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내가 그렇게 만만해?
"어떻게 이럴 수가! 이건 성도지기의 잔편이다! 어떻게 이 중에 성도지기의 잔편이 있을 수 있지?"
목 대사의 말에 홍풍 태자와 팽어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성도지기라고? 이 폐편이 성도지기라고?'
하역이라고 해도 제황지기의 잔편조차도 무척이나 보기 힘들었다. 그러니 성도지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강황성 안에서는 연속 이 년 동안 성도지기의 잔편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마공의 가늘게 뜬 눈에서 순식간에 빛이 반짝이더니 더없이 격동했다.
'역시 진남이군. 상도맹도 발견하지 못한 성도지기 잔편을 발견하다니, 이제 대박 나겠군!'
진남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성도지기 속의 진법은 절반뿐입니다. 때문에 잔편이 깊이 잠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방금 제가 손가락으로 영기를 넣어줘 다시 깨어나게 했습니다."
목 대사, 홍풍 태자와 팽어는 안색이 크게 흔들렸다.
'성도지기 잔편 속의 진법을 보아 내다니!'
'정확히 영기를 안에 넣어 진법을 움직이다니! 어떤 동술이길래 그걸 발견할 수 있을까?'
목 대사와 팽어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진남이 해낸 일은 상도맹 본부의 감정대사 몇 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 성도지기의 잔편은 가치가 어느 정도 됩니까?"
진남이 화제를 돌렸다.
"그게……"
팽어, 홍풍 태자와 목 대사의 안색이 일제히 창백해졌다.
존도지기의 잔편 하나가 팔천여 알이고, 성도지기의 잔편은 존도지기의 열 배일 것이었다. 하지만 성도지기의 잔편은 구하기 매우 힘들어 열 배를 부른다 해도 사기 어려웠다.
다시 말해 이 성도지기의 잔편은 홍풍 태자의 세 존도지기의 가격보다 훨씬 더 비쌌다.
이번 내기는 홍풍 태자가 진 것이었다.
팽어의 안색이 끊임없이 변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진남, 이 성도지기의 잔편은 안에 진법이 절반밖에 남지 않아 가치가 많이 떨어진다. 만약 우리 상도맹에서 산다면 많아야 입미지석 만 개를 쓸 거다! 그러니 이 시합은 네가 졌다!"
'만 알의 입미지석이라고?'
격동하던 사마공의 안색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성도지기의 잔편은 속의 진법이 절반이 손상되었다 해도 사만 알의 입미지석에 파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그런데 팽어가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가격을 후려치다니!'
'상도맹 이 잡것들이 진짜 이 사마 나리를 만만하게 본다 이거지?'
홍풍 태자는 이 말을 듣자 창백해졌던 안색이 조금씩 밝아졌다.
'네가 대단하면 어쩔 건데? 그렇다고 해도 결과는 역시 네가 진 것이다!'
"졌다고요? 이번 시합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이때 진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는 손으로 두 번째 잔편을 집어 들었다.
두 번째 잔편은 수피(樹皮)였다. 수피 위에 이미 희미해진 글자가 가득했는데 조금도 특이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마공을 포함한 팽어, 홍풍 태자와 목 대사는 심장이 세게 떨렸다.
'이번 시합이 방금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무슨 뜻이지? 설마 이 볼품없는 수피도 성도지기의 잔편이란 말인가?'
진남은 아예 그들을 무시했다. 그가 의념을 움직이자 열염금갑체결이 몸 안에서 돌기 시작했다. 그의 손바닥 위에 불꽃이 일기 시작하더니 수피 두루마리를 안에 휩쌌다.
진남은 이미 관찰을 통해 수피 두루마리가 불로 태워야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윙!
떨리는 소리와 함께 볼품없는 수피 두루마리가 갑자기 빛을 펼치더니 그 속에서 엄청난 검의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쿵!
검의가 순식간에 고운방 삼층의 꼭대기를 뚫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검 속의 엄청난 위압이 온 강황성을 휩쓸었다.
