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213화 (213/1,498)

213화 동성애자?

"그렇군요."

진남은 두 눈이 빛났다.

청룡 성지에서 말하는 생존이라고 함은 무인들에게 여러 수단을 쓰고 간계를 써서 생존 능력을 높이고 예방하는 능력을 높이려는 것이었다.

진남은 여러 번의 싸움으로 많은 걸 겪었지만, 흥미가 생겨 한번 겪어보고 싶었다.

"좋아. 도착했다. 용호요종, 묘묘 공주, 반구 여기는 너희들의 동부(洞府, 신선이 사는 곳)이다."

조방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산허리에 어두운 동굴이 있었는데 입구에는 잡초가 자라서 생기가 전혀 없고 메말랐다.

"뭐?"

묘묘는 안색이 변했다.

'이게 동부라고? 그냥 구멍이잖아! 커다란 청룡 성지에서 이런 자리를 내준다고?

조방은 묘묘 공주 등의 표정을 보고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누구든 처음 왔을 땐 이런 동부에 산다. 성지에서 일부러 이렇게 준비한 거다. 너희들이 능력을 단련하기 위해 스스로 동부를 개조하라는 거다."

'능력을 단련하기 위해 동부를 스스로 개조하라고?'

"진남이는요?"

용호요종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진남도 궁금했다.

조방이 손가락을 튕기니 동부에서 이 리 떨어진 곳에 작은 궁전이 영기를 풍기며 나타났다.

궁전은 금제로 둘러싸여 안을 정탐할 수 없었다.

궁전 주변에 옅은 안개가 끼어서 가물거리는 것이 마치 신선의 궁전 같았다.

"뭐라?"

묘묘 공주는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능력 단련을 위해서 스스로 개조한다면서? 우리와 왜 이렇게 차이가 이렇게 커? 우리가 진남처럼 대단한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만약이라는 경우도 있잖아!'

"이해하거라. 비양 경지의 위협 때문에 진남 사제에게는 좋은 동부를 마련해줬다. 누군가 정탐하고 비밀을 누설하면 안 되잖아."

조방이 진지하게 말했다.

"됐다. 여기까지 설명하마. 여기 옥간 세 개가 있다. 이걸 잘 읽어보면 청룡 성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옥간 세 개를 던져준 조방은 뒤도 안 돌아보고 진남을 끌고 자리를 떴다.

묘묘 공주 등은 기가 막혀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나쁜 놈! 이건 대놓고 편애하는 거잖아!'

이를 부득부득 갈던 묘묘 공주는 조방을 때리려는 충동을 겨우 참고 화난 표정으로 동부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 * *

조방이 진남을 작은 궁전 앞에 데려왔다.

진남은 눈에 놀라운 빛이 감돌았다.

궁전에는 수백 가지의 금제를 쳐 놓았는데 금제마다 딱딱 맞물려서 절살대진을 이루었다.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면 무황 경지의 강자라도 당장에서 목숨을 잃을 것이었다.

"진남 사제, 예비 성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이다."

조방은 진남의 어깨에 손을 얹고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청룡 성지는 경쟁이 치열하니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사형, 고맙습니다."

진남은 정중하게 인사했다.

조방은 내내 그를 보살펴주고 도리들도 자세히 잘 설명해 주었다.

"어머, 나에게 그렇게 예를 차리지 않아도 돼. 우리 이제 가족이잖아."

조방은 진남의 어깨를 꼬집었다.

진지하던 그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마치 수줍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

진남은 조방이 돌변한 모습에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다.

진남은 조방의 손을 느끼고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공수했다.

"사형, 고맙습니다. 오늘은 먼저 궁전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성격 급하기는, 이건 청룡 옥간이야. 여기에 모든 게……"

조방은 옥간을 내밀며 진남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진남은 눈치를 채고 티 나지 않게 옥간만 빼내며 물었다.

"큰 사형, 혹시 청룡 성지 어디에 가면 원석을 얻을 수 있습니까?"

"원석?"

