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설마 회복된 건가?
진남이 미쳐 날뛰었다!
'진짜 내가 만만한 줄 아나? 내가 배후에 세력이 없는 줄 아나?'
'오늘 만약 진짜 나를 화나게 하면 영패를 써 살황 선배를 오라고 할 것이다! 설사 하늘 땅이 뒤집어 질지라도!'
"무엄하다!"
육이 존자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엄청난 위압이 그의 몸에서 뿜어 나왔다.
'감히 반보 무왕 경지가 우리 성녀의 노여움을 사고 지금 나에게 대들다니? 살고 싶지 않은 게구나!'
이때 강황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육이 존자, 한 마디 경고하는데 침착하시오. 강황성에는 강황성의 규칙이 있소. 설사 양대 성지의 봉주께서 오시더라도 내 체면을 봐서 강황성 안에서 무력을 쓰지 않으시오."
"강황, 당신!"
육이 존자는 안색이 변했다. 그는 강황이 진남을 감싸주기 위해 직접 자신을 막을 줄 생각지 못했다.
순간 강황과 육이 존자가 대치하는 위압이 소용돌이처럼 사방팔방을 향해 밀려갔다. 수많은 강황성의 무인들이 안색이 변했다.
팽어 등은 더욱 간담이 서늘했다. 그들은 작은 내기가 양대 거물이 대치하는 상황을 만들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됐소, 강황. 내 오늘 자네 체면을 봐주겠소."
육이 존자가 마음속의 분노를 누르고 진남을 바라보며 비할 바 없이 싸늘하게 말했다.
"진남, 오늘부터 온 강황성에서 아무도 너에게 물건을 팔지 않을 것이고 아무도 너의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강황성을 나가면 어떻게 될지는 알아서 생각하거라!"
말을 마친 육이 존자는 더 말하지 않고 발끝을 튕겨 사라져버렸다.
강황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는 줄곧 상도맹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육이 존자가 그의 앞에서 이토록 방자하게 굴었다. 더구나 그는 진남이 마음에 들었던지라 더욱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육이 존자를 막는 건 쉽지 않았다. 상도맹의 협공은 그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진남아."
강황은 안색이 부드러워지더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일로 강황성에 왔느냐?"
"성주께 아룁니다. 저는 양대 성지의 제자선발에 참석하려고 왔습니다."
진남이 공손하게 공수하고 말했다.
그와 강황은 우연히 만났지만, 강황이 그를 위해 육이 존자에게 밉보였다. 그의 배포에 진남은 탄복했다.
"그럼 너 이 영패를 잘 간직하거라. 두 달 후의 제자선발에 너는 이 영패로 성주부로 오거라."
"강황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저는 꼭 마음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진남이 정중하게 말했다.
"됐다. 나는 이만 가겠다. 제자선발대회에서 너의 성과를 기대하마."
강황이 가벼운 미소를 짓더니 몸을 날려 사라졌다.
양대 거물이 떠나자 삼층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팽어 등 세 사람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쌀쌀맞은 목소리라 울려 퍼졌다.
"이제 정산해야지!"
진남의 눈길이 홍풍 태자를 향했다.
홍풍 태자는 심신이 싸늘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팽어와 목 대사를 바라보았다. 눈에 간청이 가득했다.
팽어와 목 대사는 무표정한 얼굴을 했다. 그들 상도맹이 진남을 상대한다고 하여 홍풍 태자를 도와야 한다는 건 아니었다.
"진남……"
홍풍 태자가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말했다.
"나는 지금 입미지석이 이천여 개밖에 없다. 그리고 스물세 개의 옥도지기의 잔편이 있다. 이것들을 주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으면 안 될까……?"
"그래도 돼."
진남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홍풍 태자는 그를 여러 번이나 괴롭혔다. 그렇기에 그가 불쌍해도 진남은 절대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홍풍 태자는 이를 악물고 저장 주머니를 건네주고는 잠시도 더 머무르지 않고 재빨리 떠났다.
"이건 너희들의 입미지석이다."
