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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20화 (220/1,498)

220화 홍풍제국의 연회

양개는 절세 천재로서 놀랄만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진남이 나타나 모든 인기를 빼앗아 가고 청룡 제자 일 위 자리도 빼앗아 갔다.

그는 이번 무종비경에서 실력을 발휘하려 했는데 또 진남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난 너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넌 왜 나를 괴롭히는 거냐?'

"양개……!"

파란 머리의 노인이 당장이라도 화를 내려 했다.

"호법, 잠깐만요."

진남이 웃으며 말했다.

"양개가 불복하는 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 어서 출발합시다."

파란 머리의 노인은 조금 의아했다.

그가 앞서 그렇게 말한 것은 양개를 자극해서 진남이 손을 쓰게 만들어 진남의 위엄을 세우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건 그의 예상과 달랐다.

'진남은 성격이 불같다고 했는데? 왜 지금은 전혀 반응이 없는 거지?'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다고?"

양개는 이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진남, 난 너에게 도전하겠다. 받거라!"

오히려 양개의 성격이 불같았다.

그는 발끝을 튕겨 진남을 공격했다.

그의 취세 경지의 의지가 폭발하고 공법을 움직여 주먹 끝에서 무형의 힘이 소용돌이로 변하였다. 마치 양개의 한 방이 미친 속도로 요동쳐 모든 것을 부숴버릴 것 같았다.

다른 네 명의 천재 제자들은 놀라서 안색이 변했다.

'취세 경지를 최고의 경지로 운용하다니!'

그들은 턱없이 부족했다.

"꺼지거라!"

진남은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의 왼쪽 눈동자에서 끝없는 위압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그는 무왕 최고 경지에 달하였기에 전신의 위압을 펼치는 것이 이전보다 더욱 범상치 않았다.

쿵!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양개의 주먹 끝에서 나온 힘의 소용돌이가 순식간에 부서졌다.

양개는 표정이 굳었다.

도망가려고 했지만, 전신의 위압에 부딪혔다.

"아!"

고통스런 비명이 울려 퍼졌다.

무형의 큰 산이 양개의 몸을 누른 것처럼 그는 등뼈가 휘어졌다.

만약 양개가 죽을힘을 다해 버티지 않았다면 아마 그 압력에 몸이 부러져버렸을 것이었다.

"이건……"

사대 천재는 당황했다.

파란 머리 노인도 경악했다.

'꺼지라는 한 마디로 청룡 성지의 제자 서열 이 위의 양개를 패배시키다니!'

"네가 불복하고 하지 않고는 너의 문제다.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진남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청룡 성지의 제자들이다. 누가 강하든, 누가 앞장서든 상관없다. 제일 중요한 건 너희들이 이번 임무에서 정원을 얻고 무종을 이루는 것이다."

네 명의 제자들은 어리둥절해졌다.

방금 진압당한 양개도 어리둥절해졌다.

'이번 무종비경은 정원을 얻고 무종을 이뤄 이름을 날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진남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모두 동문 사형제야. 네가 강하든 아니면 우리가 강하든 상관없다. 만약 내가 도움이 된다면 반드시 전력을 다해 도와 이번 무종비경의 일 위를 차지할 것이다!"

일 위!

파란 머리의 노인이나 다섯 제자나 모두 가슴이 무섭게 뛰었다.

이번에 참가한 것이 오직 이익만을 위해서였던가?

아니다!

영예도 있다!

그들 청룡 성지에 속하는 영예를 가져와야 했다!

"난……"

양개가 말하려 했다.

"더 말할 거 없다,'

진남이 웃으며 위압을 거두고 말했다.

"좀 전의 일은 가볍게 대련했다 치자. 호법, 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어? 으, 응. 가자, 가."

파란 머리 노인이 정신을 차리고 얼른 말했다.

역시 진남이다.

천부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견해도 깊었다.

이전에 양대 성지에서 그를 뺏기 위해 성주가 직접 나서도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양개는 표정이 복잡해졌다.

