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당신이 이겼소
"이제 경매도 거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갑니다. 여러분들이 기다리고 있는 보물들이 있지요? 그럼 지금부터 다섯 개의 왕도지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소금이 크게 외쳤다.
그는 앞에 있는 황금 유리 전시대에 다섯 개의 왕도지기를 올렸다. 그것들은 놀랄만한 의지를 풍겼다.
모든 수사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이 다섯 개의 왕도지기는 보통 물건이 아닙니다. 이것들은 같은 영기를 가진 아이들입니다. 즉 다섯 개의 왕도지기를 동시에 연화한다면 이것들을 동시에 움직이고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다섯 개의 왕도지기를 한데 모은다면 위력이 어마어마합니다."
소금이 열변을 토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에서 열띤 토론이 시작되었다.
"다섯 개의 왕도지기라니! 정말 대단해!"
"만약 저것들을 전부 사간다면 대진을 하나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야?"
"……"
수사들은 경험이 풍부하고 안목이 날카로웠다.
소금은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기회를 봐 외쳤다.
"다섯 개의 왕도지기는 동시에 판매합니다. 시작 가격은 사만 개의 입미지석입니다. 매번 가격을 올릴 때 최소 천 개의 입미지석을 올려야 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말소리가 줄어들고 한결 조용해졌다.
사만 개의 입미지석은 보통 사람이 쉽게 지불할 수 없었다.
"사만 삼천 개를 지불하겠습니다."
이때 고운방의 방주 팽어의 목소리가 오 번 방에서 울렸다.
그는 다섯 개의 왕도지기에 크게 흥분했다 있었다. 같은 영기를 지닌 다섯 개의 왕도지기는 고운방을 대표하는 보물이 될 수 있었다.
"팽 형, 미안하네. 나도 저 다섯 개의 왕도지기가 필요하오. 내 사만 사천 개의 입미지석을 지불하겠소."
목소리는 삼 번 방에서 울렸다. 청심객잔의 주인이었다.
팽어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는 사만 오천 개를 제시하겠소. 이 보물들은 그만한 가치는 하오."
"팽 형 말이 맞소. 그럼 나는 사만 육천 알을 내겠소."
"……"
구경하는 사람들은 심장이 후들거렸다.
그들은 팽어와 청심객잔의 주인이 경매에서 서로 신경전을 벌일 줄 몰랐다.
육이 존자는 몰래 웃었다.
두 사람이 갈등이 있던 말던 그가 알 바 아니었다. 가격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좋았다. 그는 저도 몰래 육 번 방을 살펴보았다. 진 공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번 경매는 이렇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남도 몰래 웃었다.
팽어나 청심객잔 주인이나 모두 그와 척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두 원수가 그의 물건을 위해 서로 목숨 걸고 싸워 그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육만 오천 개의 입미지석을 걸겠소."
팽어가 이를 악물고 천문학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청심객잔의 주인은 한참 침묵하더니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이번 전쟁에서 물러난 게 분명했다.
"오 번 방 축하드립니다. 왕도지기 다섯 개를 얻으셨습니다."
소금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끄는 그 마력은 오히려 배가 되었다.
"이번 경매에서 마지막 경매품입니다. 이번 경매의 가장 압권인 보물은……"
여기까지 말한 그는 말을 멈추었다. 역시 모든 시선이 전부 그에게 쏠렸다.
아직 보물을 구매하지 않은 거물들은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들이 오늘 온 목적은 이 압권인 보물을 위해서였다.
"이번 경매의 압권인 보물은 왕도지기 다섯 개와 제황지기 세 개입니다. 여덟 개의 보물도 모두 같은 영기입니다!"
소금의 말투가 더없이 높아졌다. 경매장의 하늘에서 금빛이 떨어졌다.
왕도지기 다섯 개와 제황지기 세 개가 엄청난 의지를 발휘했다.
쿵!
경매장의 분위기는 마치 폭탄을 투척한 것처럼 들끓었다.
"뭐?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허, 고용 경매가 정말로 손이 크군."
"……"
모든 수사들과 거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용 경매에서 이렇게 귀한 보물을 내놓을 줄 몰랐다.
제황지기도 하역에서 보기 드문 귀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세 개의 제황지기에 다섯 개의 왕도지기라니!
소금은 흥분해서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외쳤다.
"도우 여러분, 선배들 마지막 경매 시작 가격은 십만 개의 입미지석입니다. 매번 최소 오천 개씩 더 얹으십시오."
"십만 오천 개를 지불하겠소!"
"십이만 개를 지불하겠소!"
"십이만 개? 나는 남현 제국의 황제다. 십사만 개를 지불하겠다."
"황제는 개뿔! 들어본 적도 없구만. 나는 십오만 개를 지불하겠소!"
"……"
순간 경매는 가격이 쭉쭉 올라가서 엄청난 숫자를 기록했다.
이 층 방에 앉은 사람들도 차분하게 있을 수 없어서 가격 전쟁에 뛰어들었다.
육이 존자나 소금이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들은 일부러 세 개의 제황지기와 다섯 개의 왕도지기를 한데 묶었다. 거물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기를 바래서였다. 그들이 미치면 미칠수록 그들에게는 이득이었다.
경매의 가격은 이십만 개의 입미지석까지 이르렀다.
수사들 중 표정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침을 꿀꺽꿀꺽 삼켰다. 그들은 이번 전쟁에 참여할 수 없어도 가슴이 뛰었다.
"도우 여러분, 나는 삼십만 개의 입미지석을 지불하겠다. 내가 제황지기 세 개와 왕도 지기 다섯 개를 사는 것은 방검 사자(方劍使者)와 연합하여 사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우리 체면을 봐서 이 보물들을 양보하기 바란다. 내 반드시 사례할 것이다."
