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204화 (204/1,498)

204화 강벽난의 성적

강벽난의 말에 무술 경기장에서 시합을 하던 천재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된 거지? 강벽난이 진남과 내기를 하려고 하다니?'

강벽난이나 진남이나 모두 이전 심사에서 각별하게 주목받는 존재였다.

지금 그들 둘이 내기를 하려 하니 천재들 마음속의 호기심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이때 사마공이 소리 질렀다.

"진남, 속임수에 넘어가지 마오. 저 계집애가 자네를 모해하려는 게 분명하오."

사마공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남의 눈이 반짝이더니 갑자기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기하자고? 그거 괜찮네. 하지만 과연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구할 수 있을까?"

"진남 도우 말해보세요."

강벽난의 아름다운 얼굴은 평온했다.

그녀는 진남에게서 무연각의 비밀을 얻으려면 강제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진남의 배후에는 필경 상당한 실력자들이 있을 것이었다.

때문에 이런 내기하는 방법으로 얻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진남이 억지를 부리면 그녀는 떳떳하게 무력을 써 뺏을 수 있었다.

강벽난은 진남의 내단의 변화를 느끼고 그 속의 오묘함이 모두 무연각의 비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진남이 어떤 요구를 제기하더라도 그녀는 전부 승낙하려 했다.

그녀는 이번 시합에 확신이 가득했다.

그녀의 말에 진남이 갑자기 교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저자의 고검이 필요하다!"

진남이 어찌 강벽난의 속내를 모를 리가 있을까.

하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빌어 고검을 가지려 했다.

만약 그가 직접 교철에게 달라고 하면 엄청 어려울 것이었다.

그러나 강벽난과 교철 사이에는 교십일이 있었다.

문도어는 비록 매우 위험해 보였지만, 고검을 얻을 수 있다면 그는 당연히 시도해보고 싶었다.

"네?"

강벽난과 교십일, 교철 등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강벽난은 기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진남이 만약 다른 물건을 제안했다면 그녀는 당연히 최대한 만족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고검은 교철의 것이었다.

게다가 교십일 때문에 교철은 그녀를 별로 곱게 보지 않았다.

때문에 그걸 얻는 건 어려웠다.

그러나 진남이 어렵게 속임수에 넘어왔는데 이렇게 어렵게 얻은 기회를 그녀는 그저 포기할 수 없었다.

"교철 도우, 그 고검을 저에게 팔 수 있어요? 당신의 어떤 요구든 제가 다 만족시켜드릴게요."

강벽난이 재빨리 말했다.

그녀는 간절한 눈길로 교십일을 바라봤다.

교철은 안색이 변했다.

고검은 그가 우연히 얻은 것인데 오랫동안 그와 함께했고, 그는 고검을 진귀한 보물로 생각하고 있었다.

천금을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것이었다.

교십일은 강벽난의 간절한 눈길을 보는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고검이 교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면서도 이를 악물고 교철에게 말했다.

"형님, 고검을 강벽난에게 주시오. 이제부터 난 형님의 말을 잘 듣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겠소."

"그게……"

교철의 눈에 씁쓸한 빛이 스쳤다.

그는 교십일의 눈길을 보고 속으로 한탄하며 두 눈을 감고 말했다.

"강벽난 성녀, 이 고검을 당신에게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움직인 문도어가 저를 초과하지 못하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좋아요!"

강벽난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는 바로 진남에게 말했다.

"진남 도우, 여러 선배님들이 계시니 내기를 시작하고 나면 두말해선 안 돼요."

"물론 두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와 내기를 하려면 먼저 고검을 얻고 나서 다시 얘기합시다."

진남이 담담하게 말했다.

동시에 곁눈질로 교철을 힐끔 봤다.

진남은 교십일을 좋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교철은 매우 좋아했다.

