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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07화 (207/1,498)

207화 구문 금단

진남이 화가 났다!

진남은 문도어들이 왜 그를 살폈는지, 왜 그가 나타나자 굶주린 늑대처럼 달려들었는지 알아차렸다.

문도어들은 그의 몸에 있는 혼돈지기를 노렸던 것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진남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문도어들은 열 개의 혼돈지기를 삼켰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전신의 혼이 소극적이게 되어서 혼돈지기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진남은 지금 고작 사십 개의 혼돈지기밖에 안 남아있어서 하나라도 소중했다.

내력이 신비한 구리거울이 득달같이 달려들어도 진남은 남은 혼돈지기를 보물처럼 아꼈다.

그런데 문도어들이 혼돈지기를 빼앗아갔다.

"죽어라!"

진남은 도의를 휘둘러 문도어들을 가두었다.

문도어들이 몸의 붉은색 빛을 번뜩이고 두 눈의 청색 빛도 더 이글댔다.

문도어들은 진남의 칼에 놀라 물러나지 않고 계속 달려들어 펑펑펑 하는 소리를 냈다.

양대 성지의 봉주와 사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이, 이게 무슨 상황이야? 왜 싸우는 거야?'

역사이래 문도어들에게 칼을 휘두른 천재는 진남이 처음이었다.

'누구를 도와야 하지? 진남을 도와 문도어를 죽일까? 아니면 진남을 말릴까?'

견식이 넓은 봉주들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어쩔 줄을 몰랐다.

"아! 문도어, 이 나쁜 놈들아! 네 놈들은 오늘 다 죽었어!"

진남의 화가 난 목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진남은 왼쪽 눈동자에서 금빛을 반짝이더니 더욱 난폭하게 칼을 휘둘렀다.

그의 기세는 무왕 경지 육 단계라고 해도 받아내지 못하고 밀려날 것 같았다.

그러나 문도어들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문도어들은 어찌나 똑똑한지 몸을 피하는 동시에 진법을 운행해서 한 마리씩 뛰쳐나와 진남을 물었다.

문도어들은 진남을 물 때마다 혼돈지기를 하나씩 물어갔다.

혼돈지기를 삼킨 문도어는 몸속에서 더욱 강렬한 빛을 풍기며 다른 문도어들에게 전달했다.

혼돈지기를 소화한 문도어들은 비웃음 비슷한 소리를 냈다.

마치 진남의 무능함을 비웃는 것 같았다.

짧은 시간에 진남의 몸속에 있던 사십 개의 혼돈지기 중 스물여섯 개를 문도어들에게 빼앗겼다.

"취천일격!"

진남은 차가운 시선으로 훌쩍 뛰어오르더니 손끝에 모든 힘을 모아 엄청난 살초를 형성했다.

공중에서 넋을 놓고 구경하던 봉주와 사자들은 표정이 변하며 속으로 아차 했다.

문도어들은 빛이 더욱 강렬해지더니 위험을 감지한 듯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다 죽어라!"

진남은 수백 마리의 미처 흩어지지 못한 문도어들을 향해 사정없이 취천일격을 날렸다.

그러나 그때 이변이 발생했다.

진남의 몸속에서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일더니 온몸의 모공을 통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진남은 거대한 용이 된 듯 입을 쩍 벌리고 목구멍으로 큰바람을 뱉었다.

그 바람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무술 경기장을 감쌌다.

온도도 갑자기 높아져 마치 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다.

"안돼!"

진남은 표정이 변했다.

내단을 더는 막을 수 없었다. 당장 대겁을 일으킬 것 같았다!

단목봉 위에 가득한 봉주와 사자들은 일제히 표정이 변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무왕겁을 일으키다니?"

"지금 무왕겁을 불러오면 진남에게 영향이 있는 거 아니야?"

"어떻게 해야 하지?"

"……"

양대 성지의 거물들은 작은 변고로 인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단목 봉주는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두 눈을 반짝거리며 외쳤다.

"다들 당황하지 마시오! 오늘 양대 성지 사람들이 모였는데 무왕겁을 불러왔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소?"