사 번 방에서 외팔무황의 음침한 목소리가 들렸다.
경매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거물들의 표정도 살짝 굳었다.
방검 사자!
그들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요즘 청룡 성지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낸 사람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방검 사자는 한 봉주의 마음에 들어서 경지가 계속 높아진다고 했다. 그러니 무존 경지의 강자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육이 존자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속으로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제황지기와 왕도지기를 합치면 오십만 개의 입미지석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외팔 무황이 끼어드는 바람에 다른 사람은 더 높은 가격을 못 부를 것 같았다.
"빌어먹을 외팔 무황, 감히 방검의 이름을 거들먹거리다니……"
육이 존자는 혼잣말로 욕하며 머리를 굴렸다.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서 외팔 무황이 이리 쉽게 가져가지 못하게 해야 했다.
이때 오래도록 침묵하던 목소리가 담담하게 울렸다.
"방검? 방검은 또 어디서 굴러온 놈이지? 난 사십만 개의 입미지석을 지불하겠다."
입을 연 사람은 진 공자였다.
진남이 궤검황에게 건방지게 군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앞날이 창창한 방검 사자에게도 건방을 떨다니!
궤검황과 방검 사자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수사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육 번 방과 사 번 방을 번갈아 살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육이 존자만 기쁜 표정이었다.
진 공자는 그의 마음에 딱 들었다. 중요한 순간에 나서서 난제를 해결해줬다.
"쯧쯧, 진 공자 말투가 건방지군. 방검 사자도 안중에 두지 않다니."
외팔 무황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목소리가 더 음침해졌다.
"진 공자가 대체 어떤 신분인지 모르겠지만 여긴 하역이오! 하역이란 곳은 밤길이 어두워서 길을 걷다 보면 머리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 그러니 진 공자도 잘 생각해보고 행동하오."
사람들은 눈빛이 떨렸다.
그의 말에 위협하는 뜻이 너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렇소?"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제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위협이었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가격을 더 부르지 못할 거면 썩 꺼지시오! 그리고 반보 무존 경지면 대단한 줄 아시오? 내가 화나면 무존 경지라도 당신을 보호할 수 없소!"
"뭐라고!"
외팔 무황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반보 무존 경지가 된 이후 이런 수모를 겪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억지로 참아냈다. 진 공자는 강황도 예의를 갖춰 대하는 사람이고 성녀에게도 건방지게 구는 사람이니 신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화를 낼 수 없지만, 외팔 무황은 도발을 참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 공자 그렇게 돈이 많소? 그럼 우리 한번 놀아봅시다. 아까처럼 겁먹고 물러나지 않기를 바라오! 오십만 개의 입미지석을 지불하겠소."
"내가 겁을 먹는다고? 오늘 당신에게 패배를 인정하게 해주겠소. 입미지석 육십만 개!"
"칠십만 개."
"칠십만 개도 부끄럽지 않아서 부르오? 팔십만 개! 더 할 수 있소?"
"구십만 개! 도망이나 가지 마오!"
"백만 개! 누가 겁먹는지 봅시다!"
"……"
모든 참가자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천문학적인 숫자를 들으니 그들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육이 존자만이 너무 기뻐서 고개를 젖히고 호탕하게 웃었다.
'너무 좋다. 누가 보물을 사가도 상관없다. 어차피 우리는 크게 벌 거니까!'
사 번 방의 외팔 무황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고함을 질렀다.
"백삼십만 알의 입미지석을 지불하겠소. 진 공자라고 했소? 배짱이 있으면 백오십만 알을 부르시오. 내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겠소! 아니라면 겁쟁이라고 인정하고 꽁무니를 빼든가!"
외팔 무황도 미련한 사람은 아니었다. 진남과 맹목적으로 끝까지 싸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이게 함정일 수도 있지 않는가.
차라리 진남이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 편이 나았다.
사방팔방의 시선이 육 번 방에 쏠렸다.
'백오십만 알의 입미지석은 보물 가치의 두 배다. 진 공자가 겁쟁이라고 인정할까? 아니면 계속 가격을 부를까?'
거물들도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봤다.
"당신이 이겼소!"
진남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성심성의인 것을 봐서 내 자비를 베풀겠소. 보물은 당신에게 양보하겠소. 너무 고마워하지는 마오, 내가 당신에게 베푸는 은혜요."
쿵!
수사들은 황당했다. 거물들도 황당했다. 외팔 무황도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다.
'자비를 베풀어서 양보한다고? 너무 고마워하지 말라고? 이게 은혜라고?'
'뻔뻔하다! 너무 뻔뻔해! 어쩜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 있을까!'
"좋소, 좋아. 아주 좋소."
외팔 무황은 화 때문에 머리가 굳어서 좋소만 연발했다.
"진 공자 참 훌륭하오. 오늘 내 식견을 넓혀줬소. 겁쟁이에 배짱도 없으면서 건방을 떨기는! 경고하는데 하역에서 나를 마주치지 마시오. 아니면 모든 화는 입에서 시작된다는 걸 똑똑히 가르쳐주겠소."
외팔 무황은 반보 무존 경지라서 존엄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진 공자가 여러 번 그를 도발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진남을 죽이겠다고 결심했다. 최소 다리를 부러뜨리든가 혀를 자르든가 해야 화가 풀릴 것 같았다.
"외팔 무황의 말이 맞소. 진씨 성을 가진 당신, 하역은 당신이 사람을 속이고도 멀쩡히 살아갈 수 있는 데가 아니오."
궤검황도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