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제자 선발대회 개막
진남은 잠시 생각하고 대답했다.
"좋다."
휙!
구리거울 속의 푸른 빛이 강하게 반짝이며 진남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구리거울은 식해 위에 떠 있었다. 푸른 빛이 드리우더니 식해와 하나가 되어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진남은 구리거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다. 구리거울도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먼저 한 가지 물어보자. 왜 전신의 혼은 현급 십품에 그친 채 단약을 복용해도 승급이 안 되는 거야?"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천천히 물었다.
"그건 아주 간단해."
구리거울 여인이 차갑게 대답했다.
"현급 십품 무혼과 지급 무혼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예를 들면 지금은 반보 무왕 경지이지만 무왕 경지에 이르러 내단이 탄생하면 더 이상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무인이 되는 거야. 마찬가지로 전신의 혼을 승급하려면 그것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는 방법밖에 없어."
진남의 머릿속에 불꽃이 스치는 듯했다.
'그래. 여인의 말이 맞아.'
진남은 예전의 진남이 아니었다. 전신의 혼도 마찬가지였다.
현급 십품 무혼은 지급 무혼과 한 걸음 차이였지만 질적으로 탈바꿈될 것이었다.
그 말은 탈바꿈을 하는 데 전신의 혼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단약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강황성 내에서 무왕단, 무종단와 같은 단약은 인기가 없었고 인기 있는 것은 입미지석이었다.
왜일까?
다들 입미지석이 필요하고 무왕단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전신의 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뭐가 필요할까?"
진남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잠시 멈추고 한마디를 보탰다.
"이건 두 번째 질문이다."
"모른다. 네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구리거울이 말했다.
"모른다고?"
진남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전신의 혼에 대해서도 잘 알고 그렇게 많은 소식을 알고 있으면서 이건 모른다는 거야?'
구리거울은 진남의 태도를 느낀 듯 말했다.
"잘 모르지만 이건 알려 줄게. 모든 것에는 기연이 필요하다. 나중에 인연이 있을 때 전신의 혼이 지급 무혼으로 돌파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될 거다."
"인연?"
진남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전신의 혼은 거침없이 빠른 속도로 승급했다.
사람과 혼 사이는 융합이 필요했다. 어쩌면 발걸음을 늦추고 시간을 좀 더 들여 전신의 혼과 잘 소통해야 할지도 몰랐다.
전신의 혼은 말을 한 적도 없고 영지(靈智, 혼의 지혜)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실제로 존재했다.
진남은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자, 열 개 혼돈지기이다."
그는 열 개 혼돈지기를 구리거울 속에 들여보냈다.
구리거울은 흠칫하더니 푸른 빛이 이글거렸다.
오래된 부문이 마치 아득한 허공에서 날아온 듯 구리거울의 표면에서 끊임없이 반짝였다.
진남은 그런 구리거울을 한참을 관찰했지만 어떠한 단서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는 포기하고 자리에 앉아 두 눈을 감았다.
이번에 진남은 수련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잠만 잤다.
그냥 잠을 자는 게 아니라 꿈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그는 모든 것을 돌아보고 있었다.
진남이 깊은 잠에 빠졌을 때 그의 몸에서는 열 갈래의 빛이 반짝였다.
거대한 허영 하나가 땅 위에 우뚝 솟아 허공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강황성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전신의 혼이 약간 고개를 숙였다. 오른쪽 눈은 공백이고 왼쪽 눈에서는 금빛이 반짝였다.
무엄하구나. 그는 네가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전신의 혼이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 보이지 않는 음파가 터지면서 구리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쿵!
그 소리는 구리거울을 통해 오래된 통로를 통과했고 어느 곳에 이르렀다.
그 소리는 그곳에 엄청난 재난을 불러왔고 한참 뒤에야 잠잠해졌다.
전신의 혼도 이내 사라졌다.
* * *
한참이 지난 뒤.
전신의 혼의 소리가 도달한 오래된 곳에 한 여인은 충격으로 가득했다.
