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화 초목봉
"진남, 깨어났느냐?"
장 봉주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장 봉주,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진남이 얼른 공수하고 인사했다.
봉주처럼 신분이 높은 사람이 한 달 동안 진남을 지키고 기다렸다.
"단도 대사의 궐기를 직접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장 봉주가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님이 떠나기 전에 물어보라고 하더군. 네가 그를 찾은 게 다른 일 때문이냐? 둘째 형님은 시간이 없어서 오래 머물지 못했다. 그래서 나한테 대신 물어보라고 했다."
"저는 강벽난을 죽여야겠습니다."
이번에 진남은 무종비경에서 큰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강벽난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강벽난을 죽이지 않으면 진남은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음……. 당분간 안 될 것 같다."
장 봉주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상도맹은 하역에는 성주가 없지만 반 성주라 불리는 자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둘째 형님과 우리 셋이 힘을 합친대도 그를 상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더 중요한 건 그때 죽음의 바다에서 벌어진 일을 백 년 동안 생각해 본 결과 사고가 아니라 거대한 음모인 것 같구나."
"상도맹이 음모에 참여했다는 말입니까?"
진남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맞다. 그러나 지금은 증거가 없다."
장 봉주가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네가 죽음의 바다에 간다면 예전의 음모가 밝혀질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상도맹을 건드리지 않을 작정이다. 적어도 죽음의 바다가 열리기 전까지 말이다."
그 말에 진남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상도맹은 상역에서 실력이 방대했다.
살황 등 선배의 힘을 빌린다고 해도 상도맹을 상대하려는 것도 힘든 일일 것이었다.
진남은 아무런 원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진남은 살황 선배 등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는 것 같았다.
"깊게 생각하지 말거라. 네가 죽음의 바다로 가겠다고 대답한 것만 해도 우리에게는 큰 희망이다. 우리가 너에게 빚을 진 거다."
장 봉주가 진남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말했다.
"지금은 상도맹을 건드릴 수 없다. 그러나 강벽난을 상대하는 건 문제 되지 않는다. 공평하게 싸워서 강벽난을 죽인다면 상도맹의 반 성주가 온다고 해도 강벽난은 반드시 몰락할 것이다."
"선배, 고맙습니다."
진남은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의 눈에 한기가 스쳤다.
'강벽난.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다.'
* * *
진남은 오래 머물지 않고 청룡 성지로 돌아갔다.
무종비경에서 이변이 생겼기에 영예 임무는 취소되었다.
진남은 열 개 원석을 벌지 못했다.
그는 원석이 두 개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남은 운이 좋았다.
임무전에 다시 갔을 때 세 개의 원석을 바꿔 모두 다섯 개가 되었다.
"일단 먹고 보자!"
진남은 대전의 정원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진남이 청룡 성지에 온 지도 한 달이 되자 사자와 호법들도 이제 예전처럼 진남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다섯 개의 원석을 꺼내 복용했다.
원석은 천지의 힘을 가진 기물이라서 무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진남은 수행할 수 없었다.
삼키자마자 전신의 혼이 흡입력을 발휘해 삼켜버렸다.
웅!
전신의 혼은 살짝 떨었다.
"역시 원석이 효과가 있구나."
진남은 기뻤다.
"원석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방법을 생각해서 더 많은 원석을 얻어야겠어."
진남은 결심했다.
강벽난과 싸우면서 느낀 점은 전신의 혼은 구체적인 능력이 없지만, 무혼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주어 상대방의 무혼이 작용을 못 하게 만들었다.
전신의 혼이 지급으로 진급한다면 하역의 인재들과 무혼으로 싸울 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다.
이것은 진남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육룡금문원영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무혼에 대해 아무런 작용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또 영예 임무가 없는지 한번 보자!"
진남은 청룡옥간을 꺼내서 훑어보고 실망했다.
영예 임무도 없고 공헌점을 한꺼번에 많이 벌 수 있는 임무도 없었다.
"오?"
진남은 한 가지 임무를 보자 시선이 흔들렸다.
그 임무는 다른 임무와 달리 영구적이었다.
즉 이 임무는 영원히 취소되지 않고 무한 반복할 수 있었다.
"월급 청광단, 설월단 등을 제련하면 임무전으로 가서 원석을 일 대 일로 바꿀 수 있다.
일 대 일!
즉 청광단 천 개를 제련하면 천 개의 원석을 바꿀 수 있었다.
공헌점으로 바꿀 때처럼 매일 세 개의 제한도 없었다.
"하지만 월급 단약은 그리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야."
진남은 무거운 표정으로 심호흡을 했다.
하역에서 연단사는 성(星), 월(月), 일(日) 세 단계로 나누었다.
각 등급은 십품으로 다시 나뉜다.
하역에 삼천 명의 연단사가 있다고 하면 월급 일품의 연단사는 몇십 명밖에 되지 않았다.
월급을 넘어 일급인 연단사는 극히 드물었다.
마단 존자도 몇백 년 동안 고작 월급 십품의 경지에 도달했다.
"연단의 길은 진급이 느리다. 하지만 나는 마단 존자의 기억으로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거야.'
진남은 결심을 굳히고 즉시 청룡옥간을 열고 연단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청룡 성지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는 단목봉으로서 주로 도심을 닦고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는 초목봉으로서 전문적으로 연단을 하는 곳이었다.
청룡옥간의 소개에 따르면 초목 봉주는 무존일 뿐만 아니라 일급 삼품의 연단대사이며 법호는 초목이었다.
그는 백 년 전에 단로, 단화, 영약을 사용하지 않고 천지의 바람, 천지의 비, 천지의 우레로 직접 일급 단약을 만들어 하역을 놀라게 한 인재였다.