그의 말이 봉주들과 사자들 머릿속에서 웅웅 거렸다.

전설에 의하면 하늘의 힘을 가진 자가 나타날 때는 왕의 등기대전(登基大典, 왕의 취임식)만큼 성대한 장면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오늘 벌어진 장면은 하역을 통틀어 성대한 장면임이 틀림없었다.

진남이 지금 천지대겁을 불러온다면 반드시 엄청난 내단이 탄생할 것이다.

사람들은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고 흥분되기 시작했다.

'역시 진남이군!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인 사람은 다르군! 얼마나 대단한 기운을 가진 무왕대겁이 탄생할까?'

동시에 시합에 참가하려고 온 천재들은 진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절세 천재란 어떤 사람일까? 바로 눈앞에 있는 진남이다. 한 사람을 위해 양대 성지가 미친 듯이 싸우는 모습이라니.'

강벽난은 안색이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명실상부한 성녀인 그녀는 현급 구품 무혼을 가졌고 만인의 사랑을 받았다.

그녀는 미래에는 상역에도 진출해야 했다.

그러나 보잘것없는 진남이 그녀를 초월했을 뿐만 아니라 저 멀리 앞서가기까지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이게 진짜일 리 없어!'

오늘은 모든 천재들이 진남 앞에서 빛을 잃었다.

오늘은 진남의 날이었다.

슉! 슉! 슉!

진남의 몸속에서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점점 격렬해졌다.

그의 머리 위에 파도 같은 파동이 생겼다.

천지의 힘이 그에게 모여들고 있었다.

취천일격의 위협을 받아 물러났던 문도어들은 몸을 돌려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비웃음 소리가 더 짙어졌다.

'반항하려고? 허허!'

"아이쿠!"

진남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워졌다.

문도어들은 뻔뻔하게도 자신이 대겁을 일으킬 때 공격하려고 했다.

"죽어라!"

진남은 정말 화가 많이 났다.

그는 체내의 내단의 움직임은 무시하고 문도어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한 마리가 걸려들면 한 마리를 죽이고 한 쌍이 걸려들면 한 쌍을 죽였다.

천지대겁의 영향을 받은 내단의 힘이 점점 미약해졌다.

진남 또한 영향을 받아서 초식에 힘이 점점 빠져서 문도어들을 당해내지 못했다.

문도어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의 몸을 물어뜯었다.

잠깐 사이에 수십 개의 혼돈지기를 또 빼앗아갔다.

"계속 보고만 있을 거야?"

진남은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신식에 있던 구리거울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제 진남의 몸속에는 네 개의 혼돈지기만이 남았다.

슉!

구리거울이 환한 빛을 뿜더니 싸늘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는 구천에서 전해지는 듯했고 화가 나 있었다.

"네 이놈들 배짱 한번 크구나. 내가 없는 틈에 혼돈지기를 삼키다니!"

호통 소리와 함께 위압감이 진남의 몸에서 터져 나왔다.

단목봉에 있던 봉주와 사자들도 무엇을 느꼈는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진남을 괴롭히던 문도어들은 흠칫하더니 두려움이 가득해서 사방팔방으로 도망쳤다.

구리거울은 태고의 힘을 풍겼는데 마치 끝없는 허공을 뚫고 미지의 세계에서 온 것 같았다.

그 힘이 진남에게 강림하려던 찰나 구리거울의 깊숙한 곳에서 무형의 무언가가 구리거울의 힘을 꼼짝 못 하게 가뒀다.

"진남,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는 너 혼자 감당하거라."

차가운 여인의 목소리가 말했다.

구리거울이 방출하던 태고의 힘이 사라졌다.

"뭐?"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스스로 감당하라고? 너 엄청 대단한 거 아니었어? 문도어들조차도 당해내지 못하는 거야?'

진남은 구리거울에 태고의 비밀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봉주와 사자들은 놀라서 진남을 살폈다.

'조금 전에는 어떻게 된 일이지? 어떻게 그렇게 대단한 힘이 있을 수 있지? 설마 우리가 착각한 건가?'