다른 네 명의 제자들도 눈빛이 변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진남을 질투했었고 진남을 불쾌하게 생각했던 걸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들 여섯 사람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청룡 성지를 대표하여 출전하는 것이었다.

어찌 됐건 지금은 사적인 감정을 내려놓고 함께 살고 함께 죽어야 했다.

파란 머리 노인의 인솔하에 여섯 사람은 신속히 청룡 성지를 떠났다.

떠나기 전에 진남은 전음영패를 통해 묘묘 공주에게 연락했다.

용호요종은 이미 청룡 성지의 세 봉주가 동시에 그를 지켜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마공은 몰래 왔다 몰래 가는 사람이라 이미 사라져 뭘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묘묘 공주는 지금 한창 연단하는 걸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오만한 말투로 보아 수준이 엄청난 것 같았다.

* * *

비양 성지.

한 산봉우리의 산 중턱에 궁전이 하나 있었다.

궁전은 금제에 둘러싸여 영기가 떨어졌다.

궁전 안에 한 백의 여인이 서 있었다.

강벽난이었다.

"성녀, 소천하가 성녀를 주연에 참가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어떻……"

강벽난 앞에 한 무종 경지 강자가 말했다.

"가지 않을 거다."

강벽난이 냉정하게 말했다.

"진남의 소식은 있느냐?"

지난번 청룡 성지에서 크게 패한 후 강벽난은 비양 성지로 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진남을 죽이지 않으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다! 그날의 치욕을 반드시 백 배로 갚아주어야 한다!'

"진남의 소식이요?"

무종 경지 강자가 당황했다.

이때 그의 허리춤의 전음영패가 흔들렸다.

그는 다급히 열어 전음의 내용을 보더니, 호흡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소식이 왔습니다, 성녀! 소식이 왔어요! 진남이 이번 무종비경에 참가하여 지금 거기로 가고 있습니다!"

"무종비경?"

강벽난은 눈이 반짝거리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진남아! 너 드디어 청룡 성지에서 나왔구나!'

"나도 마침 무종비경에 참가할 수 있어."

강벽난이 꽃처럼 활짝 웃으며 말했다.

"청룡 성지에서 그가 양대 성지를 놀라게 했지만, 진정한 실력을 따지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질지는 모르는 거다."

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체 하역에서 성녀와 어깨를 견줄 만한 천재가 몇 명이나 될까?'

"내가 무종비경으로 간다는 소식을 교십일에게 알리거라!"

강벽난이 멈칫하더니 말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소천하에게도 전하거라!"

"성녀, 어쩌시려는……."

강자의 눈이 반짝거렸다.

강벽난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의 짐작이 맞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수를 몇 개 더 준비할 것이다."

"성녀, 현명합니다!"

* * *

겹겹이 덮인 흰 구름 속을 큰 배가 하늘을 가르며 날고 있었다.

파란 머리 노인이 뱃머리에 서 있었고 뒤에는 차례로 진남, 양개 등이 서 있었다.

이때 파란 머리 노인이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 무종비경이 열릴 날까지 아직 사흘이 남았다. 이 사흘 동안 우리는 홍풍제국에 머무를 것이다. 홍풍제국의 황실에서 우릴 위해 술자리를 준비했다."

"술자리라, 좋습니다."

장비가 입을 벌리고 웃었다. 그 모습이 그의 표정과 어우러져 매우 순진해 보였다.

"장 형, 홍풍제국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황제는 무황 강자입니다. 열세 명의 황자가 있는데, 그중 적지 않은 황자의 천부가 무척 강합니다."

야위고 허약한 소삼이 말했다.

"그래도 진남 사형과 비교할 수 있겠느냐? 쓸데없는 헛소리하지 말거라."

"……"

한동안 함께 지내니 진남은 다섯 사람과 관계가 좋아졌다.

특히 양개는 지난번 일을 겪고 성질이 많이 누그러졌다.

"도착했다!"

파란 머리 노인이 크게 소리쳤다.

