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화 내기의 시작
"닥쳐라! 난 너하고 쓸데없이 논쟁하고 싶지 않다!"
설무흔은 응심룡을 무시하고 진남을 바라보며 경멸하듯 말했다.
"진남, 넌 절세 천재가 아니냐? 설마 너의 경지는 오직 너의 무혼에 의해 얻은 거냐?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너를 자극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러니 거절해도 나는 상관없다. 왜냐하면 난 조금도 의외라고……."
그가 말을 마치기 전에 진남이 그의 말을 잘랐다.
진남이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다, 네가 말한 대로 삼백 보를 한계로 너와 내기하지!"
'내기한다고? 진짜로?'
무인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응심룡이 다급하게 말했다.
"진남, 함부로 내기하지 말게. 삼중문은 그리 간단하지 않소!"
"응 사형, 걱정할 필요 없소. 나에게 생각이 있소."
진남이 설무흔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만약 네가 지면 이백 개의 원석을 배상하거라. 어떠냐?"
"이백 개의 원석?"
설무흔은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의 재산 전부를 원석으로 바꿔도 겨우 서른 개밖에 바꿀 수 없었다.
이백 개의 원석이라면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큰 형님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좋다! 내가 진다면 이백 개를 배상하지!"
하지만 진남이 걸려든 것을 보자 설무흔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는 진남이 삼백 보를 절대 걸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네……. 휴……."
일이 이 지경이 되자 응심룡은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진남이 이렇게 충동적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무인들은 모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진남은 삼중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조금도 모르는 것 같구나…….'
삼백 보는 말할 것도 없고 이백 보를 걸어도 끈기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었다.
삼중문 앞을 지키던 호법이 이 광경을 보고 눈에 하찮은 빛이 스쳤다.
그러나 그는 더 말하지 않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꾸물대지 말고 속히 삼중문으로 들어가거라. 명심하거라, 삼중문 안에서는 마공(魔功)을 써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삼중문이 너를 죽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무인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들은 더는 진남과 설무흔 그들의 싸움을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날려 청색 석판의 대로 위로 올라갔다.
"진남, 그럼 난 네가 삼백 보 걷기를 기다리겠다!"
설무흔의 눈에 비웃음이 스쳤다.
그도 청색 석판의 대로 위로 걸어 들어갔다.
"힘내시오!"
응심룡은 진남을 돌아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흔들더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시각, 스물아홉 명의 무인들이 모두 청색 석판 도로에 들어서고 진남만 남았다.
진남의 왼쪽 눈에 번개가 반짝였다.
그는 첫 번째 문이 움직이더니 무형의 힘이 내려와 스물아홉 명의 무인들의 몸을 내리누르는 걸 느꼈다.
"삼백 보라……."
진남이 중얼거리며 석판 길 위에 올라섰다.
올라서자마자 그는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쿵!
보이지 않는 압력이 순식간에 그의 몸 전체에 퍼졌다.
여덟 번째 봉우리의 중력보다 족히 열 배는 강하여 그의 몸속의 열염금갑체결이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로 강한 중력이구나……."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겨우 첫걸음인데 이 정도 중력이면 백 보, 이백 보까지 가면 어느 정도일까? 상상할 수 없구나.'
그러나 그럴수록 진남의 마음속의 전의는 더욱 높아졌다.
"가자!"
진남이 큰소리로 외쳤다.
열염금갑체결이 전력을 다해 움직였다.
그는 커다란 압력을 받고도 아무 느낌도 없는 것처럼 거슬러 올라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는 것처럼 빨랐다.
눈 깜짝할 새에 제일 앞에 있던 설무흔, 응심룡을 제쳤다.
'진짜 강한 육신이구나!'
설무흔과 응심룡, 그리고 다른 무인들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처음 본 것이 아니었지만 다시 볼 때도 여전히 놀랐다.
"따르거라!"
설무흔과 응심룡은 거의 동시에 투지가 자극되어 외쳤다.
그들은 체내의 공법을 움직여 강한 기운을 뿜었다.
나머지 무인들도 멀리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모두 공법을 움직였다.
삼중문을 지키고 있던 호법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삼중문 금지에서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공법을 움직여 기운을 뿜는 걸 처음 보았다.
"헉……. 헉……."
진남이 거친 숨소리를 내었다.
그는 이미 팔십여 보를 걸었다.
팔십여 보를 걷는 동안 첫 번째 문의 중력은 급속히 증가되었다.
몸이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움직이기가 매우 힘들었다.
아마 백 보까지 가면 열염금갑체결도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진남, 이 정도로 힘드냐?"
설무흔의 싸늘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그의 모공에서 수많은 한기가 솟구쳐올라 그의 주위 방원 오 미터 되는 곳을 모두 얼음과 눈으로 만들었다.
그는 압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처럼 위로 올라가더니 한 번에 백 보를 돌파했다.
"설무흔, 까불기는?"
응심룡이 콧방귀를 뀌더니 몸에서 노란색 빛이 번쩍였다.
그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북 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기세가 무척 사나웠다.
그의 기백은 진남보다 더 강했다.
진남은 두 인재가 앞에서 빠른 속도로 전진하는 것을 보고도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가쁘게 숨을 쉬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시간이 흘러 설무흔과 응심룡은 모두 백팔십 보까지 걸어갔다.
두 인재도 이제 한 걸음 전진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진남은 백사십 보까지 걸었고, 발걸음이 엄청 느렸다.
그의 뒤에 있는 여러 무인들도 모두 백 보를 넘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이곳의 모든 무인들은 마치 거북이로 변하여 청색 석판 길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들의 이마, 몸은 모두 땀에 흠뻑 젖었고 숨을 쉴 때마다 마치 화염을 빨아들인 것처럼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종래로 느껴보지 못한 힘에 당황한 표정을 하고 조급해졌다.