강벽난과 내기를 하는 것도 계략을 써 복잡한 관계를 이용한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교철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끝나 고검을 손에 넣은 후 고검의 오묘함을 깨닫고 다시 고검을 교철에게 돌려주겠다고 생각했다.

"좋아요!"

강벽난이 두말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문도어를 향해 걸어갔다.

* * *

산봉우리 위의 청룡 성지 봉주들은 단목 봉주의 결연한 태도를 보고 우울했지만, 더 말하지 않고 강벽난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비양 성지의 봉주는 연거푸 천재를 두 명이나 받았으니 의기양양하고 기세등등했다.

그런 그들도 이 내기에 관심을 가졌다. 약속대로라면 강벽난도 그들 비양 성지에 속해야 했다.

때문에 그들은 강벽난의 성적을 무척이나 기대했다.

그리고 그들은 진남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는지 한 번 보고 싶었다.

삼대 봉주는 단목 봉주가 이렇게 큰 희생을 한 건 아마 진남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 * *

무술 경기장.

천재들은 강벽난의 모습을 보고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하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흥!"

그러나 사마공은 아무렇지 않은 듯 콧방귀를 뀌며 매우 귀찮아했다.

그는 강벽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마공은 그녀가 움직인 문도어가 자신이 움직인 것보다 적기를 바랐다.

그러면 그는 열흘 낮 열흘 밤을 조롱할 것이었다.

그런 사마공을 보는 많은 천재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교십일처럼 그렇게 미쳐 날뛰지 않았다.

그들은 사마공을 무시하고 강벽난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강벽난이 물고기 무리 아래로 가더니 온몸의 기운이 갑자기 변했다.

좀 전의 강벽난이 기질이 고귀하고 아름답게 빛났다면 지금의 그녀는 온몸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가 유혹하듯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 자신을 주시하게 했다.

그 순간 그녀는 많은 천재와 사자의 눈길을 꽉 잡았다.

"벽난!"

교십일은 저도 모르게 그녀를 불렀다.

그는 온몸의 혼과 넋이 그녀에게 빨렸다.

그의 옆에 있던 교철이 눈길이 순간 무서울 정도로 싸늘해졌다.

교십일은 몸이 굳어지고 번쩍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눈 속의 열기는 조금도 식지 않았다.

"문도어야, 나와 함께하자. 어때?"

강벽난의 입김이 난초처럼 부드러웠고, 소리가 맑고 마력이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흘러 들어와 파도를 일으켰다.

하늘에서 아래위로 끊임없이 헤엄치던 문도어들은 육백육십오 마리나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눈동자 속의 파란빛이 갑자기 뜨거워지더니, 문도어들이 맑고 낭랑한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사납게 그녀를 향해 밀려와 강벽난을 에워싸고 헤엄쳤다.

마치 강벽난에게 완전히 미친 것 같았다.

쿵!

찰나에 육백육십오 마리의 문도어들이 찬란한 빛을 뿜더니 이상을 일으켜 무술 경기장 위의 환상을 깨뜨렸다.

찬란한 빛은 곧게 뻗어 천재와 사자들 그리고 봉주들의 앞에 가 반짝거렸다.

모든 사람들의 안색이 크게 변하고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강벽난이 육백육십오 마리를 움직이다니?'

순간 청룡 성지에서 여덟 갈래의 엄청난 기운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여덟 봉주가 동시에 놀라 깨어났다.

성지의 수많은 사자들도 모두 뭔가 느낀 듯 일제히 기운이 폭발했다.

쿵!

청룡 성지가 완전히 그녀 때문에 시끌벅적해졌다.

"육백예순다섯 마리야! 육백예순다섯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이다니."

"살황보다 딱 한 마리 적게 움직였어!"

"빨리 가자. 이 천재는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

"……"

놀라움과 전의를 담은 고함이 들리더니 그림자들이 하나하나 연이어 강림했다.

그들의 강림에 단목봉의 사방팔방이 흔들렸다.

