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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82화 (182/1,498)

182화 좋은 계략이 있어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제 묘묘 공주와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야겠어."

그는 이 정원에서 이미 이틀이나 머물렀다. 계속 돌아가지 않으면 묘묘 공주와 다른 사람들이 걱정할 수 있었다.

진남은 서둘러 원숭이의 정원으로 돌아갔다.

진남이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용호요종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진남, 드디어 돌아왔구나. 오늘 확실하게 말하겠다. 상도맹 개자식들의 코를 반드시 납작하게 해줄 거야. 네가 못하겠으면 나 혼자서라도 싸우겠다."

"그래, 절대 그들을 가만두면 안 된다."

묘묘 공주는 얼굴에 서리가 내린 것처럼 살기등등했다.

한쪽에 서 있던 원숭이는 부들부들 떨며 후회했다. 일이 이렇게 번질 줄 알았더라면 그는 몇 알의 입미지석을 탐내지 않았을 것이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이래? 왜 이렇게 크게 화를 내는 거야?"

"이게 다 너 때문이다."

용호요종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나와 묘묘 공주는 고용 경매에 소식을 알아보러 갔다. 그런데 네가 고운방에서의 벌인 일 때문에 육이 존자라는 늙은이가 고용 경매의 입구에 간판을 내걸었더구나."

"간판을 걸었다고?"

진남이 미간을 찌푸렸다.

묘묘 공주가 차갑게 말했다.

"그 간판에 뭐라고 쓰였는지 아느냐? '진남, 묘묘, 용호와 개는 안에 들어올 수 없다.'라고 쓰여있었다!"

웅!

진남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폭발했다.

진남의 두 눈이 싸늘해졌다.

'진남, 묘묘, 용호와 개는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게 뭐야? 상도맹이 우리를 개 취급하는 거나 다름없잖아.'

"좋다, 아주 좋아. 대단한 상도맹이군. 내 물건을 강탈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 비열한 방법까지 쓰는구나!"

진남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상도맹은 비열하고 혐오스러운 방법을 사용했다.

"진남, 그들과 싸울 거냐 말 거냐?"

용호요종은 분노했다.

천룡뇌호의 혈통인 고귀한 그가 개라고 욕을 들었다. 만약 수련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화를 내고 육이 존자와 크게 싸웠을 것이다.

진남은 차가운 눈빛으로 당청산이 그에게 준 영패를 꺼냈다.

파렴치하게 굴면 상도맹 성녀든 육이 존자든 자신의 행동에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용호요종과 묘묘 공주도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들은 무종 경지의 최고봉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무존 경지 강자와 싸울 실력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살황이 직접 온다면 상도맹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진남은 명령을 내리려고 하다가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진남에게는 세 개의 제황지기와 열한 개의 왕도지기가 있었다. 열네 개 법보의 기영은 그의 몸 안에 있는 혼돈지기가 변한 것이어서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마공과의 거래로 변화지술도 있었다.

여러 가지 일이 진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커다란 계획을 세웠다.

"잠깐만."

진남은 당청산의 영패를 다시 저장 주머니에 넣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복수도 복수지만 살황 선배까지 부를 필요는 없어. 나에게 상도맹의 체면을 실추시키고 막심한 손실을 안길 계획이 있다."

"계획?"

용호요종과 묘묘 공주는 어리둥절했다.

용호요종이 화를 내며 말했다.

"진남, 혹시 겁먹은 건 아니지? 고용 경매는 육이 존자가 직접 주관하는데 그 괴물 같은 늙은이를 오라고 하지 않고 우리끼리 육이 존자를 이길 수 있겠느냐?"

"조용히 하거라. 먼저 진남의 계획을 들어보자."

묘묘 공주는 의심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초조해하지는 않았다.

"그게……"

용호요종이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진남은 보호해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도 종주의 아들을 죽이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진남은 뒤로 물러날 사람이 아니었다.

진남은 서둘러 설명하지 않고 원숭이에게 물었다.

"고용 경매는 며칠 남았느냐? 들어가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하고?"

"나흘 남았고 오십 알의 입미지석이 있어야 일반 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귀빈석은 백 알의 입미지석이 필요합니다."

원숭이는 옆에서 성실하게 대답했다.

"여기 두 개의 왕도지기 잔편을 줄 테니 귀빈석 세 장을 사거라. 나머지 백 알의 입미지석은 상으로 너에게 주겠다."

진남은 그에게 남은 두 잔편을 던져줬다.

"예?"

원숭이뿐 아니라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뭐 하려는 거지?'

'분명 삼 흑인이 있어 고용 경매에 못 들어가는데 왜 표를 사려는 걸까?'

"얼른 가보거라!"

진남이 소리쳤다.

원숭이는 놀라서 후다닥 뛰어나갔다. 그는 다른 것은 상관할 필요가 없었다. 입미지석 백 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남, 너 이게……"

묘묘 공주가 의심스러운 듯 말했다.

"너희 둘 내 말 좀 들어보거라."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그의 계획을 술술 말했다.

진남의 계획을 다 들은 용호요종은 흥분하여 얼굴이 붉어졌고 하늘을 쳐다보며 포효할 기세였다.

"대단하다. 이 계획은 정말 대단해! 살황이 와서 그놈들을 마구 죽인다고 해도 이 계획보다 통쾌할 수 없다. 하하하, 이제 상도맹은 비참해지겠구나."

"헤헤, 역시 내 하인답구나. 잘했다. 이번 경매에 좋은 물건이 많으니 나도 가서 사야겠다."

