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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37화 (237/1,498)

237화 두 번째 관문

"첫 번째 관문심사가 끝났다."

"진남이 몇 점 받을지 맞혀봐."

"팔 점!"

"팔 점? 그렇게 높다고? 나는 삼 점만 주겠어."

"……."

심사장은 또 한바탕 시끌벅적해졌다.

냉건웅과 임소우는 긴장감에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 온 것 같았다.

첫 번째 관문에서 점수 차이가 너무 크다면 두 번째 관문은 가보지도 못하고 패배하는 것이었다.

철목은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무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의 영약은 독특한 수법으로 키운 것인데, 그 안에 예순세 가지의 약성이 녹아 있다. 마흔 가지 약성을 보아내면 십오 점에서 이십 점이고, 쉰 가지 약성을 보아내면 이십 점 이상이고, 예순 가지의 약성을 보아내면 만점이다. 그럼 지금부터 성적을 발표하겠다."

철목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악하(嶽河), 서른아홉 가지 약성을 보아내서 십사 점."

"임산, 스무 가지 약성을 보아내서 십 점."

"……."

철목이 발표하자 심사장의 분위기가 우울해졌다.

"정곤, 쉰여섯 가지를 알아봤다. 이십육 점."

모두 헛숨을 들이켰다.

정곤은 역시 실력이 대단했다.

쉰여섯 가지 약성을 알아냈다는 건 충분히 대단했다.

정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진남을 향해 슬쩍 도발의 시선을 보낸 걸 다들 보아냈다.

"진영, 예순한 가지 약성을 보아냈다. 삼십 점!"

철목의 목소리가 떨렸다.

역시나!

제자들은 표정이 변했다.

만점이었다!

역사이래 성급 사품 연단사 심사에서 극히 드문 현상이었다.

이 정도면 초목봉의 다른 인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했다.

정곤의 입가에 미소가 굳어졌다.

자신만만했는데 진영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그때 철목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제 진남의 성적을 발표하겠다."

그는 신념으로 진남의 답안지를 훑어보더니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사람들은 귀를 쫑긋하고 집중했다.

냉건웅과 임소우는 심장이 목구멍에 걸린 것 같았다.

둘은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특히 임소우는 다섯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는데 핏줄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이때 정곤이 입을 열었다.

"진남 사제, 천부적인 재능으로 만점 받는 것 정도는 문제없겠지?"

진영에게 밀리자 정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화를 낼 수 없으니 일부러 진남을 노리고 비아냥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말에 제자들은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만점? 십 점이라도 받을 수 있겠어?'

진영도 진남을 공격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불붙은 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말했다.

"정곤의 말이 맞다. 진남은 양대 성지에서 서로 데려가겠다고 한 보기 드문 인재이니 만점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순세 가지 약성을 전부 알아낼 거야."

'예순세 가지 약성을 전부 알아낸다고?'

적지 않은 제자들이 하마터면 소리 내어 웃을 뻔했다.

'진영은 정말 나쁘다. 진남이 예순세 가지 약성을 알아낸다면 해가 서쪽에서 뜰 거야.

"그렇소?"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반박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철목도 진남이 십 점을 받으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답안지의 답안을 보자 심장이 벼락에 맞은 것 같았다.

'이럴 수가! 어떻게 진남이……. 설마 표절했을까? 아니, 그건 더더욱 불가능해!'

"진남……."

철목은 충격을 받아서 간신히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쉬었다.

소리를 듣고 모두들 학수고대했다.

그들은 진남의 점수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낮은 점수를 받을지 기대가 되었다.

"만점!"

짧은 두 글자는 마치 천둥과 같았다.

'만점? 진남이 만점을 받았다고?'

진영, 정곤, 냉건웅, 임소우 그리고 모든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환청을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진남이……. 만점이라고?"

"예순세 가지 약성을 전부 알아내서 이례적으로 오 점을 더한다."

철목은 온 힘을 다해 한마디를 했다.

사람들은 누군가 망치로 머리를 힘껏 내리친 것 같았다.

'예순세 가지 약성을 전부 알아냈다고? 철목 호법, 장난이지? 단목봉 제자가 모든 약성을 가려내다니?'

지금껏 성급 사품의 연단사 심사에서 초목봉의 몇몇 최고 천재들 빼고 이렇게 훌륭한 사람은 없었다.

"하하."

이때 진남이 크게 웃었다.

이어 정곤과 진영을 향해 포권하고 말했다.

"두 분은 역시 대단하오. 내 성적을 다 맞추다니!"

그의 말이 정곤과 진영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

그들이 한 말이 모두 실현된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

정곤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표절이야 분명! 진남은 다 알아맞힐 수 없어!"

철목은 냉랭한 시선으로 정곤을 쳐다보았다.

정곤은 몸과 마음이 오싹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표절? 진남이 누구 것을 표절했다고? 다른 사람이 진남의 것을 표절했다면 몰라도?'

드디어 모든 제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경악했다.

"농담이지? 단목봉의 제자가 예순세 가지 약성을 구분하다니. 진영도 못 한 것을?"

"대단한 실력이다!"

"……."

제자들은 놀라서 연신 탄성을 질렀다.

진남은 단목봉의 제자였다.

게다가 청룡 성지에 들어온 지는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니 초목봉을 접촉할 기회도 없었다.

그런 문외한이 정곤과 진영을 초과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설마 진남이 단목봉에 가입하기 전에 이미 실력을 감춘 연단 대사인건 아니겠지?'

진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진남, 너무 잘난체하지 마라. 아까 보니 동술을 펼치는 것 같던데 동술의 힘으로 알아맞힌 거겠지. 진짜는 두 번째 관문이다. 너는 반드시 패배할 거다.

