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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39화 (239/1,498)

239화 단중단(丹中丹)

진남의 이번 연단 수법은 지난번보다 더 매끄럽고 완벽했다.

설령 그들이라도 이 지경에 도달할 수 없었다.

진영과 정곤도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이 설마 자신을 끌어올리고 있는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진남의 연단 천부는 진짜 대단한 것이었다.

윙!

진남은 불에 탄 영액을 모두 휘말아 단로에 넣고 단약을 응집하기 시작했다.

"일어나!"

진남이 큰소리로 외쳤다.

펑!

또 한 번 격렬한 폭발이 일어나 단로가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

제자들은 잠시 얼떨떨해 있다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무슨 대단한 걸 만들어내는 줄 알았잖아."

"진남의 수법을 보니 많이 향상됐지만, 소용없어."

"연단은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

진남이 두 번이나 곤경에 빠지자 제자들은 속으로 왠지 모를 쾌감을 느꼈다.

'무예 천재가 아니더냐. 그래도 연단은 생각처럼 잘 안 되지?'

진남은 그들의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마단 존자의 각종 연단 경험이 번개처럼 끊임없이 스쳐 갔다.

그 외에도 두 번의 연단 과정과 여러 가지 세부 사항들이 진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진영은 그 모습을 보고 짜증 섞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진남, 세 번째는 굳이 시도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이번 시합의 결과는 뻔하니 얼른 패배를 인정하고 무릎 꿇고 절하거라."

'절하라니.'

사람들은 안하무인인 진남이 절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스윽!

진남은 두 눈을 뜨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진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세 번째 단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세 번째 단로 앞에 섰다.

진남은 조급하게 손을 쓰지 않았다.

그는 꼿꼿이 서서 연거푸 숨을 몰아쉬었다.

현묘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쿵!

터지는 소리와 함께 진남의 몸에서 수많은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응?"

짜증 섞인 진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정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자들은 호흡이 약간 흐려지고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지?'

철목의 눈에 색다른 빛이 스쳤다.

현장은 고요해졌고 진남만이 중얼거렸다.

"궤단대전, 공화지류(控火之流), 공화극치(控火極致), 화염비상(火焰飛翔). 궤단의 기초도 심오하기 그지없어. 만물의 모든 것을 어찌 단정할 수 있을까? 경지에 들어서면 뜻은 두드러지니……."

진남은 두 손을 내밀고 공화류를 다시 펼쳤다.

다만 이번의 공화류는 더 이상 보통의 공화류가 아니었다.

그의 두 손이 난폭하게 스쳐 지나갔다. 화염이 떨어지는 곳마다 끊임없이 터지면서 영약이 순식간에 타버렸다.

진남의 공화류는 너무 빠른 나머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건……!"

철목의 안색이 별안간 크게 변했다.

'극한, 아직 극한이 아니야. 더 빨라야 해. 더 빨리, 더 빨리.'

진남이 속으로 고함을 질렀다.

그는 천생 무치의 상태에 빠져 궤단대전(詭丹大典)의 심법을 부리고 있었다.

그는 두 번의 연단 실패와 마단 존자의 경험을 하나로 결합해 오성을 이루었다.

쿵! 쿵! 쿵!

진남의 두 손이 더욱 빨라졌다. 두 손의 그림자를 볼 수 없었다.

다만 화염이 허공에서 터져 영약을 불태우는 것만 보였다.

현묘하기 그지없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공화류(控火流)는 제일 기초적인 수법이다.

하지만 극치에 도달하고 나아가 극한을 넘어섰을 때, 심오함으로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진영, 정곤, 철목과 제자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불길을 잡아야 해."

진남의 두 손에 불붙은 화염은 그대로 터져 수많은 불씨가 되었다,

그것은 심사장을 순식간에 가득 채웠다.

불에 탄 순수한 영액이 허공에서 떨어져 단로(丹爐) 속으로 들어가면서 지글지글 소리를 냈다.

"일어나."

심사장이 수많은 불씨로 가득 찼다. 불씨들이 마치 휘몰아치는 듯 연단로 속으로 날아들더니 한데 모여 불길이 세차게 일어났다.

불씨가 단로 속에서 끊임없이 불타올랐다.

윙!

연단로에서 낭랑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든 화염이 별안간 폭발하더니 온 단로를 다시 터뜨렸다.

단지 지난 두 차례의 폭발과 달리 이번에는 손바닥만 한 시커먼 단약이 그 속에서 솟아올랐다.

단약이 만들어졌다.

"드디어……."

진남은 무치 상태에서 빠져나왔다.

극도에 도달했던 심신이 긴장이 풀리자 그는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고도로 집중된 연단은 부담이 엄청났다.

피곤했지만, 그는 속으로 말 못 할 기쁨을 느꼈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결실을 맺은 것은 그에게 큰 성취감을 안겨줬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게 공화류인가?'

'연단을 배운 적 없는 진남이 어떻게 이런 수법을 펼칠 수 있지?'

조금 전 진남이 펼친 수법은 정곤의 수화쌍류(水火雙流), 진영의 쌍비무혼(雙臂武魂)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땡!

동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서 깨어났다.

한 시진이 되었다.

"진남, 너……."

철목은 온몸이 떨리고 흥분되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성급 오품 연단사로서 매서운 식견을 가지고 있어 진남이 방금 펼친 것이 공화류라는 것을 보아냈다.

이 기초적인 수법은 진남에 의해 또 다른 극치에 도달했다.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극치였다.

"……."

진영과 정곤은 경멸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지난 두 차례까지만 해도 문외한 같았던 진남이 이런 상상도 못 할 수법을 펼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진남의 연단 수준이 우리를 능가한 건가?'