묘묘 공주의 얼굴도 무척 상기되었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다. 묘묘 공주, 용호요종과 그는 이미 문경지교와 같았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뜻이 통했다.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변화지술을 너희 둘에게 알려줄게. 오늘 어느 정도 익혀야 해. 육이 존자가 우리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해."

"변화지술일 뿐이니 절대 문제없다."

용호요종은 거만하게 말했다.

"좋아!"

진남은 신식 옥간에 있는 '홍진변신술(紅塵變神術)'을 용호요종과 묘묘 공주에게 전수했다.

"홍진변신술? 이름도 멋있게 지었군."

용호요종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공법을 배우려 했다. 하지만 공법의 내용을 본 그는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아니 세상에…? 이런 변화지술도 있어……?'

진남과 묘묘 공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련하기 시작했다.

홍진변신술은 수련하고 난 뒤 변신하면, 무존 경지 이상 실력의 강자여야 알아볼 수 있었다.

진남은 무종 경지 강자들이 알아볼 수 없다는 것에 만족했다.

"백반홍진(百般紅塵), 만변도심(萬邊道心)."

"세간무법(世間無法), 자신무상(自身無相)."

"......."

진남은 공법을 수련하는데 푹 빠졌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동자 덕분에 세 시진만에 공법을 전부 장악했다.

"변해라."

진남이 눈을 뜨자, 온몸의 골격과 기운은 전부 천지개벽의 변화를 일으켜 검은 장발을 가진 백면소생(白麵小生)이 되었다.

진남과 가까운 사람이라 해도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다.

"참 늦구나. 이토록 간단한 공법을 이제야 다 배우다니."

바로 그때, 목소리가 부드럽고 몸집이 건장한 남자가 하품하며 말했다.

"풉……!"

진남은 그 생김새를 보고 토할 뻔했다.

'묘묘 공주는 왜 이런 모습으로 변한 거지?"

진남은 이내 한가지 문제점을 깨달았다. 그는 전신의 눈동자 덕분에 수련 속도가 엄청 빨랐다. 그런데 묘묘 공주는 그보다 더 빨리 습득한 것이었다.

진남은 용호산맥의 그 장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묘묘 공주는 본 모습인 선약으로 변했고 용호요종은 유실 약원을 언급했었다.

'공주의 정체도 만만치 않네.'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리고 별생각 없이 용호요종을 바라봤다.

용호요종은 진남과 묘묘 공주가 변신에 성공한 것을 당연히 알아챘다. 그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젠장, 이런 변태적인 공법을 벌써 익혔단 말인가?'

"공주, 거기에 가면 절대 들키지 말아야 해. 알았지? 우리 둘이 고용 경매로 먼저 가자."

시간이 촉박하니 진남은 체격이 큰 남자로 변신한 묘묘 공주를 데리고 곧장 떠났다.

* * *

고용 경매장

상도맹은 강황성에서 일 년에 한 번 경매를 열었다. 매번 개최할 때마다 하역 사방팔방의 강자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귀한 보물이 나온다면 무존 경지의 강자나 양대 성지의 봉주도 왔다.

그러나 올해 고용 경매장에 있는 육이 존자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올해 고용 경매는 그가 주최했다. 하지만 경매가 곧 시작하는데 상도맹이 준비한 보물은 턱없이 부족했다.

"휴."

육이 존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경매가 위에서 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육이 존자라도 처벌을 받아야 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왜 올해는 고용 경매에 귀한 보물을 내놓는 사람이 없는 거냐?"

육이 존자는 진남이 원망스러웠다.

예전에는 고용 경매가 열릴 때마다 수사들이 먼저 찾아와 귀한 보물들을 경매에 내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고용 경매가 좋은 조건을 내걸어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한산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육이 존자는 진남을 다시 떠올렸다. 진남에게 성도지기 잔편과 검보 잔본을 내놓지 않았다면 궁지에 빠지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때 한 노인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존자……! 존자……!"

"무슨 일이냐?"

육이 존자는 표정이 구겨졌다. 그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누가 말을 거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중요한 소식이 아니라면 반드시 불구로 만들어버리겠다고 생각했다.

"경매에 물건을 의뢰한 사람이 있습니다. 게다가 귀한 보물입니다. 지금 광 대사(廣大師)가 아래층에 있습니다."

노인은 서둘러 말했다.

"뭣이라? 얼른 안내하거라."

육이 존자는 몸을 일으켰다.

* * *

화려한 객실에는 향연이 감돌았다.

육이 존자가 도착했을 때는 백면소생과 건장한 남자가 보였다. 그는 상대방의 경지를 힐끗 훑어보더니 반보 무왕 경지와 무종 경지 최고봉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였다. 반보 무왕 경지를 무종 경지의 강자가 호위하는 것으로 보아 내력이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았다.

이외에도 객실에는 백발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얼굴이 불그스름하고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는 탁자 위의 열네 가지 법보를 자세히 응시하고 있었다.

육이 존자는 신식으로 힐끗 훑어보았다. 열한 개의 왕도지기와 세 개의 제황지기라는 것을 알아본 그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러한 귀한 영기들이 있다면 경매의 보물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두 젊은이, 나는 육이 존자요. 이번 고용 경매의 회장이오."

육이 존자는 공수하며 인사했는데 태도가 성실했다.

"네."

백면소생이 된 진남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육이 존자는 속으로 약간 화가 났다. 그는 상대방이 이렇게 거만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부탁을 하는 입장이라 화를 내지 못했다.

그는 백발노인을 향해 물었다.

"광 대사, 지금 상황이 어떻소?"

광 대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존자, 이 열네 가지 법보는 확실히 진짜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소. 이 법보 안의 기영은 모두 같은 기영이오. 참 이상하오."

"같은 기영에 속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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