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불길에 휩싸인 진남
주위의 비양 성지 사자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방검, 진짜 염치없구나! 아직 뽑기를 시작하지 않았는데, 우세를 이용해 먼저 손을 쓰다니! 이건 규정을 어기는 것이다!'
무술 경기장의 많은 천재들은 이 광경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그들의 눈길에 부러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제가 두 번째로 하겠습니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세 번째에 하겠습니다!"
"……"
조용하던 무술 경기장이 순식간에 들끓기 시작하고 더없이 시끄러워졌다.
천재들은 모두 앞다투어 심사에 참가했다.
하지만 심사가 진행되면서 모든 천재들은 깨달았다.
이백열여덟 마리의 문도어를 끌어온 성적은 실로 평범하지 않았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급 무혼이었지만, 고작 백여 마리의 문도어밖에 끌어오지 못했다.
냉건웅과 전혀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물론 홍부 등 천재들은 이백여 마리의 문도어를 움직여 사자들의 쟁탈을 일으켰다.
만약 누군가 단목봉 밖에 서 있었다면 틀림없이 산봉우리의 경천동지할 싸우는 소리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번엔 내가 하지!"
심사가 반쯤 진행되었을 때 큰 외침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눈길이 그자를 향했다.
바로 사마공이었다.
'사마공은 봉주가 직접 지명한 사람이다. 그는 이번 문도어 심사에서 얼마나 많은 물고기를 끌어올까?'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뚱보가 거들먹거리며 문도어 아래로 걸어갔다.
그의 표정이 갑자기 엄숙해지자 주위의 사람들이 긴장했다.
뚱보가 옹졸하게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절반쯤 뜯어먹은 기름진 닭 다리를 들고 알랑거리며 말했다.
"물고기 나리들, 나 좀 봐줘!"
"내 옆으로 오시오! 나에게 맛있는 닭 다리가 있소! 신선하고 맛있소! 맛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거요!"
그의 말에 모두가 당황했다. 단목봉 전체가 조용해졌다.
'이, 이 자는 뭐하는 사람이지? 반쪽짜리 닭 다리로 문도어를 유혹하다니?'
그런데 바로 이때 사백팔십 마리의 문도어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뚱보를 바라보더니 사백칠십구 마리 문도어가 재빨리 밀려와 뚱보를 둘러쌌다.
그들은 매우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사백팔십 마리!
어느 때의 제자 심사와 비교해도 매우 대단한 성적이었다.
모든 사자와 천재들은 어이없어했다.
'장, 장난하는 거지? 반쪽짜리 닭 다리로 문도어를 사백팔십 마리나 끌어오다니?'
"하하하!"
사마공은 두 손을 허리에 얹고 하늘을 향해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
"이럴 줄 알았어. 문도어는 먹보들이야! 나는 진짜 슬기롭고 총명해! 하하하!"
그런 그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할 말을 잃었다
"……"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단목봉 전체가 시끄러워졌다.
다만 이번에 사자들은 대놓고 쟁탈하지 않았다.
'저런 놈을 누가 받아들일까? 설사 저놈이 오백 마리의 문도어를 끌어왔다 해도 어림도 없다.'
진남도 그런 그를 보고 어이없어했다.
이때 그의 체내의 내단이 다시 꿈틀거렸다.
깨어나려는 것 같았다.
"엉?"
진남은 안색이 흔들렸다.
그의 내단이 다시 돌파하려는 것 같았다.
"뚱보! 거들먹거리지 말거라. 문도어는 천지영물이다, 네가 그것들을 존중하지 않는 걸 가만둘 수 없다."
이때 교십일이 갑자기 화를 내며 큰소리로 외쳤다.
"내가 너에게 사백팔십 마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보여주지!"
교십일은 뚱보와 진남이 언짢았다.
그는 문도어 심사에서 그들 두 사람을 진압하려고 했었다.
때문에 뚱보가 이토록 거들먹거리는 걸 보니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흥!"
사마공이 귀찮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너……!"
교십일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그는 살기를 억지로 참고 콧방귀를 뀌더니 문도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나서자 바로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교십일은 비록 형님 교철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천재이고 봉주가 지명했다.
'뚱보가 문도어를 사백팔십 마리나 끌어왔는데, 교십일이 더 많이 끌어올 수 있을까?'
교십일이 문도어 무리로 걸어가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이내 그의 온몸의 기운이 안정적으로 가라앉았다. 그는 마치 속세를 벗어난 신선 같이 보였다.
그의 모습에 많은 사자와 천재들은 얼굴에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교십일이 강벽난을 미칠 정도로 쫓아다니지만, 천부는 실로 강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단만 해도 다른 사람을 훨씬 능가했다.
하늘에서 헤엄치던 문도어들이 오백서른 마리나 몸을 돌려 교십일을 바라봤다.
한참 후 문도어 오백아홉 마리가 일제히 흔들흔들하며 오더니 교십일을 둘러싸고 살랑살랑 돌았다.
마치 우아하고 아름답게 춤을 추는 것처럼 빠져들게 했다.
쿵!
주위의 천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백아홉 마리! 교십일이 오백아홉 마리를 움직이다니!'
무술 경기장의 하늘에 있던 몇백 명의 사자들은 모두 안색이 변하더니 함성을 지었다.
"오백아홉 마리다! 오백아홉 마리! 역대 시합에서 이건 최고의 성적이다!"
"교십일은 반드시 우리 비양 성지에 들어와야 해!"
"헛소리하네, 저자는 우리 청룡 성지 사람이야!"
"……"
교십일의 성적으로 사자들은 그의 귀속 문제로 또 말싸움이 벌어졌다.
