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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83화 (183/1,498)

183화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육이 존자는 진남을 바라봤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고 전혀 긴장하지 않은 채 말했다.

"광 대사라고 하셨지요? 이 물건은 제가 금지에서 꺼내 온 것입니다. 이것들은 그곳의 영향을 받아 같은 기영으로 동화되었습니다. 흔히 보는 현상이죠. 게다가 기영이 같은 것은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닐 듯합니다. 세 개나 다섯 개를 묶어서 경매에 내놓을 수도 있으니 말이죠."

육이 존자의 눈이 반짝였다.

그의 말이 맞았다. 기영이 같은 것은 이상하지만 좋은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시에 연화하여 사용할 수 있기에 더욱 사용자의 마음에 들 수도 있었다.

"저는 상도맹에 대해 호감이 전혀 없습니다. 당신들이 의심스러워하니 그만둡시다."

진남은 일어서서 열네 가지 법보를 거둬들이며 떠나려 했다.

광 대사와 육이 존자는 순간 당황했다.

지금은 이전과는 사정이 달랐다. 육이 존자는 서둘러 말했다.

"젊은이, 우리 상도맹에 불만이 있으면 다 말하오. 게다가 이 물건은 상도맹 경매에 내놓아야 최고가격을 받을 수 있소. 우리는 이 할만 받고 나머지는 다 자네에게 주겠소."

"돈은 상관없습니다."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말했다.

"고용 경매 앞의 그 간판은 어찌 된 일입니까? 당신들이 제 이름을 알 자격은 없지만, 저도 성이 진씨입니다만. 지금 저를 욕하는 게 아닙니까?"

'뭔 개소리야!'

육이 존자와 광 대사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간판에는 분명 진남을 욕했다. 너는 성이 진씨일 뿐이잖아!'

육이 존자는 화를 꾹 참고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진 공자가 싫으면 바로 철수하겠소."

"네. 늙은이, 여섯 귀를 가져 못생겼지만 일 처리하는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진남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듯 칭찬했다.

쿵!

육이 존자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의 여섯 귀는 공법을 수련하느라 생긴 것으로 신이(神耳)였다.

그런데 면전에 대고 귀가 못생겼다고 욕하다니?

그가 일생 동안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여섯 귀가 못생겼다고 하는 것이었다.

"자네!"

육이 존자는 눈을 부릅떴다. 그는 이놈이 고의로 트집을 잡으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저요?"

진남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육이 존자, 제가 존자라고 부르는 건 체면을 세워주는 것입니다. 저는 원래 기괴망측한 사람이 제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게 제일 싫습니다. 그런데 제 법보를 의심할 뿐만 아니라 이런 대우를 하다니!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군요. 하인, 이만 가자."

진남은 조금도 지체 하지 않고 발길을 돌리려 했다.

"저기……"

육이 존자는 화를 절반이나 누르며 다급히 말했다.

"진 공자, 왜 이리 급하게 가려고 하오? 우리 잘 이야기해보자고! 구 대 일. 수익배분을 구 대 일로 할 수 있소. 자네가 구 할을 가져가고 우리는 일 할만 가져가겠소."

진남은 발걸음을 멈추고 웃음 띤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육이 존자, 역시 존자라 대범하네요. 저는 당신 같은 사람과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합니다."

"......."

육이 존자와 광 대사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진남이 화를 낸 것은 일 할을 더 받으려고 한 것임을 그들도 눈치챘다.

그들은 마음속의 의심을 해소했다.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만약 그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물건을 그들에게 판다면 오히려 더 의심했을 것이다.

'흥, 경매가 끝나면 반드시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

육이 존자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진남과 묘묘 공주는 알아채지 못하게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은 서로의 눈에서 기쁨을 보았다.

첫 번째 계획이 성공했다.

모든 것을 상의하고 진남과 묘묘 공주는 정원으로 돌아갔다.

* * *

정원에 남겨진 용호는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졌고 이마에 볼록 솟은 두 개의 혹은 때로는 높이 부풀어 올랐다가 때로는 가라앉았다.

곁에서 지켜보던 원숭이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진남은 그런 그를 힐끔 보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내단을 연마하며 조용히 경매를 기다렸다.

* * *

눈 깜짝할 사이에 사흘이 지나 고용 경매가 시작됐다.

강황성은 이전보다 훨씬 북적거렸고 하역의 수사들이 끊임없이 줄지어 왔다.

고용 경매에 '열한 개의 왕도지기, 세 개의 제황지기'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무종 경지, 무황 경지의 강자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으흠, 이번에 경매장 놈들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구경이나 해야겠어."

용호요종은 중년 미부(美婦)로 변했다.

그는 볼륨 있는 몸매에 붉은색 긴 치마를 입었다. 많은 수사들이 끊임없이 시선을 보냈다. 그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유혹하는 시선을 던지자 수사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묘묘 공주는 코를 훌쩍였다. 그녀는 큰 계획이 아니었다면 반드시 용호요종의 뒤통수를 때렸을 것이다.

너희 둘은 자신의 신분을 꼭 기억해야 해. 이번 일은 중대하니 절대 화내지 말고 눈치를 잘 봐야 해

진남은 자신의 신념을 통해 두 사람에게 전달하고 나서 고용 경매장 입구로 향했다.

경매장은 방원 십 리를 차지하는데 마치 큰 그릇을 엎어놓은 듯했다. 사방에서는 갖가지 영광이 솟구치며 기세가 드넓었다.

회장 입구에는 두 여인이 서 있었다.

각 수사들은 초대장을 들고 안으로 물밀듯이 들어갔다.

