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진정한 면모
비양 성지 사자의 얼굴에 비웃음이 나타났다.
그는 진남이 틀림없이 질 거라고 생각했다.
"뽑혀라!"
진남이 크게 외치자 그의 체내에서 끊임없는 화염이 불타오르고 열기가 겹겹이 솟아올랐다.
그는 훌쩍 뛰어 칼자루 위로 올라갔다. 화염이 터지면서 공중에서 연이은 폭발음을 냈다.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참말로 강대한 육신이구나!"
"육신만으로도 아마 무왕 일 단계와 싸울 수 있을 거야!"
"……"
냉오천의 눈에서 놀라운 빛이 맴돌았다. 그러나 그는 바로 고개를 저으며 오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진남, 너의 육신은 실로 강하다. 그러나 너의 육신이 무종 경지 강자를 이길 수 있다고 해도 중검유봉을 뽑는 건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적지 않은 거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육신의 힘이 무황 강자 정도 되어야만 중검을 움직일 수 있었다.
"오?"
진남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오천 형 알려줘서 고맙소!"
말을 마친 진남은 오히려 두 손을 뻗어 칼자루를 잡았다.
냉오천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
'분명 육신의 힘으로 뽑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여전히 자기 방식대로 하려 하다니?'
강황이 한숨을 쉬었다.
그는 중검유봉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진남은 질 게 뻔했다.
비양 성지 사자의 얼굴에 비웃음이 더욱더 짙어졌다.
'진짜 너무 주제 파악 못 하는구나.'
"일어서거라!"
진남이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두 팔이 거대한 힘을 뿜으며 중검을 위로 뽑아 올렸다.
챙!
챙!
중검은 그 거대한 힘에 의해 이 촌 뽑히더니 더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보자 냉오천은 바로 크게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진남,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중검은 영지가 있어 육신만으로는 뽑을 수 없다고! 그런데도 제멋대로 하다니. 너 같은 자들은 나의 상대가 될 자격이……"
냉오천의 눈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그는 진남이 괜찮은 인물인 줄 알았다. 지금 보니 진짜 다른 천재들이 말한 대로 배경만 보고 방검이 지명한 것 같았다.
이런 결과는 다른 천재들을 밟고 일 위를 차지하려던 냉오천을 힘 빠지게 했다.
다만, 그는 '없다'를 말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진남의 몸에서 강대한 기운이 솟아나더니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 없이 스스로 춤을 추고, 그의 왼쪽 눈동자에서 하늘을 찌르는 금색 빛이 번쩍이더니 상상할 수 없는 위엄이 그 속에서 터져 나왔다.
그는 높은 곳에서 중검유봉을 내려다보았다.
"나를 따르면 너를 다시 세상에 나타나게 할 것이다."
진남이 중검에게 한마디 내뱉었다.
윙!
찰나, 이 촌 뽑혔던 중검유봉이 갑자기 미친 듯이 윙 윙 소리내기 시작했다.
끝없는 고동색의 검기가 검에서 용솟음치고 중검의 깊은 곳에 잠들었던 기영이 깨어났다.
용이 소리치는 것 같은 금창이 부딪히는 소리가 하늘을 향해 울렸다.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길이가 이 장이나 되는 중검이, 수많은 사람들이 흔들 수 없었던 중검이 진남의 손에서 아무런 무게도 없는 듯이 바로 뽑혀 하늘을 가리켰다.
청색의 거검이 수만 갈래의 눈부신 빛을 내뿜었다.
쿵!
모든 천재들, 모든 거물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중검유봉이 몽땅 뽑혔단 말인가? 고작 반보 무왕 경지의 존재가 한마디 말로 검을 모두 뽑았다고?'
"이럴 수가!"
강황이 벌떡 일어나더니 두 눈으로 이 광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불가능하다! 이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한마디 말로 중검유봉을 뽑다니!"
중검유봉은 강황의 보물이었다. 수많은 세월을 함께했기에 당연히 그의 요해가 제일 깊었다.
그런 그도 지금까지 중검유봉의 영지를 모두 불러 깨우지 못하였다.
"이건……"
비양 성지 사자는 넋이 나갔다.
'진남은 배경 때문에 방검이 지명한 것이 아닌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오직 방검만이 얼굴에 놀라는 표정이 없이 '난 이미 예감했다'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남의 현급 팔품 무혼이 중검유봉 한 자루도 완전히 뽑을 수 없다고? 뽑아내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이상한 것이다!'
냉오천은 어이없었다. 그는 일년을 고생스레 수련하여 무혼의 비밀을 알아내고 자신의 의지를 강화하여 중검유봉을 사십 촌 뽑는 성적을 거두었다.
그런데 결과는?
진남이 검 전체를 뽑아냈다.
왕년의 양대 성지 제자 선발대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은 종래에 없었다.
"불가능하다!"
냉오천이 비명을 질렀다.
"너의 육신은 무왕 경지 일 단계도 안 된다! 그리고 아직 아무런 의지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중검유봉의 기영을 깨울 수 있단 말이냐! 넌 분명 속임수를 썼어. 그렇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해!"
냉오천뿐만 아니라 다른 거물, 천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봤다.
진남은 그저 자신의 육신만을 움직이고 다음 기세를 방출하고 한마디 하자 중검유봉이 뽑혔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란 말이냐, 한마디 말로도 중검유봉을 뽑을 수 있을 순 없다!'
"그렇습니까?"
진남은 사람들의 의심 섞인 눈길을 마주하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들 보기에 제가 이 검을 뽑은 것이 확실히 이상할 겁니다. 그러니 지금 당신들에게 이 검의 진짜 면모를 보여주겠습니다."
