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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08화 (208/1,498)

208화 보라색 대어

오백 장!

봉주와 사자들은 깜짝 놀랐다.

육백 장!

육백예순여섯 장까지 내리치고서야 방대한 먹구름 뇌겁은 멈추었다.

단목봉에 있던 봉주와 사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육백예순여섯 장이라니! 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가?'

살황의 기록보다 백예순여섯 장을 넘었다.

진남은 또 하나의 전설적인 기록을 깨뜨렸다.

"괴, 괴물……"

수많은 천재들 중 오직 사마공만 제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지만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상도맹의 오 흑인을 받은 사내인 그는 다른 봉주들보다 아는 게 많았다.

하지만 그런 사마공이라도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지 않았다.

"응?"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육백예순여섯 장의 먹구름 뇌겁이 형성되자 진남의 구문 금단이 은근히 불만스러운 감정을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육백예순여섯 장의 먹구름 뇌겁이 그의 신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 것 같았다.

"어찌 된 일이지?"

진남의 왼쪽 눈은 금빛을 번쩍이며 하늘을 훑어보았다.

그는 알 수 없는 천지의 힘이 먹구름 뇌겁 뒤에서 끊임없이 뭉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 힘은 악의가 가득하고 우호적이지 않았다.

"태고 무수의 고난!"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현령종에서 무왕으로 진급할 때 그는 이런 고난을 겪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단에 전신의 왼쪽 눈의 의지를 합쳐 칠색 내단을 만들어 무궁무진한 힘으로 고난을 격파했다.

진남은 지난번 격파를 한 후 고난이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다시 나타날 줄이야!"

"이 고난이 구문 금단이 뇌겁을 일으키는 걸 방해해서 겨우 육백예순여섯 장밖에 이루지 못한 거구나! 게다가 계속 커지고 있어. 구문 금단을 공격하려는 것이구나!"

진남은 중요한 문제를 알아차리고 표정이 굳었다.

태고 고난은 상대하기 어려웠다.

지난번에는 하마터면 내단이 다시 원형으로 돌아갈 뻔했다.

고난의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지능적이게 되어서 상대하기 더 힘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혼돈지기가 없구나! 혼돈지기를 내단에 주입시키면 구문 금단의 위력을 더 강하게 할 수 있을 텐데!"

진남은 저도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빌어먹을 문도어들!'

봉주와 사자들도 아무리 기다려도 뇌겁이 내리치지 않으니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고난! 진남은 태고 무수였어!"

"이거 큰일이군! 다른 천재들도 고난을 만나서 몇 년 동안 무왕으로 진급하지 못했어."

"이런, 이제 어떻게 하지?"

"……"

봉주와 사자들은 다시 긴장했다.

마치 진남이 무왕으로 진급하지 못하는 것이 자신들의 일인 것마냥 초조했다.

이때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펑! 펑! 펑!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들의 몸에 있던 붉은 빛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동시에 활짝 피어나니 육백예순여섯 장의 먹구름 뇌운 못지않게 눈부셨다.

봉주와 사자들은 넋이 나갔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람? 문도어들이 왜 이변이 벌어진 거지?'

진남도 그 변화에 시선을 돌렸다. 그것들을 확인한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야? 문도어들이 진화라도 하려는 거야?'

진남은 잠깐 사이에 정신을 차렸다.

문도어들이 진남의 몸에 있는 혼돈지기를 미친 듯이 빼앗아 간 것은 혼돈지기가 그것들에게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문도어들이 진화할 수 있었다.

쿵!

문도어들은 강렬한 붉은빛을 뿜어내더니 뛰어올라 한 곳에 부딪히더니 강렬한 폭발음을 냈다.

그리고 붉은 빛이 폭발한 곳에는 둥그런 아치형 문이 서서히 나타났다.

아치형 문의 저쪽 편에서 바다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붉은빛을 벗은 문도어들은 두 눈이 빛났다.

그것들은 아치형 문을 향해 헤엄쳐 가더니 풀쩍풀쩍 뛰어서 아치형 문을 넘어갔다.

