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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87화 (187/1,498)

187화 후련하구나

궤검황은 혼자였다면 이렇게 위협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팔 무황이 앞장을 서자 그도 두려울 게 없었다.

"두 무황 선배의 말이 맞소. 진 공자는 말이 좀 지나쳤소. 그러니 잘 교육할 필요가 있겠소."

팽어와 청심객잔의 주인의 웃음소리도 들렸다.

'그는 성녀에게 미움을 사고 또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샀다. 아무리 배경이 크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

수사들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진씨 성을 가진 자가 일을 크게 만들었구나. 이제부터 어떻게 할 작정일까?'

"입만 놀리는 것도 적당히들 하시오. 자신 있으면 당장 싸웁시다. 당신들이 둘이든 셋이든 전부 상대해주겠소."

호통 소리와 함께 쿵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진남은 대문을 발로 걷어차고 경멸하듯이 경매장을 둘러보았다.

처음에 그가 계획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 거면 끝까지 건방져야 했다.

'무황? 반보 무존 경지? 게다가 연합을 해? 다 덤비라고 해!'

"무엄하오!"

외팔 무황은 화가 나서 뚜껑이 열렸다. 그가 호통을 치자 하늘을 닿을 듯한 위압이 경매장을 휩쓸었다.

"흥!"

궤검황, 팽어, 청심객잔의 주인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들의 몸에서 무황 경지의 기운이 동시에 폭발했다.

윙!

경매장이 순간 격렬하게 흔들렸다.

수사들이 경악했다.

'설마 바로 싸움을 일으키려는 건가?'

"이게 뭐 하는 짓이요?"

이때 강황의 담담한 목소리가 방안에서 울렸다.

아무런 감정이 섞이지 않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위압이 느껴졌다.

"그저 자그마한 경매일 뿐입니다. 다들 화를 푸십시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육이 존자가 공중에 나타났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무존 경지 강자의 위압이 고용 경매장을 맴돌았다.

외팔 무황과 궤검황 등 사람들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두 거물이 동시에 나섰으니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위압을 거둬들였다.

수사들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전에도 고용 경매에서 화가 난 강자가 폭주하면서 무력을 쓰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한 사람에게 강자들의 화가 집중된 적은 없었다.

수사들도 외팔 무황 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도 진 공자같이 뻔뻔한 놈을 가만둬야 했다면 울화병이 터져 죽었을 것이다.

육이 존자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이번 고용 경매는 이로써 모두 끝났습니다. 이번 경매의 거래는 사백만 개의 입미지석을 넘겨 최고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경축하기 위해 우리 고용 경매장에서 특별히 연회를 열겠습니다. 사천 개 이상의 입미지석을 소비하신 분들이나 무황 경지에 도달하신 분들은 모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친 육이 존자가 휙 하고 사라졌다. 경매장에 수백 명의 아름다운 시녀들이 나와서 사람들을 안내했다.

수사들도 술렁거렸다. 어떤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며 탄식하다가 자리를 떴다.

진 공자가 경매를 휘젓는 바람에 그들은 많은 보물들을 사지 못했다.

"가자!"

진남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에게 눈치를 주고 경매장을 빠져나와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육이 존자, 백의 여인 그리고 광 대사까지 있었다. 모두 만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진 공자, 이번 경매에서 활약을 참 잘했소!"

육이 존자는 본래 진 공자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이번 경매에서 최고의 기록을 거두어 기쁘기 그지없었다.

"감히 저와 맞서려고 하다니, 제가 누군지도 모르나 봅니다."

진남은 턱을 치켜들고 다리를 꼬고 앉았다. 오만한 기색이 드러났다.

"맞습니다. 맞고말고. 진 공자의 말이 정확합니다."