단목봉 산봉우리 위의 비양 성지의 세 봉주도 얼굴에 희색을 띠었다. 그들은 교십일이 그들에게 기쁨을 가져다 줄줄 생각지 못했다.
"단목 봉주……"
청룡 성지의 다른 두 봉주는 안절부절못했다.
이런 천재는 시일이 지나면 분명 앞길이 창창할 것이다.
만약 청룡 성지에 들이지 않으면 매우 큰 손해였다.
"괜찮다."
단목 봉주는 일부러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비양 성지의 세 봉주는 모두 은근히 기뻐했다.
그들의 짐작이 맞았다.
단목 봉주는 다른 천재를 봐둔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단목 봉주는 교십일의 성적이 이렇게 높을 줄은 예상치 못한 게 분명했다.
"뚱보, 봤느냐?"
교십일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의 기세는 엄청났다.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쌀쌀맞게 말했다.
"앞으로 벽난을 만나면 곱게 말하거라!"
사마공은 하찮다는 표정으로 닭다리를 뜯었다.
그는 교십일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흥! 네가 뭔데? 오백아홉 마리면 대단하냐?"
교십일은 얼굴빛이 시퍼레졌다.
이 뚱보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련하고 뻔뻔했다.
그는 이 뚱보와 계속 엮여 봤자 아무런 좋은 점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바로 눈길을 돌려 진남을 보며 말했다.
"진남! 너 감히 벽난을 모욕하다니. 배짱이 두둑한 모양이구나. 내 오늘 네가 문도어를 몇 마리나 움직이는지 보겠다. 만약 나를 이기지 못하면 이제부터 닥치거라."
이 순간 교십일이 진남을 걸고들 줄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교철은 막고 싶었지만 그럴 새가 없었다.
"네가? 너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도전하는 거냐."
진남이 콧방귀를 뀌었다.
'몇 번이나 나에게 도발하는데……, 나를 그리도 만만하게 보는 건가?'
만약 이 문도어들이 왠지 모르게 그를 주시하지 않았다면, 그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나가서 차이가 뭔지 보여줬을 것이다.
"자격이 없다고? 그럼 너 당장 나와 보거라. 천재들과 이번 시합을 보는 사자들과 봉주들에게 네가 허풍을 치는 건지 아니면 진짜 실력이 있는지 보여주거라!"
뒷짐을 지고 서서 진남을 바라보는 교십일의 눈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주위의 제자와 사자들에게 기대감이 생겼다.
'내단으로 봐서 진남은 평범하지 않을 것 같다. 그는 문도어를 몇 마리나 끌어올 수 있을까?'
단목봉 산봉우리 위의 단목 봉주는 이 광경을 보고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는 비록 진남이 기적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남이 도대체 어떤 성적을 얻을 수 있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진남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문도어들을 바라봤다.
문도어들은 뭔가 눈치챈 듯 헤엄치면서 진남을 힐끗 쳐다봤다.
그들의 청색의 눈동자에 영지가 있는 것 같았다.
진남은 소름이 돋았고, 마음속에 짙은 경고가 울렸다. 그는 재빨리 눈길을 돌렸다.
'문도어들이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교십일이 찾아와 시비를 거는데 그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문도어들에게 가면 안 좋은 일이 생길 게 분명해 보였다.
"위험하면 위험하라지, 내가 언제 두려워한 적 있나?"
진남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그는 발을 들어 문도어들을 향해 걸어갔다.
이때 복잡한 파동이 진남의 몸에서 뿜어 나왔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 사람들의 눈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을 가다듬었다.
모든 천재들과 사자들, 심지어 육대 봉주마저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쿵!
그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진남의 머리 뒤에 갑자기 요수의 허영이 생생하게 나타났다.
머리를 쳐들고 포효하는 모습이 가히 놀라운 기세였다.
진남의 육신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 줄기 화염이 찌직 하고 소리를 내며 손바닥에서 타기 시작하더니, 작디작은 불꽃이 벌판을 태울 기세로 온몸에 퍼졌다.
진남이 커다란 화염으로 변했다.
그 화염에서 갑옷의 허영이 나타났다.
순간 천재든 사자든 모두 얼굴빛이 크게 변했다.
봉주들도 그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된 거지? 신식이 허영으로 변하다니, 이건 무왕 경지 육 단계의 강자들이나 가능하잖아! 그리고 저 육신은 무왕 경지 육 단계와 싸운다 해도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진남의 경지는 겨우 반보 무왕 경지다.
더구나 방금 시합을 시작했을 때 진남은 경지가 한번 돌파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다섯 주 향의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돌파한 것이었다.
심지어 돌파한 건 그렇다 쳐도 신식과 육신이 무왕 경지 삼 단계에서 대번에 무왕 경지 육 단계로 날아오른 건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사자들이 제일 먼저 냉기를 들이마셨다.
"저 자식은 무슨 공법을 수련했기에 이렇게 강대하지?"
"진남의 지금의 경지로 무도의 경지가 낮을 뿐, 아마 일반적인 무왕 경지 육 단계와 맞서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야."
"......"
산봉우리 위의 비양 성지의 삼대 봉주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들은 다년간 하역을 휩쓸었다.
그들의 견식으로는 진남 체내의 내단이 평범하지 않고 절대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설마 단목 봉주가 처음부터 진남을 주시하고 있었나?'
"이상하다, 이상해. 어떻게 하역에 진남 같은 천재가 갑자기 튀어나온 거지? 종래로 그의 소문을 들은 적 없는데……"
비양 성지의 삼대 봉주는 머리를 짜며 끊임없이 고민했다.
청룡 성지의 다른 두 봉주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마음속으로 탄복했다.
'역시 단목 봉주다. 교십일 같은 사람을 비양 성지에 양보하다니, 최종 목적은 진남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