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화 허튼소리 하지 마라
무인들은 진남이 무왕 경지 정상으로 무종 경지 일 단계를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할 줄 생각지 못했다.
진남의 몸이 옥배 위에 떨어졌다.
그는 더는 싸움에 연연하지 않고 오른발을 굴러 배를 출발시켰다.
이때, 호수 표면에 얼음이 생기더니 옥배가 가운데 갇혀 움직일 수 없었다.
"응?"
진남이 주위를 훑어보고는 설무흔을 발견했다.
"내가 말했잖아. 무종 육 단계 이하의 경지는 내 서른세 척 안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난번에는 네가 처음으로 범한 것이었지만 오늘 다시 범했으니 예비 성자라고 해도 절대 너를 용서할 수 없다!"
설무흔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싸늘하게 말했다.
"옥배에서 물러나거라. 그렇지 않고 내가 무정하다고 욕하지 말거라!"
주위의 무인들이 모두 놀랐다.
설무흔이 진남에게 손을 쓰려는 건가?
먼 곳에 있는 응심룡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는 손을 쓰지 않았다.
그는 진남이 설무흔의 도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고 싶었다.
"서른세 척 범위에 나타나지 말라고?"
진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설무흔은 자신이 살황이라도 되는 줄 아나? 주위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지난번에는 그렇다 쳐도 이번에 또 나더러 옥배에서 물러나 삼중문에 들어가 고행하는 것을 포기하라고 하다니? 진짜 나를 만만하게 본 건가?'
"허튼소리 그만하고 덤비거라!"
진남이 사납게 소리쳤다.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설무흔이 화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발끝을 튕겨 옥배에서 날아올라 주먹을 날렸다.
"헉!"
"진짜로 싸운다! 진남은 큰일 났어!"
"그러게 말이야. 진남은 고작 무왕 경지 정상밖에 안 돼.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무종 경지 칠 단계의 상대는 안 될 거다! 한 방에 바로 죽을 것이야!"
"……."
옥배를 쟁탈하던 적지 않은 무인들이 이 광경에 끌려 모두 행동을 멈추었다.
설무흔의 주먹이 확대된 것처럼 진남의 주위를 뒤덮었다.
주먹 끝에서 수많은 눈꽃이 뿜어져 나왔다.
눈꽃은 모두 주위를 얼려버릴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무종 강자는 여러 가지 무예를 모두 극한으로 변화시켰다.
평범한 한 방이라도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열염금갑, 맹렬한 불길을 일으키거라!"
진남이 외치자 체내의 육룡금문원영이 격렬하게 움직이더니 수많은 화염이 그의 체내에서 불타올라 체외에 화염 갑옷을 만들었다.
화염이 모여 이루어진 열 장이나 되는 갑옷이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갑옷은 하늘 가득한 눈꽃을 모두 그 안에 휘감았다.
진남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주위의 무인들이 모두 놀랐다.
설무흔은 무종 칠 단계였다.
'진남이 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
설무흔도 눈을 찌푸렸다.
"대단하다! 진짜 대단해!"
응심룡은 눈에 놀란 기색이 가득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살려둘 수 없구나!"
설무흔이 사납게 소리쳤다.
그는 처음엔 형님 때문에 진남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진남의 실력을 보니 진남을 여기에서 막아 삼중문에 들어가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더는 경지를 높이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원, 설산, 모두 진압하거라!"
설무흔이 기세가 폭등하여 손바닥을 뒤집더니 허공을 내리쳤다.
쿵!
진남 머리 위의 허공이 마치 무너지는 것처럼 엄청난 힘이 진압해 오더니, 그의 몸 전체를 눌렀다.
쿵 쿵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났다.
설무흔의 힘이 그의 육신을 완전히 짓눌러 쓰러뜨리려 했다.
진남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는 설무흔과 차이가 너무 컸다.
만약 계속 싸운다면 그는 아마 중상을 입을 것이었다.