그녀의 말에 충격에 빠졌던 제자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진남이 단약을 모르지만 동술로도 약성을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렇다면 첫 번째 관문의 결과는 진남의 연단 실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제자들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하하, 그럼 그렇지. 동술 덕분이었구나."

"……."

제자들도 놀란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들은 진남이 실력을 감춘 연단사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무예도 대단하고 연단까지 높은 실력이라면 어느 누구도 비교할 수 없는 인재였다.

"그렇소? 패배자가 부끄럽지 않아서 그런 말을 하오?"

진남이 차갑게 말했다.

진영은 목이 콱 메고 얼굴이 분노로 벌겋게 상기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

철목은 진남을 그윽하게 쳐다봤다.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놈은 오만방자하지만, 실력 하나만은 정말 대단해.'

"두 번째 관문의 결과가 나와도 그 기세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구나."

철목은 혼잣말을 하더니 부드러워진 표정을 다시 딱딱하게 굳히고 엄격하게 외쳤다.

"됐다. 조용하거라. 지금부터 두 번째 관문을 시작하겠다. 이번 관문은 열 개의 영약이 있다. 은이수(銀耳樹), 동한과실(東漢果實) 등이다. 열 개의 영약으로 앞에 있는 단로를 사용해서 단약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은 한 시진, 사람마다 세 번의 기회가 있다. 이제부터 시작하겠다."

말을 마친 철목이 손가락을 튕기자 삼 인분의 영약이 나타났다.

"진남 사제, 첫 번째 관문에서 만점을 맞은 걸 축하한다. 이렇게나 강한 동술이라니 감탄한다. 두 번째 관문도 노력해서 나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

정곤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투도 이상했다.

"허허, 정곤 사형. 연단 실력은 별로지만 예측하는 솜씨는 최고인 것 같소."

진남은 바로 맞받아쳤다.

"너……!"

정곤은 표정이 변하더니 두 눈이 이글거렸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진남, 두 번째 관문에서 반드시 가르쳐주마. 너와 나의 차이를!"

정곤은 속으로 결심했다.

연단은 영약을 분별하는 것과 달랐다.

영약을 분별하는 것은 공법, 동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단약은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각종 연단 수법, 상황 파악, 천부적인 재능 등을 종합해야 정제할 수 있다.

그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단로가 터지거나 훼단(毀丹)할 수 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진남은 첫 번째에 만점을 받았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다.

심사장에 모인 제자들은 급히 연단하지 않았다.

그들은 손에 든 영약을 가지고 이 영약으로 무슨 단약을 정제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적절한 단방(丹方)을 찾아야 해."

진남은 마단 존자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월급 십품 연단사의 마단 존자는 알고 있는 단방이 부지기수였다.

그는 그중에서 '월화단(月火丹)'을 골라냈다.

월화단의 정제 수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월화단은 음화지력(陰火之力)을 갖출 수 있어 화염 수사에게 큰 이점이 있었다.

진남은 이미 고른 단방에 급히 손을 대지 않고 현장을 훑어봤다.

처음 연단하는 것이라 그는 아무런 경험이 없었다.

쿵!

한 제자가 양손에 보랏빛 화염을 일으켰다.

화염은 훨훨 타올라 영약을 감싸서 하나씩 녹이기 시작했다.

약효가 고루 섞여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났다.

전체 과정은 마치 폭력적인 전투처럼 움직임이 과장되고 기세가 등등했다.

이것은 '폭화류(暴火流)'라는 연단 수법으로 화염을 광폭하게 하고 마음대로 하게 했다.

진남은 다른 사람들을 일일이 쳐다봤다.

마단 존자의 기억 속에서만 알았을 뿐인 많은 연단 수법을 처음으로 보게 되어 견문을 크게 넓혔다.

심사장은 열기가 뜨거워지고 분주했다.

"수화쌍류!"

별안간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정곤의 왼손에서 화염이 타오르고 오른손에서 겹겹의 한설이 솟아올랐다.

추웠다 더웠다 하면서 영약을 감쌌다.

영액이 그 속에서 끊임없이 소용돌이쳤다.

소용돌이칠 때마다 영약은 점점 녹았고, 한 방울의 영액이 흘러나와 연단로에 떨어졌다.

지글 지글 지글.

연단로는 작동하지 않았지만 반은 불, 반은 얼음으로 되어 놀라운 이상을 이루었다.

주위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빛이 변했다.

"수화쌍류. 정곤 사형이 저 수법을 익힐 줄이야."

"물과 불은 선천적으로 대립하고 있어. 그들이 방해받지 않고 잘 어우러지면 수화쌍류는 대성공이야."

"이런 수법이라면 적어도 사품 단약을 만들 수 있을 거야."

"……."

탄성이 울려 퍼졌다.

연단 수법은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마찬가지로 저급, 중급, 고급, 종급의 구분이 있었다.

이 수화쌍류는 고급 연단 수법으로 충분한 천부적인 재능이 없으면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정곤은 주위의 탄성을 듣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수화쌍류를 쓰면 진영이라도 나를 이기기 쉽지 않겠지?'

진영은 그 모습을 보고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연단에 손대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숨을 고르던 그녀의 호흡이 점점 격해졌다.

솨!

진영이 눈을 뜨자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녀는 다섯 손가락 끝에 화염을 일으켜 영약에 집어넣었다.

마치 야채를 볶는 듯 뒤집더니 환영을 불러일으켰다.

"쌍비 무혼!"

진영이 고함을 질렀다.

그녀의 등 뒤에서 세 개의 파란색 빛이 반짝이더니 백옥같은 팔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그녀의 등 뒤로 떠다니며 그녀의 양팔과 하나로 합쳐졌다.

반짝이는 진영의 두 손이 열 배나 빨라졌다.

그녀의 손이 광풍처럼 영약을 휩쓸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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