"사형, 이건 제 단약입니다."

진남은 마음을 다잡고 단약을 철목에게 건네주었다.

"그래."

철목의 두 눈에 커다란 기대감이 드러났다.

'이렇게 놀라운 연단 수법이 어떤 단약을 만들었을까? 진남이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철목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생각했지만 기대감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떻게 구름 한 점도 없는 거지?'

진영, 정곤과 제자들이 모두 쳐다봤다.

그들은 보자마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단약은 손바닥 크기에 시커멨다.

심지어 모서리가 둥글지 않고 구름 한 점 없었다.

게다가 약효마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단약은 구름의 수로 등급을 평정한다.

지금 이 단약은 구름 한 점도 없었다.

그것은 단약이 성급 일품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 엄청난 연단 수법이 이 정도의 단약을 만들었단 말인가?'

"하하하."

정곤은 폭소를 터뜨렸다. 웃음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진남 사제, 너의 연단 수법이 이렇게 놀라울 줄은 몰랐다. 근데 보기만 좋을 뿐 아무 소용도 없구나."

진영이 차갑게 웃었다.

"실력도 없으면서 허세를 부리긴."

조금 전 진남이 연단 수법을 펼칠 때의 광경은 두 사람의 마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연단 수법이 무서워 보여도 연단은 쓸모가 없었다.

"이게……. 에이!"

철목은 깊게 탄식했다.

그는 상당히 기대하면서 진남이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보잘것없는 결과에 그는 찬물을 끼얹은 듯 실망했다.

제자들도 이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고 크게 비웃었다.

"이런, 무슨 단약을 만들려고 하나 했더니 개뿔도 아니네."

"하하하, 연단 수법이 주목을 끌면 뭐 해? 제대로 된 단약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

"진남, 넌 완전히 실패했다. 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됐으니 무릎 꿇거라."

진영은 큰소리로 호통쳤다. 기세가 사나웠다.

"진남 사제, 아까 이번 투단을 취소하라고 설득하지 않았느냐. 듣지 않고 나랑 겨룬 거니 날 탓하지 말거라."

정곤은 음흉하게 웃었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진남이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렇습니까?"

진남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어휘 선택에 노력을 기울이며 말했다.

"누가 제가 졌다고 했습니까? 이번 시합은 제가 이겼습니다."

'진남이 이겼다고? 성급 일품도 도달하지 못했는데 이겼다고 주장하는 건가?'

모든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진남이 이렇게 대답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진영과 정곤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무슨 뜻이지? 설마 억지를 부리려는 건가?'

그들이 화를 내기도 전에 진남이 철목에게 걸어갔다.

진남은 어리둥절해 있는 철목의 손에 시커먼 단약을 쥐여주었다.

"진남, 이건……."

철목은 왠지 모르게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진남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심사장 앞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정곤, 진영과 투단할 때 모두가 나를 조롱하고 비웃었소. 당신들의 채찍질에 감사드리오. 당신들 덕분에 극한을 돌파하고 또 다른 경지에 도달했소. 그런데 초목봉의 연단 수준이 의심되오. 설마 단중단(丹中丹)을 들어본 적이 없소?"

단중단!

성급 육품 이상의 연단사들은 연단하는 과정에서 단약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 나머지 영액을 이용하여 위에 한 층의 단 껍데기를 도금하곤 했다.

이는 단약이 형성된 후 약의 기운이 너무 강대하여 너무 큰 파동을 일으켜 수많은 강자들을 끌어모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또 어떤 단약은 만들어진 후 공기와 접촉하면 약효를 잃게 됐다.

이런 단약을 사람들은 단중단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단중단을 만드는 방법은 저급 연단사는 장악할 수가 없었다.

"다들 눈을 크게 뜨고 잘 보시오."

진남의 온몸의 기세가 폭발하였다.

그가 왼손을 들어 주먹을 쥐더니 시커멓고 손바닥만 한 단약을 향해 내리쳤다.

펑!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약이 끊임없이 흔들리더니 표면에 하나의 금이 생겼다.

금이 점차 퍼져 단약 전체를 감싸더니 딱 하는 가벼운 소리가 나며 단약 껍질이 벗겨졌다.

웅!

어디선가 쟁쟁한 떨림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들려왔다.

연녹색 단약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단약은 엄청 짙은 기운을 풍겼다.

그 위에 구름 다섯 송이가 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어떻게 이럴 수가! 진짜로 단중단이잖아. 게다가 안에 든 단약은 성급 오품이라니!'

만약 초목봉의 천재가 성급 오품의 단약을 만들어냈다면 전혀 놀랄 것이 없었다.

그러나 눈앞의 사람은 단목봉의 제자였다.

심지어 그는 초목봉에서 연단하는 것을 배운 적이 없었다.

진영과 정곤은 뺨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무시하고 비웃던 진남이 자신들보다 더 강한 단약을 만들어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여러분 미안하오, 지금은 단약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오!"

이때, 진남이 입을 열었다.

그는 입을 벌리더니 단약을 향해 화염을 뿜었다.

두 번 호흡할 시간 동안 불에 탄 연녹색의 단약에서 향기가 풍겼다.

향기는 산에서 온 것처럼 맑고 깨끗했는데, 사람들의 마음속에 흘러들어 기분 좋게 했고, 정신을 맑게 했다.

철목, 진영, 정곤 그리고 모든 제자들이 놀라서 당황했다.

'이, 이향이란 말인가? 설마 진남이 성급 오품의 이향 단약을 만들어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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