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싹 쓸어모으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머릿속에 가득한 의문을 신경 쓰지 않고 전신의 왼쪽 눈동자를 움직여 이 장검을 바라봤다. 그는 그제야 모든 걸 알아차렸다.
태고 기운이 장검 속의 핵심대진을 복구하여 몸을 회복시킨 후 기영(器靈, 영이 깃든 도기)으로 변한 것이다.
"베거라!"
진남이 크게 소리쳤다.
왕도지기의 장검이 갑자기 빛을 뿜더니 엄청난 검기로 앞을 향해 날아갔다.
"멈춰라!"
그러자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바로 명령을 내렸다. 강황성 내에서는 함부로 기운을 발휘해서는 안 되었다.
장검은 순식간에 허공에 멈췄다. 뿜어내던 엄청난 검기를 전부 거둬들이고 조용했다. 마치 방금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태고 기운이 왕도지기의 잔편을 복구할 수 있다니! 그뿐만 아니라 복구한 후의 왕도지기는 연화할 필요도 없이 나의 명령을 듣는구나!"
진남은 저도 모르게 냉기를 들이마셨다.
설사 상도맹의 무기 종사도 왕도지기 잔편을 복구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태고 기운은 왕도지기 잔편을 복구하는데 다른 여섯 개의 잔편 밖에 쓰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일곱 개의 왕도지기 잔편만 있으면 진정한 왕도지기를 하나 복구할 수 있었다.
일곱 개의 잔편은 가치가 천사백 알의 입미지석이다. 그러나 진정한 왕도지기는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었다.
"태고 기운은 왼쪽 눈동자와 소통하여 신비한 세계에서 스스로 내려와 스스로 왕도지기의 잔편을 복구했다. 그럼 제황지기의 잔편도 복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심지어 성도지기의 잔편도? 만약 복구에 성공하면……"
진남은 또 냉기를 들이마셨다. 계속 상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강황성에서 완전한 제황지기도 나타나기 힘들었다. 하물며 성도지기는 어림도 없었다.
"너무 빨리 좋아하지 말자. 일곱 개의 왕도지기 잔편으로 하나의 왕도지기를 복구할 수 있어! 제황지기와 성도지기를 복구하려면 마찬가지로 그만한 양의 같은 등급의 잔편이 필요할 거야!"
진남이 중얼거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태고의 신비한 기운은 매번 전신의 왼쪽 눈동자가 소통했다. 그러나 아직 방법을 모르겠어. 만약 왕도지기 이상을 복구하려면 어떻게 이 태고의 신비한 기운을 얻는지부터 알아야 해."
진남의 두 눈이 점점 더 반짝거렸다.
법보를 복구하는 데 제일 중요한 건 충분한 태고의 신비한 기운이었다.
"지난번에 얻은 건 내가 전신의 혼을 진급할 때였어. 이번에 얻은 것도 내가 전신의 혼을 진급할 때였어. 이렇게 보면 태고의 신비한 기운은 무혼을 진급하는 것과 같은 도리로 충분한 단약을 복용해야만 전신의 혼이 얻을 수 있는 건가?"
생각하던 진남의 머릿속에 영광이 스쳤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가부좌를 하고 앉아 몸에 지니고 있던 무왕단을 모두 꺼내 복용하기 시작했다.
십만 알!
팔십만 알!
백만 알!
진남이 남은 백만 알의 무왕단을 모두 삼켰지만, 전신의 혼은 진급하지 않았다. 전신의 왼쪽 눈동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가서 무왕단을 더 바꿔야겠어!"
진남은 낙심하지 않고 재빨리 나가 무왕단을 바꾸러 갔다.
강황성 안에서는 다들 입미지석으로 거래했다. 왜냐하면 입미지석이 수련을 도와 무도의 경계를 돌파하는 효과가 무왕단 등 단약보다 더 강했기 때문이다.
한 알의 입미지석은 다른 곳에서는 십만 알의 무왕단 밖에 바꾸지 못했지만, 강황성 안에서는 삼십만 알이나 바꿀 수 있었다.
진남은 한꺼번에 천 알의 입미지석을 꺼냈다. 수량이 너무 많아 무왕단으로 바꾸지 않고 삼백만 알의 무종단과 바꿨다.
