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저놈 잡아라
"사형 사제들, 내가 먼저 제의하겠소. 두 번째 시합이 시작되면 우선 먼저 단청부터 없앱시다."
백소가 말했다.
"내가 참가하겠소!"
"백소 좋은 생각이오, 같이 단청에게 복수합시다!"
백소의 말은 적지 않은 제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의 뒤에 이백여 명의 수사가 줄을 섰다.
"흑, 흑, 흑."
조방이 얼굴을 가리고 울며 말했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가련한 목소리였다.
"단청, 호색한이 자신의 경지를 믿고 저를 격파했어요. 게다가 저의 얼굴을 때려 일부러 외모를 망가뜨렸어요! 사형제 여러분, 이 원한은 저는 참을 수 없어요. 부디 저를 도와줘요."
"죽일 놈!"
"감히 나의 여신을 괴롭히다니!"
"……"
조방이 울자 많은 수사들은 모두 마음이 아팠다.
조방은 얼마나 아름다웠는가. 그런데 지금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미인을 망가뜨렸으니 그들은 단청에게 더욱 분노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조방의 뒤에도 팔백여 명이 줄을 섰다. 대군처럼 기세가 드높았다.
정활은 안도했다.
단청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자신만만했다.
'우리 흑수성의 금제를 돌파하다니. 하지만 천 명이나 되는 대군이 너를 벼르고 있으니 두 번째 시합은 결과가 더할 나위 없이 처참할 것이다!'
"여러분, 그럼 지금부터 약탈왕 대회의 두 번째 시합 시작하겠소. 두 번째 시합에선 흑수성이 정식으로 무기 판매를 시작하겠소! 만약 좋은 성적을 따내고 싶으면 무기 사는 것을 잊지 마시오!"
흑수성은 무기 판매로 이익을 얻었다.
약탈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격파되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보복하려고 공헌점을 사용하여 무기를 샀다.
사람들은 경지가 선천 최고 경지에 제한되었기에 만약 손에 무기가 있으면 이전의 패배를 뒤집고 원한을 풀 수 있었다.
진남은 발끝을 튕겨 흑수성으로 들어갔다.
그는 정활의 말과 사람들의 추격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를 상대하려 한다면 그도 따끔하게 혼내줄 거라 생각했다.
"빨리도 도망쳤구나!
"그래도 주제 파악하는군!"
"허허, 그건 당연한 거요. 이렇게 많은 사람의 미움을 샀는데 어찌 두렵지 않겠소?"
"……"
백소와 조방 뒤의 수사들이 모두 큰 소리로 웃었다. 그들은 매우 기뻐했다.
"여러분, 절대 진남을 봐줘서는 안 되오. 우리 갑시다!"
백소가 큰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도와줘서 고마워요. 절대 그를 가만둬서는 안 돼요!"
조방은 꼭 단청을 붙잡아 그의 얼굴을 때리고 싶었다.
두 사람의 인솔하에 사람들은 위풍당당하게 흑수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을 따르지 않은 수사들은 서로 쳐다보며 마음을 정했다.
그들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은 가만 있기로 했다. 어쩌면 어부지리를 얻을지도 몰랐다.
진남은 임의로 한 정원에 도착했다.
수사들은 그래도 공평했다.
시합이 시작하기 전에 경지를 움직여 그를 진압하지 않았다
"진을 펼쳐라!"
정활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뒤에 오십여 명의 무왕 최고 경지의 존재가 대진을 펼치자 흑수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진이 움직이자 무형의 힘이 흑수성 위쪽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대진초시(大阵初始), 흑석만금(黑石萬禁)!"
어느새 정활이 손에 진기(陣旗)를 잡고 있었다. 그는 몸을 날려 진안에 뛰어 들어가 진기를 휘두르며 대진을 일으켰다.
대진의 위력이 배로 세졌다.
흑수성의 하늘에서 마치 강물이 모인 것처럼 순식간에 끝없는 현묘한 힘이 쏟아져 내려서 모든 수사를 눌렀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쉬체 경지에 제한되었다.
진남은 전신의 눈을 움직여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또 자신의 용문 금단을 살폈다.