잉어가 용문을 넘으면 용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

"문도어들이 용문을 넘다니?"

"세상에나, 문도어들이 진급할 수도 있었어?"

"와, 문도용(問道龍)이라도 탄생하는 거야?"

"……"

봉주와 사자들은 모두 감탄했다.

잉어가 용문을 넘는다는 말은 모두가 알고 있는 전설이었다.

모든 잉어는 용의 혈통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천백 년의 수련을 거치면 용문을 불러낼 수 있고, 용문을 넘으면 진짜 용이 된다고 했다.

수많은 태고의 물고기 종족들과 요수들도 진짜 용으로 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문도어는 요수도 아니고 천지가 만들어낸 기물일 뿐이었다.

슉! 슉! 슉!

문도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용문을 뛰어넘었다.

커다랗고 희미한 용문의 깊은 곳에 어떤 강한 존재가 꿈틀거리며 탄생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이놈들이 내 혼돈지기를 이용해서 용으로 변신하려고 하다니!"

진남은 이를 악물었다.

천뇌대겁이 일어나기 직전이 아니었다면 진남은 용문을 두 동강 냈을 것이었다.

쿵!

별안간 먹구름 뇌겁 뒤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태고 무수의 고난이 힘을 모으는 데 성공해서 커다란 손 형상으로 변했다.

마치 하늘의 손이 구문 금단을 꽉 잡으려는 것 같았다.

구문 금단은 위험을 감지하고 웅웅 소리를 냈다.

마치 화를 내는 것 같았다.

금단의 깊은 곳에서 열염금갑체결 등 의지들이 전부 폭발했다.

펑!

구문 금단은 손 형상의 힘에 당해내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진남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뒤로 밀렸다. 그의 기운이 빠르게 떨어졌다.

문도어에게 시선을 빼앗겼던 봉주와 사자들은 그 모습에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고 있었다.

진남은 뇌겁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태고 무수의 고난을 당해내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봉주와 사자들은 도와줄 수도 없었다.

진남 스스로 이겨내야 했다.

"지난번에도 공격하더니 이번에도 또 나를 공격하는구나! 내가 만만해?"

진남은 피를 울컥 토할 뻔했다.

하지만 뼛속 깊은 곳에서 오기도 동시에 올라왔다.

그는 신식으로 구문 금단을 조종하여 고난을 향해 돌격하게 했다.

쿵! 쿵! 쿵!

구문 금단과 고난이 부딪힐 때마다 주번에 파문을 일으키며 허공을 일그러지게 했다.

구문 금단은 힘이 달려 불리한 위치였지만, 비범한 재간으로 패배하지는 않았다.

동시에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들이 전부 용문에 뛰어들었다.

용문 깊숙한 곳에서 강한 힘이 솟구쳤다.

거대한 무언가가 형성되는 것이 느껴졌다.

쿵!

하늘을 뒤흔드는 위엄 있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섯 장이나 되는 보라색 대어가 나타났다.

그것은 날개를 달고 있었고, 비늘은 용 같았으며 두 눈은 금빛으로 빛났다.

용문 깊은 곳에서 하늘로 솟아오른 대어는 엄청난 위엄을 풍겼다.

문도어와 다른 점은 대어의 기운은 천지와 하나가 되어 의념만으로 천지를 움직일 수 있었다.

그 외에 대어의 금빛 눈동자에서 무수한 현광이 빛났는데, 그 눈동자엔 지혜가 가득했다.

"인간아, 감히 나를 거역하다니. 네 녀석의 대겁이 왔을 때 너를 혼내줘야겠다!"

보라색 대어는 조롱하듯 진남을 바라보더니 입을 벌리고 천지의 힘을 손 형상으로 변한 고난에 불어넣었다.

변화가 너무 빨라 사방팔방의 봉주와 사자들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진남은 호흡을 멈췄다.

손 형상은 기운이 증폭되더니 팔뚝까지 생겨나며 마치 실체인 양, 구문 금단을 꽉 내리눌렀다.