소금은 시기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진 공자가 경매를 부탁한 물건은 도합 백삼십칠만 육천에 팔렸습니다. 경매장이 가지는 지분과 수수료를 제외하면 백십팔만 개가 남았습니다. 이번 경매에서 진 공자가 소비한 이십만 육천 개를 제외하고 사사오입을 하면 구십팔만 개의 입미지석이 남습니다. 상도맹에 보관하실 겁니까? 아니면 바로 가져가실 겁니까?"

'구십팔만 개의 입미지석?'

진남, 묘묘 공주 그리고 용호요종은 일제히 숨을 멈추었다.

구십팔만 개의 입미지석을 무종단으로 바꾼다면 엄청난 수량이었다.

'진짜 많이 벌었구나!'

진남은 흥분을 겨우 억누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보관할 필요 없습니다. 바로 찾아가겠습니다."

"좋습니다. 여기 진 공자가 산 보물들과 입미지석입니다. 확인해보십시오."

진남은 신식으로 놀라운 양의 입미지석과 보물들을 훑어보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러나 그는 심지가 굳건해서 허허 웃으며 말했다.

"상도맹은 비록 못생기기는 했지만, 신용을 지키는 게 참 괜찮습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협력합시다."

육이 존자는 입가가 부들부들 떨렸다.

이때 백의 여인이 입을 열었다.

"진 공자, 잠시만요."

진남이 발걸음을 멈췄다.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도 걸음을 멈추었다. 세 사람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왜요? 저한테 볼일 있으십니까?"

진남은 힐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쳐들었는데 건방지기 그지없었다.

"진 공자."

백의 여인이 청아하게 웃으며 말했다.

"연회에는 하역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이 와요. 초선 제자 명단에 있는 많은 천재들도 참석하는데 만나고 싶지 않으세요? 저와 함께 이번 연회에 참석하는 건 어때요?"

"흥!"

진남은 시큰둥해서 말했다.

"폐물들과 할 말 없습니다.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그럼 이만!"

진남은 손을 젓더니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을 불러 성큼성큼 자리를 떴다.

육이 존자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진남의 성격을 겪어봤기에 화를 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사백만 개의 입미지석을 떠올리자 미소가 떠올랐다.

진 공자 덕분에 새로운 거래 기록을 세웠다!

* * *

진남과 묘묘 공주 그리고 용호요종은 경매장을 나와 정원에 돌아오자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진남은 거만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들키지 않으려고 심신 소모가 컸다.

본 모습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잠깐 침묵했다. 반나절이 지나서야 세 사람은 시선을 교환하며 약속이나 한 듯이 웃어댔다.

'후련하구나!'

속이 아주 후련했다.

그놈들을 감쪽같이 속였고 구십팔만 개나 되는 입미지석과 보물들도 벌었다.

그들의 계획이 세 번째 단계까지 성공했다.

"진남!"

용호요종과 묘묘 공주는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두 사람은 무척 감격스러워했다.

계획이 모두 성공한다면 고용 경매장의 놈들에게는 커다란 재난이 될 것이다.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둘은 흥분이 되었다.

"허허, 나도 알아."

"백의 성녀, 육이 존자, 외팔 무황, 궤검황, 그리고 팽어 다들 성대한 연회를 맞을 준비를 하거라!"

진남은 두 눈에 전의가 이글거렸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두 눈을 감고 마음을 다스린 후 감응(感應)하기 시작했다.

한 갈래!

두 갈래!

세 갈래!

마지막에 진남이 눈을 번쩍 뜨자 열네 갈래의 기운이 모두 감응을 마쳤다.

* * *

고용 경매장 삼 층.

악기 소리가 맴돌고 술 향기가 진동하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떠드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술 연회에는 강황, 육이 존자, 외팔 무황, 궤검황, 백의 성녀, 팽어, 청심객잔의 주인 그리고 냉건웅, 홍부 등등 천재들이 전부 와 있었다. 그들은 서로 얘기를 나누느라 여간 북적거렸다.

"제가 어떤 일에 부딪혔는데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해요."