찰나, 강황성의 모든 강자들이 놀라 안색이 크게 변했다. 도대체 누가 배짱이 이렇게 커서 감히 강황성에서 기운을 발휘한단 말인가!
이 기운을 느낀 그들은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다들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어느 도우(道友)지?"
이때 방대하고 중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림자 하나가 강황성 성주의 저택에서 하늘로 솟아올랐다.
강황성 성주 강황은 검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엉? 고운방에서 나온 거라고?"
같은 시각
엄청난 기운이 강황성 중앙에서 각성했다. 귀가 여섯 개고 기괴망측한 모습의 노인이 허공에 떠서 강황을 마주 보았다.
휙! 휙!
두 갈래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강황과 노자의 모습이 동시에 고운방에 내려왔다.
그들은 바로 삼 층 안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살펴봤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났다. 그들의 눈길이 일제히 진남의 손에 있는 수피 두루마리를 향했다.
엄청난 검의는 바로 이 잔편에서 폭발한 것이었다.
"이건……"
두 강자는 수피 두루마리를 보는 순간 기색이 세게 흔들렸다. 노인이 바로 감탄했다.
"검존자의 검보가 진짜 있었군. 비록 잔편 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위력이 대단해. 간담이 서늘하군."
검존자!
하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존재이고 명성이 자자했다.
소문에 의하면 검존자가 상역으로 가기 전에 검보를 하나 남겨 평생 배운 검의를 모두 검보 속에 남겨 인연 있는 사람에게 줬다고 했다. 만약 누구라도 이 검보를 얻게 되면 틀림없이 그 속에서 검존자의 검의를 깨닫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하역의 사람들은 이건 그저 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검보가 진짜 존재하다니!
홍풍 태자, 팽어와 목 대사는 엄청난 검의를 보는 순간 그 위압에 큰 충격을 받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렇소. 그런데 육이 존자(六耳尊者), 이게 어떻게 된 거요?"
강황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정신 차리거라!"
육이 존자가 이맛살을 찡그리고 크게 소리쳤다.
그의 이 외침은 현공을 내포하고 있어서 범상치 않았다. 소리치는 순간 몇백 개의 큰 북이 동시에 울리는 것 같아서 팽어 등 세 사람이 바로 정신을 차렸다.
팽어와 목 대사는 정신을 차리는 순간 저도 몰래 하늘을 쳐다봤다. 그들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육이 존자!"
"강황 성주!"
홍풍 태자는 두 이름을 듣자 머릿속에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육이 존자는 이번 고용회가 열리기 전에 상도맹에서 그를 보호하라고 파견한 강한 존재였다.
강황은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강황성의 성주었다. 소문에 의하면 경지가 이미 반존에 도달했고 존자지경과 불과 한 걸음 차이라고 했다.
'이렇게 작은 노름판이 양대 강자를 모두 끌어오다니!'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
육이 존자가 담담하게 물었다.
"육, 육이 존자… 여, 여기……"
팽어와 목 대사는 혼비백산하여 여기서 발생한 모든 일을 낱낱이 육이 존자에게 보고했다.
팽어는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그 아가씨가 명령을 내려 진남을 상대하게 한 일도 모두 일러바쳤다.
"그래?"
설명을 들은 육이 존자와 강황 두 사람은 안색이 흔들렸다.
그는 홍풍 태자를 완전히 무시하고 진남을 바라봤다.
두 거물이 바라봤지만, 진남의 표정은 담담했다.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의 배짱에 강황과 육이 존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렇게 많은 잔편 중에서 성도지기의 잔편과 검존자의 검의를 찾아내다니. 이런 동술이라면 우리 상도맹의 감정대사라도 비교가 안 될 거다."
육이 존자가 말했다.
"젊은이, 젊은 나이에 동술이 이 정도 조예라니, 실로 대단하다."
강황은 만면에 미소가 활짝 폈다. 진남을 바라보는 눈길에 칭찬하는 뜻이 가득했다.
