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화 누가 지시한 거냐?
“왜?”
오 황자가 쌀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들 여기가 어딘지 보거라. 내 큰형님은 시혈성(弑血城) 주인의 제자이고 이 황궁 안에 있다! 너희들 감히 건방지게 굴면 본때를 보여주겠다!”
오 황자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뭐라고? 태자가 돌아왔다고?”
“태자가 돌아왔다니!”
“……”
황궁 안의 사람들은 모두 눈을 반짝거렸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도 오 황자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청룡 성지의 제자들을 건드렸는지 답답했다.
‘시혈성 주인의 제자라고?’
양개, 장비 등은 안색이 모두 변했다.
하역에는 고성이 세 개 있었다.
그중 하나가 강황성이고 다른 하나는 도성(賭城), 그리고 시혈성이였다.
이 삼대 고성은 하역에 수백 년간 우뚝 솟아있었다.
양대 성지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였어서 일반 수사들은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더구나 시혈성 주인이 며칠 전에 무존으로 승진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양대 성지에서 무존은 봉주급의 인물이었다.
상역에서도 통하는 경지였다.
“하하! 두렵지? 퉤, 청룡 성지가 뭐가 대단하냐?”
오 황자는 네 명의 표정을 보더니 귀찮은 듯 말했다.
“분위기 파악 좀 하고 빨리 한쪽으로 꺼지거라. 방해하지 말고!”
여기까지 말한 그는 임소우를 바라보더니 껄껄 이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자, 나와 함께 놀러 가자.”
그는 큰 손을 내밀어 임소우를 잡으려 했다.
“죽고 싶으냐!”
양개 등은 화가 나 순식간에 온몸의 경지를 폭발시켰다.
번개처럼 일제히 오 황자의 옆으로 다가가 살초를 전부 방출하여 주위를 봉쇄했다.
오 황자는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너희들……”
오 황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무왕 경지 팔 단계밖에 안 되었기에 양개 등 천재들과는 차이가 꽤 컸다.
“너희들이 감히 손을 쓰면 나의 형님이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오 황자가 소리쳤다.
“분위기 파악하고 빨리 나를 풀어라!”
오 황자의 일갈에도 양개 등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 황자가 말하는 형님은 두려웠지만, 오 황자는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상석에 앉아있던 파란 머리 노인이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홍풍황, 이건 무슨 뜻이오?”
“하하, 큰일이 아니오!”
홍풍황은 아래에서 벌어진 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그저 후배들의 경쟁일 뿐이오. 선배인 우리가 뭐 하러 후배들의 장난을 신경 쓰겠소? 자자, 계속 마십시다!”
“음.”
파란 머리 노인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더 말하지 않고 계속하여 술잔을 들었다.
이때, 큰 외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멈추거라!”
큰 외침 소리와 함께 한 청년이 기세 당당하게 걸어왔다.
홍풍제국의 홍풍 태자였다.
황궁 주위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눈빛이 살짝 빛났다.
“형님, 살려주십시오! 이 자들이 저를 죽이려 합니다!”
오 황자가 동아줄이라도 본 듯 기뻐하며 말했다.
“그 애를 놓아주시오!”
홍풍 태자는 싸늘한 표정으로 양개 등을 바라보았다.
“홍풍 태자 맞소?”
양개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의 동생이 우리 사자에게 예의 없이 굴었소. 파렴치하기 짝이 없었소. 한데, 당신은 형님으로서 이자를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보고 이자를 놓아주라고 하는 거요?”
“여인에게 무례하게 굴었을 뿐이오. 빨리 풀어주시오. 그렇지 않았다가 나를 탓하지 말고.”
홍풍 태자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여인에게 무례하게 굴었을 뿐이라고?’
양개 등도 화가 났다.
‘동생과 형 둘다 이렇게나 파렴치할 줄이야!’
“내 말을 무시하다니! 죽음을 자초하는군!”
홍풍 태자의 두 눈에서 수많은 단풍잎이 날려 나와 바다처럼 솟아오르더니 양개 등을 전부 파묻어 버렸다.
“실로 강한 동술이구나!”
양개 등은 살짝 놀랐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청룡에서 서열 십 위 안에 든 천재였다.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살초를 만들어 싸울 준비를 했다.
이때, 큰 외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손을 멈추거라!”
황궁의 많은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지?’
소리를 따라 바라보니 임소우 옆에 한 청년이 모퉁이에 앉아있었다.
다만 청년이 그들을 등지고 있어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양개 등은 콧방귀를 뀌더니 손을 멈췄다.
홍풍 태자는 모퉁이에 있는 청년이 다섯 천재들의 우두머리일 거라 생각하고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홍풍 태자, 당신 동생더러 무릎 꿇고 임소우에게 백 번 절하라고 하시오.”
‘뭐라고?’
황궁 안의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홍풍황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스쳤다.
지금의 홍풍 태자는 시혈성 주인의 제자라 신분만 따지면 일반적인 성지의 제자들은 전혀 비교되지 않았다.
홍풍 태자는 화가 났다.
다만 그가 화를 내기도 전에 그의 남동생 오 황자가 먼저 화를 냈다.
“너 누구냐? 감히 나보고 무릎 꿇으라고? 우리 형님의 신분이 무엇인지 아느냐? 살기 싫은가 보구나!”
오 황자가 버럭 화를 내며 호통쳤다.
“그래?”
모퉁이에 있던 청년이 담담하게 웃으며 천천히 모퉁이에서 걸어 나왔다.
홍풍 태자는 청년의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 황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잘난체했다.