백의 여인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사람들은 조용해지고 모든 시선이 동시에 백의 여인에게 향했다.

"얼마 전에 낙하 왕국에서 온 천재가 있어요. 이름은 진남이에요."

그녀는 얕게 한숨을 쉬었다.

"진남은 저와 약간의 갈등이 있었어요. 그는 지금 강황성에 있는데 강황성의 규칙에 따라 저는 손을 쓸 수 없어요. 그러니 혹시 여러분들 중 누가 진남을 만나면 현실을 직시하라고 잘 설득해주세요. 성공하는 자에게 반드시 후한 사례를 하겠어요."

거물들과 천재들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상도맹의 성녀는 대단한 신분이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빚을 진다면 그건 크게 남는 장사였다.

"성녀, 걱정하지 마세요. 낙하왕국에서 온 촌놈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군요. 제가 반드시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궤검황이 먼저 대답하고 껄껄 웃었다.

"진남 이놈을 단단히 혼내줘야겠습니다."

외팔 무황은 표정이 음침했다. 그는 진씨 성만 들어도 마음이 불편했다.

"맞는 말입니다. 너무 건방지군요."

"하하하! 대충 두 팔다리를 부러뜨리면 얌전해질 겁니다."

"……"

거물들과 천재들이 자신 있게 얘기했다.

그들은 낙하 왕국의 천재 따위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강황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상도맹은 수완이 좋았다. 인정을 호소하여 군웅들이 진남을 상대하게 했다.

그러나 강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진 공자'를 떠올렸다. 그는 무혼과 공법이 탁월한 덕분에 다른 사람이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녀석은 뭘 하려는 걸까?'

강황은 두 눈에 기대감이 떠올랐다.

그때 육이 존자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육이 존자는 냉소를 짓고 있었는데 강황을 비웃는 것 같았다.

육이 존자는 강황을 비웃은 게 맞았다. 강황이 고운방에 있을 때 진남을 감쌌기 때문이었다.

'이제 또 어떻게 진남을 감쌀 건데? 다들 무리 지어 공격하려고 달려들면 당신이라고 해도 막지 못할걸! 진남 그 자식은 죽어야 해.'

"궤검 도우, 내 다섯 개의 왕도지기와 자네의 보물이 같은 영기인 것 같소."

별안간 팽어가 입을 열었다.

"허허, 그런 거 같소."

궤검황이 큰 손을 뒤집자 암홍색 장검이 곧추 우뚝 솟아올라 서늘한 빛을 뿜었다.

짧은 접촉을 통해 궤검황은 이 검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일반적인 왕도지기보다 좀 더 대단했다.

그는 진 공자 때문에 많은 입미지석을 지불했던 일도 까맣게 잊었다.

다들 견식이 비범한 사람들이라서 이 점을 눈치채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왕도지기들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들도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사들였을 것이다.

"자, 우리 이렇게 해봅시다. 내 왕도지기 다섯 개와 당신의 그 보물들을 동시에 펼쳐보는 게 어떻소?"

팽어는 득의양양해서 왕도지기 다섯 개를 동시에 방출했다.

순간 왕도지기 다섯 개와 궤검황의 장검이 서로 암암리에 흡입력을 발생하면서 웅웅 끊임없이 울리며 왕도지기의 의지를 서로 융합했다.

그 장면에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왕도지기들은 가히 평범하지 않았다.

육이 존자는 그 모습을 본 적이 있으니 이상해하지도 않았다. 그는 웃음기 가득해서 말했다.

"왕도지기와 제황지기는 모두 우연히 얻은 것들입니다. 모두 상고 금지 구역에서 찾아낸 것인데 그곳의 영향을 받아서 모든 기영이 같아졌습니다. 그래서 상도맹에서도 경매에 내놓은 것이지요. 진기하고 신비한 보물만이 상도맹의 경매에 나올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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