용문 금단은 이토록 커다란 압력을 받고도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삼인(三印)으로 경지를 봉한다!"
정활의 눈길이 진남을 향했다.
진기를 휘두르니 대진의 가운데서 세 갈래 빛이 하늘로 솟아올라 확연히 다른 세 개의 대인(大印)을 이루어 떨어지며 진남의 몸을 꽁꽁 감쌌다.
"네가 얼마나 대단하든 이번에는 제한을 풀 수 없을 것이다!"
정활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웃음기가 드러났다.
전체 흑수성의 힘을 모아 삼인을 만들어냈다.
설사 반보 무존이라도 흑수성의 범위 안에 있다면 모두 꼼짝없이 경지가 제한당했다.
진남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세 갈래의 법인이 체내에 들어오자 진남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세 갈래의 법인은 확실히 범상치 않았다.
첫 번째 인은 그와 무혼 사이의 연계를 끊어놨고, 두 번째 인은 그의 육신을 봉인했고 세 번째 인은 그의 내단을 봉인했다.
진남에게 봉인 대진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면 그는 아마 쉬체 정상 경지의 경지도 되지 않을 것이었다.
"이 제한은 벗어나기 엄청 쉽군. 그러나 지금은 제한에서 벗어나지 말자. 우선 성에 가서 쓸만한 무기를 사야겠어!"
진남이 일어섰다.
진남은 사면초가였다.
그러나 천여 명의 수사에게 추격당하면서도 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만했다.
때문에 그는 경지 제한을 푸는데 조급해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놀라 도망가게 하면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았다.
무기를 사는 이유는 천여 명과 싸우게 된다면 무기가 있으면 해결하기 더욱 쉬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 * *
흑수성의 크고 작은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
가게들은 모두 각종 무기를 팔고 있었다.
무기들은 영기 못지않았는데 쉬체 경지의 수사가 사용하기에 적합했다.
한 바퀴 둘러본 진남은 크게 실망했다.
무기들은 모두 특색이 없었고 가격이 무척이나 비쌌다.
만약 산다면 손해가 컸다.
"응?"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한 가게 안에서 엄청 커다란 무기를 발견했다.
무기는 거봉(巨棒)이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높이가 족히 다섯 장은 되어 진남을 아홉 개 쌓아놓은 것과 같았다.
그리고 거봉의 봉 끝은 너비가 한 장 되었는데 끝으로 가면서 점점 좁아져 두 손으로 잡을 수 있었다.
"이 거봉은 아무런 특별한 점이 없어. 그러나 태고의 광석으로 만들어 엄청 무겁구나. 일반적인 선천 경지는 들 수조차 없겠어!"
진남의 눈이 반짝거렸다.
거봉은 아무런 작용이 없지만 매우 난폭했다.
쉬체 경지의 존재들을 호되게 때려주기에 효과가 엄청 좋을 것만 같았다.
"저것을 사자!"
진남이 홍진변신술(紅塵變神術)을 써 모습을 바꾸었다.
가게 점원의 어리둥절한 눈길을 받으며 공헌점 백 점을 써서 거봉을 사 저장 주머니에 넣었다.
'나를 찾아와 고생을 자처하지 않기를 바란다.'
진남이 콧방귀를 뀌더니 한 정원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지금 아무것도 할 필요 없었다.
오직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써 마지막 남은 수사들의 공헌점을 거두어들이면 되였다.
* * *
흑수성 안이 시끄러워졌다.
"단청은?"
"난 병기까지 샀어. 설마 숨어 버린 건 아니겠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추격하고 있고, 또 정활이 경지를 제한했는데 어떻게 숨지 않을 수 있어?'
"그건 그래. 그럼 이제 어떡하지?'
"……"
수사들은 모두 망연자실해졌다.
그들은 화가 잔뜩 나서 복수하러 왔는데 단청을 찾을 수 없었다.
"안 돼! 절대로 이렇게 놓아줄 수 없어!"
백소는 자신이 무시당하던 광경을 생각하자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방에게 물었다.
"옥나찰, 넌 기습에 정통하고 음모와 계략에 능하잖아. 좋은 방법 없어?"
"그게 무슨 말이야!"