“시혈성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지? 그는 여러 성지의 봉주들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런 분이 내 형님의 스승이다! 이제 두렵느냐? 어서 무릎 꿇고 절을 만 번 하거라! 그러면 내가 용서……”
오 황자가 잘난체하는 걸 마치기도 전에 휙 하는 소리가 울렸다.
누군가 오 황자의 뺨을 호되게 내리쳐 팍하고 큰 소리를 냈다.
“닥쳐라! 죽고 싶으냐!”
홍풍 태자가 일갈했다.
황궁 안의 사람들이 당황했다.
홍풍황도 살짝 놀랐다.
오 황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님이 나를 때리다니? 나를 제일 아끼는 형님인데… 형님이 나를 때렸다고…?’
소리를 지른 홍풍 태자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침을 꿀꺽 삼키더니 조심스레 진남의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
“남, 남 형. 어떻게 왔소?”
홍풍 태자는 완전히 당황했다.
그가 오 황자를 도와 막무가내로 행동한 것은 시비를 일으켜 청룡 성지의 제자들을 제한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지난번에 강황성을 떠난 후 홍풍 태자는 기연을 만나 홍풍 동술이 더 대단해졌다.
때문에 그는 고작 현급 이품 무혼으로 시혈성 주인의 제자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제자라는 이름은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매우 대단했다.
하지만 그는 기명 제자일 뿐이었다.
시혈성 주인의 기명 제자는 적어도 이십여 명이나 되었다.
만약 지시가 아니었다면 그는 청룡 성지의 제자에게 도발하러 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다만 그는 청룡 성지의 제자 중에 진남도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홍풍 태자는 진남에게 아직도 안 좋은 감정이 있었지만, 진남은 이미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그에게 지시를 내린 사람도 진남과 비교하면 완전히 새 발의 피였다.
황궁의 많은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상황이지? 홍풍 태자가 그를 남형이라고 부르다니?’
방금 전의 일이 발생한 원인을 잘 알고 있었기에 홍풍황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저 청년은 도대체 누구기에 홍풍 태자가 이렇게 두려워하지?’
양개 등은 이런 반응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에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
진남이 무표정하게 홍풍 태자를 보며 말했다.
“지난번에 헤어진 후 적지 않은 기연을 만났구나. 하지만 기연이 있다고 네 멋대로 해도 되는 거냐?”
“그게……”
홍풍 태자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진남의 성격은 그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만약 건드리면 절대 가만있지 않았다.
“형님, 왜 저를 때립니까? 설마 저 사람 때문에 저를 때리는 겁니까?”
이때 오 황자가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는 미련하지 않았다.
앞에 있는 이 사람이 내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내력이 있다 해도 어찌 형님과 비교하고, 형님 뒤를 봐주는 사람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무릎을 꿇거라!”
홍풍 태자가 화를 내며 다시 한번 오 황자의 뺨을 때렸다.
‘이놈이 왜 이렇게 미련하게 행동하지? 설마 아직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나?’
팍!
또 뺨 때리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오 황자는 뺨을 맞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드디어 홍풍 태자의 태도를 보고 앞에 있는 청년의 내력이 홍풍 태자의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철퍼덕!
오 황자는 당황하여 전혀 기개 없이 무릎을 꿇고 울먹거리며 말했다.
“형님, 용서해주십시오. 그리고 아가씨 좀 전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나쁜 놈이에요.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진남은 표정이 변하지 않고 임소우를 바라보았다.
임소우가 싫은 표정을 지으며 진남을 향해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사형, 이제 그만두어요.”
“…꺼져라!”
진남은 오 황자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꺼지겠습니다, 꺼지겠습니다!”
오 황자는 사면을 받은 것처럼 기어 일어나 서둘러 떠나갔다.
황궁의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았다.
이렇게 간단하게 끝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사람들은 모두 진남을 쳐다봤다.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청년의 내력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늙은이가 단단히 숨겼군,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이때, 홍풍황이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마치 아들이 무릎 꿇은 거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우리 청룡 성지에서 새로 받은 제자일 뿐이오, 자자, 술이나 마십시다.”
파란 머리 노인이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
홍풍황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 늙은이는 상대하기 쉽지 않구나.’
그는 홍풍 태자에게 신념을 전달했다.
홍풍 태자의 대답을 들은 후 홍풍황의 표정이 티 나지 않게 변했다.
그들 홍풍 제국은 총알받이가 된 것이었다.
홍풍 태자에게 지시를 내린 사람이 상대하려는 사람이 진남이라니!
이번 일에 우리 홍풍 제국은 참여할 수 없다!
홍풍황이 홍풍 태자에게 전음했다.
이어 또 술잔을 들고 파란 머리 노인에게 말했다.
“하하, 방금 전의 일은 내가 교육이 엄하지 못한 탓이오.”
양개 등이 일제히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이미 눈치챘다.
오 황자가 아무리 호강스럽게 자랐다 해도 대국의 황자인데 절대 눈치가 없이 청룡 성지 제자에게 도발하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홍풍 태자가 시혈성 주인의 제자라 해도 그들과 별 차이 없었다.
진남이 그들에게 눈짓하더니 홍풍 태자를 보며 물었다.
“누가 지시한 거냐?”
“그게……”
홍풍 태자는 망설였다.
이때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얼마 전에 형님에게서 전음을 받았다. 누가 오나 했는데 네가 왔구나. 너의 이름은 오래전에 들은 적 있다!”
모든 이들이 일제히 쳐다보았다.
화려한 옷차림의 청년이 위풍당당하게 걸어왔다.
무왕 최고 경지의 경지였지만 기세가 비범하고 엄청난 압박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