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헉!"
세 청년 제자들은 표정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백소가 '대해와윤공(大海渦輪功)'을 수련했다는 것을 들었다.
대해와윤공은 대해 조석을 불러내 사람을 잠기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공법이었다.
공법 덕에 백소는 흑수성을 휩쓸었다.
그러나 백소가 대해와윤공은 펼치지도 못했는데 휙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백소의 앞에 섰다.
그림자의 몸에 있는 강기에 맞은 백소는 얼굴이 얼얼했다.
"너……"
백소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디서 나타난 녀석이지? 이게 선천 최고 경지의 힘이라고?'
펑!
백소는 생각을 계속 할 수 없었다.
우락부락한 사내의 주먹이 그의 얼굴에 꽂히자 그대로 바닥에 꼬꾸라졌다.
"시끄럽다!"
우락부락한 사내는 백소의 영패를 뺏어 들고 몸을 날렸다.
그 자리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세 청년만 남겨두었다.
이제 흑수성에는 오십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오십여 명은 모두 정예 중의 정예였다.
많은 전쟁과 어려움을 겪었고 비장의 기술이 수없이 많으며 경험이 풍부하고 꾀가 많았다.
약탈왕 대회가 이제야 진짜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백소가 당했어!"
"누가 백소를 쓰러뜨린 거지? 설마 이소설? 아니면 옥나찰?"
"그들 둘은 아니야! 그들의 점수는 변하지 않았어. 아! 단청이다! 단청이 그를 쓰러뜨렸어!"
"……"
흑수성 광장에 모인 도태된 수사들은 일제히 냉기를 들이마셨다.
'단청이 백소를 쓰러뜨렸다고? 좀 전까지 단청이 움직이지 않은 것은 마지막까지 기다렸다 그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였나?'
남은 수사들은 모두 안색이 크게 변했다.
단청이 마지막에 손을 쓰려는 게 뻔했다.
"진짜 장난꾸러기 야생마구나, 나와 동등하다니!"
조방이 수막을 보며 언짢아했다.
전에 그는 단청에게 연맹할 것을 제안했다가 꺼져 라는 한 마디에 거절당했다.
때문에 아직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꽃처럼 아름다운 미인을 좀 아껴주면 어디 덫 나나?'
"본때를 보여주겠어!"
그때 길모퉁이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조방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는 '귀식가사결(龜息假死訣)'을 움직여 온몸의 기운을 모두 거두고 심장마저 죽은 것처럼 박동을 멈추었다.
이것이 그가 믿는 구석이었다.
이 공법을 움직이면 무왕 경지 강자라도 조방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다들 경지가 선천 최고 경지로 제한되었기에 더욱더 말할 나위 없었다.
"이 자식은 적어도 점수가 이백 점은 될 거야. 만약 이 자의 점수를 얻고 또 몇을 죽이면 단청을 누르는 데 전혀 문제없을 거야."
조방은 점점 가까워지는 사람을 주시하며 충분한 준비를 마치고 대기했다.
"만약 연속 열 번 모두 이천 점씩 얻고 또 상품으로 받은 천 점의 공헌점까지 합하면 나는 그 금약을 살 수 있어. 그 금약을 쓰면 진남 그 대열마도 분명 참지 못하고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조방은 진남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정복당한 장면을 생각하자 온몸의 피가 빠른 속도로 흘렀다.
조방은 남자를 좋아하지만, 일반 남자는 눈에 차지 않았다.
그는 진남이 무왕 경지에 진급하여 풍운을 휘젓는 것을 보자 푹 빠졌다.
오직 그런 패기가 있는 남자만이 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사랑을 위하여!"
그림자가 가까이 오자 조방은 크게 소리 지르며 기운을 폭발하여 그 사람을 향해 필살의 일격을 날렸다.
그러나 그림자를 확인하는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단청?'
"단청, 내 주먹을 받거라!"
조방은 잠깐 멈칫했지만 기뻐했다.
