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243화 (243/1,498)

243화 옥배 쟁탈전

이때, 한 사람이 걸어왔다.

그 사람은 은색 긴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에 흰색 깃털을 꽂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는 정기가 돌았다.

그는 속세를 벗어난 느낌을 주어서 마치 절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가 걸을 때마다 무종 칠 단계의 경지가 조금도 숨김없이 폭발하여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설무흔이다!"

"그가 왔어!"

"……."

술집의 무인들은 모두 놀랐다.

설무흔은 냉담하고 거만했다.

그는 대문에서 서른세 척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진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말했다.

"내겐 규칙이 있다. 나의 방원 서른세 척 내에 무종 경지 오 단계보다 낮은 자들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네가 범한 건 처음이니 이번엔 너를 용서하겠다. 하지만 다음엔 명심하거라. 나를 보면 알아서 물러나거라."

말을 마치고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술집 안의 무인들이 모두 신속히 흩어져 길을 내어주었다.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진남은 살짝 어이없었다.

그는 삼중문에 대해 알고 싶었을 뿐인데 무시를 당한 건 그렇다 쳐도 눈에 거슬리는 물건 취급을 받기까지 했다.

"됐어, 다른 사람을 찾아 물어보자."

진남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그런데 이때 묵직한 웃음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흐흐흐. 설무흔, 넌 진짜 포악하구나. 왜 너의 방원 서른세 척 내에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거냐?"

덩치가 큰 청년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설무흔과 달리 삼베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다.

매우 소박해 보였다.

모든 사람들은 그의 체내에 방대한 힘이 숨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포악한 야수 같았다.

"응심룡이다!"

술집 안의 많은 무인들이 살짝 안색이 변했다.

설무흔은 술집 이 층에 앉아 무표정하게 말했다.

"응심룡, 지난번에 너에게 준 교훈이 아직 부족한 것 같구나!"

"허허, 교훈? 무슨 교훈? 삼 개월 후의 십육 봉 대비에서 나는 반드시 너를 격파할 것이다!"

응심룡이 입을 벌리고 웃었다.

그는 확실히 설무흔의 상대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언젠가 자신이 설무흔을 초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때, 응심룡이 가볍게 오 하고 소리를 냈다.

그는 앞에 있는 사람이 아주 눈에 익어 물었다.

"형씨, 우리 혹시 아는 사이요?"

"모르는 사이요."

진남이 공수하고 웃으며 말했다.

"응 사형, 혹시 삼중문의 규칙에 대해 나에게 알려줄 수 있소? 난 아직 잘 모르오."

술집 안의 무인들은 모두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저 녀석 진짜 배짱이 대단하구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를 응심룡에게 묻다니.'

그런데 응심룡은 화를 내지 않고 히죽 웃으며 말했다.

"난 분명 자네를 아오. 어디선가 자네를 본 적 있소. 자네에게 규칙을 알려줄 수 있소. 다만 자네는 나에게 자네의 이름을 알려주어야 하오."

"좋소."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때 설무흔이 싸늘하게 말했다.

"응심룡, 너도 진짜 할 일이 없구나. 저런 자의 이름도 마음에 새기려는 거냐?"

"너하고 무슨 상관이냐?"

응심룡이 흘겨보며 말했다.

"형씨, 저자를 신경 쓰지 마오. 저자는 원래 이렇게 거만하고 사람을 얕보오. 삼중문에 대해 말해주겠소. 삼 일 후면 호법이 와서 우리를 거느리고 삼중문으로 갈 거라오. 한데, 삼중문에 들어가기 위해선 옥배를 쟁탈해야 하오. 옥배는 모두 서른 척밖에 없소. 오직 옥배를 차지해야만 배를 타고 삼중문으로 들어갈 수 있소."

"옥배를 쟁탈한다고요? 그렇군……."

진남의 눈에 불꽃이 튕겼다.

'재미있구나. 다른 고행 성지와 달리 정원에 제한도 있구나. 이 마을에 있는 무인들만 해도 적어도 이백 명은 되겠지? 이백 명이 서른 개의 정원을 쟁탈하다니, 꽤나 치열하겠구나.'

