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거봉 맛 좀 봐라
조방과 백소 모두 살짝 당황했다.
진남은 정원에서 나와 그들의 세력을 훑어보더니 시선이 조방과 백소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들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무릎 꿇고 사죄하고 꺼지거라. 그렇지 않고 내가 동문의 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탓하지 말고!"
조방과 백소는 황당했다.
다른 수사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조방과 백소는 눈치가 빨랐다.
그들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진남의 경지를 관찰했다.
그리고 단청이 쉬체 경지에 제한된 걸 발견하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제법이구나! 죽을 때가 되었는데도 이렇게 건방을 떨다니!'
조방과 백소는 단청이 그들을 겁먹고 도망가게 하려고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언제 겁을 먹은 적이 있었던가?
"사형 사제 여러분, 같이 공격합시다!"
조방과 백소가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두 사람은 발을 힘껏 굴러 힘을 실은 후 단청을 향해 돌진했다.
나머지 수사들도 정신을 차리고 돌진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조방과 백소가 앞장서고 두 사람 뒤로 촘촘한 그림자가 흑막을 형성하여 단청을 덮은 것처럼 보일 것이었다.
만약 일반사람이라면 이렇게 많은 동급의 수사들이 덤빈다면 소름이 돋고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상대는 진남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자초한 거야!"
진남이 큰 소리로 웃더니 크게 한 걸음 내디뎠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전진하여 조방과 백소를 향해 달려들었다.
흑수성에서 내리누른 세 갈래의 제한이 순식간에 부서지고 무왕 경지의 기운이 깊이 잠든 거수가 깨어난 것처럼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헉!"
조방과 백소는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어떻게 된 일이지? 단청은 경지가 제한되지 않았나? 어떻게 무왕 최고 경지의 경지인 거지?'
의아해하던 두 사람은 거대한 흑봉(黑棒, 검은색 방망이)이 그들의 몸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발견했다.
흑봉의 크기, 그리고 흑봉에서 뿜어 나온 힘이 그들의 마음속에 박혔다.
두 사람은 동공이 순식간에 줄어들고 머리가 터지는 것 같았다.
평소라면 그들은 전혀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고작 쉬체 정상 경지밖에 안 되었다.
펑! 펑!
두 사람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산이 그들의 몸에 부딪히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조방과 백소는 처량한 비명을 지르며 현을 떠난 화살처럼 몇십 미터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들은 흑수성 건물에 부딪혀 폭발음을 냈다.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진남은 전신의 혼을 가진 자로서 천하의 강자들과 싸우기를 좋아했지만, 무왕 최고 경지로 쉬체 경지의 수사들을 패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온몸의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진남은 크게 외치더니 거봉을 휘둘러 수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어억!"
원래 전의가 들끓어서 맹호처럼 달려들던 수사들이 날아오는 거봉을 보고 다들 소름이 돋아 놀라 자리에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펑! 펑! 펑!
순식간에 연거푸 울려 퍼지는 소리는 마치 천둥이 한 곳에서 터지는 것만 같았다.
진남은 무아지경에 들어선 것처럼 수사들을 휩쓸었다.
그가 손에 쥔 거봉을 휘두를 때마다 평소에 더할 나위 없이 강대하던 수사들이 힘없는 짐승처럼 전부 몇십 미터 날아가서 흑수성 건물에 떨어져 부딪히며 터지는 소리를 냈다.
"악!"
"읍!"
"아악!"
비명이 폭풍우처럼 흑수성에서 울려 퍼졌다.
나머지 구백여 명의 수사들은 진남이 거봉을 들고 전부를 쓸어버리는 것을 보자 등골이 오싹했다.
"헉!"
"괴물이야! 괴물!"
"빨리 도망가자!"
"……."
구백여 명의 수사들은 순식간에 눈앞의 폭력적인 광경에 깜짝 놀랐다.
방금 전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도망가야 한다!'
"도망가려고?"
진남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아직 만족하지 못했는데 벌써 도망가려고?'
"흐랴!"
진남이 크게 한 걸음 내딛자 화염이 그의 발밑에서 뿜어 나왔다.
그는 폭풍처럼 사람들 속으로 쳐들어가더니 손에 쥐고 있던 흑봉을 높이 들었다 내리치며 수많은 잔영을 남겼다.
한 장 너비의 봉 끝이 수사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때렸다.
펑! 펑! 펑!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수사들이 날아가며 비명을 질러댔다.
진남은 일부러 힘을 아끼면서 때렸기에 수사들은 아프기만 할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고작 몇십 번 호흡하는 시간에 흑수성에는 수많은 비명이 울려 퍼졌다.
성 전체에 비명이 가득했다.
* * *
그 시각, 흑수성 밖.
삼천 개의 공헌점을 받은 정활은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미처 기뻐하기 전에 하늘땅을 뒤흔드는 비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
"참 잔인한 사람들이야. 대체 단청을 얼마나 괴롭히는 거야."
정활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미안한 마음이 없었다.
'그러니까 누가 흑수성의 금제를 깨고 내 체면을 깎으라고 했나? 고생 좀 하고 단련을 받아야 해.'
그러나 정활은 표정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흑수성에서 들리는 비명이 한 사람의 비명이 아니라 수백 명이 동시에 비명 지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정활은 안색이 변하더니 몸을 날려 흑수성 위로 가서 내려다봤다.
흑수성의 거리에 있는 단청은 사람 형상을 한 태고 거수 같았다.
