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화 영예임무
"왜? 흑수성의 대회는 제자가 참가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습니까? 이것도 흑수성의 규칙입니까?"
'아까는 나의 위치를 조방에게 팔았지? 당신이 먼저 모질게 굴었으니 나를 탓하지 마시오.'
정활은 울고만 싶었다.
일반 사람이라면 그는 흑수성 주인의 신분으로 진작에 쫓았을 것이다.
그러나 단청은 청룡 성주가 새로 들인 제자이고 그보다 배경이 훨씬 더 컸다.
"…단청 사제……"
정활도 미련하지 않았다.
단청이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알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모두 내 잘못이다. 따지지 않고 마음을 너그럽게 먹길 바란다. 요구가 있으면 모두 말하거라."
진남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오만 공헌점!"
"……? 뭐라고?"
정활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의심이 들었다.
'오만 공헌점이라니…….'
약탈왕 대회를 열어도 한 번에 그렇게 벌 수 없었다.
"안 됩니까?"
진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아, 아니다!"
정활이 염치 불고하고 말했다.
단청을 해결하지 않으면 흑수성은 끝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정활은 서둘러 오만 개의 공헌점을 꺼냈다.
그는 아까운 걸 참으며 떨리는 손으로 공헌점을 진남에게 건네주었다.
"고맙습니다!"
진남의 기분이 좋아지자 검은색 거봉을 메고 성큼성큼 가버렸다.
진남은 잘 알고 있었다.
여기 있는 천여 명의 수사들이 그에게 두 번이나 모욕을 당했기에 만약 그가 계속 거기 있으면 그들은 시합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진남은 공헌점을 한 개도 얻지 못하게 되었다.
그럴 바에는 정활에게서 뜯어내는 것이 나았다.
"지금 모두 십일만 개 정도의 공헌점이 있으니 열한 개의 원석을 바꿀 수 있겠구나. 그럼 전신의 혼을 진급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군!"
진남은 눈빛이 뜨거워졌다.
전신의 혼이 만약 지급 무혼으로 진급하게 되면 하역의 정상에 우뚝 서게 될 것이었다.
수많은 천재와 거두들도 그와 어깨를 견줄 수 없을 것이었다.
그는 걸음을 재촉하여 단목봉으로 걸어갔다.
단목봉에는 커다란 궁전이 있었다.
궁전의 이름은 임무전이었다.
현령종이 설립한 공로전과 달랐다.
임무전 안에는 임무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물건을 바꾸거나 팔 수 있었다.
* * *
진남이 궁전 아래에 도착했다.
궁전에는 수많은 제자, 호법들이 드나들고 가끔 사자의 모습도 보였다.
"물건을 바꾸려 합니다!"
진남이 한 호법 앞으로 가 말했다.
호법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제, 바꾸려면 다른 데로 가보거라. 공헌점이 만 점 이상은 돼야 나에게서 바꿀 수 있다."
"네."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열한 개의 원석을 주십시오. 여기 십일만 개의 공헌점입니다."
진남은 말하며 제자 영패를 꺼내 호법에게 건네주었다.
"열한 개 원석?"
호법이 깜짝 놀랐다.
'십일만의 공헌점이다. 앞에 있는 무왕 최고 경지의 존재가 이렇게 많은 공헌점이 있다니?'
놀란 호법은 그 영패를 봤다. 그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헛! 청룡 성주의 제자라니? 청룡 성주가 언제 또 제자를 받았지?'
"왜요?"
진남이 미간을 찌푸렸다.
"사……"
호법이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그는 저도 모르게 어색하게 말했다.
"사제, 네가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 청룡 성지에는 규칙이 있어. 공헌점으로 원석을 바꾸려면 하루에 세 개밖에 바꿀 수 없어. 오늘 원석이 마지막 한 개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거라도 바꾸겠어?"
"뭐라고요?'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하루에 세 개밖에 바꿀 수 없다고? 이렇게 큰 청룡 성지에서 그것밖에 바꿀 수 없다고?'
