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구리거울이 변하다
진남은 묘묘 공주가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 그래? 입미지석이 부족해? 부족하면 더 줄게!"
"아니야!"
묘묘 공주는 작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왜 그래?"
진남이 어리둥절했다.
"그게…… 그게……"
묘묘 공주는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 차서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흥분한 것 같기도 했다.
"입미지석이 너무 많아서 그래. 너무 눈부셔서 눈이 아파."
"……"
진남은 어이가 없어서 그녀를 무시하고 문을 나섰다.
그는 입미지석을 무종단으로 바꿀 생각이었다.
입미지석 한 개면 삼십만 알의 무왕단이고 삼천 알의 무종단이었다. 진남은 이제 오십만 개의 입미지석이 남았으니 십오억 알의 무종단을 바꿀 수 있었다.
십오 억개의 무종단은 모아놓으면 작은 산을 이룰 수 있는 양이었다.
진남이라도 그 숫자를 생각하면 어지럽고 걸음걸이마저 비틀거렸다.
무종단을 바꿀 때도 하마터면 잘못 계산할 뻔했지만 입미지석을 바꿔주는 거물들이 진남의 위엄을 겪은 사람들이라서 제대로 값을 치러주었다.
너무 많은 양이어서 무종단은 천오백만 알의 무황단으로 바꿔야만 했다.
"천오백만 알의 무황단…… 천오백만 알의 무황단이다!"
진남은 저장 주머니를 들고 산처럼 쌓인 금색 단약을 보며 실성한 듯 중얼거렸다. 정신을 차리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다.
"좋다! 천오백만 알! 단약을 다 복용하면 얼마나 많은 혼돈지기가 생길지 모르겠어. 또 전신의 혼은 지급 십품까지는 승급할 수 있겠지?"
진남은 두 눈에 흥분이 가득했다.
"아무리 못해도 지급 팔품은 문제없을 거야!"
지급 팔품의 무혼!
하역 전체에 그에 비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그는 하역 제일의 천재가 될 수도 있었다.
"해보자!"
진남은 호흡이 뜨거워졌다. 그는 무황단을 가득가득 입에 넣었다.
삼천 알!
팔천 알!
이만 이천 알!
진남은 끊임없이 손을 내밀어 무황단을 입에 넣었다.
그가 이만 알의 무황단을 삼켰을 때 그의 안색이 달라졌다. 이만 개의 무황단은 이백만 개의 무종단이었고 이억 개의 무왕단이었다.
진남은 지금 이백 갈래의 혼돈지기가 생겨야 했다.
하지만 한 갈래도 없었다.
"이상하다, 이상해. 단약을 더 먹어봐야겠어."
진남은 심호흡하고 무왕단을 삼켰다.
십만 알!
이십만 알!
삼십만 알!
백만 알의 무황단을 삼키고 난 후 진남은 표정이 변했다.
혼돈지기가 생기지 않았다. 전신의 혼도 승급하지 않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진남의 이마에 구슬땀이 뚝뚝 떨어졌다.
전에 전신의 혼은 멀쩡했다. 그런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전신의 혼이 현급 십품이 되더니 단약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난 것 같아. 이런 상황은 전에도 몇 번 겪었잖아. 남은 무왕단을 다 삼키면 전신의 혼이 승급할 수 있을 거야!"
진남은 잠시 생각하더니 답을 얻었다. 그는 무황단을 덥석 잡아서 계속 삼켰다.
백삼십만 알!
이백만 알!
삼백이십만 알!
사백칠십만 알!
진남의 두 손은 잔영으로 변해 놀라운 속도로 무황단을 삼켰다.
입을 아무리 크게 벌린다고 해도 한 번에 이백 알의 무황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백만 알의 무황단을 먹었으니 몇 번이나 삼키는 행동을 반복했는지 몰랐다. 입은 뻐근하고 손은 시큰거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귀신이 들린 것처럼 삼키고 또 삼켰다.
육백만 알!
칠백구십만 알!
팔백팔십만 알!
구백구십만 알!
진남은 꼼짝하지 않고 단약만 죽어라 노려보며 빠른 속도로 손을 놀렸다. 팔은 이미 덜덜 떨렸지만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천백만 알!
천삼백만 알!
천사백만 알!
진남은 이미 천사백구십만 알의 무황단을 삼켰다. 그는 혼이 나간 사람 같이 손을 멈추고 입을 닫았다.
"천사백구십만 알의 무황단을 삼켰는데도 전신의 혼이 진급할 기미가 없다니?"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진급 안 하는 건 그렇다고 쳐. 근데 왜 혼돈지기도 안 생기는 거야."
주먹에 핏줄이 울퉁불퉁 올라오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이제야 문제를 알아차렸다. 전신의 혼은 무슨 변고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
지급 무혼으로 승급하는데 필요한 단약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천사백구십만 알의 무황단보다 많을 수 없었다.
"무황단이 효과가 없는 걸까?"
진남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지난번에 삼킨 것은 무종단이었다.
'혹시 전신의 혼이 단약의 등급에 대해 요구가 있는 걸까? 무종단 이상 등급은 안 되는 걸까?'
"시험해보자!"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가지고 있던 무황단을 전부 무종단으로 바꿨다. 전부 천만 알이나 되었다.
"계속해 보자."
진남은 이를 악물고 상처를 회복하는 성약을 먼저 먹고 힘을 회복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두 손은 잔영으로 변하여 단약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백만 알!
이백만 알!
육백만 알!
하늘이 어두컴컴해졌다.
진남의 저장 주머니에는 단약이 한 알도 남지 않았다.
그는 심한 타격을 입은 사람처럼 바닥에 주저앉았고 눈은 약간 흐리멍덩했다.