"단로를 쓰지 않고 단화를 쓰지 않으며 영약을 쓰지 않고 직접 천지의 힘으로 단약을 만드는 수법은 그야말로 대단하구나!"
진남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궤단대전에서 단약을 제련하는 것은 단약만이 아니라 음양을 제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경지는 일급 삼품의 연단대사도 도달할 수 없는 극히 높은 경지였다.
초목 봉주가 얼마나 비범한지 알 수 있었다.
"초목봉에 가서 영약과 단로를 사서 제련해보자."
진남은 초목봉을 향했다.
* * *
초목봉은 단목봉과 달리 산봉우리가 높지 않았다.
단목봉보다 무려 절반이나 작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초목봉은 노을이 만천하를 비추고 구름층 속에 십여 개의 용맥이 구르면서 입에서 영우(靈雨)를 내뿜는 것 같았다.
"십여 개의 용맥이라니, 대단하구나!"
진남은 감개무량했다.
현령종에서는 진급하지도 못한 용맥을 종문지보로 삼았다.
그런데 초목봉에서는 용맥이 오로지 비를 내리는 데 쓰였다.
영약을 기르기 위해서인 게 분명했다.
초목봉에서 연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약 재배, 단로 제조, 단약 처방전 연구, 교환, 교역 등 각양각색의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진남은 초목봉에 들어섰다.
그는 교역대전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려 했다.
가는 길에 본 토지, 못 등은 모두 평범하지 않았다.
모두 영기가 가득하고 각종 신비함을 담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탁 트이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진남이 교역대전에 도착했을 때 안은 분주하고 시끌벅적했다.
"신선한 이토(異土)를 팝니다. 이번 이토는 기능이 비범하고 화염의 기운을 담고 있으며 화염의 영약을 재배할 수 있는 일품입니다."
"지금 놓치면 없습니다!"
"나한테 보물지도가 있는데 수만 년 전 어느 일급 대사가 썼던 단로에 대한 지도입니다."
"……"
펼쳐진 모든 것이 그의 시선을 끌어들였다.
그는 마단 존자의 연단 경험은 배웠지만, 연단사에 대해서는 특별히 잘 알지 못했다.
영토, 영약 등이 그의 앞에 펼쳐지자 비로소 깊이 빠져들었다.
'연단의 세계는 크고 신비함이 가득하구나.'
"어? 진남 사형?"
그때, 놀라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에 선 사람은 뜻밖에도 임소우였다.
"응? 넌 왜 여기 있는 거야?"
진난은 약간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 사형, 드디어 얼굴을 보는군요. 이번 달 내내 걱정되어 죽는 줄 알았어요."
임소우가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아직도 진남이 공격을 당한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진남 사형, 저는 초목봉의 제자예요."
"그래."
진남은 미소를 지었다.
이때 괴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야, 임소우, 다른 사내랑 눈이 맞은 거야? 사형이 알면 큰일 날 텐데?"
괴상한 소리와 함께 표정이 음침하고 매서운 사내 한 명이 다가왔다.
진남은 그의 옷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는 가슴에 두 개의 금 문양을 새긴 흰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그는 성급 이품 연단사였다.
"손동(孫東)!"
임소우는 표정이 살짝 변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이건 내 일이야. 사형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오?"
손동은 냉소를 지었다.
"임소우, 사형이 지금 성급 사품 연단사 심사에 참가한다. 사형이 너를 데려오라고 했으니 얼른 가보거라. 사형을 화나게 하면 좋은 일이 없을 거야."
손동은 말하면서 진남을 힐끗 보았다.
어딘가 낯이 좀 익은 것 같을 뿐 누군지 생각나지 않았다.
손동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초목봉에서 사형과 비교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성급 사품?"
임소우는 얼굴이 굳어졌다.
초목봉에서는 연단사들의 등급 기준이 매우 엄격했다.
같은 연단사라고 해도 등급이 높을수록 초목봉에서 누리는 특권도 더욱 컸다.
사형이 줄곧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임소우는 거부하며 줄곧 피해 다녔다.
그러나 그녀는 성급 일품의 연단사였다.
만약 사형이 성공적으로 성급 사 품으로 승급하면 그녀를 단동으로 지정할 수 있을 터였다.
단동은 약 제조를 도와주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다.
억지로 당하더라도 초목봉에서는 형식적인 가벼운 처벌만 줄뿐 엄벌은 하지 않았다.
청룡 성지에는 이런 불합리한 일이 극히 적었다.
그러나 청룡 성지는 열여섯 개의 산봉우리로 나누어져 있고 봉우리마다 규정도 모두 달랐다.
초목봉의 초목 봉주는 현실이 잔혹해야만 분발할 수 있다고 여겼다.
손동은 임소우의 이런 모습을 보고 얼굴에 냉소가 더욱 짙어졌다.
"어서 빨리 나를 따라오거라. 사형이 말하기를, 만약 똑바로 행동하면 네가 단동이 된 후 너에게 잘 대해줄 거라고 했어. 만약 네가 제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허허, 너도 알지?"
여기까지 말한 그는 손을 내밀어 임소우를 잡으려 했다.
"잠깐만!"
이때 커다란 손 하나가 손동의 팔을 콱 움켜잡았다.
"뭐 하는 짓이오?"
손동은 표정이 변하며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상대의 악력이 거인 같아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는 무왕 최고 경지였다. 그러니 이 청년은 무종 경지일거라고 추측했다.
'이렇게 젊은데 무종 경지에 도달했다니.'
"사형……."
임소우는 진남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얼른 입을 열었다.
만약 손동과 사형이 도를 넘는다면 그녀는 연단을 좋아하더라도 초목봉에서 물러나 무도를 닦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