놀라서 도망 다니던 문도어들도 힘이 사라진 것을 느꼈는지 다시 비웃음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진남에게 남은 마지막 네 개의 혼돈지기도 모두 삼켰다.

"나쁜 놈들!"

진남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진남은 묘묘 공주를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물건을 빼앗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문도어들이 그의 것을 빼앗아갔다.

이때, 진남의 몸속에 있던 내단이 웅웅 소리를 냈다.

소리는 점점 더 강해져서 태고의 야수가 포효하는 것 같았다.

후!

진남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은 천지대겁을 겪는 게 먼저였다.

대겁을 겪은 다음 문도어들을 손 봐주겠다고 진남은 생각했다.

"나와!"

진남은 결정을 내린 후 문도어들을 무시하고 의념으로 몸속의 내단을 하늘로 끄집어 올렸다.

내단은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아홉 개의 무늬가 동시에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아홉 개의 태양이 하늘에 우뚝 떠오르는 것 같았다.

사방팔방에서 비축하고 있던 천지의 힘이 들끓으며 모이기 시작했다.

진남을 중심으로 방원 삼 리 안은 허공이 비틀어지고 억눌린 분위기가 번졌다.

봉주와 사자들은 그 광경에 안색이 확연히 변했다.

"저게 뭐지?"

"아홉 개의 금색 무늬? 세상에나 전설이 진짜였어?"

"저런 내단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허! 내단이 탄생하는 데 방원 삼 리의 천지의 힘들이 다 들끓는구나!"

"……"

적지 않은 사자들이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이런 내단을 본 적이 없었다.

양대 성지의 봉주들은 마치 목구멍이 막힌 것처럼 숨도 쉬지 못했다.

그들은 상고 고적에서 본 적이 있었다.

'전설이 진짜란 말인가?'

"여러분도 잘 알 거요."

단목 봉주가 심호흡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태고 수사들 중 무인의 내단은 금단이라고 하고 삼 육 구 등급으로 나뉘오. 고 서적에 의하면 아홉 개의 금색 무늬인 구문 금단을 만들어낸 자는 지존이라고 불리오."

사자들은 모두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뇌리에 동시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살황!

살황은 유명한 살황경을 수련했고 동급들 중에서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진남은 살황경을 수련하지도 않고 동급들 중 최고가 되었다.

"대단하다! 대단해!"

"진남이 궐기하면 하역을 이끌 수 있겠어."

"하역만 이끌겠는가? 내가 보기에 예전 살황이 일으킨 풍파 못지 않을 걸세!"

"……"

사자들은 감탄했다.

사자와 봉주들도 시선이 뜨겁게 타올랐다.

이런 절세 천재를 반드시 자신들의 성지로 데려가겠다는 의지였다.

진남을 데려간 성지는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진남이 성장하기만 기다리면 휘황찬란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었다.

쿵! 쿵! 쿵!

천지의 힘이 들끓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먹구름 사이로 번뜩이는 것은 이제는 파란색 번개가 아니라 보라색 번개였는데 해괴하기 그지없었다.

사자들은 다시 한번 술렁거렸다.

"구문 금단은 몇 장이나 되는 뇌겁을 불러일으킬까?"

"역사에 기록되어 있기로는 살황이 현령종에서 무왕을 돌파할 때 오백 장의 뇌겁을 일으켰다고 하더군. 양대 성지 모두 흔들렸다고 했어."

"우리 성지의 성자들이나 예비 성자들 그리고 거물급 인사들이 불러온 뇌겁도 삼사 백 장 정도밖에 안 돼."

"진남은 그들을 훨씬 뛰어넘을 거야!"

"……"

사자들 외에 양대 성지의 서른두 명의 봉주들 눈에도 기대가 가득 찼다.

'문도어들을 움직이는 일에서 진남은 살황의 전설을 깨뜨렸다. 그럼 뇌겁도 살황의 기록을 깨뜨릴 수 있을까?'

쿵! 쿵! 쿵!

하늘에 모인 먹구름이 사방팔방으로 뻗어가며 음산한 기운을 풍겼다.

백 장!

이백 장!

삼백 장!

사백 장!

모든 봉주와 사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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