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삼중문
"응."
진남은 숨기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궤단대전이란 기서를 한 권 얻었어."
"빨리 나에게 바치거라. 그 대전의 도움이 있으면 나는 진비를 쉽게 이길 수 있다."
묘묘 공주가 흥분해서 말했다.
지금 초목봉은 두 개 파로 나뉘었다.
한 파는 묘묘 공주를 우두머리로 하고 다른 한 파는 진비를 우두머리로 했다.
묘묘 공주는 진비를 아니꼽게 보고 초목봉을 통일하려 했다.
"응?"
궤단대전을 묘묘 공주에게 주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머리를 굴려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너에게 줘도 돼. 그런데 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
묘묘 공주가 경계하며 물었다.
"조건은 매우 간단해. 매달 나에게 서른 개의 월급 단약을 만들어주면 돼."
진남이 웃으며 말했다.
"뭐라고? 서른 개?"
묘묘 공주가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진남! 너 이 양심 없는 자식. 내가 없었다면 넌 이미 몇 번이나 죽었을지 모르는데 서른 개를 달라고? 안 돼! 한 달에 다섯 개가 최대야!"
"안 돼. 적어도 스무 개는 줘야 해. 그것보다 적으면 더 얘기할 것도 없어!"
진남의 표정엔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너……."
묘묘 공주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진남을 한바탕 때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으며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 스무 개로 하자. 빨리 궤단대전을 나에게 전해 줘!"
"좋아!"
진남은 그녀의 하얗고 여린 손을 잡더니 두 눈을 감고 궤단대전의 모든 내용을 전부 묘묘 공주에게 전해줬다.
"너 마단 존자의 연단 기억도 있구나……."
묘묘 공주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잘됐어! 내가 일급 연단사로 진급하는 건 말할 것도 없겠어!"
묘묘 공주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내 무엇인가 생각 난 듯 진남을 보며 말했다.
"너 십육 봉 대비(十六峰大比)에 참가할 거야?"
"십육 봉 대비?"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영예임무를 봐 봐, 만약 참가한다면 나에게 전음하고."
묘묘 공주는 명령을 내리고 신속히 떠나갔다.
그녀는 연단법을 배우고 싶어서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영예임무?"
진남은 신속히 청룡 영패를 꺼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 * *
끝없는 하늘 위에 거대한 섬이 마치 이동하는 거수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바로 상도맹의 총부인 만선도(萬仙島)였다.
이 시각, 섬의 한 궁전 내.
강벽난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약통에 몸을 담그고 수시로 앓는 소리를 냈다.
지난번에 무종비경에서 그녀는 중상을 입고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지금 각종 천지영약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회복이 느려 적어도 반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성녀, 방금 그림자가 소식을 전해 왔어요. 진남이 초목봉에서 성급 오품의 화영단을 만들었다고 해요!"
한 여자가 걸어 들어와 천천히 말했다.
"뭐라고?"
강벽난은 안색이 변하더니 눈에서 분노가 뿜어 나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때,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빛이 떨어졌다. 바로 전음 영부였다.
강벽난은 억지로 분노를 참으며 영부 위에 적힌 내용을 보았다. 그녀는 바로 분노가 사라지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진남, 현급 십품 무혼이면 적이 없을 줄 아느냐? 순진하구나. 이번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한다면 끝일 줄 알거라!"
* * *
초목봉, 사람이 없는 어느 곳.
진남은 청룡 옥간에 새로 발표된 영예임무를 보면서 떨리는 표정이 반나절이 되어도 진정되지 않았다.
십육 봉 대비는 청룡 성지 주봉에서 열리는 경기였다.
무황 경지 이하의 무인들은 모두 참가할 수 있었다. 열리는 시간은 삼 개월 후였다.
이번 대비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상품이 무척 풍성했다.
일 위는 천 개의 원석, 황도지기 세 개를 가질 수 있다. 이 위는 팔백 개의 원석, 황도지기 한 개를 가질 수 있다. 삼 위는 육백 개의 원석……. 순위가 낮아질수록 원석이 이백 개씩 줄어들었다.
하지만 십 위도 이백 개의 원석을 얻을 수 있었다.
이백 개의 원석은 진남이 적어도 이백 개의 월급 단약을 만들어야 바꿀 수 있는 양이었다.
이러한 상품은 진짜 너무 풍부했다.
"내가 만약 일 위를 해서 천 개의 원석를 얻고 거기에 세 개의 황도지기를 팔아 얻은 원석을 합하면 전신의 혼을 지급 무혼(地級武魂)으로 진급시키는 것도 문제없을 거야!"
진남이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눈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아올랐다.
만약 현급 십품 무혼이 그를 하역에서 정상급의 천재가 될 수 있게 한다면, 지급 무혼은 그를 하역의 그 누구도 비할 수 없는 최고의 천재가 되게 할 수 있었다.
"이번 대비에 꼭 참가해야겠어!"
진남은 결심을 내리고 임무를 받으려 했다.
이때, 그의 머리에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목 봉주가 엄숙하게 말했다.
"진남, 지금 누군가가 너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이번에 문파에서 발표한 십육 봉 대비에 넌 참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만약 네가 참가하기하면 누군가 너에게 손을 쓸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 저에게 손을 쓴다고요? 누구죠?"
진남은 살짝 당황했다.
단목 봉주가 좀 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 누군지 확신할 수는 없다. 나와 당청산이 이 일을 알아보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들은 우리가 널 선택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 그들은 너에게 손을 쓸 것이다."
"그렇군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때 죽음의 바다에서 발생한 일을 알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죽음의 바다에 분명 어떤 비밀이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도 일부러 찾아와 그를 노리지 않았을 것이다.