"설무흔, 너와 나는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네가 나를 막으려고 한 것이다! 그러니 오늘 내가 봐주지 않는다고 욕하지 말거라! 취천일격!"
진남이 크게 소리쳤다.
방대한 힘이 그의 손끝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 기세가 무서웠다.
주위의 무인들은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특히 설무흔은 생생하게 느꼈다.
진남의 손끝의 힘은 무종 경지 칠 단계에 도달했다.
"전부 태우거라!"
진남은 취천일격을 쓰지 않고 오히려 육룡금문원영을 움직여 열양금갑체결을 최대로 발휘했다.
훨훨 치솟는 화염이 주위를 감싸 한기 등을 모두 녹였다.
진남이 발끝을 살짝 튕기자 옥배가 고삐 풀린 말처럼 앞에 있는 섬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모든 사람들이 당황했다.
진남은 그저 긴장감을 올리고 빈틈을 노린 것이었다.
"도망가려고?"
설무흔이 정신을 차리고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그의 왼손이 천지를 향해 뻗자 수많은 한기가 모여들어 커다란 빙궁(氷弓, 얼음 활)을 만들었다.
그는 손에 빙궁을 들고 시위를 당겨 동그랗게 만들어 겨누었다.
웅!
진남의 몸에서 한기가 솟아오르고 소름이 끼쳤다.
마음속에서 짙은 위기감이 솟구쳤다.
"육룡원영, 전신의 왼쪽 눈, 저격을 차단하거라!"
진남이 크게 소리쳤다.
육룡금문원영이 엄청난 힘을 뿜어내더니, 전신의 왼쪽 눈과 한데 어우러져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설무흔의 머리 위에 보이지 않는 눈동자를 만들었다.
눈동자에서 수많은 번개가 뒤엉키더니 쏟아져 내렸다.
설무흔이 안색이 크게 변했다.
진남이 이렇게 강대한 동술을 장악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는 바로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휘저어 빙설대검을 뽑더니 허공에 생긴 눈동자를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이때, 진남이 몸을 돌렸다.
그는 뱃머리에 서서 두 손을 뻗어 뒤를 겨냥하더니 손바닥에서 엄청난 화염을 뿜었다.
화염을 뿜는 뒷심에 옥배가 파도를 헤치며 전진했는데, 속도가 급증했다.
"진남, 네가 수단이 아무리 많다 해도 섬에 오를 꿈도 꾸지 말거라!"
설무흔이 외쳤다.
그의 등 뒤에서 청색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무혼을 드러내려 했다.
무종 경지 정상의 강자인 그는 무왕 경지의 존재를 막지 못해 악에 받쳤다.
"설무흔, 창피하지도 않느냐! 무혼을 드러내려고 하다니!"
이때, 경멸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로 응심룡이었다.
쿵!
응심룡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한 방을 날렸다.
그의 주먹에서 귀신이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모습은 마치 사람 형상을 한 짐승 같았다.
"너!"
설무흔의 안색이 변하더니 서둘러 대응했다.
동시에 진남은 옥배를 몰고 이미 섬에 도착했다.
"응심룡,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설무흔이 그 광경을 보고 크게 화를 냈다.
그는 살초를 날려 응심룡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하하하, 난 너와 싸우지 않을 거다!"
응심룡은 당연히 싸움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헤엄치는 용처럼 설무흔이 날린 공격을 모두 피했다.
그리고는 몸을 다시 날려 옥배 위에 올라서더니 옥배를 밀어 앞으로 나아갔다.
"……."
설무흔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당장 쫓아가 응심룡을 죽도록 때려주지 못하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응심룡이 마음을 바꿔서 싸웠으면 쌍방이 모두 부상을 입었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뒤에 있던 무인들이 몰려들어 그들의 옥배를 빼앗았을 것이었다.
"진남, 이번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거라!"
설무흔이 이를 악물었다.
싸움이 끝나고 주위의 무인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계속해서 옥배를 쟁탈했다.
