼백 보 위에 닿았다.

쿵!

커다란 소리가 울리더니 첫 번째 문과 두 번째 문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 나왔다.

"삼백 보……! 그가 해냈어!"

삼중문의 금제 위에 서 있던 금 당주는 경악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진남이 정신을 잃는 것을 보고 그들은 진남이 절대 삼백 보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신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도 그의 육신이 포기하지 않을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남의 몸은 굴할 줄 모르고 피투성이가 된 손바닥으로 바닥을 잡고 앞으로 기어갔다.

삼백한 보!

삼백두 보!

삼백세 보!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모든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남은 이미 삼백 보에 도달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계속 전진하려는 거지?'

그들은 진남이 설무흔이 제기한 내기에 응한 건 설무흔의 이백 개의 원석 때문이라는 것을 알 리 없었다.

그의 목표는 처음부터 삼백 보가 아니었다.

그의 목표는 온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전진하는 것이었다.

삼백 보는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었다.

그는 더 멀리 가겠다고 결심했다.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

진남의 의지가 무형의 힘을 가진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진남이 한 걸음 전진할 때마다 마치 경뢰가 그들의 마음속에서 터지는 것 같았다.

영혼이 그 때문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저토록 노력했던 적이 있었나? 우리는 진남처럼 이토록 미쳐본 적 있었나?'

그들은 자신의 무혼 등급이 안 된다고 원망했었다.

그들은 강인한 무혼이 있으면 자신들도 진남 못지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어떤가?

진남은 그들과 달랐다.

"에라 모르겠다!"

이때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응심룡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이백사십 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나도 계속 갈 거야!"

이번에 삼중문에 참가한 스무여 명의 무인들도 얼굴에 광기를 띠더니 계속 전진했다.

삼중문 도장에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모든 사람들의 몸에서 엄청난 힘이 솟구쳐 올랐다.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재능이 높은 사람이 자신들보다 더 노력하는 걸 보았다.

그런데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 노력하지 않는단 말인가?

'필사적으로 해보자!'

무도의 세계는 물을 거슬러 배를 젓는 것이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밀려나게 된다.

강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절대 포기하면 안 됐다.

진남의 모습은 무인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설무흔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충격을 받은 듯 안색이 창백해졌다.

왠지 모르게 창피한 생각이 들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진남이 저렇게 노력하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를 비웃는단 말인가?'

"가자!"

금 당주가 호수 위로 돌아와 진비 등에게 말했다.

"당주……."

주 사자는 어리둥절했다.

'진남에게서 궤단류를 배우려고 온 것이 아니었나?'

"진비, 진남이 궤단류보다 더 중요한 걸 너에게 가르친 것 같구나."

금 당주는 주 사자를 보지 않고 진비를 쳐다봤다.

진비가 정신을 차렸다.

눈에는 불빛이 이글거렸다.

"그렇습니다!"

진비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 진남에게서 궤단류를 배울 생각만 했지 자신의 두 손으로, 자신의 노력으로 연단 조예를 높일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진영! 진남에게 사과하거라!"

금 당주가 싸늘한 눈길로 진영을 보며 말했다. 그는 손을 뻗어 멀리에 있는 삼중문을 가리켰다.

"저는……."

진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나더러 진남에게 사과하라고? 내가 왜 진남에게 사과해야 하지?'

"사과하거라! 금 당주의 말이 맞다!"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네가 누구든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

이때 무인들이 화난 표정으로 호통쳤다.

금 당주가 말했다.

"듣지 못했느냐? 너는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누구도 진남을 비웃어선 안 된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버티는 사람은 존중받아야 한다!"

진영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진남이 엄청 싫었다. 그렇기에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당장이라도 불호령을 내릴 것 같은 금 당주를 보고 사과하지 않으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느꼈다.

"미, 미안하다!"

진영은 호수 위에 서서 매몰차던 기세를 죽이고 삼중문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주위의 무인들이 어찌 그녀가 내키지 않아 한다는 걸 보아냈다. 하지만 그들은 콧방귀를 뀌고 더 따지지 않았다.

"가자!"

금 당주는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다른 말 없이 날아갔다.

진비 등도 재빨리 따라갔다.

진남은 발생한 일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전진할 뿐이었다.

삼백오십구 보!

삼백육십 보!

삼백팔십 보!

하룻밤이 지나고 해가 떠올라 금빛을 뿜을 때가 되자 진남은 삼백아흔아홉 보를 넘어 사백 보에 도달했다.

그의 몸은 두 번째 관문을 넘었다.

모든 무인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두 번째 관문을 넘은 사람은 진남이 첫 번째야!"

"첫 번째 관문을 넘어도 엄청난 상품을 받을 수 있어, 진남은 두 번째 관문을 넘었으니 어떤 상품을 받을 수 있을까?"

"……."

이때 삼중문에서 예상 밖의 변화가 생겼다.

모든 문에서 수많은 신비한 빛이 불타올라 서로 엉키더니 허공에서 흐릿한 형상을 이루었다.

흐릿한 형상은 고개를 숙이고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고무적인 기색이 스쳤다.

그가 한 걸음 성큼 내디뎌 진남의 몸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진남은 바닥에서 튀어 일어나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몸에서 현묘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솟아올랐다.

삼중문은 구백육십 보다. 하지만 네가 자신의 의지로 사백 보까지 왔으니 의지를 더 증명할 필요 없다!

위엄 있는 목소리가 진남의 뇌리에 울려 퍼졌다.

이어 더없이 강대한 힘이 용처럼 진남의 몸에서 꿈틀거렸다.

진남의 상처투성이인 몸이 순식간에 회복되고 심신도 점차 깨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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