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화 폭발한 단로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진영의 무혼이 그녀의 양팔을 붙들고 있다니, 타고난 연단사구나!"
"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 그녀와 정곤의 수화쌍류 중 누가 이길지 모르겠구나."
"……."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아무도 진남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때 한 제자가 놀라 물었다.
"진남, 지금 뭐 하는 거요?"
사람들의 시선이 금세 진남에게 쏠렸다.
그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진남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고 정곤과 진영 등이 연단하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봤다.
'뭐 하는 거지? 설마 진남이 시합을 포기하려는 건가?'
두 번째 심사는 한 시진밖에 남지 않았다.
한 시진 내에 만족스러운 단약을 정제하는 것은 극히 어려웠다.
진남이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면 마지막에는 시간이 부족해 완성할 수 없을 것이었다.
제자들은 처음에 경악했지만, 이내 비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진남이 심사를 포기하든 말든 결과는 같다고 생각했다.
"진남 사형……."
임소우와 냉건웅은 극도로 긴장해 있었다.
그들은 시합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참가한 진남보다 오히려 더 긴장해 있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한 시진의 사 분의 일이 지났을 때, 진남은 그제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의 온몸에서 생기가 돌고 온화해졌다.
그가 영약을 바라보았다.
"진남이 연단을 시작하려나 봐."
제자들은 그 광경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그들은 진남이 대체 어떤 저력을 가지고 있어 정곤과 진영과 투단하겠다고 했는지 너무 궁금했다.
연단하고 있는 정곤, 진영도 참지 못하고 곁눈질했다.
"이놈이……."
철목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왠지 모르게 이번에는 진남이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을 것 같았다.
솨!
진남이 별안간 움직였다.
그의 두 손에서 화염이 타오르고 쉴 새 없이 바뀌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듯 영약 위에 떨어졌다.
화염이 떨어질 때마다 그의 손바닥에서 불길이 솟아올라 영약을 계속 불태웠다.
태워진 영액은 차례로 연단로 속으로 들어갔다.
모든 움직임은 한가로이 정원을 거니는 것처럼 유유했다.
그 모습을 본 제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철목은 더욱 눈을 부릅떴고 놀라서 턱까지 떨어질 뻔했다.
'이런, 이놈은 정말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진남이 사용한 수법은 모두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사용할 줄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제일 저급하고 기초적인 수법이었다.
그 수법은 '공화류'라고 하는데 초목봉의 제자들이 초목봉에 가입해서 배우는 기초 중의 기초였다.
"하하!"
"진남은 진짜 연단할 줄 아는구나. 공화류를 사용할 줄도 알다니."
"진짜 웃기는구나."
"……."
그 상황에서 제자들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급 단약을 만들어내려면 고급 연단 수법을 써야 한다.
진남의 공화류는 기껏해야 성급 일품의 단약밖에 만들 수 없다.
그러니 이번 시합에서 진남이 질 것이 분명했다.
진영과 정곤의 입가에 경멸의 빛이 번뜩였다.
그들은 진남이 무슨 배짱으로 그들과 투단하겠다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진남은 연단술을 조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남은 너무 어리석었다.
공화류를 장악하면 자신들과 겨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임소우와 냉건웅은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특히 임소우는 핏기가 전혀 없었다.
공화류만으로도 진남의 연단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시합에서는 그가 질 게 뻔했다.
"기적이라도 일으키는 줄 알았는데……."
철목은 고개를 저으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다시 자조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람들은 진남처럼 무도 천부가 있는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단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할 수 없으니 그는 어떤 기대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오직 진남만이 공화류에 전념하며 주위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한 시진 중 반이나 흘렀다.
많은 제자들은 이미 연단을 끝냈다.
또 많은 제자들은 첫 번째와 두 번째에 실패하면서 세 번째 제조를 시작했다.
오직 정곤, 진영, 진남만이 지금까지 첫 번째 단약도 만들지 못했다.
"수화쌍류, 천지음양(天地陰陽). 둘이 하나로 합쳐 큰 단이 이루어진다!"
그때 정곤이 크게 소리쳤다.
그는 영액을 모두 연단로에 넣고 두 손을 연단로 위에 올렸다.
타오르는 화염과 한기가 영액을 중앙으로 끌어당겼다.
물과 불이 서로 섞이면서 단약이 서서히 응집되었다.
윙!
작은 울림과 함께 단로 중앙에 단약 한 개가 만들어졌다.
그 단약은 붉은색, 푸른색이 절반씩 모여 네 점의 구름 형상을 이루었다.
제자들은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네 점! 네 점이야! 성급 사품의 단약이야!"
"정곤의 연단은 역시 대단하구나!"
"……."
단약은 연단사의 등급과 마찬가지로 성급, 월급, 일급으로 분류되고 각 등급은 십품으로 나뉜다.
단약은 그 등급에 따라 구름 개수가 달랐다.
성급 사품의 단약은 구름 네 점을 이루었다.
정곤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번에 실력을 훨씬 넘어 발휘하여 사품 단약을 만들어냈다.
이번 심사에서 일 위를 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의 눈에는 그의 연단 수준이 성급 사품 연단사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어 보일 것이었다.
철목은 남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정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나이에 성급 사품 단약을 만들어냈으니 조만간 성급 오품 연단사에 도전해도 별문제 없을 것 같았다.