진남이 입미지석을 지불하고 성도지기의 잔편, 그리고 검보 잔권과 구리거울 하나까지 모두 주머니에 넣었다.
팽어와 목 대사는 억지로 뺏고 싶었지만 방금 강황의 태도에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만약 진짜 그렇게 한다면 그들 상도맹의 명성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었다.
진남과 사마공은 계속 머무르지 않고 바로 떠났다. 어차피 그들은 이번에 와서 이미 충분한 입미지석을 벌었다.
* * *
한 평범한 정원 안
사마공이 불같이 뜨거운 눈길로 말했다.
"진남, 다른 건 난 다 싫소. 그 검보 잔권만 나에게 주면 자네에게 흑인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주겠소!"
"검보 잔권?"
진남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검보 잔건은 검존자께서 남기신 거라 존자의 검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치가 성도지기의 잔편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당신은 흑인을 없애는 방법이 그것과 비교가 된다고 생각합니까?"
"그게……"
사마공은 안색이 끊임없이 변하더니 끝내 이를 물고 말했다.
"자네에게 흑인을 없애는 방법과 변화지술을 주겠소! 다만 자네는 그 성도지기의 잔편도 나에게 줘야 하오!"
"응?"
진남의 눈이 반짝거렸다.
사마공의 변화지술을 그는 직접 본 적 있었다. 그의 변화지술은 현묘하기 그지없었다. 만약 배운다면 나중에 꼭 쓸모가 있을 것이었다.
"좋습니다!"
진남은 두말 않고 검보 잔권과 성도지기 잔편을 모두 사마공에게 던져줬다.
"헤헤, 나는 자네처럼 이렇게 통쾌한 사람을 좋아하오!"
사마공은 신식 옥간을 꺼내 진남에게 건네줬다.
그는 하역에서 종횡무진할 때 변화지술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 만약 보통 물건이라면 그는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검보 잔권은 그에게 있어 진짜 쓸모가 컸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동자를 움직여 신식 옥간을 훑어봤다. 공법이 문제없고 부족한 부분이 없는 걸 확인하고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형씨, 나는 이만 먼저 가겠소. 이 정원은 자네에게 주겠소.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납시다!"
사마공은 헤헤 웃으며 뚱뚱한 몸을 날려 곧장 떠나갔다.
"사마공은 좀 특별한 면이 있구나."
진남은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사마공이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많은 비법도 있어 신비하기 그지없었다. 내력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이제 이번 수확이 얼마나 되는지 보자."
진남의 눈이 불처럼 뜨거워졌다. 그는 자신의 저장 주머니를 하나하나 열었다.
그는 고운방 이 층에서 도합 아홉 번을 이겨 총 만 사천사백 알의 입미지석을 얻었다. 또 홍풍 태자의 이천여 알의 입미지석을 합하면 모두 만 육천 알이다. 거기서 삼 층에서 쓴 입미지석을 빼면 모두 만 삼천 알이다.
그 외에 홍풍 태자에게서 스물세 개의 왕도지기 잔편을 받아냈다. 각각 이백 알의 입미지석의 가치가 있었다.
"고운방에 한번 다녀왔을 뿐인데 수확이 이렇게나 클 줄이야!"
진남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만약 이 입미지석들을 모두 무왕단으로 바꾼다면 엄청난 숫자일 것이다.
'바꾼 무왕단으로 전신의 혼을 진급하면 어느 정도까지 진급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그것도 얻었어!"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저장 주머니에서 구리거울을 하나 꺼냈다.
구리거울은 두 손만 했다. 위에 오래된 꽃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한데 엉켜 마치 신마의 그림자처럼 더없이 예스러웠다.
이 구리거울은 바로 진남이 그때 선택한 세 잔편 중 하나였다. 또 진남이 아직 펼치지 않은 잔편이었다.
이 구리거울의 기운은 그의 전신의 왼쪽 눈동자마저 정탐할 수 없었다.
"나중에 경지가 더 강해지면 반드시 너의 비밀을 모두 풀 것이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심신을 안정시키고 지금의 형세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상도맹 성녀에게 밉보였을 뿐만 아니라 또 육이 존자와 사이가 틀어졌다. 상도맹과는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이제 양대 성지의 제자선발과 두 달이란 시간이 남았다. 그 동안 그는 계속 강황성에 있어야 하고 상도맹의 탄압을 받아야 했다.