쿵!

구문 금단은 심한 타격을 입고 기운마저 사라졌다. 심지어 금단에 금까지 갔다.

풉!

진남은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더니 피를 토했다.

기운도 무척이나 허약해졌다.

"하하. 역시 하늘은 내 편이야! 태어나자마자 구문 금단을 만나다니! 이 금단을 삼키고 문도용으로 변하면 되겠구나!"

보라색 대어는 눈에 오만한 기색이 짙게 나타났다.

대어는 진남의 몸에 있던 혼돈지기를 흡수하고 용문을 넘었지만, 진짜 용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구문 금단을 삼킨다면 용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었다.

슉!

보라색 대어는 몸을 흔들더니 구문 금단 앞으로 다가와 입을 쩍 벌리고 삼키려고 했다.

"무엄하다!"

"죽고 싶으냐!"

"네 이놈, 삼키기만 해봐라!"

"멈춰!"

"……"

봉주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버럭 화를 냈다.

단목봉이 흔들리고 천지가 어두워졌다.

그들은 보라색 대어가 어떤 물건인지 몰랐지만, 진남의 구문 금단을 삼키려는 것은 막아야 했다.

'저놈이 무엇이든 죽어 마땅하다!'

보라색 대어는 미리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예측했다.

앞서 진남에게서 혼돈지기를 발견하고 함부로 움직이지 않은 것도 이들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남이 스스로 찾아왔기에 혼돈지기를 빼앗고 이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대어는 얼른 판단해보았다.

설사 봉주라도 짧은 순간에 자신을 죽일 수는 없었다.

구문 금단을 삼키기만 하면 세상 어디를 가든 자신이 최고였다.

봉주들 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아도 되었다.

"안 돼!"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진남은 위험을 감지했다.

구문 금단을 대어가 삼킨다면 후과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전광석화의 속도로 진남의 뇌리에 길이 열리고 무수한 생각이 들었다.

죽음에 가까워지자 그는 오히려 냉정해졌다.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야! 저놈이 구문 금단을 삼키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진남의 머릿속은 극도로 긴장되었다.

모든 것이 느려진 것 같았다.

봉주들의 행동도 느려지고 보라색 대어도 쫙 벌린 입을 천천히 물었다.

웅!

진남은 무언가 생각난 듯 눈에서 강렬한 신광이 번쩍거렸다.

'보라색 대어는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가 변한 것이고, 문도어들은 나의 혼돈지기를 삼키고 진급한 것이다.

혼돈지기는 나의 것이었고 태고 세계에서 온 것이었다.

지난번 강황성에 있을 때, 나는 혼돈지기를 조종해 기영들을 폭발시킨 적이 있었다.

보라색 대어는 혼돈지기를 연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것의 체내에 혼돈지기 본질의 힘이 남아있다.

지난번 방법으로 혼돈지기를 조종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찌 되었든 한번 해보자!"

진남은 신념을 빠르게 움직이더니 생사의 찰나에 신식으로 보라색 대어를 뒤덮었다.

보라색 대어는 멈칫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구문 금단을 콱 물었다.

일 촌!

반 촌!

보라색 대어는 구문 금단을 완전히 삼켰다. 그것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진남의 두 눈에서 동시에 신광이 발사되었다.

'성공했다!'

그는 보라색 대어의 체내에서 무수한 혼돈지기의 기운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진남!"

단목 봉주 등은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늦었다! 너무 늦었어!'

그들은 보라색 대어가 나쁜 마음을 품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양대 성지의 서른두 명 봉주와 몇백 명의 사자들이 모여서 진남이 죽어가는 걸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특히 단목 봉주, 장 봉주, 나 봉주는 여러 가지 생각에 가슴이 칼에 베이는 것 같았다.

진남은 당청산이 백 년을 노력해서 겨우 찾아낸 절세 천재였다.

당청산이 직접 뽑은 제자였다.

그들 모두에게 희망이었다.

한데, 그들이 소홀한 탓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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