진남은 청룡 성주가 생각났다.
'성주가 아까워한 이유가 있었구나. 원석이 이렇게 귀중한 거라니!'
"한 개밖에 없으면 한 개라도 바꾸겠습니다."
진남은 숨을 들이쉬고 우울함을 밀어냈다.
"좋다!"
호법이 서둘러 진남의 만 개의 공헌점을 사용하고 대전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물 상자를 하나 가져왔다.
진남이 신식으로 훑어보니 보물 상자 안에 방대한 천지의 힘을 가진 원석이 들어있었다.
"이런 속도라면 설마 공헌점이 있다고 해도 매일 원석을 바꾸려면 대전 문 앞을 지키고 있어야 하잖아?"
진남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우울했다.
십만 공헌점이 있는데 쓸 수 없었다.
"사제……"
호법이 진남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화를 내는 줄 알고 깜짝 놀라 물었다.
"원석이 많이 모자라느냐?"
"맞습니다."
진남은 의아한 눈길로 호법을 힐끔 보더니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설마 원석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청룡 성지에서 매일 세 개의 원석만 배포하지만, 원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더 있어."
호법이 말했다.
"한 가지 방법은 연단이야. 육품 이상의 단약을 연마하기만 하면 청룡 성지에서 쉽게 원석을 바꿀 수 있어."
'연단?'
진남은 눈이 반짝거렸다.
연단은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전신의 혼이 진급하는데 더 많은 원석이 필요할 것이었다.
그 많은 양을 전부 약탈해서 얻을 수는 없었다.
"두 번째 방법은 영예임무를 받는 것이다."
호법이 말했다.
"오늘 청룡 성지에서 마침 다섯 개의 영예임무를 공포했다. 그중 한 개가 너에게 매우 적합하다."
"영예임무요?"
영예임무만이 성지에 영예를 가져올 수 있었다. 때문에 상품도 매우 두둑했다.
그러나 그만큼 완수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어떤 영예임무가 있습니까?"
진남이 급히 물었다.
연단으로 원석을 얻는 것이 방법이긴 했지만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었다.
그러니 만약 원석을 더 빨리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게 없었다.
호법이 웃더니 말했다.
"하역에 무종비경이라는 곳이 있어. 비경은 매년 한 번만 열린다. 그리고 매번 열릴 때마다 안에 기연이 탄생하지. 그리고 만약 세 명 안에 들어가면 비경의 힘을 얻을 수 있고, 내단을 세탁해 원영을 단조하고 돌파하여 무종 경지가 될 수도 있어."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
"이번 영예임무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이 있습니까?"
진남이 물었다.
"이번에 무종비경이 열리면 청룡 성지와 비양 성지에서 모두 무왕 최고 경지의 강자를 여섯 명씩 파견하여 참가하러 가게 된다. 그 외에 하역의 산수와 여러 대국의 절세 천재들도 참가하지."
호법이 말했다.
"만약 무종비경에서 세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하면 세 개의 원석을 상품으로 준다. 만약 네가 다른 두 명의 성지 제자를 도와 나머지 자리를 모두 차지하면 너에게 열 개의 원석을 상품으로 줄 것이다."
'열 개의 원석이라!'
진남의 눈에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그는 흑수성에서 두 번이나 약탈했지만 겨우 십일만 공헌점밖에 얻지 못했다.
또 매일 원석 세 개밖에 바꿀 수 없었다.
그에 비하면 무종비경의 상품은 실로 풍부했다.
진남은 이미 무왕 최고 경지에 달하였기에 이번 무종비경에 참가하여 정원을 쟁취하고 경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진남은 호법을 향해 공수하더니 임무전을 떠나 진신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원래 신분으로 참가하자. 무종비경에서 천재들이 나와 겨뤘으면 좋겠구나!"
진남의 입가에 담담한 미소가 걸렸다.
지금 그는 하역에 이름을 날렸다.
