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 도심을 내보이다
그 시각, 무술 경기장.
모든 천재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남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길에는 경외감이 엿보였다.
날뛰던 교십일의 표정은 굳어졌고 좀 전의 기염이 사라졌다.
"교십일."
교철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가 강벽난을 좋아하는 걸 나는 막지 않는다. 그러나 너는 너무 미쳐 날뛰지 말거라. 진남 도우의 지금의 모습을 봐, 너는 그와 비교할 자격이 안 된다."
교십일의 눈동자가 갑자기 가늘게 줄어들었다.
'문도어를 오백아홉 마리나 움직였는데 진남과 비교할 자격이 안 된다고?'
하지만 교십일은 진남의 이변을 생각하니 목구멍까지 불복한다는 말을 더는 할 수 없었다.
"교철!"
교십일이 길게 숨을 들이쉬고 화를 냈다.
"형님 말대로 나는 진남에게 도전할 자격이 없소. 그럼 형님은 무슨 자격으로 날 훈계하는 거요?"
'교십일이 형님 교철에게 대들다니?'
"너 진짜 그리 생각하느냐?"
교철은 표정이 엄숙해졌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았지만, 큰 위엄이 있었다.
교십일은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겼다.
그러나 그는 문도어 시험 같은 결과는 얻기 힘든 기회라는 걸 알고 바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
"교철, 형님도 문도어 시합에 참가하시오! 만약 형님이 나를 초과하면 앞으로 나는 형님 말을 듣겠소. 그러나 만약 나를 초과하지 못하면 다시는 나를 신경 쓰지 마오!"
만약 평소라면 교십일은 당연히 교철과 대들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가 문도어를 오백아홉 마리 움직였다. 설사 교철이라도 그를 이기지 못할 수 있었다!
문도어를 움직일 때 필요한 건 단순한 실력이 아닌 모든 것이었다.
"교십일 네가 한 말을 책임져야 한다."
교철이 천천히 말했다.
무엇 때문인지 교십일이 강벽난을 만난 후로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설사 강벽난이 교십일을 거들떠보지 않아도 교십일은 여전히 자기 맘대로 했다.
무릇 강벽난에게 밉보인 사람은 모두 죽였다.
강벽난이 도움을 요청한 일은 모두 최선을 다했다.
그는 교십일의 사랑 문제에 너무 많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교십일은 이미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었다.
그는 형님으로서 동생이 이렇게 타락하는 걸 보고 매우 가슴 아팠다.
여러 가지 방법을 썼지만 교십일을 정신 차리게 할 수 없었다.
"내 말은 당연히 일언이 중천금이오."
교십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좋다!"
교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한 발 한 발 문도어를 향해 걸어갔다.
모든 사자와 봉주의 눈길이 그의 몸에 모였다.
그들은 교십일이 자신의 형님에게 도전할 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도 하역에 이름 날린 교철이 문도어를 몇 마리나 움직일 수 있을지 기대되었다.
교철이 문도어 무리 아래로 걸어가더니 교십일과 똑같이 행동했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온몸의 기운을 가라앉혔다.
"형님, 형님도 나를 따라 할 줄 몰랐소!"
교십일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만약 교철이 그의 방법을 배워 문도어와 소통한다면 결과는 반드시 그를 초과하지 못할 것이다.
이때 조용하던 교철이 갑자기 두 눈을 뜨더니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말했다.
"나는 어릴 때는 놀음에 탐해 사람 목숨 아까운 걸 몰랐다. 성인이 되어 비명에 죽는 걸 보고 가슴 아프고 눈물이 났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생에 강자가 되어 사람을 죽이며 명예를 쟁취하지 않을 거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천지와 공명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이 순간 모든 사자, 봉주는 안색이 변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도심이다!'
무인의 일생에 강자가 되는 길에 반드시 바라는 바가 있었다.
그런 바람이 굳건하게 일생 동안 계속되면 도심을 응집하게 된다.
휙!
그 순간 하늘에서 헤엄쳐 다니던 족히 오백구십구 마리의 문도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재빨리 헤엄쳐 와서 교철의 주위를 맴돌며 아래위로 춤을 췄다.
마치 교철의 말을 따라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사자들의 안색이 동시에 확 바뀌었다.
'오백구십구 마리다!'
교철이 오백구십구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단목봉 산봉우리 위의 두 청룡 성지 봉주와 세 비양 성지의 봉주는 모두 안색이 흔들렸다.
"오백구십구 마리라니!"
예전의 양대 성지 제자 선발대회에서 이 정도 성적에 도달한 사람은 손꼽을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성적을 받은 사람은 지금 예외 없이 모두 봉주가 되어 하역을 뒤흔들었다.
"하하하!"
이때 청룡 성지에서 갑자기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백구십구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였다. 이번 양대 성지 선발대회에 이런 천재가 나타날 줄이야. 이 천재는 반드시 우리 청룡 성지에 받아들여야 해!"
나선 사람은 바로 청룡 성지의 봉주였다.
그는 교철이 얻은 성적을 보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직접 산을 나왔다.
"꿈 깨시오!"
비양 성지의 삼대 봉주가 일제히 화를 냈다.
그들의 약속에 따라 교철과 강벽난은 모두 그들 비양 성지에 속한다.
'혹시 청룡 성지에서 번복하려는 건가?'
그들 삼대 봉주는 설사 단목 봉주가 진짜 진남을 위한 거라 해도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남이 대단한 건 맞지만 교철보다 더 대단하지 않겠지?'
다른 두 청룡 성지의 봉주도 더는 앉아있을 수 없어 큰소리로 외쳤다.
"비양 성지, 무슨 뜻이오? 천재들을 모두 데려갈 생각이오?"
