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화 뜻밖의 인물
강황성은 난리도 아니었다.
수많은 수사들은 경악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존자와 이렇게 많은 무황이 전부 나선 걸까?'
강황은 정신을 차리고 눈앞에 벌어진 일들을 지켜보며 굳이 나서서 말리지 않았다.
그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모든 일이 진남이 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진남이 대체 무슨 수단을 썼기에 많은 법보를 동시에 폭발시켰는지 알 수 없었다.
"녀석, 배짱 하나 크구나."
강황은 감탄했다. 그의 두 눈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내 마음에 쏙 든다."
* * *
슉!
슉!
슉!
육이 존자가 먼저 나타났다. 그리고 외팔 무인 등 무황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백의 여인도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표정이 겨울 하늘의 먹구름같이 어두웠다.
"못 찾았소!"
육이 존자가 겨우 목소리를 짜내며 말했다.
"우리도 못 찾았소!"
외팔 무황 등도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개자식!"
육이 존자의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
그는 당장 진 공자를 잡아서 갈기갈기 찢어도 시원찮을 것 같았다.
"잠깐, 좀 이상해요."
백의 여인이 차갑게 말했다.
"진씨 놈이 왜 일부러 상도맹을 물 먹이려 했을까요? 상도맹은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고 그에게 빚진 것도 없어요. 그자는 우리에게 밉보일 이유가 없어요! 게다가 이상한 건 그자의 성이 진씨라는 거예요."
"그럼 진 공자가 진남이라는 말이요?"
'진남이 벌인 일이라니?'
'그럴 수 없다. 고작 반보 무왕 경지의 촌놈이 어떻게 이런 놀라운 일을 벌였을까?'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
"그를 과소평가하면 안 돼요."
백의 여인이 그들의 표정을 보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외팔 무황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진 공자를 만나면 산산조각 내겠다고 생각했다.
"갑시다."
육이 존자는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진 공자는 처음 왔을 때 간판을 가리키며 불만을 표했었다.
* * *
육이 존자, 백의 여인 그리고 무황 등은 위풍당당한 기세로 진남의 정원에 쳐들어왔다.
"진남! 썩 기어 나오거라!"
육이 존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사방팔방의 공간이 진동하며 연속 폭발했다. 기염이 상당했다.
"왜 고함을 지르느냐."
용호요종은 하늘에서 내려오며 화를 내며 말했다.
"귀가 여섯 개라고 함부로 사람을 괴롭혀도 되는 거냐? 경고하겠다. 여기는 강황성이다. 네가 무력을 사용한다면 강황이 너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
용호요종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묘묘 공주도 공중에 나타났다. 그녀는 싸늘한 표정이었다.
끼익.
정원의 대문이 열렸다. 진남이 안에서 나왔는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육이 존자,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상도맹의 성녀가 내 물건을 빼앗고 삼 흑인을 찍은 것도 모자라 성도지기 잔편과 검보 잔권까지 빼앗으려고 하고 위협했습니다. 설마 이제는 직접 빼앗으려고 온 겁니까?"
외팔 무황, 궤검황 등은 진남의 말에 표정이 약간 변했다.
그들은 진남이 한 말이 다 사실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사실이라고 해도 이 런 일은 늘 있는 일이었고 정상적인 일이었다.
육이 존자는 두 눈이 날카로워지며 호통쳤다.
"말해 보거라! 이번 일은 네가 한 짓이냐?"
"무슨 일이요? 저는 정원에서 나간 적도 없습니다."
진남이 차갑게 대답했다.
"오리발 내밀지 말거라. 이번 일은 네가 한 짓이다!"
육이 존자는 화가 나서 두 눈을 부릅떴다.
이번 일은 진남이 저지른 것이든 아니든 반드시 그에게 덮어씌워야 했다. 아니면 상도맹은 외팔 무황 등 사람에게 거액을 배상해야 했다.
백의 여인이 입을 열었다.
"진남 도우, 당신은 비록 낙하 왕국에서 왔지만 무연각의 비밀을 얻었으니 이번 일을 벌일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요. 제 추측이긴 하지만 이번 일은 십중팔구 당신이 벌인 일이에요."
백의 여인이 잠깐 멈추더니 이어서 말했다.
"범인은 진 공자라 자칭했어요. 반보 무왕 경지도 당신과 같은 경지고요. 게다가 무종 경지 최고봉인 두 호위 무사도 데리고 있었어요. 정황을 보면 당신과 똑같지요. 진남 도우, 사내가 되어서 한 일을 인정하지 못하나요?"
외팔 무황 등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상도맹이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고 의심했는데 성녀의 말을 들으니 더 헷갈렸다.
'이상하다. 진 공자의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진다. 그럼 정말로 진남이 한 짓일까?'
"진남이라고 했느냐? 솔직하게 말하거라. 상도맹은 상냥하게 말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지 않다."
외팔 무황이 낮은 소리로 윽박질렀다.
"이놈아, 잘 생각해 보거라."
궤검황도 음침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했다.
만약 진남이 한 짓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진남을 혼내주고 화풀이를 할 작정이었다.
용호요종과 묘묘 공주는 강자들의 질문에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로 즐거워했다.
'의심스러우면 어쩔 건데? 우리라고 생각하면 어쩔 거야? 증거가 없잖아! 우리가 한 짓이라고 누가 증명할 수 있어?'
"여러분 모든 일은 증거가 있어야 하오. 당신들은 진남이 한 짓이라고 하는데 증거를 보여주시오."
이때 강황이 한 걸음 크게 나서서 진남 등 사람들 앞에 왔다. 그는 강자들을 담담하게 쳐다봤다.