"상황이 좋지 않다. 어서 강벽난을 데려가거라."

비양 성지의 세 봉주는 충격 속에서 정신을 차리더니 소리쳤다.

"하하, 비양 늙은이들 꿈도 꾸지 마시오."

여덟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더니, 세 봉주를 가두어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

바로 조금 전 놀라운 기운을 풍기던 청룡 성지의 여덟 봉주였다.

"치사하오!"

비양 성지의 세 봉주는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했다.

그들은 중요한 문제를 잊고 있었다.

지금 있는 곳은 청룡 성지라서 천재를 데려갈 수 있는 우세가 없었다.

충격에 빠졌던 사자들도 정신을 차리고 포효했다.

"비양 성지의 사람들은 듣거라! 어서 강벽난을 데리고 떠나! 절대 이자들의 뜻대로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가자! 죽여라!"

"……"

비양 성지의 사자들은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하하하!"

"너희들은 제 좋은 생각만 하고 있구나."

"여기는 청룡 성지이니 다들 얌전히 있어라!"

"……"

청룡 성지의 사자들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비양 성지의 사자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청룡 성지가 진동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자들이 모여들었다.

그 수가 비양 성지 사자들의 세 배였다.

비양 성지 사람들은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정말 염치없구나!'

'청룡 성지가 낯짝 두껍게 머릿수로 우리를 제압하려고 하는구나!'

환상의 경지가 깨지자 천재들은 하늘 위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도도하고 위엄 있던 봉주들과 사자들이 제자 한 명 때문에 이성을 잃고 싸우고 있었다.

비록 살초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하늘을 찌를 듯한 강한 기운에 제자들의 마음도 동요되었다.

천재들의 마음속에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대회에서 강벽난이 보여준 실력은 살황에 버금갔다.

그러니 대회가 끝나면 그녀의 명성은 널리 퍼지고 하역을 충격에 빠뜨릴 것이었다.

"다들 멈추시오!"

별안간 우레 같은 호통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구름 위로 높게 솟은 단목봉이 엄청난 힘을 풍겼다.

마치 호통 소리에 커다란 산봉우리도 깜짝 놀란 것 같았다.

봉주들과 사자들은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몸이 굳어져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전체 산봉우리가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단목 봉주가 몸을 일으켰는데 마치 거인이 산꼭대기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위엄 있게 입을 열었다.

"모든 청룡 성지의 봉주, 사자들은 잘 들으시오. 나는 비양 성지의 세 봉주와 이미 약조했소. 강벽난과 교철은 비양 성지에서 데려가기로 말이요. 그리고 이제부터 청룡 성지에서 제자들을 고를 거요. 세 봉주, 이의 있소?"

"이, 이의 없소!"

비양 성지의 세 봉주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더니 얼굴이 환해졌다.

강벽난은 육백예순다섯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였다.

살황보다 불과 한 마리 적게 움직인 것이었다.

초월급 천재인 교철도 오백아흔아홉 마리를 움직였다.

게다가 교철의 동생인 교십일은 강벽난을 사랑하기 때문에 비양 성지를 택할 것이다.

반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다시 말해 사대 천재는 모두 비양 성지에서 데려갈 것이다.

'우리들이 무슨 이의가 있을 게 있나? 단목봉은 진남을 데려가기 위해 계획했겠지. 하지만 고작 진남 하나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진남이 강하긴 하지만 강벽난과 비교될 정도는 아니다.'

"단목 봉주, 그게 무슨 말이요? 왜 사대 천재를 모두 내주는 거요? 설마 진남을 위한 것이요?"

"나는 동의하지 않소."

"맞소, 나도 반댈세."

"……"

청룡 성지의 열한 명 봉주가 모두 일어서서 소리쳤다.

"동의하기 싫어도 동의해야 하오."

단목 봉주가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내며 말했다.

"이번 일은 이미 결정했소."

단목 봉주의 말이 끝나자 굉음이 울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