사람들은 그에게 시비를 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만약 그에게 도전할 용기도 없다면, 그는 아무런 흥취도 없을 것이었다.
"임무를 받자!"
진남은 청룡옥간을 꺼내 영예임무를 받았다.
"예비 성자 진남, 영예임무를 받은 걸 축하한다. 여섯 명이 찼으니 속히 단목봉 무술 경기장으로 가서 집합하거라."
청룡 옥간에서 신식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발을 움직여 무술 경기장으로 달려갔다.
* * *
같은 시각, 임무전 안.
한 수사가 영예임무의 이름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헉! 진남이 무종비경에 참가했어!"
비명이 사람들 고막을 때렸다.
"뭐라고?"
"비양 성지 자식들, 이번에 큰일 났구나!"
"작년에 비양 성지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반드시 우리 청룡 성지가 우승을 차지할 거야!"
"……"
수사들은 들떴다.
영예임무는 종문에 영예를 가져다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종문에서 신경 쓸 뿐만 아니라 수사들도 마찬가지로 엄청 신경 썼다.
"진남이라고? 진남이 참가했다고? 아이고, 방금 그 사제는 기회가 없겠구나!"
방금 진남과 한담을 하던 호법은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청룡 성주가 새로 받아들인 제자가 진남보다 못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발 늦었을 것이다.
* * *
단목봉, 무술 경기장.
무술 경기장에 파란 머리의 노인이 허공에 떠 있었다.
그는 무황 경지 위압을 내뿜고 있었다.
아래의 다섯 명의 제자들이 있었는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사람도 있고 깊은 사색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뭐라고?"
파란 머리 노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어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
"진남이 이번 무종비경에 참가했다고?"
그 말에 다섯 명의 제자들은 표정이 변했다.
그들은 두 눈을 반짝이더니 여러 가지 복잡한 기분이 드러냈다.
"선배님, 진남입니다!"
그때 진남이 도착하여 파란 머리 노인을 향해 공수하고 말했다.
다섯 제자의 시선은 진남에게 향했다. 그들의 눈에는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파란 머리 노인이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참가하러 올 줄 몰랐다. 꼭 분발해서 비양 성지의 제자들을 톡톡히 혼내주거라. 됐다. 이 다섯 사람은 이번에 무종비경으로 갈 제자들이다. 모두 청룡 성지 제자들 중에서 서열 십 위 이내의 천재들이다. 얕보아서는 안 된다."
"이름을 많이 들었소. 난 장비(張飛)라고 하오!"
거친 남자가 우선 입을 열었다.
"난 임소우(林小雨)라고 해요."
다섯 사람 중에서 기색이 연약하고 좀 긴장한 소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난 왕양(王陽)이요."
"진형 안녕하오, 난 소삼(小三)이라 부르면 되오."
네 명은 그나마 태도가 호의적이었지만, 검은색 옷을 입은 마지막 청년은 콧방귀를 뀌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은 모두 표정이 살짝 어두워져 일제히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을 바라보았다.
"양개(梁凱), 너 이게 무슨 태도냐?"
파란 머리 노인이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호통쳤다.
"미리 말하는데 진남 사제는 청룡 성지의 예비 성자이다. 또 우리 이번 세력에서 최 강자이다. 이번 영예임무를 완성하려면 너희들은 모두 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거라!"
진남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양개라는 이름이 꽤 익숙했다.
양개는 청룡 성지 제자들 중에서 서열 이 위로 그의 바로 다음이었다.
진남은 그를 살펴보았다.
그는 현급 육품 무혼을 가지고 있고 무도 경지가 취세의 경지에 달하여 절세 천재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했다.
"모두 진남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까?"
양개가 쌀쌀맞게 웃으며 말했다.
"호법,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진남은 매우 강하지만 무종비경에서는 진남 혼자만으로는 안 될 겁니다. 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양개의 몸에서 서슬 퍼런 기세가 하늘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