웅웅웅!
미약한 진동이 울렸다. 방대한 강황성 전체에 잠들어 있던 기영이 깨어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기영이 깨어나면 천지를 뒤흔들고 산과 강이 울부짖을 것이다.
"강황!"
육이 존자, 외팔 무황 궤검황 등은 모두 안색이 살짝 변했다.
여기는 강황성이었다. 바로 강황의 구역이었다.
강황이 화를 내자 성 전체가 같이 흔들렸다.
"강황 선배, 진남 도우는 의심스러운 점들이 많아요. 이대로 그를 풀어준다면 상도맹은 손해를 가늠할 수 없어요. 강황성이 진남을 무조건 감싸고 돈다면 상도맹은 강황성과 맞설 수밖에 없습니다."
백의 여인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녀는 오늘 진남을 반드시 잡아가겠다고 결심했다.
진남이 의심스러운 것은 단순한 이유였다. 다른 중요한 이유는 소식을 받을수록 낙하 왕국의 정세가 점점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진남을 이유로 낙하 왕국을 없애려고 했다.
외팔 무황 등 사람은 표정이 밝아졌다.
역시 성녀였다. 패기가 있었다.
"강황, 고작 보잘것없는 수사 때문에 우리 모두와 척을 지겠소?"
외팔 무황과 궤검황도 강황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강황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백의 여인은 진남을 잡기 위해 거대한 대가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황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진남은 십 년 동안 그가 봐온 모든 천재들 중에서 가장 배짱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배짱을 봐서라도 강황은 오늘 진남을 도울 생각이었다.
"그렇소? 상도맹이든 다른 사람이든 강황성에서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마시오. 아니면 나도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오!"
강황은 낮은 목소리에 거대한 위압을 실었다.
백의 여인은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백의 여인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조금 전 한 말은 강황을 겁주려고 한 말이었다. 하역에서의 상도맹의 세력으로 강황을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진남을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백의 여인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분위기가 긴장하게 흘러갈 때 강황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강한 기운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사람이 보이기 전에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허허, 시끌벅적하네. 강황성이 얼마 만에 이렇게 생기가 있는 거요? 도우들,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졌소?"
목소리를 들은 육이 존자, 외팔 무황 그리고 궤검황 등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나타난 사람은 방검이었다.
방검은 청룡 성지의 사자로 봉주의 마음에 들어서 존자가 될 가능성이 크고 앞날이 창창했다.
'강황이 실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방검이 왔는데도 강황이 계속 진남을 보호하려 할까?'
반보 무왕을 위해서 대단한 인물에게까지 밉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슉!
사람 그림자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중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표정이 담담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용호요종과 묘묘 공주 그리고 진남도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중년 사내를 보더니 떨떠름했다.
"방 형!"
외팔 무황이 기쁜 표정으로 다가와서 강황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 큰일이 벌어졌소. 우리 몇 개의 보물을 경매로 얻으려 하지 않았소? 그런데 백삼십 개의 입미지석으로 산 보물이 폭발했소! 저놈이 혐의가 가장 큰데 우리가 잡으려고 하니 강황이 저놈을 보호하려고 하오!"
"맞소! 외팔 무황의 말이 사실이오!"
육이 존자도 얼른 보충했다.
"방 선배, 이번 일은 강황의 처사가 지나쳤어요. 마침 오셨으니 공정하게 처리해주세요."
백의 성녀도 덧붙였다.
"맞소. 맞는 말이오."
"방 사자, 사실이오."
"강황의 이번 처사는 지나쳤소!"
"......"
팽어, 청심객잔의 주인 그리고 다른 거물들도 분분이 입을 열었다.
방검이 그들 편이라면 강황이라고 해도 조심스러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일이 있었소?"
방검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법보를 사서 그분이 청룡 성지에 오면 주려고 했다.
'그런데 폭발했다고? 폭발한 것도 모자라 강황이 감히 보호하려 든다고?'
방검은 가슴 속에 화가 일었다. 신분이 상승한 후 처음으로 화를 냈다. 그는 강황을 노려봤다.
그러나 방검은 바로 화를 내지 않고 느긋하게 물었다.
"강황, 그런 일이 있었소?"
강황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방검과 상도맹이 연합하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방검은 어르신의 측근 사자였다.
강황은 방검에게 미움을 사는 건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방검이 그 어르신에게 나쁜 말이라도 전달한다면 강황에게 큰 타격일 것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진남을 이대로 넘겨줘야 하나?'
"강황, 어떻게 된 일인지 상관없소. 그 용의자는 어디 있소? 내가 직접 심문하겠소!"
방검이 엄격하게 호통쳤다.
"저놈이 용의자요. 반보 무왕 경지의 자식 말이오."
육이 존자가 진남을 가리키며 호통을 쳤다.
"음? 반보 무왕 경지?"
방검은 약간 멈칫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돌렸다.
방금 강황 등 사람들만 주의하다 보니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살피지 못했다. 그는 진남을 보자 동공이 작아졌다.
"안 돼!"
강황은 안색이 변해서 진남 앞에 막아설 준비를 했다.
"허허!"
육이 존자, 팽어, 청심객잔 등 사람들은 일제히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진남아, 진남. 또 어떻게 도망가나 보자!'
백의 여인의 눈빛도 반짝거렸다.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
"진남, 내가 말했지. 내 손아귀에서 못 벗어난다고. 이제……"
방검은 한참 동안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더니 서둘러 공중에서 내려와 공손히 공수하고 말했다.
"진남 도련님, 오랜만입니다!"
백의 여인은 중얼거리던 소리를 멈추었다.
강황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육이 존자 등 사람들은 냉소가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