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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84화 (184/1,498)

184화 고용 경매의 시작

"무엄하다고?"

진남이 뒷짐을 지고 웃으며 말했다.

"하인들이 무슨 자격으로 감히 짖어대느냐? 경고하는데 나를 화나게 하지 말거라. 내가 화나면 상도맹도 너희들을 보호하지 못한다!"

팽어와 청심객잔의 주인은 깜짝 놀랐다.

그들 두 사람은 무황 경지의 강자들이었다. 그런데 고작 반보 무왕 경지인 녀석이 그들을 깔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팽어와 청심객잔 주인은 눈에서 불이라도 뿜을 기세였다. 그러나 그들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진 공자의 오기가 거짓으로 꾸며낸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우러난 것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혹시 진 공자가 진짜로 신분이 대단해서 그들이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이라면 추후 상도맹도 그들을 보호 못 할 수 있었다.

"진 공자 왜 그렇게 말하십니까? 소녀와 한 가마에 앉기 싫으면 거절하면 됩니다. 저는 속상하긴 하겠지만 억지를 부리지는 않을 겁니다."

백의 여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부드럽고 간드러진 목소리가 사람들 마음속에 흘러들어 저도 몰래 보호 욕구를 일으키고 진남을 적대시하게 했다.

'맞아! 거절하면 되지 저렇게 거만하게 굴 필요가 있어?'

"진씨 놈아!"

이때 홍풍 태자가 먼저 나서서 두 눈에 핏발을 세우며 말했다.

"네 이놈, 감히 성녀를 속상하게 하다니, 내 오늘 너를……"

"어디서 굴러온 폐물이냐? 썩 꺼지지 못할까!"

홍풍 태자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진남이 눈길도 주지 않고 호통쳤다.

홍풍 태자는 멍청하기 그지없었다.

지난번에도 성녀를 위해 나섰다가 이천 개의 입미지석과 스물세 개의 왕도지기 잔편을 잃었다.

그런데 지금도 성녀가 수작을 부리니 또 홀려서 참지 못하고 진남에게 도전했다.

'한 나라의 태자이고 현급 이품의 무혼을 가진 천재가 이 정도의 수준이라니…….'

진남은 그가 무척이나 한심했다.

"오늘 넌 내 손에 죽었다!"

홍풍 태자가 고함을 질렀다. 그는 오늘처럼 화가 난 적이 없었다. 그는 이 녀석을 죽여야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화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

"감히 우리 주인님에게 손을 대?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용호요종이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강황성에 온 이후 한 번도 싸움을 못 한 그는 이미 몸이 근질거린 지 오래였다.

그는 홍풍 태자의 뺨을 때렸다.

비명이 들리더니 홍풍 태자는 뺨을 맞고 삼백삼십 척 밖으로 날아갔다. 그에게 부딪힌 철벽들은 산산이 부서졌다.

"고작 사람 홀리는 수단을 사용하다니, 같잖구나."

묘묘 공주는 하찮다는 듯 콧방귀를 끼었다.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에 콕콕 박히고 목소리는 우레처럼 사방팔방에서 울렸다.

쿵!

사람들은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어서 정신을 못 차렸다.

팽어와 청심객잔 주인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진 공자의 신분은 과연 보통이 아니었다. 신변의 호위들이 무종 경지의 실력을 갖추었고 비범했다. 무황 경지 일 단계의 강자가 온다고 해도 그들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여러분, 강황성의 규칙을 어기지 마시오. 경매에 참여하고 싶으면 얼른 들어오시오."

이때 강황의 목소리가 경매장에서 울렸다.

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육이 존자가 반 공중에 나타났다. 그는 현장을 훑어보더니 먼저 백의 여인에게 말했다.

"성녀, 경매가 곧 시작됩니다. 얼른 안으로 드시지요."

육이 존자는 시선을 돌려 진남을 보더니 입가를 비틀거리며 말했다.