"정말 대단해구나. 창람 대륙에 언제 이런 존재가 나타났지? 전신의 혼? 이건 대체 무슨 존재란 말이냐?"
한참 후에야 그녀는 평정을 되찾고 한숨을 내쉬었다.
"진남이라…. 네가 나의 삼생겁(三生劫)이겠구나……"
* * *
진남은 전신의 혼을 자세히 느꼈다.
그는 전신의 혼이 승급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와 전신의 혼은 관계가 더욱 원만해졌다.
"현급 십품 무혼으로 하역을 다니는 데는 전혀 문제가 안 될 거야. 전신의 혼에게 필요한 물건은 양대 성지에 들어가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직감은 전신의 혼을 얻은 후 생긴 것이라서 현묘하긴 하지만 근거는 없었다.
"제자 선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어. 한 달 안에 내단을 회복할 수 있을 거야."
진남이 눈빛을 반짝였다. 그는 상도맹에서 얻은 구보십전수 등 보물들을 모두 꺼내 연화를 시작했다.
보물들은 오묘하여 내단을 회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몸을 보양할 수 있었다.
* * *
시간이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됐다.
한 달 동안 진남은 전심전력으로 내단을 회복했다.
그가 폐관하고 수련하는 것을 본 용호요종과 묘묘 공주는 진남을 방해하지 않고 그들도 폐관했다.
묘묘 공주는 부상에서 회복되어 반보 무황 경지를 돌파할 정도로 위압적이었다.
진남은 단전에서 부서진 내단이 회복하는 것을 느꼈다.
전신의 왼쪽 눈동자의 의지를 중심으로 열양금갑체결, 청심당마결, 의지, 도의가 완전히 단단해졌다.
그러나 천지의 힘과 공명하지 않으면 무왕 대겁을 불러올 수 없었다.
"내 무왕 내단은 다른 것들과 다르다. 지난번에는 삼대 천재가 도와서 천지 대겁을 불러왔어. 그러니 내가 무왕 경지를 돌파하려면 아마도 그와 비슷한 것이 필요할 거야."
진남 식해에 있던 구리거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몸 안에 혼돈지기가 있잖아. 설마 혼돈지기를 내단 속에 응집할 줄 모르느냐?"
"혼돈지기를 내단 속에 응집한다고?"
진남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구리거울의 맞는 말인 것 같았다.
혼돈지기는 신식을 넓히고 법보를 회복할 수 있었다. 신묘한 작용이 무궁무진하여 내단 속에 응집될지도 몰랐다.
"한번 해보자!"
진남의 눈에서 흥분이 스쳤다. 그는 혼돈지기를 움직여 내단 속으로 응집하려고 했다.
쿵!
내단이 불붙은 듯 폭발음과 함께 수백 가지의 광채를 뿜어내며 반짝거렸다. 주변이 진동했다.
놀라운 반응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가라앉았다.
내단은 완전히 회백색으로 변했고 안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힘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이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이렇게 거대한 변화가 생길 줄 몰랐다.
"혼돈지기는 역시 비범하다! 보아하니 내단이 폐관 수련에 빠진 것 같군. 내단이 폐관을 마치고 나오면 천지개벽의 변화가 생기겠어!"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켰다.
지난번 전신의 왼쪽 눈동자가 의지가 융합되자 불러온 무왕 대겁이 백 장까지 확대됐다.
'이번에는 혼돈지기까지 융합되었으니 얼마나 거대한 무왕 대겁을 불러올까?'
"구리거울, 고마워."
진남은 구리거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중하게 감사의 말을 했다.
구리거울은 대답하지 않았다.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진남."
묘묘 공주가 입을 열었다.
진남은 이내 눈을 뜨고 말했다.
"왜 그래?"
"네 기운이……"
묘묘 공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반보 무황에 이르더니 더욱 예민해졌다. 조금 전 그녀는 진남의 몸에서 금기시되는 힘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천지가 용납하지 않는 것이 금기된 힘이었다.
진남은 웃으면서 말했다.
"맞아, 내단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어."
묘묘 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양대 성지의 제자 선발 대화가 이미 시작된 거 아니야?"