조방은 눈을 깜박거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건 엄청 귀한 물건이야. 단하봉(丹霞峰)에 가서 바꿔야 해. 나도 열심히 모았는데 겨우 몇 개밖에 없어. 아니면 같이 네 궁전에 가서 몇 개 꺼내 줄까?"

"아, 아닙니다! 사형, 이만 가보겠습니다."

진남은 더 이상 함께 있고 싶지 않아서 금제를 움직여 궁전을 봉쇄했다.

"진남……!"

조방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한참 후 발을 구르며 콧방귀를 끼었다.

"흥! 진남, 너를 반드시 얻고 말 거야!"

* * *

궁전에 들어간 진남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구역질이 났다.

'큰 사형은 개뿔! 동성애자 변태 새끼잖아! 왜 하필 저놈에게 걸려든 거야?'

"저놈은 경지가 높아서 당분간 없앨 수도 없으니, 얼른 경지를 높이고 혼내주자."

진남은 손을 탈탈 털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옥간을 들고 신념을 불어넣었다.

진남의 머릿속에 수많은 빛이 교차하며 거대한 지도를 그렸다.

열여섯 주요 봉우리들이 여러 가지 문자들과 얽혀 청룡처럼 만물을 굽어봤다.

"이, 이게 청룡 성지라고?"

진남은 경악했다.

청룡 서열 순위

열여섯 주요 봉우리 무술 연마장

약탈, 편취, 투무가 가능한 성지 총집합

구대 수련 성지

청룡의 지도에는 수많은 정보가 있었는데 주요 봉우리의 뒤에 다 표기되어 있었다.

진남은 신식을 불어넣기만 하면 전부를 알 수 있었다.

진남은 신식을 불어넣었다.

잠시 후 그는 청룡 성지를 대충 이해하게 되었다.

청룡 성지에는 청룡 서열 순위가 있었다.

성주와 봉주, 사자, 호법 그리고 제자로 나뉘었다.

진남은 무왕 최고 경지이긴 하지만 아직은 제자 서열이었다.

청룡 제자들 서열에서 진남은 일 위였다.

그 외에 예비 성자 서열은 진남의 경지로 읽을 수 없었다.

청룡 성지의 주요 봉우리마다 수련, 공법, 연보 등등 저만의 독특한 기능이 있었다.

진남은 청룡 성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헌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공헌점만 있으면 단약, 공법, 법도 등 청룡 성지에서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꿀 수 있었다.

"공헌점으로 원석을 바꿀 수 있나?"

진남은 옥간을 훑어보았다.

청룡 옥간에 바꿀 수 있는 물건이 수만 가지가 적혀있었다.

진남은 한참 훑어보고 나서야 원석이 있는 곳을 찾았다.

"뭐? 원석은 공헌점으로만 바꿀 수 있다고? 그것도 만 개의 공헌점에 한 개?"

진남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옥간을 훑어본 그는 무왕 정상 경지의 요수를 죽이면 반 개의 공헌점을 얻을 수 있고, 요종 정상 경지의 요수를 죽여도 겨우 다섯 개 공헌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외에 청룡 옥간에는 여러 가지 임무 정보가 적혀있었다.

최고 수준의 임무라도 공헌점을 천 개밖에 상품으로 주지 않았다.

최고 수준의 임무는 하역의 무황 경지의 도둑을 죽이는 것이었다.

"임무를 완수하여 만 개의 공헌점을 얻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구나……"

진남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진남은 청룡 성주가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원석을 알려준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공헌점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임무를 하는 외에도 편취, 기만, 도박이나 보물을 파는 방법 등이 있어."

진남은 심호흡하고 마을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진남은 원석의 가치가 만금에 맞먹는다고 해도 방법을 생각해 원석을 얻고 말 것이라 다짐했다.

진남은 청룡 성지를 알아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법보를 팔아서 얻는 공헌점은 무척 낮았다.

왕도지기는 고작 세 개의 공헌점을 바꿀 수 있었다.

게다가 한 번에 세 개를 넘어 팔 수 없었다. 더 많아도 받지 않았다.