"계속해 보자!"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무종단을 꺼내 삼켰다.
삼천 알!
칠천 알!
진남이 만 알의 무종단을 삼켰지만 전신의 혼은 여전히 진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전신의 왼쪽 눈동자에서 갑자기 한 갈래 현묘한 광채가 뿜어 나와 진남을 뒤덮어 태고의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데려왔다.
끝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오래된 세계가 떠 있었다. 신비한 세계가 허공을 지나 태고의 기운을 내려보내 진남의 몸에 들어갔다.
"성공했어! 과연 단약이 필요하구나!"
진남은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
이번에 그는 스스로 태고의 기운을 끌어 몸 안에 들어오게 하고 그것이 손가락 끝으로 나가 왕도지기의 잔편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단전 속에 남겼다.
태고의 기운은 진남의 의지를 따라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태고의 기운은 혼돈지기라고 부르자. 지금 급한 건 왕도지기의 잔편을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혼돈지기를 더 많이 모으는 것이다. 나중에 다시 이 혼돈지기가 얼마나 많은 현묘함이 있는지 시험해보자."
진남이 중얼거렸다.
혼돈지기는 지난번에 그의 신식을 열 배나 넓혔다. 이번에 왕도지기 잔편을 복구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혼돈지기가 가진 능력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걸 충분히 설명했다.
"계속 단약을 복용하자!"
진남은 정신을 집중하고 단약을 한 줌씩 잡아 입에 넣어 게 눈 감추듯이 삼켰다. 만약 다른 사람이 봤다면 틀림없이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만 알!
이만 알!
팔만 알!
십만 알!
꼬박 오십만 알의 무종단을 삼켰을 때 진남의 몸 안에 스물여섯 갈래의 혼돈지기가 모였다. 그리고 그의 등 뒤의 전신의 혼이 드디어 아홉 번째 빛을 반짝거렸다.
"전신의 혼이 현급 구품을 돌파했어."
진남의 눈에 희색이 번뜩였다.
전신의 혼은 매번 등급이 상승할 때마다 수련의 속도가 변할 뿐만 아니라 그의 온몸에 막강한 영향을 끼쳤다.
"계속하자!"
진남은 빠르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시 한번 무종단을 움켜쥐고 입에 넣었다.
십만 알!
팔십만 알!
이백만 알!
이백사십구만 알!
진남이 남은 무종단을 모두 삼켰을 때 전신의 혼이 다시 한번 포효했다. 열 번째 파란빛이 그의 등 뒤에서 빛나더니 전신의 혼이 현급 십품의 무혼으로 변했다.
"현급 십품이다."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현급 팔품 무혼에 여러 봉주들과 살황은 놀라워했다. 그렇다면 현급 십품 무혼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진남의 무혼은 전 하역의 최고의 천재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몸속에 백오십일 개의 혼돈지기가 쌓였어."
진남의 두 눈이 빛났다.
백오십일 개의 혼돈지기다. 만약 충분한 잔편(殘片)이 있으면 백오십일 개의 왕도지기를 복구할 수 있었다.
백오십일 개의 왕도지기는 동시에 운행한다면 온 강황성을 진압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재산으로 바꾼다면 엄청난 숫자가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먼저 남아있는 왕도지기 잔편을 전부 복구하자."
진남은 생각을 굳혔다. 그의 몸속에 축적되었던 혼돈지기가 손끝에서 뿜어져 나와 각각 두 왕도지기의 잔편 위에 떨어졌다.
두 왕도지기의 잔편은 각각 잔탑(殘塔)과 잔종(殘鐘)이었는데 혼돈지기를 흡수한 뒤 빛을 반짝이며 핵심대진을 복구했다. 주변에 있던 열두 개의 왕도지기 잔편이 전부 부서져 그 속에 녹아들었다. 혼돈지기가 그 속에서 기영으로 진화했다. 몇십 번 호흡하기도 전에 보탑(寶塔), 보종(寶鐘)을 성공적으로 회복했다.
진남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두 왕도지기와 장검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잔편을 사야겠어. 나한테 아직 만 이천 알의 입미지석이 있으니 많은 잔편을 살 수 있을 거야.'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홍풍 태자가 진남에게 스물세 개의 왕도지기 잔편을 배상했다. 스물한 개는 이미 소진되었고 나머지 두 개로는 복구할 수 없었다.