"내일부터 시작해. 네가 폐관했을 때 강황이 이미 사람을 보내 성주부로 오라고 했다. 오늘엔 연회에 참가하고 내일 시합에 참여해야 한대."
묘묘 공주는 흥분하여 조금 전에 느낀 금기된 힘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녀는 연회를 제일 좋아했다. 술을 실컷 마실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오오오! 나도 제자 선발에 참여해 꼬마들을 한바탕 괴롭힐 거다!"
용호요종이 신나서 연속 으르렁댔다.
원래 용호요종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진남은 경지가 점점 더 대단해졌고 묘묘 공주도 반보 무황 경지를 돌파했다.
자신은 점점 쓸모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천재들과 결투 중에서 자신감을 찾으려 했다.
"에휴."
진남은 용호요종이 진남더러 사흘 동안 타고 다닐 수 있게 해준다고 약속해놓고 오리발을 내밀어서 용호요종에게 무척 심술이 났다.
진남이 용호요종을 보며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일단 성주부로 가보자."
* * *
그날 저녁 강황성 성주부에서 연회가 열렸다.
많은 천재들이 초청되었는데 그중에는 적지 않은 거물들이 도착했다.
상도맹의 육이 존자와 백의 성녀는 오지 않았다.
왕도지기, 제황지기가 폭발한 피해가 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많은 수사들은 상도맹의 수준이 미덥지 못하다고 판단해 협력을 취소하면서 상도맹의 피해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었다.
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묘묘 공주는 날아다니며 사람들의 기를 죽였다. 강황과 방검조차 그녀를 막아내지 못했다.
성주부에서는 저녁 내내 그녀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다음날.
양대 성지 제자 선발이 정식으로 시작했다.
쿵!
강황성에 변화가 생겼다. 수많은 금빛이 성지 사방에서 솟아오르더니 방원 삼십 리가 전부 금빛으로 변했다.
강황성 성주부에서는 사각형의 거대한 도장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것은 성지 한가운데 떠 있더니 무수한 빛이 드리워 성 전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휙!
강황의 그림자가 하늘 높이 치솟더니 거대한 도장 상공에 서 있었다. 이전과 달리 그의 몸에서 엄청난 위압을 뿜어내며 성 전체를 뒤흔들었다.
"나는 강황성 성주이다. 양대 성지의 명을 받아 오늘 제자 선발대회를 열도록 하겠다. 이번 선발대회는 세 개의 관문으로 기준에 도달한 사람은 승급할 수 있고 미달이면 전부 탈락이다.
제자 선발대회가 열리는 동안은 성 전체가 휴업이다. 모든 수사들은 일하지 말고 새로운 천재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거라. 지금부터 선발대회를 시작하겠다!"
강황의 외침과 함께 온 강황성이 들끓었다.
강황이 상석에 앉았다. 그의 왼쪽에는 방검이 앉고 오른쪽에는 표정이 음침한 중년 한 명이 마치 한 마리의 독사처럼 앉아 있었다.
그는 바로 비양 성지의 사자였다.
나머지 양편에는 강황성에서 유명한 거물들이 앉아 있었다.
도장의 중앙에 수천 명의 제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하역 내의 각 왕국, 종문에서 왔고 모두 경지가 미천하지 않고 기세가 평범하지 않았다.
진남은 가운데 서서 전신의 눈동자를 움직여 훑어보더니 저도 모르게 흥분되기 시작했다.
"재미있군, 무인들 중에 열세 명이 현급 무혼이구나. 또 몇 명은 경지가 무왕 경지의 정상에 도달했어!"
양대 성지에서는 제자를 선발할 때 경지를 보지 않았다.
무종 경지, 무황 경지 강자도 모두 참여할 수 있었다.
다만 그런 경지의 강자들이 참가하는 심사는 보통 사람과 남달랐다.
냉건웅과 홍부를 마주친 적이 있는 진남은 이번 선발 시합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대한 현장을 보니 그의 체내의 피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반드시 이 심사에서 일 위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