그는 커다란 철봉을 휘저어 끊임없이 수사들의 머리를 때리고 있었다.
펑! 펑! 하는 소리가 정활의 고막을 때리고 가슴을 찌르르하게 했다.
그는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
머리가 방망이에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는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순간 말을 잃었다.
"……."
정활은 이내 문제를 의식하고 안색이 크게 변했다.
'단청은 경지가 제한당하지 않은 건가? 쉬체 경지의 존재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수사들을 쓸어버릴 수 있지?'
"이런!"
훑어보던 정활은 안색이 새파래졌다.
'무왕 최고 경지야! 단청은 여전히 무왕 최고 경지이잖아!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직접 손을 써 흑수성의 최강대진을 만들었는데 여전히 제한하지 못한 건가?'
"정활, 살려주시오!"
도망치던 수백 명의 수사들이 하늘 위의 정활을 보고 마치 동아줄이라도 본 듯 다급히 소리쳤다.
정활은 그들을 힐끔 보았다.
그는 그들과 안면이 있었다.
평소에는 다들 사자나 호법 급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무왕 최고 경지의 강자에게 겁먹고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치는 신세가 되는 날이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단청, 멈추거라!"
정활이 정신을 차리고 진남을 향해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멈추라고? 정활, 이 시합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흑수성의 금제를 깨도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진남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정활은 말문이 막혔다.
목구멍이 막힌 것처럼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강제로 시합을 끝내야 하나? 아니면 강제로 단청을 잡아야 하나? 둘 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인데……'
"방금 너희들이 소리 지른 거지?"
정활이 고민하고 있을 때 진남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한 걸음 다가가더니 마귀처럼 수백 명의 수사들 앞에 섰다.
"살려……."
평소에 위풍이 넘치던 수백 명의 수사들은 모두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앞이 까매지더니 거봉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그들의 앞에 나타나 호되게 머리를 내리쳤다.
펑!
수사들은 머리가 괴물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에서 윙윙 소리가 났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펑! 펑! 펑!
또 연거푸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수백 명의 수사들이 전부 쓰러졌다.
조방과 백소 두 사람이 거느린 세력이 거봉에 맞아 전부 쓰러지고 거리에 흩어졌다.
흑수성의 크고 작은 건축물들은 수사들이 날려와 부딪혀 아수라장이 되고 난장판이 되었다.
"휘유!"
진남은 얼굴에 짙은 웃음을 띠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통쾌하다! 진짜 너무 통쾌하구나!'
진남은 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때려눕히니 답답하던 마음속의 분노가 풀리고 기분이 더없이 좋아졌다.
으득.
이 광경을 본 정활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그는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천여 명의 수사들이다. 그중에는 사자, 호법 그리고 내력이 대단한 인물도 있다. 그런데 흑수성의 규칙을 이용하여 그들을 저리도 무자비하게 패버리다니!'
"단청!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정활은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이 자들은 대부분이 너의 사형이다. 그런데 네가 경지를 믿고 그들을 이렇게 모욕하다니……."
"네!"
정활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기분이 좋은 진남은 네, 하고 대답하더니 거봉을 메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수사들의 몸을 털기 시작했다.
그들이 두 번째 시합에서 얻은 점수를 모두 가져갔다.
진남은 자신이 미흡했다고 생각했다.
몽둥이를 너무 세게 휘두르다 보니 수사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좀 더 발품을 팔아야 수사들의 점수를 전부 가져갈 수 있었다.
"감히……."
정활은 화가 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흑수성의 주인인 그가 언제 이런 수모를 당한 적 있었던가?
이때, 진남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와 한 장 떨어진 곳에 조방이 큰 구덩이에 박힌 채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너, 너……."
조방은 단청을 보자 생사의 원수를 본 것처럼 분개하면서 말했다.
"너 이 염치없는 소인배. 내 전부를 빼앗아 갔어, 너…… 너 내 사랑을 돌려줘…… 내 사랑을 돌려줘……."
조방의 말이 끝나자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거봉을 휘둘러 그의 얼굴을 무섭게 내리쳤다.
쿵!
시합에 참가하려면 이십 개의 점수가 필요했다.
앞 두 번에 모든 이들이 그에게 약탈당했다.
그는 모두 오만이천 점을 모았다. 이는 다섯 개의 원석을 바꿀 수 있었다.
"정활!"
"너 이 자식 살고 싶지 않은 게로구나!"
"……."
욕설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천여 명의 수사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은 후 정신을 회복하고 정활을 욕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몹시 분노했다.
흑수성에서는 경지를 제한하고 공평하게 싸운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그들은 모두 쉬체 경지에 제한되었는데 단청은 여전히 무왕 최고 경지였다!
쉬체 경지로 무왕 최고 경지와 어떻게 싸운단 말인가?
"그게……."
정활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도 문제의 심각성을 의식했다.
단청이 여전히 여기 있는 한 그들은 약탈왕 대회를 진행할 수 없었다.
"정활, 무슨 상황입니까? 세 번째 시합은 언제 시작합니까?"
진남은 사람들이 욕하는 소리를 못 들은 것처럼 담담하게 물었다.
"너……."
그 말에 정활은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이런 상황에 세 번째 시합을 시작한다고? 아마 단 한 사람도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
"단청 사제……."
정활이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젊은 나이에 이런 실력이 있을 줄 몰랐다. 진짜 감격스럽구나…. 네가 규칙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시합에 참가하겠다고 하면 아마……."
정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이 가차 없이 그의 말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