상도맹과 같은 거물에 대들다니, 보통 사람은 그런 배짱이 없었다. 그 한 가지만으로도 칭찬하기엔 충분했다.
홍풍 태자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양대 거물이 왔고 진남이 성도지기의 잔편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검존자의 검보 잔권도 찾았으니 그는 진 게 뻔했다. 설사 트집을 잡으려 해도 팽어와 목 대사는 그만한 권력이 없었다.
이번에 지면 그는 입미지석 만 개를 진남에게 줘야 했다.
만 개의 입미지석은 엄청난 숫자였다. 설사 그가 홍풍 제국의 태자라도 내놓을 수 없었다.
육이 존자가 갑자기 화제를 돌려 물었다.
"진남, 너는 지금 몸에 삼 흑인이 있고 성도맹 성녀와 갈등이 있다. 만약 오늘 네가 이 내기를 취소하고 이 성도지기의 잔편과 검보를 우리 상도맹에 주면 너의 삼 흑인을 없애주겠다. 어떠냐?"
묻는 말이었지만 육이 존자의 말투는 거절을 용납하지 않는 것 같았다.
팽어, 목 대사 그리고 홍풍 태자는 그 말에 눈이 반짝 빛나고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
육이 존자가 그들의 편에 선 게 틀림없었다. 그들은 전혀 벌을 받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사마공과 진남은 어처구니없었다.
상도맹은 역시 상도맹이었다. 진짜 염치없어서 아무도 당해낼 사람이 없었다.
'육이 존자는 지금 삼 흑인을 없애준다는 거로 거저 가져가려는 건가?'
성도지기의 잔편과 검존자의 검의는 무척이나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
진남과 사마공이 뭐라고 하기 전에 하늘에 있던 강황이 이맛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육이 존자, 이렇게 하는 건 타당하지 않지 않소? 이 두 가지 물건의 가치가 엄청난데 고작 삼 흑인을 없애주는 것만으로는 너무 염치없다고 생각되지 않소?"
육이 존자의 눈길이 사나워졌다.
그는 방금 팽어한테서 모든 일을 들었으니 당연히 성녀의 편을 들어야 했다.
때문에 그는 진남에게 삼 흑인을 없애주는 걸 대가로 성도지기 잔편과 검보를 손에 넣으려 했다. 그리고 고용 경매가 끝나면 그는 다시 삼 흑인을 진남의 머리에 씌우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강황이 참견하여 육이 존자는 난처하게 되었다.
강황은 강황성의 성주이고 경지가 반존에 도달한 것 그렇다 쳐도 무혼 등급이 그보다 높았다. 또한, 강황의 배후에 양대 성지의 인물이 있어 설사 상도맹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
"강황, 자네 말이 맞소. 그럼 내가 진남을 도와 삼 흑인을 없애주고 또 진남과 성녀 사이의 오해를 풀어주면 어떻겠소? 우리 상도맹의 성녀와 상도맹에게 밉보이면 진남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자네도 잘 알 거요."
육이 존자가 한참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는 두 가지 보물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다.
'성녀의 오해를 풀어준다고? 삼 흑인을 풀어준다고? 보물을 갖고 나서 모른 척하면 그만이지.'
강황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가 어찌 그 꿍꿍이를 보아내지 못했을까? 그러나 그는 육이 존자가 이토록 염치없이 대놓고 후배의 물건을 뺏으려고 할 줄 생각지 못했다.
강황이 입을 열기도 전에 진남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상도맹, 성녀, 육이 존자라!"
그의 말에 모든 사람의 눈길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진남이 안색이 갑자기 싸늘해지더니 말했다.
"당신들 상도맹의 성녀가 저의 비밀을 빼앗기 위해 저에게 삼 흑인을 썼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들 상도맹은 또 저의 이 두 가지 보물을 눈독 들여 뺏으려고 하네요. 제가 그렇게 만만해 보입니까?
육이 존자, 허튼소리 그만하고 마음대로 공격하십시오. 오늘 당신이 어떤 수를 쓰던 내가 모두 받아줄 테니!“