"쌍비 무혼, 좌수부침(左手浮沉), 우수건곤(右手乾坤), 만물귀일(萬物歸一), 귀원단응(歸元丹凝)."
그때 진영이 소리쳤다.
그녀의 두 손에서 눈부신 광채가 피면서 강한 의지가 발산됐다.
의지가 화염에 휩싸여 모든 영약들을 끌어모았다.
펑!
단로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화염 속에서 백옥 같은 단약이 솟아올랐다.
단약의 표면에는 똑같이 네 점의 백운이 모여 있었고, 그윽한 향기가 났다.
정곤의 안색이 확 달라졌다.
철목과 제자들도 그 향기를 맡자 안색이 급변했다.
'이럴 수가!'
이것은 이향(異香)이었다.
단약은 구름의 수로 등급을 매기는 것 말고도 또 다른 구분이 있었다.
이향을 풍긴다는 것이 단약이 응집한 약효, 의지가 강하고 한 수 위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밖에도 이향 위에 이상과 화영(化靈)이라는 두 가지 단계가 있었다.
단약은 이상을 움직이거나, 영성(靈性)을 탄생시켜 단영(丹靈)을 갖추게 할 수 있었다.
이런 단약은 동급 중에서 가장 강한 존재였다.
오직 진정한 천재만이 이향, 이상, 화영을 응집할 수 있었다.
"이향이야!"
"허, 성급 사품 연단사는 물론 성급 육품 연단사가 성급 사품의 단약을 정제하더라도 천부적인 재능이 없으면 절대 이향을 만들 수 없을 텐데!"
"……."
제자들은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눈앞에서 직접 성급 사품의 이향 단약을 만들어내는 걸 보는 것은 정말 얻기 힘든 기회였다.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구나."
철목도 저도 몰래 감탄했다.
오늘 진영이 보여준 실력은 성급 오품 연단사보다도 더 강했다.
진영은 자신이 정제한 단약을 보자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래지 않아 진남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여전히 단약 정제에 전념하고 있는 진남의 모습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
"진남, 난 성급 사품의 이향 단약을 정제했단다. 그러니 망신당하지 말고 얼른 패배를 인정하거라. 무릎 꿇고 사과한 뒤 소비봉을 회복시키거라."
그 말을 듣고서야 사람들은 진남이 아직도 그들과 투단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나 진영의 말대로 진남은 더 이상 투단을 계속할 필요가 없었다.
공화류가 정제할 수 있는 단약은 이번 심사장의 어떤 수사와도 비교가 안 됐다.
진남은 그녀를 흘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큰소리를 쳤다.
"일어나라!"
그의 쌍수화염이 영액을 모두 모아 연단로에 던져 넣었다.
화염은 단로를 태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진남의 단약이 곧 완성된다.
연단은 각종 연단 수법으로 영약을 영액으로 만든 후 단로에서 한데 모아 단약을 형성한다.
진남의 화염이 단로 내에서 타오를 때 단로가 윙윙 떨리기 시작했다.
펑!
폭발하는 소리가 심사장에 울려 퍼지더니 단로가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으로 튕겼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
'단로가 터진 건가?'
'이런 기초적인 수법에 단로가 터졌다고?'
기초적인 수법일수록 단약을 더욱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연단사들은 공화류를 사용할 때 절대 단로를 터뜨리지 않았다.
정곤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진남, 연단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조심하거라."
진영은 경멸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저런 수준으로 나한테 덤빈 거야?"
이때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방자하게 웃기 시작했다.
"웃기는구나 진짜. 성급 일품의 단약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는 줄 알았거만."
"무예나 연마하지, 왜 굳이 연단하러 온 거지?"
"……."
초목봉에서는 연단사가 왕이다.
진남이 오만하게 굴다가 이런 수준을 보이자 사람들은 신분을 생각하지 않고 비웃었다.
임소우와 냉건웅의 얼굴은 창백하여 핏기라고 없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이번 투단에서 진남이 질 게 뻔했다.
그 모습을 본 철목은 놀라지 않고 한숨만 내쉬며 입을 열었다.
"진남, 이미 단로가 터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패배를 인정하거라. 계속할 필요가 없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남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수군거림을 무시하고 말했다.
"철목 선배, 심사에는 세 번의 기회가 있습니다. 저한테 두 번 남았으니 한 번 더 시도해 보겠습니다."
'한 번 더 시도해 본다고?'
사람들은 더욱 비아냥거렸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두 번 혹은 열 번 시도해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진영과 정곤은 냉소를 지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진남이 어차피 자멸할 뿐이라며 진남이 계속 시도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너……."
철목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모든 이에게 세 번의 기회가 있다. 네가 포기하지 않겠다면 다시 시도해 보거라."
그가 손을 흔들자 단로 두 개와 영약 두 개가 진남의 앞에 떨어졌다.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는 두 손을 내밀어 공화류를 펼쳐 영액을 불태웠다.
이번에 그의 속도는 전보다 더 빨라졌다.
화염이 그를 따라 움직였다.
'마단 존자의 기억과 경험이 있지만, 난 이번엔 처음 연단하는 거야. 그러니 마음을 편히 갖고 연단을 조심히 시도해봐야 해. 아까 단로가 터졌을 때, 중요한 순간에 방심했어. 이번에 절대 방심하면 안 돼.'
진남이 점점 집중하자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진남은 정곤, 진영과 투단하겠다고 할 때 확신이 없었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그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제고하고 극한 상황을 뛰어넘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가볍게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