그 순간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다.

"외팔 무황이 도착했다."

그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술렁이며 시선을 돌렸다.

외팔 무황은 반보 무존 경지에 도달한 자로써 하역에서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진남이 살펴보니 음침한 눈을 한 노인은 왼팔이 없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자 콧방귀를 끼었다. 그의 콧구멍에서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사람들을 오싹하게 했다.

"외팔 형님, 강황성 안에서는 함부로 기운을 뿜으면 안 되오."

쌩하고 그림자가 내려왔다.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그 사람은 바로 강황성 성주 강황이었다.

"강황."

외팔 무황은 그를 약간 꺼렸다. 무황은 억지로 웃었다.

"맞소. 강황성의 규칙은 모두가 지켜야지."

말을 마친 뒤 그는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황급히 떠났다.

주위를 둘러보던 수사들은 모두 눈이 반짝거렸다. 역시 강황은 대단했다. 외팔 무황은 경지가 대단했지만 그와 싸울 수 없었다.

강황은 주위를 훑어보다가 진남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의 눈에서 이상한 빛이 감돌았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강황이 우릴 발견한 건가?"

진남은 의심스러웠다.

변화지술은 육이 존자도 간파할 수 없으니 강황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진남이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군중 속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백옥처럼 희고 눈썹이 치켜 올라가고 흰 갑옷을 입고 큰 검을 짊어진 청년이 보였다. 그의 뒤를 무왕 경지 최고봉의 강자 네 명이 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많은 별들이 달을 에워싸듯 위풍당당했다.

그 청년의 맞은편에서 붉은 옷을 입은 수려한 용모의 소녀가 왔다.

그 청년과 소녀는 서로 못 본 듯 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초선 제자 일 위 냉건웅(冷健雄)이 오다니!"

"다른 한 명은 이 위를 한 홍부(紅芙)지? 저 여인은 건웅이 일 위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진짜인가 보네."

"물론이지. 홍부와 냉건웅은 현급 사품 무혼의 천재라 당연히 서로 인정하지 않을 거야."

"대체 누가 양대 성지에 뽑힐지 모르겠어."

"……"

사람들의 열띤 토론을 들은 진남은 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강황성에서 온 천재들을 보려고 진남은 일부러 경매장 입구에 서 있었다.

일이 위의 존재가 모두 현급 사품 무혼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두 사람의 경지가 무왕 경지 이 단계에 이르렀기에 약간의 관심이 생겼다. 싸운다면 승자가 누구일지 알 수 없었다.

'무도의 세계는 무혼의 등급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진남이 속으로 되뇌었다.

그는 전신의 혼을 가지고 있어 모든 것들과 싸울 수 있었지만 자만할 수는 없었다.

바로 그때 멀리서 낭랑한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는데 마치 샘물 흐르는 소리같이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려 바라봤다. 냉건웅과 훙부도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고운방의 방주, 청심객잔의 주인이 앞에서 걷고 있었다. 여덟 명의 은색 갑옷을 입은 무왕 경지 최고봉들은 나무 가마를 들고 큰 거리에서 천천히 걸었다. 일부러 기운을 풍기지 않았지만, 말로 할 수 없는 위세를 발산했다.

경매 회장 입구의 양옆에 서 있던 여인들이 큰소리로 외쳤다.

"성녀를 공손하게 맞이합니다."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는 홍풍제국의 태자입니다. 성녀를 오랫동안 뵙지 못했는데 더욱 현묘해지셨군요."

어느새 홍풍 태자가 다가와 공수하며 웃었다. 나무 가마를 향한 그의 눈빛이 뜨거웠다.

"경매할 때 태자와 얘기를 나누겠습니다."

나무 가마 안에서 백의 여인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

"성녀, 고맙습니다."

홍풍 태자는 그녀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었다.

수사들은 눈만 반짝이며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성녀는 신분이 너무 대단하여 어떤 쓸데없는 말을 듣기라도 한다면 수사들에게 큰 재앙이 내려질지도 몰랐다.

그때 진남이 나무 가마를 쳐다봤다.

나무 가마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그도 상대방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진 공자, 언제 하역에 당신 같은 천재가 나타난 거죠? 제 가마를 같이 타고 경매장에 같이 가는 게 어떤지요?"

백의 여인이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진남의 눈에 한기가 서렸다.

경매장 입구에 있던 수사들이 동시에 경이로운 시선으로 진남을 쳐다보았다.

'이 젊은이는 대체 누구지? 성녀는 가마에 어떤 사내도 태운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가마에 타라고 하다니?'

냉건웅과 홍부 그리고 홍풍 태자가 동시에 그를 바라봤다. 외모로 보면 진남은 그들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다. 진 공자는 양대 성지의 선발전에 참가하려고 강황성에 왔을 가능성이 컸다.

"상도맹의 성녀시라고요? 죄송합니다만 당신은 저더러 가마에 타라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

진남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차피 변화지술을 사용해서 아무도 그의 본 모습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끝까지 건방지게 굴 작정이었다.

'성녀라고? 대단하다 이거지? 나는 너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주변의 수사들은 그 소리를 듣고 황당해했다. 감히 성녀에게 저렇게 말하는 사람은 진 공자가 처음이었다.

성녀는 상도맹의 성녀였다. 상도맹은 상역에서 내려온 세력이었다. 설사 하역에 지점을 열었지만, 여전히 강대했다. 양대 성지의 사람들도 그들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다.

"무엄하다!"

팽어와 청심객잔의 주인이 동시에 호통쳤다.

전 하역에 감히 성녀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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