그는 필살의 주먹을 무섭게 내리쳤다.
그는 매우 자신이 있었다.
이런 갑작스런 습격은 설사 단청이라도 막을 수 없을 것이었다.
"사랑을 위해서?"
진남은 전략을 바꾼 후 단청의 모습을 바꾸었다.
이미 폭로되었기에 계속 숨길 필요가 없었다.
사실 방금 오는 길에서 이미 조방의 존재를 발견했다.
그저 아는 체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조방이 기습공격을 날리며 하는 말을 듣더니 진남은 순식간에 안색이 파래졌다.
'사랑을 위해서라고? 누가 너를 사랑하는데? 이미 단청으로 변했는데 여전히 나를 놓아주지 않는 거야?'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진남은 화가 나 조방의 얼굴을 호되게 때렸다.
펑!
조방은 미처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한 마리의 태고 요수가 그의 얼굴을 때리는 것 같았다.
그의 몸이 튕겨 나가자 바닥에 작지 않은 구멍이 생겼다.
격렬한 통증이 순식간에 그를 삼켰다. 그는 진남의 주먹 한 방에 기절했다.
"이런!"
"세상에나, 옥나찰을 쓰러뜨리다니!"
"무섭구나!"
"……"
탈락한 제자들이 모두 냉기를 들이마셨다.
'옥나찰이 탈락하다니!'
옥나찰은 연속 세 번이나 일 위를 차지하고 전설의 약탈왕으로 불리었다.
'오늘 설마 전설적인 신화가 깨지는 건가?'
동시에 적지 않은 제자들이 무척이나 분노했다.
'어떻게 그 예쁘고 귀여운 옥나찰을 공격할 수 있어?'
정활은 눈이 환해졌다.
단청은 그릇이 작았지만, 경지는 실로 대단했다. 역시 청룡 성주의 제자다웠다.
그는 머리를 신속히 굴렸다. 나중에 단청의 명성으로 더욱 세차게 홍보하고 더욱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이때.
쿵! 쿵! 쿵! 쿵!
연이은 폭발음이 흑수성 내에서 끊이지 않았다.
마치 낙뢰가 떨어져 일제히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흑수성 위에 걸려있는 수막에 남아 있던 몇십 개의 이름들은 한 무더기 촛불 같았다.
그들은 입김에 꺼져가는 촛불처럼 하나씩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제자들이 전부 패했다.
오직 단청 두 글자만이 일 위의 자리에서 눈부신 빛을 발했다.
"이건……"
냉기를 들이마시던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정활도 놀라운 광경에 입을 떡 벌렸다. 하마터면 아래턱이 땅에 떨어질 뻔했다.
'무, 무슨? 장난하는 거지……?'
선천 최고 경지로 제한되어도 일부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혼자 셋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극히 소수의 천재만이 혼자 다섯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슨 상황인가?
단청은 순식간에 오십여 명의 선천 최고 경지를 휩쓸었다.
탈락한 사람들도 매우 강대했다.
그런 이들을 모두 쓰러트린 단청이 과연 선천 최고 경지의 강자일까?
"말도 안 돼!"
"무왕 경지 오 단계라도 이 정도는 해낼 수 없을 거야!"
"설마 단청은 경지가 제한당하지 않았단 말인가?"
"……"
충격을 받았던 수사들은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분노가 가득한 시선들이 일제히 정활에게 향했다.
정활은 몸과 마음이 떨렸다.
단청은 경지가 제한당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일을 할 수 없었다.
정활은 대회 시작 전 일이 떠올랐다.
단청이 그에게 질문했을 때 그는 일부러 잘난 체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단청의 말대로 되어버렸다.
"모두들 우선 조급해하지 마시오. 이 일은 흑수성에서 꼭 여러분께 해명해드리겠소."
정활이 정신을 차리고 급히 말했다.
한 그림자가 성에서 나오는 것을 본 그는 눈을 반짝이며 소리 질렀다.