"형씨, 이름이 뭐요?"

응심룡이 물었다.

만약 일반 사람이라면 그도 이렇게 고집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익숙한 느낌이 들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이 아닐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난 진남이라고 하오. 사형 알려줘서 고맙소. 그럼 먼저 실례하겠소!"

진남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사람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공수하며 재빨리 몸을 돌려 떠나갔다.

"진남?"

응심룡은 당황했다.

그뿐만 아니라 술집 안에 있던 설무흔과 다른 무인들 모두 당황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어쩐지 그렇게 익숙하다 했어! 진남이었구나!'

특히 목소리가 큰 무인은 더욱 후회되었다.

방금 진남이 자신에게 물었을 때 그는 귀찮아하며 거절했었다.

'만약 그때 거절하지 않고 진남에게 알려줬다면 진남과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하하, 진남이 올 줄이야. 잘 됐어. 이번 삼중문으로 가는 길에 그와 겨루어볼 수 있겠어!"

응심룡은 매우 흥분되었다.

그는 호법 순위에 든 천재로서 줄곧 진남의 뛰어난 모습을 보고 싶었다.

다만 인맥이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오늘 만났으니 그가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응심룡은 무언가 생각난 듯 설무흔을 보며 조롱했다.

"내가 말했잖아. 너무 건방져서는 안 된다고. 어떡하지? 진남에게 너의 서른세 척 내에 서 있지 말라고 하고 또 다음엔 주의하라고 했지? 설무흔, 진짜 대단하구나. 하하하!"

주위의 무인들도 놀랐다.

그들은 정신을 차리고 묘한 눈길로 설무흔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설무흔의 오만함을 경험한 바 있었다. 그들도 속으로 불쾌했었다.

한데, 오늘 설무흔이 진남에게 오만하게 굴었으니 그들은 실로 통쾌했다.

설무흔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사람들이 쳐다보자 그는 얼굴이 불타는 것 같고 표정도 어두워졌다.

* * *

진남은 술집을 떠난 후 오백 공헌점을 지불하고 한 객잔에 머물렀다.

"궤단대전의 핵심은 '궤단류(詭丹流)'다. 마단 존자는 전에 궤단류를 대성 경지까지 연마하여 월급 십품의 연단대사가 되였다. 나는 마단 존자의 기억에 따라 궤단류를 극치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진남이 중얼거리며 일심이용하여 궤단류를 수행하고 이해하면서 무예 연습을 시작했다.

"지난번에 금단이 만들어진 후 혼돈지기에 의해 제고했다. 그런데 지금은 혼돈지기가 없으니 육룡금문원영을 어떻게 제고시키지?"

진남이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번에 원영이 이루어진 것은 모두 궤단대전의 덕을 본 것이지 내가 연마한 것이 아니다. 그럼 스스로 제고할 수 있을까?'

시간이 천천히 흘러 사흘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작은 마을은 진남, 응심룡, 설무흔이 온 것으로 더없이 시끄러웠다.

다른 무인들은 흥미진진하게 의논하고 있었다.

진남이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사흘 동안 그는 궤단류 심법의 기초를 장악했다.

적지 않은 수확이었다.

육룡금문원영을 제고하는 건 삼중문에 들어간 후 시도해봐야 했다.

"시간이 됐다!"

진남은 일어서더니 몸을 날려 객잔을 나왔다.

작은 마을에 모든 무인들이 모였다.

이백여 명의 무인들은 위세가 등등했다.

진남은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무종 경지 이상의 존재였고 무왕 경지인 사람은 매우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응심룡과 설무흔 양대 인재가 앞에 서 있었는데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봐라. 진남이다!"

"진짜 강하군. 적어도 무왕 경지 정상이겠지?"

"……."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응심룡이 눈이 반짝이더니 손짓하며 말했다.

"진형, 여기요!"

진남은 담담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곧장 걸어왔다.