"선배님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러나 선배님, 전 이번 십육 봉 대비에 참가할 것입니다. 그리고 살아서 돌아올 것입니다."
진남은 위험이 두렵지 않았고 죽음도 두렵지 않았다. 두려워한다면 전신의 혼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었다.
물론 진남은 단목 봉주 등에게 도움을 청해 원석을 얻을 수 있었다.
얻을 수 있는 수량도 아마 엄청날 것이었다.
그러나 진남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도의 세계에서 모든 건 자기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십육 봉 대비는 그가 원석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 한 번의 단련의 기회이기도 했다.
"좋다. 항상 조심하거라."
진남의 성격을 아는 단목 봉주는 더 말리지 않고 몇 마디 당부했다.
'이번 십육 봉 대비는 무황 경지 이하면 참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무종 경지 정상의 강자들도 많이 참가할 것이다. 그자들이 나를 상대하려면 분명 무종 경지, 심지어 무종 경지 정상의 천재들을 출동시킬 것이다.'
진남의 눈에 흥분이 나타났다.
그의 체내의 전혈이 오랜만에 들끓기 시작했다.
청룡 성지에 들어온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었다.
십육 봉 대비는 좋은 기회였다.
"십육 봉 대비까지 아직 삼 개월이 남았다. 이 삼 개월 동안 나는 실력을 쌓아야 한다. 지금의 나는 아직 너무 약해."
진남은 빠르게 진정하더니 생각에 잠겼다.
그는 지금 육룡금문원영이 있었고 힘을 최고로 발휘하면 무종 경지 육 단계와 맞먹었다.
그러나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연단하는 일은 묘묘 공주와 협상했으니 삼 개월 내에 그는 원석 공급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연단수법을 높여 궤단대전, 마단 존자의 최강수법을 연마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직접 월급 단약을 만들어 원석을 바꿀 수 있었다.
"청룡 성지 내에 고행하는 곳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진남은 결심한 후 재빨리 청룡 옥간에 빠져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청룡 성지에는 열여섯 개의 주봉 도장 외에 또 전문적인 고행 성지가 있었다.
그 중 '삼중문'이라는 고행 성지가 그의 주의를 끌었다.
진남이 몸을 날려 삼중문을 향해 갔다.
무도세계에서 경지를 높이려면 기우를 만나기만을 바라서는 안 된다.
그리고 기우를 만난 후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오직 노력하고 지속적으로 연마해야만 자신의 경지를 높일 수 있었다.
* * *
삼중문은 여덟 번째 봉우리에 있었다.
여덟 번째 봉우리는 겉으로 보기에 매우 평범하고 다른 봉우리와 비해 아무런 특별한 곳이 없었다.
그러나 여덟 번째 봉우리에 들어서면 보이지 않는 힘이 몸을 진압했다.
진남의 몸을 보이지 않는 힘이 진압했다.
마치 커다란 돌에 깔린 것처럼 움직임이 평소보다 더 힘들었다.
"여덟 번째 봉우리는 독특한 중력을 이루고 있어. 들어오기만 하면 중력에 눌리는구나……"
진남은 왼쪽 눈에서 번개를 번쩍이며 중얼거렸다.
먼 옛날에 많은 무인들이 등에 중검(重劍)을 메는 등 중력을 이기는 방법으로 수행했다.
이곳 여덟 번째 봉우리는 자연스럽게 중력이 형성되어 매우 평범하지 않았다.
진남은 지도에 표시된 대로 계속 앞으로 향했다.
한참 걸으니 그의 앞에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에는 술집 등이 있어 사람이 오가고 매우 북적거렸다.
마을의 대문 어귀에 호법 두 명이 서 있었다.
진남이 다가가자 그 두 호법은 째려보며 말했다.
"삼중문에 들어가려면 천 개의 공헌점을 바쳐야 하오."
진남이 가슴이 아팠다.
공헌점을 바치자 호법이 또 말했다.
"삼중문은 삼 일 후에 열리오. 먼저 마을에서 쉬시오."
'삼 일 후에 열린다고?'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삼중문은 고행 성지가 아닌가? 왜 기다려야 하는 거지?'
의문을 품고 그는 마을에 들어가 술집을 찾아 소식을 알아보려 했다.
술집 문 앞에 도착하자 큰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들었소? 이번에 삼중문이 열릴 때 응심룡(應尋龍), 그리고 설무흔(雪無痕)이 모두 참가하러 올 거라오!"
그 말에 술집 안에 있던 여러 무인들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응심룡과 설무흔? 호법 순위에서 서열 십 위에 든 존재들 아냐?"
"그들이 왜 삼중문으로 오는 거지?"
"아마 삼 개월 뒤의 십육 봉 대비 때문일 거야!"
"……."
술집 안이 시끄러워졌다.
무인들이 이번에 삼중문으로 온 것도 마찬가지로 삼 개월 뒤의 십육 봉 대비 때문이었다.
십육 봉 대비는 매년 한 번씩 열리는 청룡 성지의 성대한 모임이었다.
진남은 술집으로 걸어 들어가 목소리가 비교적 큰 무인을 향해 공수하며 물었다.
"도우, 나는 삼중문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오. 좀 알려줄 수 있소?"
무인은 어리둥절했다.
앞에 있는 사람이 왠지 낯익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귀찮은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제자냐? 귀찮다. 나에게 묻지 말거라! 자자! 자, 여러분, 내가 이번에 진남이 연단한 일을 말해주겠소."
술집 안의 다른 무인들은 모두 진남을 무시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무인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이번에 진남이 연단한 일은 초목봉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체 청룡 성지의 수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