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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35화 (235/1,498)

235화 투단(鬪丹)

정곤은 성질을 부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못 이겨? 그럼 다른 집법대 사형들에게 전음해라! 내가 이 사실을 집법대 대장에게 알려주면 그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집법대 대장.

초목봉에 철혈의 강자가 있었다.

무황 최고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었는데, 상대방의 경지와 상관없이 규칙을 위반하면 강하게 제압하고 가뒀다.

그는 수하의 제자들이 규칙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사형이 알려줄 필요 없습니다."

냉건웅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진남을 바라보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진남 사형, 말해보십시오. 무슨 일이에요?"

냉건웅은 초목봉에서 일이 커지면 진남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집법대의 강자에게 전음하지 않고 먼저 와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 살펴보려고 했다.

진남이 방금 전의 일을 냉건웅에게 전음했다.

냉건웅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더욱 짙어졌다.

비록 정곤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치사했지만 초목봉에서는 늘 있던 일이라 규정에는 전혀 어긋나는 것이 없었다.

오히려 진남의 행동이 규칙을 위반했다.

"진남 사형, 제 체면을 봐서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없겠습니까?"

냉건웅이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동시에 신념을 전했다.

"진남 사형, 먼저 자리를 뜨십시오. 지금은 사형에게 불리합니다. 하지만 안심하십시오. 제가 임소우를 대피시키겠습니다."

정곤은 기뻤다.

'서로 안면이 있은들 어쩌겠느냐? 네가 진남이면 또 어쩔 건데? 결국 초목봉의 규칙대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냉건웅의 말이 좋은 해결책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는 이대로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

진남이 입을 열었다.

"나는 오늘 이대로 갈 수 없다. 하나만 묻자. 초목봉의 규칙에서 개인의 원한은 어떻게 해결하라고 했느냐?"

냉건웅은 당황했다.

정곤과 제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초목봉의 규칙에 따르면 개인적인 원한은 투단으로 해결해야 했다.

투단이란 같은 영약으로 같은 단약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단약을 더 잘 만드는 이가 이기는 것이다.

패자 쪽은 반드시 약속대로 사과하거나 배상해야 했다.

초목봉에서 투단은 아주 흔했다. 그러나 상대방은 진남이었다.

싸움이 주특기인 단목봉의 무인이 초목봉에 와서 성급 삼품에 곧 사품으로 진급하는 정곤과 투단을 하겠다고?

'농담이겠지?'

정곤은 반응이 빨랐다. 그는 바로 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 진남 사제, 역시 호걸답구나. 초목봉의 규칙에 따라 투단으로 해결할 수 있다! 투단하고 결투하고 본질은 비슷하다! 진남 사제, 나와 투단을 하고 싶으냐? 내가 진다면 이 일은 그만두겠다. 그리고 내가 이기면 진남 사제도 배상할 필요가 없다. 단지 사람들 앞에서 사과하고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곤은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는 진남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싸우는 신체만 발달했을 뿐이지 머리는 나빴다.

이제 분위기를 여기까지 몰았으니 진남이 투단에 응하든 응하지 않든 정곤의 승리였다.

냉건웅은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말했다.

"진남 사형, 안 됩니다."

임소우는 더욱 다급해졌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진남의 성격에 상대방이 도발하면 반드시 싸울 것이다.

그녀가 말했다.

"진남 사형, 부탁이니 투단하지 마세요. 전 단지 초목봉을 떠날 뿐이에요. 앞으로 다시 연단을 배울 기회가 있을 거예요……."

제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흔들었다.

만약 무예를 겨룬다면 같은 경지의 제자들 중 진남의 상대가 될 사람은 청룡 성지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투단이기에 진남은 질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진남이 투단에 응하지 않고 꼬리를 내리고 초목봉을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자네가 제안한 일이오. 그럼 투단을 하겠소."

진남의 대답은 놀라웠다.

정곤은 얼떨떨했다.

냉건웅, 임소우 그리고 모든 이들이 당황했다.

'진짜 투단을 하겠다고? 이놈이 미쳤나?'

단약을 만드는 것을 배우는 건 매우 어려웠다.

그렇기에 보통 사람은 무예를 연마하면 연단할 시간이 없었다.

정력을 분산시켜 연단을 한다고 해도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없었다.

하늘이 내린 천재라면 모를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 정도의 천재는 지금까지 초목 봉주 한 사람밖에 없었다.

진남이 아무리 천재라 할지라도 청룡 성지에 입성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그 말은 단술을 전혀 배우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그러니 어찌 조예가 깊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진남이 대체 무슨 용기로 응했는지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하하하!"

정곤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의 얼굴에 조소가 가득했지만, 말투에는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의외군, 진남 사제. 진짜로 나와 투단을 하려고 할 줄이야. 마침 나는 성급 사품 심사에 참가하려고 한다. 진남 사제도 함께 심사에 참가하겠느냐? 심사에서 이긴 자가 이긴 걸로 하는 건 어떠냐?"

'성급 사품 연단사심사?'

진남의 눈이 반짝거렸다.

'심사에 참가하는 것도 괜찮겠는데?'

그는 초목봉에서는 등급이 높다면 특권을 누리면서 약초, 단로 등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는 걸 눈치챘다.

"문제없소!"

진남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사람들은 얼떨떨했다.

'정말 대답했어? 그것도 성급 사품 연단사 심사로 겨룬다고?'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할 때 진남이 다시 한 번 말했다.