그는 걸어오면서 멀지 않은 곳에 혼자 서 있는 설무흔이 차가운 눈길로 자신을 째려보는 걸 발견했다.

진 형, 설무흔을 조심해야 하오. 설무흔이 진 형에게 손을 쓸 수 있소.

응심룡이 전음하여 말했다.

'나에게 손을 쓸 수 있다고?'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도 설무흔의 적의를 느꼈다. 근데 나와 설무흔은 아무런 원수도 없는데?'

"설무흔은 청룡 호법 순위에서 서열 칠 위요. 그에게 형이 있는데 이름은 설문천(雪問天)이고 서열 이 위요. 설문천은 원래 예비 성자로 될 기회가 있었는데 진 형이 오면서 예비 성자에 탈락했소."

응심룡이 말했다.

"그렇군."

진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룡 성주가 전에 제자 심사에서 그를 예비 성자로 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아직도 예비 성자가 어떤 자리인지 몰랐다.

그런데 그 때문에 설무흔의 적의를 불러일으켰을 줄이야.

이때, 먼 곳에서 한 사람이 뛰쳐나와 큰소리로 외쳤다.

"모든 사람들은 나를 따르거라!"

이백여 명의 무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남도 마음속의 의혹을 누르고 재빨리 따라갔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커다란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는 방원 삼백 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푸르름이 끊임없이 출렁거렸다.

호수의 중앙에 작은 섬이 하나 있었다.

그 섬에 커다란 문이 세 개 우뚝 서 있었다.

"저것이 바로 삼중문인가?"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여 바라보았다.

하지만 세 개의 문은 수많은 묘법에 덮여 관찰할 수 없었다.

"예전에 청룡 성지의 한 삼중 무황이 무존 진급에 실패한 후 필생의 힘과 모든 법보로 이 세 개의 문을 만들었다. 이는 후대의 제자들을 단련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따가 배를 쟁탈한 후 꼭 명심하거라. 삼중문 아래에서는 한 걸음 전진하기가 무척 힘들지만 얻는 이득도 그에 따라 커질 것이다!"

호법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진남은 깨달았다.

삼중문은 전에 현령종의 난심고죽림과 비슷했다.

많이 걸으면 얻는 이익이 더욱 컸다.

"재미있구나!"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섬에 들어간 후 너희들은 사 개월의 시간이 있다. 중간에 물러날 수도 있다. 만약 누군가 물러나면 뒷사람이 계속 올라가면 된다. 자! 그럼 지금부터 배 쟁탈을 시작하겠다!"

사자가 소맷자락을 흔들자 호수 위에 서른 개의 옥배가 나타났다.

배 한 척에는 한 사람만 탈 수 있었다.

휙!

이백여 명의 무인 중에 이미 적지 않은 무인들이 몸을 날렸다.

쿵!

순식간에 수많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무인들이 배를 쟁탈하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응심룡과 설무흔도 뛰쳐나와 두 개의 옥배 위에 올라탔다.

그들의 배는 처음에 몇몇 무인들이 기회를 봐 습격한 것 외에 나중에는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

"저 배로 가자!"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여 형세를 관찰했다.

그는 설무흔 옆에 있는 옥배를 쟁탈하는 무인들이 경지가 무종 일 단계라 실력이 제일 약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는 발끝을 튕겨 포탄처럼 몸을 날렸다.

"진남, 내 배를 뺏으려고?"

무종 경지 일 단계의 무인이 큰소리치더니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주먹을 날려 공격해왔다.

이런 싸움은 신분을 고려하지 않았다. 진남은 무왕 최고 경지일 뿐이었다.

"흥!"

진남이 눈에서 불꽃을 반짝이더니 오른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오른 주먹에서 힘이 모으더니 무종 경지 일 단계인 무인의 주먹과 부딪혔다.

쿵!

무종 경지 일 단계의 무인은 안색이 확 변했다.

그는 엄청난 힘에 부딪혀 날아갔다.

그걸 본 주위의 적지 않은 무인들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