커다란 배를 몰고 허공을 가로질러 홍풍제국 황실에 내렸다.

내리자마자 수많은 홍풍제국의 인사들이 전부 몰려들어 성대한 경례를 올렸다.

진남 등을 맞이하여 제국 안으로 들어갔다.

홍풍제국의 우뚝 솟은 황궁에는 수많은 찬란한 빛이 켜져 있었다.

그 안에는 선음이 감돌았고, 홍풍제국에서 지위가 높은 수많은 거물들이 잇달아 찾아와 몹시 소란스러웠다.

"가자!"

파란 머리 노인이 진남 등을 거느리고 황궁 안으로 들어갔다.

이 황궁은 방원 삼십 리가 넘었는데, 가히 웅장하고 화려했다.

천정에는 커다란 발 다섯 개 달린 금룡이 새겨져 있었는데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해서 압박감을 내뿜고 있었다. 대전 위에는 술상이 가득 놓여 있었다.

"청룡 성지에서 도착했습니다!"

내시가 목청을 높여 크게 소리쳤다.

시끄럽기 그지없던 황궁대전이 조용해졌다.

수많은 시선이 일제히 진남 등을 바라보았다.

"호법 그리고 천재 여러분 홍풍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홍풍제국의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용포를 몸에 걸쳐 위엄이 엄청났지만,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 자상하게 느껴졌다.

"허허, 홍풍황(紅楓皇), 이러지 마시오. 참으로 오랜만이구려."

파란 머리 노인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하하! 어서 오시오! 오늘 술은 충분히 준비했소!"

홍풍황이 대소를 터뜨렸다.

홍풍황과 파란 머리 호법은 이미 아는 사이였다.

진남 등은 귀빈석에 안배되었다.

진남의 신분이라면 이런 수준의 대접은 부족했지만, 이번 무종비경은 다른 비경과 달랐다.

홍풍제국의 천재, 그리고 하역의 산수들도 참여하는 장이었다.

때문에 파란 머리 노인과 청룡 성지에서는 잠시 진남이 이번 무종비경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숨기기로 결정했다.

다만 강벽난이 알게 된 것은 상도맹이 보통이 아니고 그들의 그림자가 신출귀몰하기에 소식을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진남은 이런 장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이 없는 모퉁이를 찾았다.

연약한 임소우도 모퉁이로 왔는데, 겁에 질려 진남을 보고 있었다.

"괜찮아, 습관을 들이면 돼."

"응."

임소우는 진남이 먼저 말을 걸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놀란 토끼처럼 당황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상기되었다.

진남이 그녀를 향해 웃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아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수련에 빠졌다.

진남이 몇십 번 호흡하기도 전에 분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꺼져!"

분노의 외침이 황궁 안에서 이상하게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일제히 시선을 옮겼다.

분노하여 외친 사람은 임소우였다.

그녀의 하얗고 예쁜 얼굴이 분노로 시뻘게지고 두 눈은 앞에 있는 한 청년을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청년은 금색 두루마기를 입고 있어 온화하고 점잖으며 귀티가 흘렀다. 다만 그의 한 쌍의 작은 눈은 매우 옹졸해 보였다.

"응? 오 황자 아니야?'

"뭐 하는 거지?"

"……"

황궁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입을 열었다.

상석에 앉은 홍풍황과 파란 머리의 노인도 소란이 일어난 곳을 바라봤다.

그들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여전히 술을 음미하고 있었다.

"어린 계집애가 담도 크구나. 나보고 꺼지라고 하다니."

오 황자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성깔이 있구나. 과연 청룡 성지 출신은 다르구나! 나는 네가 마음에 들었다! 어떠냐, 나와 함께 나가자. 내 너를 귀히 여겨주겠다!"

"뭐……?"

임소우는 화가 나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청룡 성지에 들어온 이래 한 번도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뭐 하는 거야!"

양개 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오 황자, 간이 부었구나! 감히 대놓고 임소우를 괴롭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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