"진 공자도 이만 안으로 들어가는 게 어떻소?"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진남은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주변 사람들은 불만스러워도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육이 존자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그는 진남이 일을 저지를까 걱정되었다. 이어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공수하고 말했다.

"여러분, 경매가 곧 시작됩니다. 참가하실 분들은 빨리 안으로 드시기 바랍니다. 다채로운 보물들이 있으니 놓치지 마십시오."

경매장 입구가 다시 북적거렸다.

* * *

고용 경매장은 거대한 광장처럼 생겼다.

맨 앞에 백옥으로 된 무대가 있고 무대 아래에는 고목으로 된 탁자와 의자를 두었는데 자리마다 번호가 있었다.

삼천 자리가 있었는데 모두 사람이 꽉 차서 매우 북적거렸다.

위에는 예순여섯 개의 방이 있었고 방마다 번호가 달려 있었으며 크기와 장식이 다 달랐다. 모두 신분 지위를 나타내는 것들이었다.

"진 공자, 육 번 방입니다."

젊은 시녀가 진남 일행 셋을 안내했다.

"육 번 방? 뭐라? 내가 고작 육 번 방에 앉아야 하느냐? 일 번 방에는 누가 있느냐?"

진남은 일부러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주변의 적지 않은 거물들이 소리에 이끌려 신식을 방출하여 살폈다.

그들은 큰 소리를 낸 사람이 진남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매장 입구에서 벌어진 일을 그들도 보았기 때문이었다.

성녀에게도 함부로 하는 인물인데 그들이 어찌 감히 건드릴 수 있겠는가.

"저…… 일 번 방에는 강황 성주께서 계십니다."

시녀가 말끝을 길게 늘어뜨렸다. 전혀 난처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조롱 섞인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육이 존자에게서 진남을 잘 다스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거만하기 그지없다며? 콧대가 높다며? 그럼 겁먹지 말고 강황에게 달려들지 그래?'

"하하, 진 공자라고 했느냐? 육 번 방에 앉기 싫으면 일 번 방에 와서 같이 앉으면 된다. 혼자 있으니 너무 조용하구나. 그리고 마침 자네와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시녀는 경악했다. 뜻밖에도 강황이 호탕하게 웃으며 큰 소리로 진남을 초청했다. 이 층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나 아래의 수많은 수사들이나 모두 똑똑히 들었다.

역시 그의 말이 끝나자 모든 시선들이 일제히 진남에게 향했다. 다들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강황이 요청하는 걸 보니 저 사람은 신분이 진짜 대단하구나!'

그러나 이어지는 진남의 대답에 사람들은 하마터면 다리가 풀려 넘어질 뻔했다.

진남은 손을 흔들며 하찮다는 듯 말했다.

"됐습니다. 저는 선배와 함께 있기 싫습니다. 강황 선배는 혼자서 여유로움을 즐기십시오. 제 존귀한 신분에 억울하지만 육 번 방에 잠시 머물겠습니다."

"그래? 그럼 진 공자, 시간이 되면 일 번 방에 와서 한잔하자."

강황이 직접 요청해도 거절하고 언행은 존경스럽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도 강황은 화를 내지 않고 예를 갖춰서 대했다.

강황성에서 누가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육이 존자와 백의 여인도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들은 진남의 신분을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강황은 뭔가 아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라면 저렇게 입을 열지 않았을 것이었다.

진남은 육 번 방에 들어서자 미간을 찌푸렸다.

진남은 확신할 수 있었다. 강황은 그의 신분을 의심했거나 아니면 이미 추측했을 것이다.

강황의 말을 생각해보면 결국 진남의 연기를 도와준 것이었다.

방에 들어서자 용호요종과 묘묘 공주가 의문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그들도 이상함을 감지했다.

"강황이 발견했건 말건 계획은 끝까지 성공시켜야 해. 신분이 폭로되면 경매장을 뒤집어 놓아도 상관없어."

진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묘묘 공주는 그나마 차분했다.

용호요종은 무척 흥분했다.