천 사백구십만 알의 무황단을 먹었다!
천만 알의 무종단도 삼켰다!
그런데 전신의 혼은 승급하지도 않았고 혼돈지기도 생겨나지 않았다.
전신의 혼은 단약을 아무리 많이 삼켜도 반응이 없었다.
'혹시, 전신의 혼은 최고의 상태가 현급 십품인 걸까? 지급 무혼으로 승급할 수 없는 거야?'
진남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상황을 보니 그런 해석이 가장 적합한 것 같았다.
그러나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전신의 혼을 믿었다. 잠재력이 겨우 현급 십품 일리가 없었다.
진남이 중요한 것을 놓친 게 분명했다.
웅!
그때 저장 주머니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저장 주머니에서 구리거울이 갑자기 스스로 날아올랐다. 구리거울에는 수많은 현묘한 그림들이 있었다.
바람에 재가 흩어지듯 구리거울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구리거울은 푸른 빛이 일렁이는 것이 마치 맑은 물 같았다.
"어?"
구리거울은 고운방 삼 층에서 얻은 잔품 중 하나였다.
진남은 전신의 눈동자로 오묘함을 감지할 수 없었다.
'왜 갑자기 구리거울이 스스로 날아올랐을까?'
웅!
청색 빛을 가진 구리거울이 어두운 통로를 열었다. 통로에서는 오래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진남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왼쪽 눈동자가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지더니 금빛을 끊임없이 반짝였다.
"이건……!"
진남은 경악한 표정이었다.
진남은 오래된 기운이 익숙했다. 전신의 왼쪽 눈동자가 태고의 신비한 세계와 교류할 때 생기는 기운이었다.
"네 의혹에 내가 답해주마."
이때 구리거울에서 여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인의 목소리는 구천에서 온 것처럼 세속에 전혀 물들지 않았고 무정 무욕하게 느껴졌다.
아무런 감정이 없었기에 목소리뿐이지만 뼈까지 시린 것 같았다.
진남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심신이 흔들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목소리는 아무런 기운도 파동도 없었지만, 진남은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진남은 목소리에 굴복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동자의 세례를 받았기에 압박감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얼마 후, 진남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내가 무슨 의혹이 있다는 거야!"
진남은 표정이 변했다.
진남은 왜 전신의 혼이 진급할 수 없고 혼돈지기도 생기지 않는 건지 알고 싶었다.
'구리거울이 그걸 안다는 말인가?'
"너는 누구냐? 어떻게 그걸 아는 거야!"
진남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전신의 혼은 진남의 큰 비밀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그의 비밀을 아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다 안다."
여인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좀 전의 그 위압이 없어지고 점점 허약해졌다.
"나는 그것도 안다. 네 몸속의 무혼은 네가 갖고 태어난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네 왼쪽 눈동자는 다른 눈동자와 융합되었구나. 그것의 존재가 창람대륙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진남의 표정이 변했다.
'구리거울이 어떻게 그걸 다 알고 있는 걸까?'
"넌 대체 누구냐? 마지막으로 묻겠다!"
진남은 낮게 호통쳤다.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했다.
"내가 누구냐고?"
"네가 누구냐고 물었다."
여인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네 무혼은 내가 누군지 알 자격이 있다는 것만 안다. 그러나 너는 그럴 자격이 없다."
진남은 그 말을 듣고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자격이 없다고?"
진남은 순간 표정을 굳혔다.
"난 전신의 혼의 주인이다. 너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날 판단하는 거냐?"
진남의 왼쪽 눈에서 금빛이 번쩍거렸다.
진남은 육신이 평범했지만, 전신의 혼 주인이었다.
구리거울은 진남의 말에 침묵했다.
"구리거울을 살펴보니 넌 한때 매우 높은 존재였을 거다. 그러니 네가 보기에 내 무혼은 너와 대화할 자격이 있고 나는 그런 자격이 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어쩔 건데?"
"이제 보니 네 목소리가 미약하구나. 내력이 대단한데도 떠나지 않고 내 곁에 남아있다는 건 뭔가 바라는 게 있는 거지?"
진남은 냉소가 번졌다.
구리거울 속의 여인은 침묵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진남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네 내력은 무엇이냐? 어떻게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거냐? 전부 나한테 솔직하게 말하거라. 안 그러면 네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없을 거야."
구리거울은 푸른 빛을 반짝였다. 여인의 차가운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내 내력은 네가 알 필요 없다. 그리고 내가 네 비밀을 폭로할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난 너와 협력해서 구리거울을 네 보물로 연화할 수도 있어. 그러니 내가 네 의혹을 풀어주면 너는 나에게 대가를 지불해주기만 하면 돼."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구리거울이 전신의 혼 등의 존재를 안다는 건 내력이 엄청나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그는 지금 곤경에 처해 있다. 전신의 혼이 승급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 뭔가 얽혀 있다는 것이다. 만약 혼자 끙끙댄다면 쉬이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진남은 머리가 아팠다.
"어떤 걸 원하느냐?"
진남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물었다.
"혼돈지기."
여인이 말했다.
"다섯 개 혼돈지기면 한 가지 질문에 답해줄 수 있다."
여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만약 진남이 응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협력을 취소할 수도 있었다.
"다섯 개 혼돈지기?"
진남의 눈이 반짝였다.
그의 몸속에는 백여덟 개의 혼돈지기가 있었다.
그녀가 혼돈지기를 요구한 걸 보니 혼돈지기가 가진 오묘함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강한 것 같았다.
혼돈지기는 신식을 넓히고 법보를 회복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알지 못하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다섯 개의 혼돈지기로 답을 얻을 수 있다면 지금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