"단청! 설명해봐.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이 말에 모든 이들이 거의 동시에 진남을 바라보았다.
특히 조방과 백소 두 사람은 유달리 관심을 보였다.
조방은 자신의 독특한 변신술로 여인으로 변했다.
그런데 진남의 주먹에 맞아 콧마루가 부러지고 얼굴에 멍이 들어 미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때리는 건 그렇다 쳐도 왜 얼굴을 때리는 거야. 여인을 아낄 줄 모르나?'
백소도 매우 억울했다.
한 방을 맞고 기절한 것도 모자라 하룻강아지라고 놀림받는 수모를 당했다.
"설명하라고?"
진남은 지금 기분이 무척 좋았다.
왜냐하면 첫 번째 시합에서 그는 천삼백여 명을 이기고 공헌점이 이만육천여 점이나 되어 원석을 두 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나머지 아홉 번을 모두 끝내면 적어도 이십삼만여 점의 공헌점을 얻을 수 있고 스물세 개의 원석을 바꿀 수 있을 것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진남은 조방의 질문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활이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는 경지가 제한당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혹시 다른 수단을 썼느냐?"
진남은 표정이 싸늘해졌다.
"내가 다른 수단을 쓰든 말든 무슨 상관입니까? 설마 내가 규칙을 위반했습니까?"
정활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시작하기 전에 잘난 체하며 경지가 제한당하지 않아도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리 많소!"
"흑수성은 도대체 어떻게 할 거요?"
"약탈왕 대회를 계속할 수 있겠소?"
"……"
진남에게 당했던 수사들은 모두 참지 못하고 화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밖에서 위세를 떨치던 강자였다.
그런데 지금 무왕 최고 경지의 존재에게 이렇게 당했으니 기분이 언짢은 게 당연했다.
만약 진남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선천 최고 경지라면 졌다고 해도 그저 자신의 실력이 상대방보다 못해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정활은 안색이 변했다.
만약 계속 이렇게 소란이 일어나면 흑수성에 좋을 게 없었다.
약탈왕 대회도 계속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순간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좀 전에는 의외의 사고요! 두 번째 시합이 시작되면 우리 흑수성의 금제를 최고로 작동하여 사람들의 경지를 전부 쉬체 경지에 제한할 거요!"
여기까지 말한 정활은 진남을 보고 음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단청 사제, 우리 흑수성의 제한을 비켜 간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두 번째 시합이 시작되면 우린 전력을 다해 금제를 운행하고 네 경지부터 제한할 거다."
'내 경지를 먼저 제한한다고?'
진남의 시선은 차가워졌다.
'진짜 재미있구나. 애초에 잘난 체하기 위해 큰소리치더니 지금은 오히려 나를 겨냥하다니.'
"상관없습니다."
진남이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으로 나를 제한하겠다고? 마음대로 해보거라!'
정활은 한시름 놓았다.
단청이 말을 잘 알아듣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오늘 일은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했을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모두들 안심하시오. 이번에 우리 흑수성의 금제는 절대 문제없을 거요. 단청은 틀림없이 쉬체 정상 경지에 제한될 거요! 시합에 참가할 사람은 빨리 등록하시오. 두 번째 시합을 시작하겠소!"
"내가 참가하겠소!"
"난 이 화를 참을 수 없어. 반드시 단청을 죽도록 패줄 거야!"
"맞소! 그를 패줘야 하오!"
"……"
첫 번째 시합에 비해 두 번째 시합에 등록한 수사들이 오히려 더 증가했다. 그들은 모두 단청을 혼내주겠다는 일치된 목적이 있었다.
무황 경지, 무종 경지의 존재이고 대부분 사람들이 경지가 진남보다 높았다.
그런 그들도 흑수성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공평하게 경지를 제한당하는 걸 허락했다.
그런데 단청은 경지를 제한당하지 않고 이를 이용해 그들 모두를 모욕했다!
이런 결과를 그들은 인정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