"투단 심사는 뭐든 다 괜찮소. 하지만 그 전에 요구가 있소."

그의 말투가 급격하게 싸늘해졌다.

"내가 패하면 여러 사람 앞에서 세 번 절을 하고, 정곤이 패하면 여러 사람 앞에서 임소우에게 절을 세 번 하면 어떻겠소?"

그의 말에 모두들 놀란 표정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세 번 절을 한다고?'

진남의 신분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으나 절을 하나 소문이 나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진남은 진짜로 투단을 하려는 거야?'

"진남 사형!"

냉건웅과 임소우의 표정이 모두 변했다.

두 사람이 말릴 새도 없이 정곤이 다시 크게 웃었다.

"하하 좋다. 네가 진다면 여러 사람 앞에서 세 번 머리를 조아리는 거다!"

말을 마치자 정곤은 더욱 비열하게 웃었다.

'진남. 도대체 누가 너에게 용기를 준 거냐? 감히 이런 말을 하다니, 굴욕을 자초하는구나!'

정곤은 이번 시합에서 반드시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

"갑시다."

진남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남들이 보기엔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단 존자의 기억을 흡수했다.

마단 존자는 생전에 월급 십품이었다.

비록 진남이 아직 연단에 익숙하지 않지만, 성급 사 품 연단사의 심사를 통과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자, 가자!"

정곤은 진남을 무시했지만, 티를 내지 않고 길 안내를 했다.

'진남 사형…….'

냉건웅과 임소우는 표정이 어두워져서 진남을 말릴 참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진남이 분명히 정곤의 태도 때문에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은 걸로 보였다.

그래서 진남이 투단에 응했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진남을 시합에 참가하게 놔둘 순 없었다.

진남이 시합에 참가한다면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이미 결정한 일이다. 걱정하지 말거라."

진남은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의 단호한 표정에 둘 다 말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진남은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그들이 아무리 말려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진남은 정곤의 뒤를 따라 심사장으로 향했다.

교역대전의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흥분한 표정으로 술렁이었다.

"가자!"

"가보자!"

"진남이 이성을 잃었구나."

"……."

교역대전에서 노점상을 하던 제자들도 진남 등을 따라갔다.

진남과 정곤이 투단한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진남이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허, 단목봉의 무인이 초목봉에 와서 곧 성급 사품으로 진급할 연단사와 투단을 하다니. 결과가 뻔하잖아.'

절세 인재일지라도 투단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삽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심사장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진남이 투단에서 진 후 무릎을 꿇을까 궁금했다.

* * *

초목봉에는 크고 작은 심사장이 있었다.

심사장에는 모두 통일된 단로, 영약 등이 준비되어 있어서 제자들이 공평한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성급 사품의 심사장에는 수십 명의 무인들이 몰려왔다.

그중에는 스무 살 남짓한 청년도 있었고 여든 살 넘은 노인도 있었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생사대전을 치르는 기분으로 심사에 임했다.

연단사에게 있어 심사마다 앞날과 직결되어 있어 무척 중요했다.

정곤이 심사장에 들어섰다.

그가 도착하자 심사장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얼른 미소를 지었다.

"정 사형, 오셨습니까?"

"정 사형, 심사에 통과되면 잘 부탁드립니다.

"……."

모두들 정곤의 환심을 사려고 난리였다.

그들은 사품 심사에 참가는 하지만 별로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정곤의 천부적인 재능이라면 사품 심사를 통과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정곤은 손사래를 치며 등 뒤를 가리키며 웃으며 말했다

"사형제 여러분, 오늘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오. 여기 진남 사제요. 오늘 진남 사제가 초목봉에 왔는데 내게 불만이 있는가 보오. 그래서 나와 투단을 진행할 거요. 진 사람은 사람들 앞에서 절을 세 번 하고 사과하기로 했소."

'뭐라고?'

심사장의 사람들 중 깜짝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당연히 진남을 알고 있었다.

'유명한 절세 천재잖아. 진남은 단도를 모를 텐데 어떻게 정곤 사형과 투단을 할 수 있지?'

진남은 무표정하게 들어와서 단로를 찾아 앉았다.

냉건웅과 임소우 그리고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로 사품 심사장 밖은 물샐틈이 없었고 떠들썩했다.

"진짜 진남이네?"

"진남이 투단을 한다고?"

"……."

방금 도착한 제자들도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냉건웅과 임소우는 심장이 쫄깃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이때 호통 소리가 들렸다.

"이게 다 뭐 하는 짓이냐! 여기는 성급 사품 연단사 심사를 하는 곳이다. 왜 이렇게 많이 몰려 와 있는 게냐!"

흑포를 입은 노인 한 명이 걸어왔다.

그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표정이 무거워졌다.

제자들도 모두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그 노인을 잘 알았다.

철목(鐵木)이라는 노인이었고, 성급 오품의 연단사였다.

그는 성격이 매우 엄격하여 적지 않은 제자들이 그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

"철목 호법, 어떻게 된 일이냐면……."

정곤이 눈을 반짝이더니 자초지종을 말했다.

"뭐? 진남과 투단한다고?"

철목도 말을 듣고는 크게 놀랐다.

그는 진남에게 시선이 꽂혔다.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수하고 말했다.

"선배. 저는 초목봉의 제자는 아니지만, 단도를 사랑합니다. 그러니 제가 이번 심사에 참가할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그의 말이 끝나자 철목은 표정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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