"흥. 이건 단목 봉주가 직접 교철을 우리 비양 성지에 들어오라고 얘기하신 거요. 설마 약속을 지키지 않고 번복할 거요?"
비양 성지 봉주가 큰 소리로 책문했다.
두 청룡 성지 봉주는 당황하여 단목 봉주를 바라봤다.
"내뱉은 말은 당연히 지킨다. 교철은 너희들이 데려가거라!"
단목 봉주가 담담하게 말했다.
오백구십구 마리의 문도어는 당연히 대단했다. 그러나 그는 진남이 등장하면 비양 성지의 봉주들이 후회막심할 거라고 믿었다.
"단목……"
세 청룡 성지의 봉주는 일제히 숨을 멈췄다.
교십일을 양보하는 걸 그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철은 오백구십구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였다. 교철은 보기 드문 천재였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고?'
위에서 봉주들이 싸우는 걸 아래에 있는 사자들도 들었다.
"하하하! 교철은 우리 비양 성지에 속한다!"
"젠장!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단목 봉주가 왜 이렇게 쉽게 양보한 거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교철 같은 천재도 단목 봉주는 포기하려는 건가!"
"……"
온 단목봉이 시끌벅적할 때 무술 경기장의 강벽난의 눈길은 교철을 보지 않고 오히려 시종일관 진남의 몸에 떨어졌다.
강벽난은 예리한 두 눈을 하고서 새하얀 다섯 손가락을 꽉 쥐었다.
'꼭 얻어야 해! 진남의 몸에 있은 비밀을 꼭 얻을 거야!'
시끄러운 단목봉과 달리 환상이 덮인 무술 경기장은 상대적으로 매우 조용했다.
많은 천재들은 눈앞의 광경에 눌려 한마디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십일 봤느냐?"
교철이 천천히 일어서며 말했다.
"나는……"
교십일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교철이 문도어를 오백구십구 마리나 움직일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자신보다 구십 마리나 더 많았다.
'이제 어떡하지? 설마 이제부터 진짜 교철의 뜻에 따라야 하나?'
"나는 말하면 말한 대로 하오. 절대 두말하지 않소!"
교십일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를 깨물고 말했다.
소리가 이빨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것 같았다.
그는 강벽난을 잃으면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좀 전에 그가 직접 약속했다.
그러니 아무리 마음 아파도 그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벽난!"
교십일이 돌아서 강벽난을 보며 말하려 했다.
그런데 강벽난이 시종 진남을 보고 있는 걸 보니 마치 커다란 손이 가슴을 꽉 움켜쥔 것처럼 답답하고 숨 막혔다.
"휴!"
이 광경을 본 교철은 고개를 저으며 한탄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재들은 정신을 차렸다.
탄복하는 눈길로 교철과 교십일을 바라보았다.
비록 그들은 교철 교십일 형제들 사이의 원한을 다 알지 못했지만, 그런 걸 다 제치고서도 실로 부러운 실력이었다.
"젠장, 나도 해볼 거야!"
"가자, 문도어를 몇 마리나 움직일 수 있는지 해보자!"
"……"
천재들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그들은 한껏 기대를 품고 시합을 시작했다.
진남은 이 모든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단전만 신경 쓰고 있었다.
희미한 단전에서 갑자기 금색 빛이 일더니 내단을 휘감기 시작했다.
내단 전체에 아홉 갈래의 금색 무늬가 빼곡해져서 내단이 금빛 찬란하고 오묘하기 그지없었다.
"이건……"
진남의 눈길이 굳어졌다.
내단의 기운이 수많은 힘을 내뿜어 그의 몸을 뚫고 하늘과 땅에 박히는 걸 봤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의 내단이 천지와 소통하여 천뇌대겁을 일으키려는 것이었다.
"드디어 진급할 수 있겠군!"
진남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내단은 온갖 고난을 다 겪고 이제 드디어 진급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내단의 변화로 진남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바로 눈을 떴다.
그런데 눈을 뜨자마자 강벽난과 눈이 마주쳤다.
좋았던 진남의 기분이 대번에 사그라들었다.
"강벽난 왜 나를 뚫어지게 보는 거야?"
진남이 쌀쌀맞게 호통쳤다.
진남의 태도에 교십일은 안색이 싸늘해져 화를 내려 했다.
그러나 교철의 눈길을 보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진남 도우 축하해요. 경지가 또 진보했네요."
강벽난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진남 도우가 반보 무왕 경지로 이런 신식과 실력을 쌓았으니 저는 탄복할 나름이에요."
"꺼져!"
진남이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교십일은 움찔했다. 몸 안에 기운이 꿈틀거렸다. 하마터면 폭발할 뻔했다.
강벽난은 화를 내지 않고 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우가 저를 싫어한다는 걸 알아요. 진남 도우의 성격에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진작에 손을 썼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허풍을 떠는 게 아니라 진남 도우의 지금 실력으로는 아직 저를 다치게 할 수 없을 거예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진남은 눈길이 싸늘해졌다.
강벽난의 말대로 그는 그녀가 너무 싫었다.
그러나 강벽난이 무왕 정상급이고 배후에 상도맹이 있는지라 당청산의 영패를 쓰지 않는 한 그녀를 이기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우리 상도맹은 여러 가지 보물을 팔고 사들일 뿐만 아니라 많은 내기장도 열었어요."
강벽난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우도 무연각에서 내기를 한걸 알고 있죠? 저에게 우리의 원한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제안이 있는데 진남 도우 어떻게 생각해요?"
강벽난이 계속 말했다.
"문도어 관문으로 내기해요. 만약 제가 이기면 당신은 무연각의 비밀을 저에게 알려줘요. 만약 제가 지면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게요. 제가 있는 한 진남 도우의 어떤 요구도 만족시킬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