역시 진남다웠다. 그를 따라온 게 맞는 선택이었다. 진남은 어디를 가든 일을 벌였다. 용호요종은 밖으로 뛰쳐나가서 여기 진남이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

귀빈석의 방은 특수 재질로 만들어져서 다른 사람이 정탐하는 것도 방지했다. 안에서 밖을 볼 수는 있지만, 밖에서 안을 볼 수 없었다. 현묘하기 그지없었다.

거대한 경매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하역에서 유명한 사람들 혹은 한창 빛을 발하는 천재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서 흥분된 표정으로 경매를 기다렸다.

"도우 여러분,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고용 경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이번 경매를 책임진 경매관입니다. 저를 소금(小金) 혹은 금심(金心)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우아한 중년 사내가 사람들 앞에 나섰다.

중년 사내의 뒤에는 여섯 명의 아름다운 여인이 따랐다. 그녀들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고 유혹술을 연마했는지 큰 매력을 풍겼다.

"이번 경매에서 경매할 보물은 모두 오백예순 세 개입니다."

소금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는데 억양에 마력이 가득해서 듣는 이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많은 수사들이 우레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환호성은 어찌나 큰지 하늘을 뒤흔들 것 같았다.

"여러 선배들도 이미 와계시니 쓸데없는 말로 여러분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바로 첫 번째 보물부터 올려드리겠습니다!"

소금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

백옥 무대 뒤에서 여덟 명의 검붉은 갑옷을 입은 수사들이 나왔다. 수사들은 모두 반보 무종 경지의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붉은 천을 덮은 거대한 황금 유리 전시대를 들고나왔다.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황금 유리 전시대를 무대 중앙에 내려놓자 소금이 높게 외쳤다.

"첫 번째 보물은 단약입니다. 이 단약은 상처를 치료하는 성약입니다. 사용자가 무황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으면 경맥이나 내단, 내영의 상처까지 전부 순식간에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것의 이름은……구보십전수(九補十全水)입니다!"

소금이 높게 외치며 손을 뻗어 붉은 천을 벗겼다. 거기에는 흰색의 투명한 옥병이 있었는데 옥병 안에 몽환적인 파란색 액체가 있었다.

"경매 시작 가격은 입미지석 삼백 개입니다. 입찰할 때 입미지석 오십 개씩 가격을 얹을 수 있습니다."

소금의 말이 점점 속도가 붙었다.

경매장의 무황 경지를 돌파한 수사들을 제외한 많은 수사들은 모두 마음이 끌려서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단약을 쳐다봤다.

무도세계에서 누구나 어느 정도의 상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몇 년 동안 회복하지 못한 것을 구보십전수가 해결해준다고 하니 꿈에도 그리던 물건이었다.

"삼백오십 개!"

"사백! 나는 사백 개를 지불하겠소!"

"육백 개! 누가 내 것을 빼앗을 테냐!"

"……"

경매장은 열기가 가득했고 가격이 계속 올랐다.

육 번 방의 진남도 눈이 반짝거렸다. 상처 입은 내단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구보십전수는 마침 그에게 필요했다. 그는 특유의 거만한 말투로 외쳤다.

"이천 개의 입미지석을 지불하겠다!"

진남의 말은 뜨겁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었다. 모든 시선이 진남에게 쏠렸다.

무왕단 이천 알도 아니고 입미지석 이천 개라니, 구보십전수가 비싸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가치는 되지 않았다.

이 번 방에는 육이 존자와 백의 여인이 있었다. 그들의 눈빛도 반짝거렸다. 그들은 진 공자가 구보십전수를 한방에 이렇게 높은 가격으로 올릴 줄은 몰랐다.

"입미지석 이천 개요? 다른 가격을 제시할 분 계신가요? 하나, 둘…… 셋, 좋습니다. 구보십전수는 육 번 방에 계신 분에게 드리겠습니다. 경매가 끝나고 뒤로 오셔서 계산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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