진남은 섬에 서서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섬은 그리 크지 않고 방원 일 리밖에 안 되었다.
섬의 중앙에는 커다란 문이 세 개 꽂혀있었다.
높이가 열 장밖에 안 되었지만, 구름을 찌를 듯한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문 아래는 청색 돌로 포장된 돌길이 이어져 있었다.
길이가 백 장이나 되었다.
"이 청색 돌부터 시작하여 일단 밟기만 하면 삼중문의 수행이 시작된다!"
한 호법이 섬 옆에 서서 진남과 십육 척 정도 떨어진 청색 돌을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사형, 고맙습니다!"
진남이 공수했다.
그는 성급히 나아가지 않았다.
이때, 응심룡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 진남 도우. 오늘 진짜 좋은 구경을 했소. 자네가 설무흔과 싸울 줄 생각도 못 했소! 아무도 자네처럼 겨룰 수 없을 것이요!"
"설무흔이 방심했을 뿐이오."
진남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도와줘서 고맙소. 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섬에 절대 오르지 못했을 거요."
만약 응심룡이 막지 않고 설무흔이 전력을 폭발시켰다면, 진남은 그의 상대가 안 되었을 것이었다.
"별거 아니오!"
응심룡이 손을 흔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흥!"
콧방귀 뀌는 소리가 옆에서 울려 퍼졌다.
방금 섬에 온 설무흔은 응심룡과 진남의 대화를 듣고 안색이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워졌다.
이때, 배 쟁탈 대전을 끝내고 호법 순위에 이름이 오른 무인들이 잇달아 섬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평소와 달리 서둘러 삼중문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진남, 설무흔, 응심룡 셋을 바라보았다.
"설무흔!"
진남이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만약 설무흔이 방심하지 않고 응심룡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삼중문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었다.
공헌점 천 개를 손해 보는 건 그렇다 쳐도 성장할 기회도 놓칠 뻔했다.
"진남,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볼 필요 없다!"
설무흔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나와 내기하겠느냐?"
'내기?'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진남이 숨을 길게 들이쉬더니 천천히 말했다.
"무슨 내기?"
"매우 간단하다. 네가 만약 삼중문 안에서 삼백 보를 걸으면 네가 이긴 거다! 네가 이기면 난 너에게 오십 개의 원석을 주겠다! 네가 져도 나는 너의 원석이 필요 없다. 대신 나에게 뺨 한 대 맞으면 어떠냐?"
설무흔이 말했다.
진남의 눈이 반짝거렸다.
'오십 개의 원석이라! 오십만 공헌점, 오십 개의 월급 단약과 맞먹는다.'
그러나 주위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모두 안색이 크게 변했다.
"뭐라고? 삼백 보?"
"너무한 거 아니야? 우리 청룡 성지의 역사에 무황 이하는 이백육십 보밖에 간 사람이 없다. 게다가 많은 법보를 써서 그 정도라고! 그런데 삼백 보라고? 장난하나!"
"그러게, 이런 내기는 누구도 응하지 않을 거야."
"……."
무인들은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심지어 설무흔에 대해 막말했다.
설무흔이 제기한 요구가 너무 과분했기 때문이었다.
응심룡도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설무흔! 너 말을 쉽게 하는구나. 삼백 보? 네가 만약 삼백 보를 걸으면 오십 개의 원석이 아니라 이백 개의 원석이라도 내가 너에게 주겠다!"
"난 할 수 없다."
설무흔이 무표정하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러나 진남은 다르다. 그는 현급 팔품 무혼의 절세 천재이고 양대 성주마저 그를 들이기 위해서 쟁탈했다. 그러니 당연히 요구를 높여야 하지 않겠느냐."
응심룡은 어이가 없었다.
"설무흔, 허튼소리 그만하거라. 삼중문 안에서는 무혼 등급의 얼마나 높든, 경지가 얼마나 강하든 상관없다.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만 본다."
주위의 무인들도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설무흔의 내기 제안은 진짜 너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