조방이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기습에 정통하고 음모와 계략에 능하다니? 이놈 머리가 당나귀에게 차였나?'
그러나 지금은 그와 따질 때가 아니었다.
숨어버린 단청을 생각하자 그는 이를 악물었다.
단청은 그의 용모를 망가뜨렸을 뿐만 아니라 점수도 엄청 높았다.
만약 그를 잡으면 복수도 하고 금약을 살 수 있는 공헌점을 모두 얻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그래, 그걸 해볼 수밖에 없겠어!"
조방이 무기 가게로 가더니 한 제자와 무언가 상의했다.
한참 후 그 제자가 밖으로 뛰어갔다.
성 밖에 있던 정활은 제자의 보고를 듣자 눈이 반짝거렸다.
'삼천 점의 공헌점이라? 적지 않은 가격이다.'
흑수성 내에서 사람들은 경지가 제한되었기에 신식을 움직여 적의 위치를 알 수 없었다.
때문에 흑수성에서는 무기를 팔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위치 정보도 팔았다.
정활은 단청이 청룡 성주의 제자이지만 별로 호감 가지 않았다.
그의 위치 정보를 옥나찰에게 파는 건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삼천 점의 공헌점은 차마 거절할 수 없는 재물이구나. 나를 탓하지 마라 단청아. 알아서 잘하거라."
정활이 중얼거리더니 신식으로 흑수성을 훑어보았다.
그는 단청의 위치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으며 제자에게 몇 마디 분부했다.
그 제자는 재빨리 성안으로 돌아갔다.
단청의 위치가 전부 폭로되었다!
* * *
같은 시각, 흑수성 안.
정원에 있던 진남의 두 눈에 신광이 스쳤다.
진남은 신식이 구백구십구 장이라 모든 것에 예민했다. 그는 누군가 신식을 써 흑수성 전체를 훑었고 또 그의 몸에서 잠깐 멈춘 것을 느꼈다.
"이것들이 공격할 작정인가 보구나."
진남의 입가에 냉소가 일었다.
백 개의 공헌점으로 거봉을 사기를 잘한 것 같았다.
* * *
"단청의 위치를 알아냈어!"
조방의 얼굴에 웃음기가 어렸다.
"역시 옥나찰이구나. 단청의 위치 정보를 알아내다니!"
백소는 조방과 정활의 거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더 말하지 않고 큰소리로 외쳤다.
"사형제들, 지금 위치를 아는데 뭘 더 기다리겠소? 갑시다! 단청을 죽이러 가요!"
"하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면 단청이 놀라서 오줌을 싸겠구나!"
"……"
수사들은 모두 흥분했다.
"얼른 가요!"
조방은 방금 공헌점을 삼천 점 쓴 것이 가슴 아팠다.
그는 단청을 톡톡히 혼내주고 그의 공헌점도 전부 빼앗아 오고 싶어 안달이 났다.
순식간에 조방과 백소가 거느린 거대한 세력이 위풍당당하게 이동했다.
나머지 삼백여 명의 수사들은 이 광경을 보고 모두 마음이 흔들렸다.
흑수성에서 수없이 많은 약탈왕 대회를 진행했지만 이렇게 강대한 세력을 집결하여 한 사람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었다.
"갑시다!"
"속도를 빨립시다! 단청이 눈치채고 도망 못 가게 합시다!"
"속도를 내거라!"
"……."
조방과 백소가 앞에서 끊임없이 소리쳤다.
이렇게 방대한 세력을 거느렸으니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만약 단청이 먼저 눈치를 채고 멀리 도망가면 삼천 점의 공헌점을 잃는 거라 손실이 매우 컸다.
"저쪽 정원에 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방은 제자가 알려준 정원을 발견했다.
기쁜 표정을 한 그는 듣기 좋은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단청, 달아날 생각을 하지 말거라! 넌 이제 달아날 기회가 없다! 고분고분 나와 투항하고 벌을 받거라!"
천 명의 수사들이 모두 큰 소리로 떠들어 댔다.
기세가 하늘을 흔들었다.
조방과 백소가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들은 아마 진작에 달려가 이 정원을 쓸어버렸을 것이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