진남은 마음을 정한 뒤 빠르게 밖을 나섰다.
* * *
검금타누 거리
고운방에서 누군가 성도지기(聖道之器) 잔편과 검존자의 검보 잔권을 얻었다는 소문이 이미 쫙 퍼졌다. 덕분에 무사들이 고운방에 모여들어 경매에 참여했다.
검금타누 거리의 다른 노점상들은 괴로웠다. 그들의 오늘의 수입이 평소보다 열 배는 줄었기 때문이었다.
"도우, 이 잔편들은 얼마요?"
진남이 노정상 앞에 서서 한 무더기의 잔편을 가리키며 물었다.
"하나에 입미지석 백 알이요."
노점상은 눈이 번쩍이더니 얼른 말했다.
"도우, 우리는 고운방과 다르오. 우리는 금제를 두지 않소. 이 잔편들은 오래된 금지구역에서 가져온 것들인데 누구나 다 사갈 수 있소."
"그렇군."
진남은 중얼거리며 망설였다. 그는 곤란한 척하며 육백 알의 입미지석을 꺼내 잔편 여섯 개를 샀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동자를 통해 이 여섯 개의 잔편에 하나의 제황지기 조각과 다섯 개의 왕도지기 조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노점상은 속으로 기뻐했다. 그는 이 여섯 개의 잔편을 다방면으로 탐측했고 상도맹의 감정사까지 찾아갔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그렇기에 이번에야말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했다.
진남은 노점상의 생각을 모른 척하고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진남은 오전 내내 시간을 들여 모든 노점의 값진 잔편을 몽땅 샀다. 그는 사천 알의 입미지석으로 열 개의 제황지기 잔편과 서른 개의 왕도지기 잔편을 샀다. 성도지기의 잔편은 하나도 없었다.
"검금타누 거리는 다 돌았어. 이제 수보가(售寶街)에 가보자."
진남은 속으로 약간 실망했다. 그가 오전에 구매한 잔편으로는 하나의 제황지기와 네 개의 왕도지기밖에 복구할 수 없다.
그가 떠난 후 이틀 동안 검금타누의 거리에 와 보물을 건지려고 했던 수사들이 노점상에서 사간 잔편들은 하나같이 모두 허탕이었다.
한두 번이면 몰라도 수십 번, 수백 번 다 허탕이었다. 수사들은 검금타누 거리의 노점상들이 일부러 거짓 소문을 냈다고 욕했다.
노점상들도 앓는 소리를 했다. 그들은 고운방에서 성도지기의 잔편과 검보 잔권을 발견한 사람이 자신들의 잔편을 사간 삼 흑인이 있는 청년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은 크게 후회했다.
그 뒤로 진남은 여러 수보각(售寶閣)을 돌아다녔다.
비록 상도맹이 그를 다방면으로 막았지만, 그가 지불한 가격이 넉넉했기 때문에 많은 잔편을 살 수 있었다. 그는 가지고 있던 입미지석을 전부 써버렸다.
"스물한 개의 제황지기 잔편, 육십삼 개의 왕도지기 잔편."
진남은 정원 한가운데에 서서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각양각색의 잔편들을 보자 눈빛이 불타올랐다.
진남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먼저 아홉 개의 혼돈지기를 내뿜어 각각 아홉 개의 왕도지기 위에 떨어뜨려 빛나게 했다. 그러자 왕도지기들의 핵심대진이 복구되고 혼돈지기는 기영이 되어 다시 빛났다.
"다음은 제황지기야."
진남은 세 개의 혼돈지기를 다시 내뿜었다. 하지만 제황지기 잔편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응? 한 개의 혼돈지기로는 부족한 건가?"
진남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혼돈지기를 더 방출했다.
한 개, 세 개…… 연속 스물일곱 개를 더 방출하자 세 개의 제황지기 잔편이 회복되면서 엄청난 광채를 풍겼다.
"제황지기를 복구하려면 열 개의 혼돈지기가 필요하구나. 그래도 아직 내 몸속에는 백여덟 개의 혼돈지기가 아직 더 있어."
진남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세 개의 제황지기!
열한 개의 왕도지기!
이 법보들은 그 가치를 감히 측정할 수 없어서 다 판다면 크게 한몫 벌 수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