'진정한 면모라고?'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강황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짜 모습을 나타내거라!"
진남이 칼자루를 잡고 큰 소리로 부르짖으며 검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서 한 가닥 한 가닥의 화염이 용솟음치더니 중검을 전부 감쌌다.
만약 법보, 혹은 천지기물이라면 불로 태우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중검이 마치 한 그루의 마른 나뭇가지처럼 타오르는 화염을 막지 못하는 걸 발견했다. 되려 불을 더 키우는 듯 활활 타올라 높이가 열 장이 되는 불빛이 사람들의 얼굴에 드리웠다.
화염에서 윙윙하는 소리가 똑똑하게 전해와 모든 사람들의 귓가에 울렸다.
이어 신망이 화염 속에서 갑자기 하늘로 솟아올랐다.
쿵!
십 장이나 되는 화염이 갑자기 잘리더니 중검의 진면모가 드러났다.
검의 표면에 마치 거미줄처럼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깨뜨리기만 하면 검 전체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이건……"
강황 두 눈의 동공이 축소됐다.
진남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렸다.
"당신들은 중검유봉을 뽑으려면 그것의 영지를 깨워야 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모두 틀렸습니다.
중검유봉을 뽑으려면 영지를 깨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진신(眞身)을 깨워야 합니다. 저는 검의 진신을 보아냈기에 말 한마디로 중검유봉을 뽑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중검유봉은 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남의 손에 있던 거검이 갑자기 윙 하고 소리를 내더니 검 위에 생겼던 모든 금이 산산이 부서져 주위에 떨어졌다.
새하얗고 길이가 두 장 되는 한기가 감싸인 칼이 세상에 나타났다.
끝없는 검기가 용솟음쳐 올랐다.
마치 엄동설한이 된 것처럼 한기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시각, 모든 천재, 모든 거물 그리고 강황 모두 경악해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중검유봉 안에 하나의 칼이 숨겨져 있을 줄 누가 생각했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중검유봉의 진짜 면모일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생각지도 못했구나, 생각지 못했어! 중검유봉은 줄곧 누군가 자신의 진신을 깨워주기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강황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 기쁨이 나타나더니 감개해서 말했다.
"반보 무존인 나도 발견하지 못한 걸 발견해내다니. 진남, 넌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말을 마친 그는 장내를 돌아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강황성 성주부의 이름으로 선포한다. 이번 제자 선발대회는 진남이 일 위다!"
"어떻게 이럴 수가……"
냉오천은 넋이 나갔다.
'이번 양대 성지 선발대회는 내가 일 위를 차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갑자기 어디에서 튕겨 나온 건지도 모르는 진남이 얻는단 말인가? 이게 무슨……'
냉오천은 우울해졌다.
그는 작년에 한번 크게 패했다.
그 후 일 년 동안 일 위만 바라보며 수련했다. 그렇게 사십 촌을 뽑는 좋은 성적을 얻었는데 또 진남이 일 위를 앗아갔다.
'나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 어찌하여 하느님은 내게 일 위를 차지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야!'
"진남, 나는 너를 원망한다!"
냉오천이 진남을 향해 큰소리로 외치고는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떠나버렸다.
진남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나는 건드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왜 갑자기 나를 원망하는 거지?
"냉오천!"
비양 성지 사자는 안색이 변해 냉오천을 쫓아가려 했다. 그러나 냉오천은 이미 모습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허허, 내가 말하지 않았소. 냉오천은 한번 충격을 받았는데 또 충격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했잖소. 한데, 믿지 않고 기어코 나와 내기하다니……"
방검이 고개를 흔들며 탄식했다.
냉오천은 천부가 괜찮고 앞날이 창창했다. 그러나 오늘 또 심한 충격을 받았으니 아마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당신……"
비양 성지 사자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 시각, 천재들이 진남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천재들은 비록 난처했지만 그래도 대부분 사람들은 자진해서 사과했다.
이런 것이 바로 진정한 천재였다. 냉오천처럼 일 위만 신경 쓰는 극단적인 사람은 매우 적었다.
진남이 주먹을 쥐고 공수하면서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 검을 뽑을 수 있던 것은 순전히 운이었습니다. 마침 제가 동술을 할 수 있어 좀 다른 점을 보았던 것뿐입니다.
아까 앞의 두 번은 저의 경지에 조금 문제가 생겨 심사에 참가할 수 없었던 겁니다. 방검 사자께서 이를 보시고 저를 도와 난처한 상황을 해결한 것이었고요. 방검 사자의 배려에 감사드리며 공정함을 깬 거 같아 사과의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거였군……"
천재들은 이제야 진남의 상황을 깨달았다. 일부 사과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서둘러 사과했다.
그 사람들은 원래 진남이 일부러 실력을 감추고 모자라게 보이게 하여 상대방이 가볍게 여기게 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보기 좋구나! 다들 이번 양대 성지 제자 선발전을 통과한 걸 축하한다!"
강황이 일어서서 웃으며 말했다.
"이번 제자 선발대회는 아주 훌륭했다. 그러나 너무 흥분하지는 말거라. 진정한 심사는 방금 시작되었다.
양대 성지의 규정에 따라 작년에는 비양 성지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했고 올해는 청룡 성지에서 진행한다! 그러니 하루를 정돈하고 내일 청룡 성지로 출발하겠다!"
심사를 통과한 수백 명의 천재들의 눈에 흥분이 드러났다.
강황은 모든 안내를 마친 후 입을 열고 말했다.
"진남, 넌 나를 따라오거라!"
이어 진남, 방검, 묘묘 공주 등은 강황을 따라 성주부의 한 전당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