"난 더 가지 못하겠어! 여기서 수행해야겠어!"
이때, 한 무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꼭 감았다.
웅!
첫 번째 문에서 빛이 뿜어 나오더니 하늘을 가로질러 그 무인의 몸을 비췄다.
그 무인의 포기는 다른 사람들을 짓눌렀다.
잇달아 또 일곱 명의 무인들이 포기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첫 번째 문에서 빛이 나와 그들의 머리를 비췄다.
"포기하면 세 개 문이 주는 이익을 받을 수 있구나. 더 멀리 걸은 사람들이 얻는 이익은 분명 적게 걸은 사람들보다 많을 거다……."
고개를 돌려 이 광경을 본 진남은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삼중문은 정신을 단련하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고달픈 시련을 이겨내면 그것이 주는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계속 걷자!"
진남은 산처럼 무거운 발을 들고 이를 악물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디뎠다.
* * *
같은 시각, 호수 맞은 켠.
거의 이백 명이나 되는 무인들이 옥배를 쟁탈하지 못했다.
그들은 삼중문을 돌파하다 기절한 사람이 없는지 후보가 될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휙 휙 휙 하는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몇 개의 그림자가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강림했다.
그들 중 제일 앞에 선 사람은 바로 금 당주였다.
그의 뒤에는 주 사자, 그리고 철목, 진영과 다른 한 청년이 있었다.
그들이 오자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어떻게 된 일이지?"
"금 당주 아니야? 그리고 저 청년은 진비잖아?"
"진비, 그 연단 천재? 그들이 무슨 일로 여기 왔지?"
"……."
모든 무인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끌렸다.
"흥! 놀라기는!"
진영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녀는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왜냐하면 진남이 성급 오품 화영단을 만든 일이 그들 봉주마저 놀라게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후, 봉주는 직접 나서서 단목봉으로 가 진남을 달라고 했지만, 단목봉에서는 그를 거절했다.
그래서 봉주는 어쩔 수 없이 금 당주 등에게 진남을 찾아 적어도 진남더러 그들에게 궤단대전을 전수하게 만들도록 명령했다.
초목 봉주가 진남이 궤단대전을 얻은 걸 보아냈던 것이다.
하여 진영은 진남을 매우 질투했다.
'진남은 어떻게 마단 존자의 전승을 받았을까?'
"진남은 아마 삼중문 안에 있을 것이다."
금 당주가 장내를 둘러보았다.
좀 전에 무인들을 위해 옥배를 놔주던 호법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질렀다.
"진남이 미쳤나? 설무흔과 삼백 보까지 걸어간다고 내기하다니!"
그 말은 장내를 크게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뭐? 말도 안 돼!"
"삼백 보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진남이 진짜 미쳤구나!"
"……."
무인들은 모두 대경실색했다.
금 당주 등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청룡 성지의 대부분 무인들은 모두 삼중문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설사 들어가지 못했더라도 삼중문의 위력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삼백 보까지 걸어간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진영은 경악한 동시에 얼굴에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때요? 제가 말했죠. 진남은 잘난척하기 좋아하고 엄청 건방져요! 그가 만약 기우를 만나지 않고 무혼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오늘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겠어요?"
"입 다물거라!"
진비가 묵직한 소리로 외쳤다.
"소란 피우지 말고 이번에 온 목적을 잊지 말거라!"
진영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오빠가 처음으로 그녀를 꾸짖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유를 생각하니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오기 전에 진비와 적수인 공주가 성급 십품의 화영 단약을 만들어 진비보다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진비가 궤단류의 신비를 얻지 못하면 아마 그 공주에게 완전히 격파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진남의 도움이 필요했다.
"긴말할 필요 없다. 우선 진남과 설무흔의 대결이나 보자."
금 당주는 흥미가 생겼다.
그가 손가락을 굽혀 허공을 향해 찍자 허공에 수막이 천천히 펼쳐졌다.
수막에 응심룡, 설무흔, 진남 등의 모습이 나타났다.
무인들은 금 당주가 수막을 펼치자 일제히 바라보았다.
"응심룡과 설무흔은 실로 대단하구나. 이렇게 빨리 백아흔아홉 보까지 가고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이는구나!"
"그들은 이백서른 보까지 가는 건 문제 없어!"
"진남은 안될 것 같구나, 백 여든세 보 걸었는데 쓰러질 것 같구나!"
"……."
무인들이 수막에 비낀 모습을 보고 평가하며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했잖아요!"
진영은 다시 경멸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고작 백여든세 보를 걷고 저 모양인데 삼백 보를 걷겠다고? 진짜 터무니없구나.'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녀의 시선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진남이 실패하는 걸 직접 보고 싶었다.
* * *
섬 위 삼중문.
해가 쨍쨍 비추고 있었다.
진남의 체내에서 화염이 끊임없이 불탔다.
육룡금문내단마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그의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발을 들 때마다 발을 드는 것 같지 않고 무거운 큰 산을 드는 것 같았다.
응심룡과 설무흔은 이미 백아흔아홉 보를 걸어 첫 번째 문 아래에 도착했다.
한 걸음만 더 가면 그들은 첫 번째 문을 넘어 두 번째 문의 압력을 받게 된다.
그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기운이 계속 흔들렸다.
뭔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진남은 한 걸음 한 걸음 거북이처럼 느리게 전진했다.
백아흔아홉 보까지 갔을 때 그는 이미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온몸의 기운이 매우 작아져 언제든 넘어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