"지금 보면 임무를 해서 공헌점을 얻는 방법은 생각할 필요가 없고 도박과 약탈밖에 없구나."

진남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것은 도박과 약탈은 청룡 성지에서 지지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도박과 약탈을 위한 전문 성지도 만들었다.

경지를 전부 억제당하고 성지에 들어가서 서로 약탈하는데, 뺏기느냐 빼앗느냐는 모두 스스로에게 달려있어서 공평했다.

"그럼 흑수성(黑手城)에 가보자. 공헌점을 많이 빼앗을 수 있을 거야."

진남은 벌떡 일어서 나갔다.

묘묘 공주 등이 동부를 개조하는 것을 보고 진남은 말없이 먼저 떠났다.

* * *

흑수성은 단목봉에 있지 않고 서열 삼위인 장옥봉(張玉峰)에 있었다.

진남은 장옥봉의 봉주를 알고 있었다.

그는 현령종에 나타난 세 봉주들 중 한 명이었다.

그가 궁전에서 나오자 청룡 성지의 수사들이 소문을 듣고 움직였다.

"진남이 나왔대!"

"뭐? 얼른 가보자!"

"……"

수사들은 호법이나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단목봉 제자 선발 심사에 참가할 자격이 되지 않아서 못 가고 그날의 상황을 전해만 듣고 가슴이 뜨거워져 진남을 동경하고 있었다.

얼마 되지도 않아서 산봉우리에 제자와 호법들이 달려왔다.

진남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칠백여 명의 제자들이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귓속말을 하자 진남은 저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야, 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써?'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지도 못한 것은 수십 번의 호흡을 하는 동안 모여든 사람은 천여 명이 되어서 기세가 엄청났다.

"어이, 진남 사제! 좀 천천히 걸어!"

"진남 사제! 의논할 일이 좀 있네!"

"……"

사람들은 진남을 물샐틈없이 에워쌌다.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진남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유명해지고 나서 불편함이 커졌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따라오면 어떻게 흑수성에 가지?'

"죄송합니다. 여러분, 오늘은 일이 있어서 먼저 궁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진남은 수천 명을 향해 공수하고 웃었다.

그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

그가 자리를 뜨자 거대한 움직임이 생겼다.

그의 뒤로 수천만 명이 따라오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파도가 이는 것 같았다.

진남은 어쩔 수 없이 궁전에 돌아갔다.

세 시진이 꼬박 지나서야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다.

"신분을 바꿔야겠어."

진남은 신념을 움직여 홍진변신술을 사용해 얼굴이 누렇게 뜬 청년으로 변신했다.

겉보기에 골골대는 것이 전혀 진남으로 보이지 않았다.

"청룡 성주는 이런 일이 생길 걸 이미 예상했던 거군……"

진남은 한숨을 쉬더니 청룡 성주가 준 영패를 허리에 찼다.

그는 한참을 더 기다리고 나서야 궁전을 나왔다.

변신술을 사용한 그를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 * *

장옥봉.

장옥봉은 단목봉과 달랐다.

똑같이 우뚝 솟은 기운이 느껴졌지만 붕 뜨는 기운이 더해져 신선들이 사는 산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장옥봉의 도장에는 커다란 화갱(火坑, 불구덩이)이 있었다.

화갱에는 검은 불이 활활 타올랐는데 제자와 사자들이 그 속에 뛰어들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육체를 단련했다.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음에 나도 한 번 해봐야겠어. 열염금갑체결이 새로운 경지를 돌파할지 알 수 있을 거야."

진남은 혼잣말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옥간에 그려진 지도를 생각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한참 후, 그의 앞에 검은색 큰 성이 나타났다.

성은 산허리에 펼쳐졌는데 성안에서 귀가 멍해질 정도의 갈채 소리와 비명이 들렸다.

전혀 약탈을 일삼는 성지 같지 않았다.

진남은 단호한 시선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이때는 세워진 지 수백 년이 되는 흑수성에 재난이 닥치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