"상도맹 이따위로 나오다니.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어."
진남의 눈에 한기가 번뜩였다. 그는 더 생각지 않고 저장 주머니에서 삼백만 알의 무왕단을 꺼냈다.
이 삼백만 알의 무왕단은 그가 현령종에 있을 때 마전에게 팔아 얻은 것이었다. 전신의 혼이 현급 팔품에 진급한 후 그는 줄곧 그것들을 쓸 시간이 없었다.
"전신의 혼을 현급 구품으로 올릴 수 있는지 보자."
진남은 결심하고 무왕단을 꺼내 입에 넣었다.
십만 알!
이십만 알!
백만 알!
이백만 알의 무왕단을 먹을 때까지 전신의 눈은 여전히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진급하면 할수록 단약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하구나……"
설사 지금 그가 대단한 부자라 해도 한꺼번에 이백만 알의 무왕단을 써버리자 가슴이 아팠다.
"계속 먹자!"
진남은 또 무왕단을 한 줌 집어 입에 넣었다.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전신의 왼쪽 눈동자가 갑자기 펑펑펑하고 뛰기 시작하더니 한 가지 현묘한 힘이 순식간에 진남을 덮었다.
휙!
진남은 천지가 뒤집히는 것 같았다. 주위의 모든 것이 완전히 변해 칠흑같이 어두워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타원형의 빛이 조용히 떠올랐다. 그 빛 아래에 옛날부터 지금까지 영원히 변하지 않은 더없이 넓은 신비한 세계가 있었다.
"이건……"
진남의 안색이 변했다. 이건 그가 현령종에서 전신의 혼을 진급할 때 전신의 눈에 나타났던 이변이었다.
쿵!
칠흑 속에 떠올랐던 옛 세계가 마치 모종의 부름을 받은 것처럼 끝없는 허공을 가르고 기운이 날아와 진남의 몸 안에 흘러 들어왔다.
정신을 차린 진남은 기쁜 기색을 지었다. 이 신비한 기운이 흘러 들어오자 그의 신식이 열 배 넓어졌다.
이때 갑자기 놀라운 이변이 발생했다.
이 태고의 기운은 지난번과 완전히 달랐다. 진남의 식해(式海; 신식의 바다)에 흘러들지 않고 그의 경맥을 따라 한 바퀴 돌아 그의 손가락에서 뿜어 나와 왕도지기의 잔편에 들어갔다.
왕도지기 잔편은 단검이었다. 핵심대진이 이미 파손되어 절반밖에 남지 않았고 도기 속의 영은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태고 기운이 들어오는 순간 단검이 갑자기 윙윙하고 소리를 내더니 파손된 핵심대진이 짙은 생기를 주입한 것처럼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퍼져 눈 깜짝할 사이에 원 상태를 회복했다.
펑! 펑! 펑!
단검의 주위에 여섯 개의 왕도지기 잔편이 갑자기 터졌다. 여러 갈래의 끝없는 빛으로 변해 단검 속에 흘러들었다. 파손되었던 칼날이 기적처럼 자라나고 세 번 호흡하는 시간도 안 돼 완전체가 되어 피처럼 새빨간 장검으로 변했다.
철컥!
놀랍고 빛나는 검기가 새빨간 장검에서 뿜어 나왔다. 더 이상 예전의 파손되고 조용하던 모습이 아니라 위력이 엄청난 왕도지기가 되었다.
"설마 회복된 건가?"
진남의 안색이 갑자기 흔들렸다.
'전신의 왼쪽 눈동자가 일으킨 신비한 세계에서 내려온 기운이 왕도지기의 잔편을 정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니?'
그가 의문스러워할 때 혈맥이 이어지는 느낌이 시뻘건 장검에서 갑자기 그의 마음속으로 전해 들어왔다. 마치 장검이 그와 혈약(血約)을 맺은 것처럼 그와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